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싱그러움을 머금은 채소, 팔당 최대영 생산자


봄이 가까이 왔음이 느껴지는 따뜻한 날이다
. 구름 없는 맑은 하늘이 길이 끝나는 곳까지 멀리 멀리 이어져 있다. 달리는 도로 위로 아침 태양이 부서져 눈이 부셨다.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리면 팔당에 닿는다. 팔당은 전국에서 친환경농사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 중 하나이다. 또한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가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수도권에 싱싱한 채소를 공급해 주는 보석 같은 생산지로 농가들이 서로 협동하는 작목반도 오래전부터 활성화 되었다. 오늘은 팔당에서 다양한 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팔당생명살림 작목반의 최대영 생산자를 만나러 온 참이다.

 

사실 전화로 먼저 인사를 드린 최대영 생산자(45)는 조금 어려운 사람이었다. 취재도 싫다 사진도 싫다하여 조금은 긴장한 채 그의 하우스로 찾아갔다.


그의 농지에 도착하니 노지는 2월의 스산한 공기를 덮은 채 메마르고 푸석푸석했다. 그러나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막 태어난 파릇파릇한 생명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연에서 온 어린 연둣빛은 언제 봐도 사람의 기분을 풀어지게 만드는 것 같다. 또한 한 포기 한 포기 채소들이 생명력이 충만하여 생산자가 얼마나 세심하게 돌보았는지 쉽게 짐작이 갔다. 그래서 1차 농산물을 찾아갈 때 늘 그렇게 설레는 것이리라.


우리는 작은 평상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농사를 오래 지은 생산자들은 어느 곳이나 내 고장 사랑이 지극하다. 최대영 생산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배산임수의 깨끗한 내 고장 자랑을 빼놓지 않는다. 경치에 반해 귀농해서 시인이 된 사람이 있을 정도란다. 농사를 평생 업으로 삼고 자연을 사랑하는 그다. 그러나 팔당에서 농사짓기가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당장 4대강 사업이다 뭐다 해서 떠들썩했다. 농지가 논과 가까이 있어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차기도 했다. 최대영 생산자는 주위에서 다들 인정하는 꼼꼼하고 정직한 사람이다. 유기농의 사양을 맞추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자부할 수 있는 좋은 땅을 만들기 위해 품을 많이 들였다. 그렇게 유기농 농사만 15년이다. 그 세월 동안 농사꾼으로 묵묵히 농사만 잘 지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판로며 정책이며 끝임 없이 신경 써야 하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고 말한다.

 



최대영 생산자는 지금 2월에 생채, 쑥갓, 로메인 등을 재배하고 있다. 철에 맞추어 앞으로 토마토, 얼갈이, 쌈 배추, 마늘, 애호박을 노지와 하우스에서 재배할 계획이다. 1000평 가까운 농지가 적은 농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다양한 작물을 키우는 이유가 따로 있는지 물었다. 한 작물만 많이 키우면 농사짓기는 편하지만 소비가 다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란다. 또 손이 많이 가더라도 소비자에게 다양한 채소를 공급해 주고자 하는 마음 씀씀이기도 했다.

  나만큼이나 깐간한 여성민우회생협

그에게 여성민우회 생협은 어떤 의미냐고 물었더니 나만큼이나 깐깐하다고 말해서 모두가 크게 웃었다. 선수가 선수를 알아보는 모양이다. 그리고 채소류를 많이 이용해 줄 것을 부탁했다. 가공식품이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건강한 먹거리의 근본은 1차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1차 농산물이 불안정하면 가공식품도 만들 수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한다. 채소가 남을 땐 지인이나 사찰 등에서 무료로 따가게도 하지만 그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채소처럼 날씨에 따라 수확량이 크게 달라지는 농산물은 책임소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우리가 도시의 이기적인 소비자가 되지 않는 길은?

속정 깊은 생산자는 상추며 로메인을 직접 따 보고 집에 가서 맛보라고 권했다
. 톡톡 상추와 로메인을 따는 소리가 경쾌해서 잠시 동안의 단순한 노동이 즐거웠다. 겉절이를 하면 또 얼마나 맛있을까? 입맛이 절로 돈다. 매장에서 상품으로 채소를 집어들 때완 사뭇 그 느낌이 달랐다. 이렇게 푸른 생명의 끈을 끊고 그 기운을 내가 취하는 것이다. 돈을 내고 사먹기 때문에 먹을 권리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은 이 생명들에게 빚을 지고 사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자연에 기대어 산다. 그러기에 참 먹거리로 선택해 과하지 않게 먹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나의 생각의 변화가 읽혔는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직접 와서 체험하라고 생산자가 그렇게 강조하는가 보다.


돌아오는 길에 그가 이 고된 농사를 계속 지어 주길 간절하게 바라게 되었다
.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생명을 키우는 정직함이 시들지 않는 소중한 마음을 간직한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홍보편집 신미경

*)이 글은 <행복중심> 5,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