'복숭아'에 해당되는 글 6건

  1. 꽃이 피는 건 그저 당연한 일이 아니에요 2
  2. 어르고 달래며 키운 탐스러운 복숭아
  3. 무더위를 씻어 줄 포도와 복숭아
  4. 자연이 보낸 여름 선물, 유기농 복숭아
  5. 과일과 통(通)하는 사람들, 933환경농업영농조합법인
  6. 더운 여름 '천연 영양제' 제철 과일 3총사

꽃이 피는 건 그저 당연한 일이 아니에요

왼쪽부터 방현경, 이영수 생산자

영천 사람사는농원 방현경, 이영수 생산자


복숭아 농사가 먹기만 하는 사람의 생각으론 나무에서 알아서 잘 크다가 한 번 수확하면 되는 것처럼 쉽게 보일 수도 있는 법. 하지만 농부의 실상은 다르다. 3월부터 꽃눈 따고 열매 솎고 봉투를 씌워주는 일을 시작해서 여름이 되고 9월말 까지는 수확하느라 정신이 없다. 조금 숨을 돌리고 나면 바로 가을과 겨울에는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한다. 복숭아는 일 년 농사다. 그리고 벌써 13년의 농사를 지어온 방현경, 이영수 두 부부 생산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려움을 안고 내려와 매력을 발견하다
이영수 생산자 부모님이 하시던 살구와 복숭아 농사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농사를 지은지 벌써 13년차다. 다행히 초기 기반은 있었지만 문제는 둘 다 농사는 처음이 었다는 것. 그래서 내려올 때는 무섭고 막막했다. 농촌에 살긴 했지만 경운기 몰 줄도 몰랐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가정이 있는 상황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농업을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을 먹고 내려왔다. 막상 시작해보니 농사가 참 매력적이었다.


이제는 13년 차 농부지만 처음엔 실패도 많았다. 살구에 서리피해가 커서 2-3년 정도를 거의 수확한 게 없을 때도 있었다. 그 땐 너무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어요. 아무리 기술이 좋고 경험이 많아도 사람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거죠.”

 

복숭아 농장에서 인터뷰 중인 생산자 부부


꿈이 있어 항상 새롭고 설레는 친환경 농사
왜 농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던걸까?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이유를 물었다. 이영수 생산자는 어려서부터 서울대 농대를 가고 싶었다. 실제로 입학도 했다. 그에게 농촌은 좋은 기억들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고민도 많았다. “어렸을 때는 비 오는게 좋았어요. 비가 와야 엄마가 쉬시니까. 다들 힘들게 사는데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죠. 그래서 농업을 공부하고 이런 농촌의 환경을 바꿔보고 싶었죠. 유럽 같은 경우는 농부가 농토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지원도 받아요. 먹을 것을 생산하면서 환경도 지키고 도시민들에게 휴양도 제공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인식이나 현실이 많이 못 미치는게 사실이죠. 그런 현실을 바꿔보고 싶어요.”


농사는 일 년에 한 번 이다. 지금까지 열 세 번 밖에 못해본 것이고 앞으로 30년을 한다고 해도 30번밖에 못하는 것이다. 꾸준히 배워야 하고 항상 새롭다. ‘오늘은 뭘해야 하지?’ 하는 고민을 하면서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12 년 동안 매일 영농일지를 기록해왔고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복숭아를 수확하는 시기는 가장 비가 많고 더울 때. 즉, 곰팡이와 세균에 가장 취약한 시기이다. 복숭아는 달콤해서 벌레들이 좋아하기도 한다. 그래서 복숭아는 친환 경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참 어렵다. 하지만 내려오기 전부터 친환경 재배를 해야겠 다고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껍질 채 먹을 수 있는 과일을 만드는 것이 스스로의 기준 이다. 십 몇 년 농사 지으며 친환경 방제 노하우도 익혔다. 적어도 수확 20일 전부터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잔류농약 검사도 철저히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손실도 생기 지만 타협하지 않는다. 땅에는 풀을 남겨둔다. 해충의 천적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치 숲 길을 걷는 것 같은 살구밭
제초제를 쓰지 않아 땅에도 파릇파릇 한 풀이 자란다


여성으로서 함께 농사를 짓는다는 것
사실 시골에서 남자들은 여러 활동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유지되는데 여성관계 맺기가 쉽지 않아 힘들었다고 방현경 생산자는 말한다. “시골도 여성들과의 관계가 참 중요해요. 반찬도 주고 밥도 먹으러 가고. 바쁜 생활 속에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되었죠. 지금은 ‘생활개선회’라는 여성단체 활동을 함께 하고 있어요.”


예전보다는 여성도 활동이 많아지고 농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농협에 가보면 대부분이 남자 조합원인게 현실이다. “처음에는 시골에 내려와 남편은 농사를 짓고 저는 아르바이트를 구했어요. 그런데 시간을 활용하기 더 힘든 거에요. 육아와 경제적 활동을 동시에 하기에는 오히려 같이 농사를 짓는게 더 좋겠 다고 판단했어요.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한 사람은 아이를 보면서 번갈아 일도 할 수있고요.”

 

정성스런 손길로 익어가는 복숭아
주렁주렁 달려있는 맛있는 살구


결실을 보는 기쁨
두 생산자 모두 농사를 매력적이라고 했다. 돈도 벌면서 재미도 있고 자연 속에서 힐링도 된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사랑스럽다. 수확기에 비가 많이 오면 가슴이 졸여진다. 아무리 애를 써도 수확이 어렵고 당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몇 년 전 바이러스가 지역을 휩쓸었을 때, 상해버린 과실을 보며 정말 허무하기도 했다. 그래도 역시 수확할 때 가장 기쁘다. 크고 맛도 좋고 색깔도 이쁜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또 손수 키운 복숭아를 사먹은 분들이 정말 맛있다고 하실 때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이영수 생산자는 스스로 일본으로 농사 기술을 배우러 가기도 했다. 최고의 복숭아를 키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살구는 말랑하게 잘 익었을 때 가장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단단한 것은 적당히 숙성시켜 먹으면 좋다. 시고 새콤한 맛을 좋아하면 그대로 먹어도 좋다. 복숭아는 상온에 보관하고 먹기 30분 전에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 먹으면 시원하면서도 당도변화가 가장 적다고 한다. 복숭아를 구입하신 분들이 복숭아 타르트 해주시기도 한다. 천도복숭아로 직접 병조림을 한 적이 있는데 껍질을 깎아서 살만 설탕물에 살짝 끓여서 시원하게 두고 먹으면 참 맛있다고 추천했다.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생산자 부부


생산자의 마음, 행복중심에 와 닿기를
살구 같은 경우는 꽃이 필 무렵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온도를 체크한다. 관리를 잘 못하면 서리 때문에 다 죽어버릴 수도 있다. “봄이 오면 꽃이 피는 것이 당연 하잖아요? 하지만 농사를 지어보면 그게 당연한 게 아니에요. 이번 봄에는 나무에서 꽃이 잘 피어줄까?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그 일이 일어났을 때 굉장히 기쁜거죠.”


행복중심과 맺은 인연이 참 소중하다고 말했다. 안전한 먹거리, 지속가능한 환경을 생각하는 철학 있는 조합원이 많다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행복 중심도 더 발전하길 바랐다. 일을 하다보면 실수를 할 때도 있다. 벌레자국이나 상처가 있는 것도 가끔 섞일 수 있다. 또 수확시기에 비가 오면 열심히 노력해도 맛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땐 생산자를 생각하며 조금 너그럽게 받아주시면 감사하 다고도 덧붙였다.


꽃이 피는게 당연한 것이 아니듯, 우리가 집에서 편하게 복숭아를 받아 먹을 수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배웠다. 올 해에도 생산자의 수고와 정성이 거름이 되고, 사람과 환경을 지키는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올곧은 철학이 길러낸 복숭아가 우리 곁으로 찾아온다.


글 김산 

사진 김산, 김지은

어르고 달래며 키운 탐스러운 복숭아

▲ 왼쪽부터 영천농민회작목반 방현경, 이영수, 최봉학, 최상은 생산자. 방현경, 이영수, 최봉학 생산자는 복숭아와 천도복숭아를, 최상은 생산자는 거봉포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다함께 사진 촬영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어르고 달래며 키운 탐스러운 복숭아


영천농민회작목반 이영수 생산자


올해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에게 천도복숭아와 복숭아를 공급하는 생산자는 영천농민회작목반이다. 영천농민회 활동을 하는 생산자 작목반으로 현재 열다섯 농가가 함께 천도복숭아, 복숭아, 살구, 포도 농사 등을 짓고 있다. 영천농민회작목반 이영수 생산자는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이 이용하는 살구를 생산하고, 천도복숭아와 복숭아도 공급할 예정이다.


농사짓기 어려운 복숭아

어떤 과일이든 친환경 농사는 어렵지만, 그중 복숭아 농사는 특히 어렵다. 복숭아를 수확하는 7~8월은 날씨가 가장 덥고 비가 많이 오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엔 병해충의 활동이 가장 왕성해 복숭아 표면에 작은 상처만 나도 금방 병이 번져 손쓰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일반 관행 농가에서는 병이 오면 수확 시기가 가까워도 농약을 뿌려 병해충을 막지만, 영천농민회작목반

은 수확기에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확 시기가 가까워져오면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고. 게다가 복숭아는 따는 시기가 조금만 어긋나도 너무 덜 익은 상태로 수확하게 되거나 너무 익은 상태로 수확하게 돼 꼼꼼하게 확인하며 수확해야 한다.


건강하게 자라는 환경을 만드는 게 농사의 첫 번째

영천 농민회 작목반 농가들은 대부분 일반 농산물 보다 농약을 1/3정도만 사용한다. 폐지된 저농약 인증 기준보다 더 적은 양이다. 이영수 생산자는 이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나무를 건강하게 자라는 환경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먼저 토양의 힘을 기르기 위해 우분, 한약 찌꺼기 등을 섞어 만든 퇴비에 광합성균과 같은 미생물을 섞어 뿌린다. 또 복숭아나무 근처에 호밀을 재배해 물이 고이지 않고 빠져나가게 해 복숭아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가장 중요한 일은 복숭아나무가 골고루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수형(나무의 형태)을 가꾸는 것이다. 이영수 생산자는 복숭아가 건강하게 자라기 좋은 수형을 만들기 위해 복숭아 사랑 동호회도 가입했다. 회원들과 복숭아에 대해 공부하며 다양한 수형을 연구하고 있다. 복숭아 재배 기술이 좋은 일본에 기술을 배우러 다녀오기도 했다고.


복숭아나무가 골고루 햇빛을 받고 가지 사이에 바람이 잘 통하게 하려면 Y자 수형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1년 내내 수시로 수형을 가꾼다. 그래야 복숭아가 열려도 가지가 쳐지지 않고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일반 농산물처럼 농약을 사용하고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복숭아나무를 부지런히 어르고 달래며 길러야 한다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복숭아 나무 주변에 잡초가 그대로 남아 있다.


친환경 농업의 원래 취지를 되살리는 게 필요해

이영수 생산자는 올해부터 폐지된 저농약 인증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더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데 같은 국내산 과일로 판매해야 한다면 누가 친환경 농사를 지으려 하겠냐.”며 저농약 인증 폐지가 친환경 농사의 진입 장벽을 더 높였다고 말했다. 또 저농약 기준으로 농사를 짓던 농가들이 대부분 일반 관행 농사나 GAP(우수농산물관리인증)으로 전환하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한다. 이영수 생산자는 저농약 인증 폐지가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이 원래의 취지를 벗어난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초창기 유기 농업, 친환경 농업이 담고 있던 생태적인 삶으로의 전환, 농촌 공동체의 회복, 자립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려는 이상적인 가치가 퇴색되고 상품으로서의 유기농, 친환경 농업만 남았다고.


복숭아를 보호하기 위해 일일이 봉지를 씌워 병해충을 예방한다.


국가 인증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 자체인증기준

그래서 행복중심생협에서 준비하고 있는 자체인증 기준이 농가들의 혼란을 막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국가 인증 제도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요. 인증을 받고 나면 출하 직전에 농약을 치기도 해요. 인증만 받으면 되거든요. 인증 자체가 상품이니까요.” 그러나 관계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체인증기준이라면 인증을 취득하기 위한 농법이 아니라 사람을 생각하고 가치를 담은 농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며 자체인증 기준과 같은 대안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했다. 이영수 생산자는 자체인증기준에 맞춰 농사를 지으려면 눈속임을 할 수도 없고, 맛있게 먹어줄 조합원 얼굴이 떠올라 복숭아나무를 들여다보는 날이 많아져 더 힘이 들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친환경 농업이 가진 가치, 농민과의 관계를 알아주는 조합원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 영천농민회작목반에서 기르는 천도복숭아와 복숭아는 다른 해에 비해 결실이 좋다. 올해 초 비가 정기적으로 온 데다 따뜻한 날이 많아서 수정이 잘됐다. 장마와 태풍을 잘 견딘다면 다른 해보다 품질이 좋고 맛있는 복숭아를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영천농민회 작목반 이영수 생산자가 열심히 키운 천도복숭아와 복숭아는 7월 초부터 공급을 시작한다. 조합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이용 부탁드린다.



방현경, 이영수 생산자 부부는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에게 살구를 공급하고 있다.



행복중심생협 홈페이지에서 보기

무더위를 씻어 줄 포도와 복숭아

포도와 복숭아를 생산지인 경북 상주. 넓은 평야와 적정한 강우량, 여름철 높은 기온과 많은 일조량 등 과일이 자라기 좋은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다. 자연환경이 좋다고 절로 과일이 열리고 자랄까.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하지만, 사람의 정성과 손길도 무시 못 하는 법. “친환경 과일 농사를 가능하게 했던 힘은 행복중심생협 조합원 덕”이라는 박관용 포도 생산자와 황효연 복숭아 생산자를 만났다.

껍질째 씨까지 먹을 수 있는 친환경 포도| 상주 933영농조합법인 박관용 생산자

샤워로 몸을 식힌 후 먹는 포도는 무더위와 하루의 피곤함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포도에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그런데 폴리페닐은 껍질과 씨에 많이 들어있다. 새콤달콤한 포도 한 알 먹으려는데 쉽게 입으로 넣기가 쉽지 않다. 물에 씻어도 잘 없어지지 않는 농약 걱정 때문이다.

경북 상주 933영농조합법인 생산자들이 생산하는 포도는 농약 걱정을 한결 덜 수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포도와 무농약과 저농약 포도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하우스 캠벨을 생산하는 박관용 생산자는 일반 관행농이 15~20회가량 농약을 칠 때, 그보다 훨씬 적은 반절 정도만 사용한다. 이마저도 계속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열매를 맺기 전에는 유황을 발효시켜 지력을 좋게 해준다. 포도는 해충보다 노균병과 같은 세균에 의한 병해 때문에 고생하는데 열매가 열린 후에는 석회 보르도액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조합원에게 공급하기 1달 전부터는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행복중심생협의 생활재 취급기준이기도 하지만, 10여 년 넘게 포도를 이용하는 조합원과 조합원 아이들이 먹을 포도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상저온과 무더위를 이겨내고 건강하게 자란 복숭아| 상주 933영농조합법인 황효연 생산자

친환경 농사는 참 어려운 일이다. 과일 농사는 병해충을 방제가 어려워 더욱 어렵다. 어렵다는 친환경 과일농사 중에서도 으뜸을 꼽으라면 복숭아 농사일 것이다. 복숭아는 참 가녀린 과일이다. 복숭아나무가 과실나무 중에서도 특히 병에 약해서 그렇다. 복숭아나무는 처음 묘목을 심은 후 3년이 꼬박 지나야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복숭아가 연약한 만큼 땅의 힘을 키우고 나무를 건강하게 해주는 일이 관건이다. 현미 식초와 목초액과 막걸리를 발효시켜 주며 땅심을 키우며 복숭아밭에 자란 풀도 직접 깎아준다. 땅에도, 나무에도, 사람에도 해로운 제초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기른 복숭아지만, 올해 봄 이상저온으로 동해 피해를 당하였다. 4월 중순 기온이 영하까지 내려가면서 나무들이 버티지 못한 것. 복숭아밭은 물론 그 주변 쓰레기까지 직접 줍는 부지런함으로 동네에서 유명한 황효연 생산자의 속은 또 얼마나 탔을까.

얼마 전(7월 중순)에 동해를 입지 않은 복숭아를 골라 열매 하나하나 봉지를 씌웠다. 봄날 이상저온과 여름 무더위를 힘겹게 이겨낸 복숭아가 8월 중순에 조합원을 찾아간다.

상주에서 익어가고 있는 복숭아. 복숭아는 올해 4월 동해 피해를 입어 생산량이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박관용 생산자의 하우스 캠벨. 오는 8월 5일부터 조합원을 찾아간다.

유기재배 인증을 받은 색깔 포도 중 베니바라도 품종의 포도. 껍질이 얇고 탄력이 있어 껍질째 먹을 수 있다.

복숭아밭과 포도밭에는 제초제를 쓰지 않아 풀이 많다. 2주일에 한 번씩 직접 풀을 맨다. 제초제를 사용하는 관행 농사를 짓는 이들은 잘 하지 않는 일로 무더운 여름에 풀을 매는 것은 꽤 고생스러운 일이다.

자연이 보낸 여름 선물, 유기농 복숭아



유기농 복숭아. 복숭아는 과일 중에서도 농약 없이 농사짓기 가장 힘들다고 한다. 상처가 잘 나고, 상처가 나기 시작하면 급격하게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구철 생산자는 이런 복숭아를 충북 옥천에서 유기농으로 8년째 짓고 있다.



서울에서 무역회사를 다니다 1993년, 부친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서울 생활을 접고 귀농을 했다. 농약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있어 유기농 복숭아 농사를 짓기 위해 저농약부터 계획을 세워 복숭아 농사를 지었다. 저농약, 무농약, 전환을 거쳐 유기농까지 오는 데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유기농 복숭아 농사를 지은 게 벌써 8년째다.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현미식초와 주정을 액비로 사용한다. 이마저도 올해는 봄 즈음에 딱 한 번 주고 말았다. 그것 말고 복숭아나무에 주는 건 물밖에 없다.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 자라고 있는 셈이다. 



“유기농사 지으려면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벌레가 생기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정구철 생산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어쩔 수 없죠. 벌레가 먹은 건 자연으로 돌리는 수밖에요.” 유기농사를 지으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단다. 나무에 백 개의 복숭아가 열려도 백 개를 수확할 수 없다. 반은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어야 유기농사를 지을 수 있다. 직접 손으로 벌레를 잡기도 하고, 과실에 봉지를 씌우면서 숨 막히는 벌레와의 전쟁을 치러야 탐스러운 복숭아 열매를 만날 수 있다. 그마저도 관행 농사를 지은 것만큼 예쁘거나 크지 않다. 벌레가 지나가기만 해도 상처가 생기는 여린 복숭아지만 어린 나무일 때부터 농약과 비료 없이 자란 강한 생명력은 작은 열매 속에 ‘단맛’으로 응축돼 있다.



“크기는 작지만 맛은 보장합니다”


일찍 수확하는 조생 품종이라 크기는 조금 작다. 게다가 2년 전 불어 닥친 한파의 피해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어 예년보다 크기가 더욱 작다고 한다. 하지만 맛에 있어서만큼은 정구철 생산자의 자부심이 넘친다. 복숭아 농장에 들어서니 달게 익어가는 복숭아 향기가 가득하다. 수줍은 듯 빨갛게 내민 얼굴이 탐스럽다. 산에서 내려오는 1급수 물을 먹고, 자연 바람을 맞으며, 풀과 벌레가 어우러지는 비옥한 땅에서 자란 복숭아는 말 그대로 ‘자연이 준 선물’의 맛이다. 동양의 선약으로 전해지며 우리나라 전통적인 아홉 가지 과일에 속할 만하다.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자연이 보낸 여름 선물, 복숭아와 함께 긴 여름을 시원하게 준비하자. 

★여성민우회생협 홈페이지에서 보기




과일과 통(通)하는 사람들, 933환경농업영농조합법인

경북 상주 모동에 있는 백화산. 병풍처럼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이 산의 높이는 해발 933m. 지역의 산을 바라보며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농사꾼들이 공동체 이름을 ‘933’으로 정했다. 그렇게 933환경농업영농조합법인의 이름이 탄생했다. 뜻을 알고 들으니 더욱 정겹다.
933환경농업영농조합법인은 여성민우회생협에 포도와 복숭아를 공급하는 생산지로  조합원 4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친환경농업인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제대로 된 농사를 짓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박석원 생산자, 933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

박석원 생산자에게 농사를 지으며 어떤 점이 가장 힘든지 물었더니 ‘힘든 거 하나도 없다’ 말한다. 20년 동안 포도나무를 키우다 보니 포도가 주인 마음을 다 아는 것 같다고. 아프지 말라 하면 안 아프고, 잘 자라달라 하면 잘 자란단다. 그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포도 농사를 오래 지었다 해도 농사라는 게 마음으로만 되는 건 아닐 텐데. 그러다 주렁주렁 포도가 열린 나무들 사이로 겨우 포도 한 송이를 힘겹게 붙들고 있는 나무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하우스 곳곳에 그런 나무들이 있다. 

말라버린 나뭇가지


말없이 그 나무를 쳐다보자 박석원 생산자가 말한다. 올해 초, 이상기후 현상으로 냉해를 입은 나무라고. 하지만 죽지 않고 살려는 발버둥으로 겨우 겨우 포도 한 송이를 열어냈다. 

그제야 ‘힘든 거 없다’는 박석원 생산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이해했다. 포도가 박석원 생산자의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그도 포도의 삶을 아는 것이다. 작년에도 이상기후 현상으로 포도 농사가 힘들었다. 또 다시 겹친 냉해로 포도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해야 했다. 박석원 생산자는 그 포도나무 곁을 묵묵히 응원하며 지켜줬다. 그 치열한 싸움을 알기에 힘든 거 하나도 없다 말했을 것이다. 

열심히 익어가는 포도들



"포도를 쳐다보는 표정이 정말 사랑이 가득 담겨 있어요!"
"당연하지요, 20년을 만난 사인데..."

박석원 생산자는 인위적으로 생장을 조절하는 호르몬제, 제초제, 토양소독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잿빛 곰팡이병, 탄저병 등 병충해를 막기 위해 현미식초와 목초액을 사용한다. 일반화학농약대신 석회보르도액과 석회유황합제를 쓰고, 화학비료대신 소똥, 쌀겨, , 톱밥, 미생물을 90일 이상 발효한 퇴비를 준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만 나무에 줘야 한다는 게 박석원 생산자의 지론이다. 이렇게 길러낸 포도가 열심히 익어가고 있다

 
하우스 가득 포도나무의 열심이 느껴진다. 양분을 빨아들이고, 각종 병과 싸움을 하며 여름 내내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에게 공급할 포도를 익힌다. 달기만 한 포도는 금방 질린다. 하지만 상주 포도는 단맛과 신맛이 적절히 어우러져 진정한 포도 맛을 느낄 수 있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은 상주 지역의 특성과 그 환경에서 자라려 하는 포도나무의 생존력이 맺은 결실이다. 




성동현 생산자

복숭아만큼 가녀린 과일이 있을까? 복숭아나무는 과실나무 중에서 특히 병에 약하다. 여성민우회생협에 공급되는 복숭아는 저농약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저농약 농사라도 복숭아를 저농약으로 키운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고. 병에 잘 걸리지 않도록 땅을 준비하고, 나무 내성을 기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건 바로 생산자의 몫이다. 성동현 생산자도 그렇게 복숭아를 기른다. 성동현 생산자도 그렇게 복숭아를 기른다. 친환경 천연 방제법으로 석회보르도액과 석회유황합제를 사용하고, 세균성구멍병, 잿빛곰팡이, 심식나방 등을 쫓으려 현미식초와 목초액, 막걸리를 쓴다. 복숭아나무 주변으로 수북이 풀이 자라지만 성동현 생산자는 제초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자라면 깎고, 또 자라면 또 깎고. 반복되는 풀과의 전쟁에서 자연의 섭리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농사일에서 가장 힘든 게 풀을 깎는 일이지만, 그렇게 힘들게 농사를 지어서일까. 친환경 농사꾼으로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비가 쏟아진다. 이 비를 맞고 복숭아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복숭아는 오전 10시 전에 따야 무르지 않는다. 수확할 시기를 놓치면 나무에서 떨어져 상처가 나고, 그 복숭아는 출하할 수 없다.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포장을 하고 조합원에게 공급한다. 모든 과정에서 세심하게 배려해야 맛과 품질이 상하지 않는다. 복숭아는 그런 과일이다.
 




성동현 생산자가 붉은 빛 복숭아를 건넨다. 한입 베어 무니 입 안 가득 진한 향기가 퍼진다. 가녀리지만 진한 향기를 머금고 있다. 성동현 생산자는 이 진한 맛을 조합원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 한다.  



 이상기후와 장마를 견디며 포도와 복숭아가 무르익고 있다. 자연의 섭리와 생산자의 정성이 자란 여름 과일과 함께라면 무더운 여름도 거뜬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여성민우회생협 안내지 8월 1호에 실린 '생산자 이야기'입니다.


 

더운 여름 '천연 영양제' 제철 과일 3총사


자연은 계절에 맞는 먹을거리를 선물한다
우리 조상들은 철에 따라 몸의 상태가 달라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자연은 그 철에 맞는 각기 다른 맛과 성질의 먹을거리를 인간에게 선물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제철에 난 음식을 먹는 것이 바람직한 식생활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요즘에는 '제철'의 의미가 퇴색된 것 같습니다. 계절을 따지지 않고 채소와 과일을 만날 수 있어서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몸이 계절 변화에 대응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려 하고, '제철음식이 좋다'는 사실까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제철에 자란 채소와 과일은 그 계절에 필요한 영양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운 여름 '천연 영양제' 제철과일
여름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을 줄줄 흘립니다. 그만큼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합니다. 이때 여름 제철 과일은 땀으로 배출된 수분을 보충하고 열을 내리며 갈증을 멎게 해줍니다. 또 비타민C와 각종 미네랄 등이 풍부해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도와줍니다.




껍질째 먹는 친환경 포도
여성민우회생협에서 공급하는 포도는 유기농과 무농약 재배 포도입니다. 포도에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풍부한데, 껍질과 씨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포도의 껍질과 씨를 먹지 않으면 사실 포도의 영양을 제대로 먹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성민우회생협 포도는 농약 걱정 없이 껍질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달콤 달콤 저농약 복숭아
복숭아에도 항산화 물질이 풍부합니다. 복숭아는 친환경 복숭아를 이용해야 좋습니다. 복숭아 껍질의 솜털은 점착성이 커 농약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많아서입니다. 그래서 여성민우회생협은 친환경 저농약 복숭아를 공급합니다.
 

입맛을 돋워주는 자두
무더위로 입맛이 없을 때에는 새콤달콤한 자두를 이용해 보십시오. 새콤달콤한 신맛이 식욕을 돋우어 줍니다. 자두는 철분이 풍부하고, 비타민 A와 C가 풍부합니다. 


이용 확대는 안정적인 생활재 공급의 첫걸음
여성민우회생협은 오는 8월 1일부터 13일까지 '하우스캠벨'을 할인해 공급합니다. 제철에 생산한 여름 과일을 많은 조합원이 집중해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활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의 이용 확대는 생산을 늘리고, 안정적인 생활재 공급으로 이어지는 시작이 됩니다. 조합원 한 명 한 명이 참여할수록, 조합원 서로에게 더욱 큰 도움이 되는 협동의 마법을 펼쳐 주십시오.


*이 내용은 여성민우회생협 8월 1회 안내지 1면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