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표지판이 없었다면 절대 찾지 못했을 삼현농장에 도착했습니다. 굽이 굽이 골목길로 들어오니, 세상에나. 서울 근교 경기도인데도 첩첩산중에 들어온 듯하더군요.
삼현농장. 23년 동안 닭을 키운 농장입니다. 지금은 아들인 김득남 생산자가 물려받아 닭을 기르고 있습니다. 그날은 마침 김득남 생산자가 자리를 비워 처음 이 농장을 시작한 김준혁 생산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수박부터 드세요"
집 뒤에 마련된 손님을 위한 공간에서 수박을 자르는 김준혁 선생님. 웃음만큼이나 참 호탕한 사람이었습니다.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했죠.
벌써 횟수로만 23년이 된 삼현농장. 정농회 회장을 지낸 김준혁 생산자는 '정직함'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합니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정직함을 지키며, 생명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닭이 더욱 잘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계사를 4개월에 한 번씩 이동하도록 법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환경을 바꿔주지 않으면 닭이 많이 죽기 때문이라고 해요. 하지만 김준혁 생산자는 23년 동안 한 장소에서 닭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폐사율이 무척 낮고, 닭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죠. 그 이유는 바로 '자연'이라고 하더군요.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을 쬐고, 자연과 가장 가깝게 자라는 삼현농장 닭. 김준혁 생산자의 닭사랑은 정말 유별납니다. 어딜 가도 삼현농장 닭만큼 예쁜 닭이 없다고 합니다. 제일 깨끗하고, 가장 건강하고. 이렇게 애정을 담아 기르는데 안 예쁠 수가 없죠.
하지만 요즘은 농장 근처에 공장이 많이 생겨 힘들다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들어오는 차가 많다 보니 공기가 나빠졌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농장을 옮겨야 할지도 몰라 걱정이 많다고 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사를 보러 갔습니다. 닭이 얼마나 예쁘길래 그렇게 자랑을 하시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시간!
계사로 향하는 길에 핀 예쁜 꽃입니다.
계사 입구입니다
계사 내부입니다. 병아리들의 눈높이에 맞게 빛이 들어옵니다.
현재 삼현농장은 항생제, 합성항균제, 설파제, 착색제, 성장촉진제 등을 빼고 제조한 주문사료를 닭에게 급이합니다. 그리고 병아리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죠. 계사의 흙바닥 위에 바이오 토미(미생물 발효제)를 뿌리고 왕겨를 깔아줍니다. 미생물 발효제를 병아리들이 쪼아 먹으면 소화촉진, 닭똥의 악취 방지, 질병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게 바로 7천 마리의 병아리들이 사는 계사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 비결이죠.
빨간 통이 모이통입니다
병아리들이 밟고 자라는 왕겨입니다
조금 더 자란 닭이에요 :D
자동으로 모이가 통에 채워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토양 미생물제입니다. 유기농업연구소에서 만드는 이 미생물제를 먹으면 병아리의 위와 장이 튼튼해진다고 합니다. 덕분에 폐사율도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해요.
닭을 안고 환하게 웃는 김준혁 생산자. 행복하게 자란 닭이 사람에게도 좋지 않겠냐 하십니다.
삼현농장 닭은 잘 뛰어놀고, 잘 먹고,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때에 맞는 사료를 먹고, 자연 흐름에 맞게 천천히 자라고요. 자식을 키우듯 습도와 온도 조절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김준혁 생산자. 진짜 23년의 정성과 노하우는 따라잡을 사람이 없겠더군요.
김준혁 생산자는 계사 주변 밭에 오이, 상추, 고추 등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여성민우회생협 직원이 왔다고 가는 길 빈손으로 보내지 않겠다며 오이와 상추를 잔뜩 챙겨주셨습니다. 농약도 치지 않고, 천연 비료로 잘 키운 상추와 오이를 한아름 받아 안았습니다.
넉넉한 마음과 환한 웃음으로 가족처럼 대해 주시던 김준혁 생산자. 어린 병아리를 어떻게 기를지 눈에 환히 보이더군요. 병아리들이 '알아서' 잘 자란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준비하는 게 바로 김준혁 생산자의 마음이고, 노력이고, 정성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르고 정직한 농사, 23년의 노하우. 여성민우회생협의 큰 자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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