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00건

  1. 꽃이 피는 건 그저 당연한 일이 아니에요
  2. ‟눈 앞의 욕심을 좇지 않아야 진짜 농사꾼이지”
  3. 좋은 밥 생활재를 위해 한우물만 파겠습니다.
  4. 성실, 정성, 노력으로 기른 배, 맛이 두 배!
  5. 어르고 달래며 키운 탐스러운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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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건 그저 당연한 일이 아니에요

왼쪽부터 방현경, 이영수 생산자

영천 사람사는농원 방현경, 이영수 생산자


복숭아 농사가 먹기만 하는 사람의 생각으론 나무에서 알아서 잘 크다가 한 번 수확하면 되는 것처럼 쉽게 보일 수도 있는 법. 하지만 농부의 실상은 다르다. 3월부터 꽃눈 따고 열매 솎고 봉투를 씌워주는 일을 시작해서 여름이 되고 9월말 까지는 수확하느라 정신이 없다. 조금 숨을 돌리고 나면 바로 가을과 겨울에는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한다. 복숭아는 일 년 농사다. 그리고 벌써 13년의 농사를 지어온 방현경, 이영수 두 부부 생산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려움을 안고 내려와 매력을 발견하다
이영수 생산자 부모님이 하시던 살구와 복숭아 농사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농사를 지은지 벌써 13년차다. 다행히 초기 기반은 있었지만 문제는 둘 다 농사는 처음이 었다는 것. 그래서 내려올 때는 무섭고 막막했다. 농촌에 살긴 했지만 경운기 몰 줄도 몰랐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가정이 있는 상황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농업을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을 먹고 내려왔다. 막상 시작해보니 농사가 참 매력적이었다.


이제는 13년 차 농부지만 처음엔 실패도 많았다. 살구에 서리피해가 커서 2-3년 정도를 거의 수확한 게 없을 때도 있었다. 그 땐 너무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어요. 아무리 기술이 좋고 경험이 많아도 사람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거죠.”

 

복숭아 농장에서 인터뷰 중인 생산자 부부


꿈이 있어 항상 새롭고 설레는 친환경 농사
왜 농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던걸까?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이유를 물었다. 이영수 생산자는 어려서부터 서울대 농대를 가고 싶었다. 실제로 입학도 했다. 그에게 농촌은 좋은 기억들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고민도 많았다. “어렸을 때는 비 오는게 좋았어요. 비가 와야 엄마가 쉬시니까. 다들 힘들게 사는데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죠. 그래서 농업을 공부하고 이런 농촌의 환경을 바꿔보고 싶었죠. 유럽 같은 경우는 농부가 농토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지원도 받아요. 먹을 것을 생산하면서 환경도 지키고 도시민들에게 휴양도 제공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인식이나 현실이 많이 못 미치는게 사실이죠. 그런 현실을 바꿔보고 싶어요.”


농사는 일 년에 한 번 이다. 지금까지 열 세 번 밖에 못해본 것이고 앞으로 30년을 한다고 해도 30번밖에 못하는 것이다. 꾸준히 배워야 하고 항상 새롭다. ‘오늘은 뭘해야 하지?’ 하는 고민을 하면서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12 년 동안 매일 영농일지를 기록해왔고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복숭아를 수확하는 시기는 가장 비가 많고 더울 때. 즉, 곰팡이와 세균에 가장 취약한 시기이다. 복숭아는 달콤해서 벌레들이 좋아하기도 한다. 그래서 복숭아는 친환 경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참 어렵다. 하지만 내려오기 전부터 친환경 재배를 해야겠 다고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껍질 채 먹을 수 있는 과일을 만드는 것이 스스로의 기준 이다. 십 몇 년 농사 지으며 친환경 방제 노하우도 익혔다. 적어도 수확 20일 전부터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잔류농약 검사도 철저히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손실도 생기 지만 타협하지 않는다. 땅에는 풀을 남겨둔다. 해충의 천적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치 숲 길을 걷는 것 같은 살구밭
제초제를 쓰지 않아 땅에도 파릇파릇 한 풀이 자란다


여성으로서 함께 농사를 짓는다는 것
사실 시골에서 남자들은 여러 활동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유지되는데 여성관계 맺기가 쉽지 않아 힘들었다고 방현경 생산자는 말한다. “시골도 여성들과의 관계가 참 중요해요. 반찬도 주고 밥도 먹으러 가고. 바쁜 생활 속에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되었죠. 지금은 ‘생활개선회’라는 여성단체 활동을 함께 하고 있어요.”


예전보다는 여성도 활동이 많아지고 농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농협에 가보면 대부분이 남자 조합원인게 현실이다. “처음에는 시골에 내려와 남편은 농사를 짓고 저는 아르바이트를 구했어요. 그런데 시간을 활용하기 더 힘든 거에요. 육아와 경제적 활동을 동시에 하기에는 오히려 같이 농사를 짓는게 더 좋겠 다고 판단했어요.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한 사람은 아이를 보면서 번갈아 일도 할 수있고요.”

 

정성스런 손길로 익어가는 복숭아
주렁주렁 달려있는 맛있는 살구


결실을 보는 기쁨
두 생산자 모두 농사를 매력적이라고 했다. 돈도 벌면서 재미도 있고 자연 속에서 힐링도 된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사랑스럽다. 수확기에 비가 많이 오면 가슴이 졸여진다. 아무리 애를 써도 수확이 어렵고 당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몇 년 전 바이러스가 지역을 휩쓸었을 때, 상해버린 과실을 보며 정말 허무하기도 했다. 그래도 역시 수확할 때 가장 기쁘다. 크고 맛도 좋고 색깔도 이쁜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또 손수 키운 복숭아를 사먹은 분들이 정말 맛있다고 하실 때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이영수 생산자는 스스로 일본으로 농사 기술을 배우러 가기도 했다. 최고의 복숭아를 키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살구는 말랑하게 잘 익었을 때 가장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단단한 것은 적당히 숙성시켜 먹으면 좋다. 시고 새콤한 맛을 좋아하면 그대로 먹어도 좋다. 복숭아는 상온에 보관하고 먹기 30분 전에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 먹으면 시원하면서도 당도변화가 가장 적다고 한다. 복숭아를 구입하신 분들이 복숭아 타르트 해주시기도 한다. 천도복숭아로 직접 병조림을 한 적이 있는데 껍질을 깎아서 살만 설탕물에 살짝 끓여서 시원하게 두고 먹으면 참 맛있다고 추천했다.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생산자 부부


생산자의 마음, 행복중심에 와 닿기를
살구 같은 경우는 꽃이 필 무렵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온도를 체크한다. 관리를 잘 못하면 서리 때문에 다 죽어버릴 수도 있다. “봄이 오면 꽃이 피는 것이 당연 하잖아요? 하지만 농사를 지어보면 그게 당연한 게 아니에요. 이번 봄에는 나무에서 꽃이 잘 피어줄까?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그 일이 일어났을 때 굉장히 기쁜거죠.”


행복중심과 맺은 인연이 참 소중하다고 말했다. 안전한 먹거리, 지속가능한 환경을 생각하는 철학 있는 조합원이 많다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행복 중심도 더 발전하길 바랐다. 일을 하다보면 실수를 할 때도 있다. 벌레자국이나 상처가 있는 것도 가끔 섞일 수 있다. 또 수확시기에 비가 오면 열심히 노력해도 맛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땐 생산자를 생각하며 조금 너그럽게 받아주시면 감사하 다고도 덧붙였다.


꽃이 피는게 당연한 것이 아니듯, 우리가 집에서 편하게 복숭아를 받아 먹을 수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배웠다. 올 해에도 생산자의 수고와 정성이 거름이 되고, 사람과 환경을 지키는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올곧은 철학이 길러낸 복숭아가 우리 곁으로 찾아온다.


글 김산 

사진 김산, 김지은

‟눈 앞의 욕심을 좇지 않아야 진짜 농사꾼이지”

소부리영농조합 정낙현 생산자


“남들은 수박농사가 편하다고 하는데 사실 이건 어려워.” 소부리영농조합 정낙현 생산자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여러번 수확해야 하는 다른 과일에 비해 수박은 한번 수확하면 끝인 것처럼 보여서 다른 과일 농부들이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찬찬히 그 과정을 듣다보니 어렵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생산자가 현재 가꾸는 수박 하우스는 열 동. 출하시기를 조금씩 달리 하며 재배 하는 중이다. 아직은 봄의 기운이 남아있는 5월이었는데도 하우스 안은 푹푹 찐다. 작업 하다보면 4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하우스 안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진을 찍다 보니 얼굴에 땀이 줄줄 흘렀다.


경험과 부지런함으로 만드는 수박
한 통의 잘 익은 수박을 얻으려면 12월 중순 파종해서 1월 초에 접목을 하고 1월 하순에 정식을 한다. 접목은 박이나 호박의 뿌리에 수박의 줄기를 붙이는 것이다. 그래야 병충해에 강하고 뿌리가 튼튼하다. 접목 후 정식까지 20-25일 기간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온도관리가 정말 중요해 하루에도 몇 번씩 3~4겹으로 덮어놓은 터널을 열고 닫는다. 지금은 소부리 1등 수박을 자부하는 베테랑인 정낙현 생산자도 처음 수박농 사를 지을 땐 실패도 많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낸 우직함과 베짱이 지금의 수박을 있게 하지 않았을까.


정식을 하고 꽃이 필 때 까지 40일 정도 걸린다. 수박은 줄기가 뻗어나가며 잎이 나고 마디가 생긴다. 그래서 수박의 성장은 잎이 나는 마디수로 계산하는데 1차로 7-9마 디가 되었을 때 꽃이 피고 2차는 12마디 때, 3차는 15-16마디 때 꽃이 핀다. 생산자는 3차까지 꽃을 모두 제거하고 네 번째로 20마디 이상이 되었을 때 피는 꽃으로 수정을 한다.

 

일찍 핀 꽃으로 수정을 하면 처음엔 성장이 빨라 보이지만 점점 더뎌져 크고 좋은 수박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생산자는 빠르고 쉽게 수박을 얻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기다린다. 수박의 품질은 곧 생산자의 자부심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벌이 자연수정하는 수박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제아무리 인공수 정을 시켜도 벌이 하는 것보다 꼼꼼하게 일을 할 수가 없다. 대신 벌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수정이 어려워진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최대한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농사를 짓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정낙현 생산자는 소부리영농조합에서도 부지런함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지금도 새벽 4시에 나와 농가를 돌보고 저녁 8시 넘어야 집에 들어간다고 한다. 좋은 품질의 수박을 생산하는 노하우로 생산자는 온도관리를 중요하게 꼽았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시간이 오후 두 시 정도였는데 직접 잎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셨다. “지금 제일 더운 시간에도 잎이 생생한 거 봐요. 이렇게 온도와 수분관리를 하는 게 노하우에요. 잎이 시들었다는 건 이미 뿌리가 말랐다는 거거든요. 농사꾼은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요.” 눈이 와도 쉬는 날이 없고 하루라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온도가 낮을 땐 온도에 맞게 세 번에 걸쳐서 터널을 열고 또 닫아야 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좋은 수박을 생산할 수 없다.

 

 

농사는 욕심을 부리면 안 돼
힘든 친환경 농사의 길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 이었을까. “부여에서 두 농가가 친환경 농사를 하는 것을 보고 나도 언젠가 저렇게 해야겠다 싶었 어요. 식구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친환경을 할수 밖에 없잖아요.” 생산자는 자기의 철학을 담담히 열어놓았다. “돈을 보고 농사를 지으면 안 되요. 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면 약을 칠 수가 없는거니까. 그리고 농사는 마음을 비워야 해요. 올해 잘 못 지으면 내년에 잘 지으면 되요.” 결국 농사는 당장의 이익에 욕심을 가지면 안된다는 말이 와 닿았다. 그게 비단 농사 뿐은 아닐텐데. 힘들고 급해서 멀리 보지 못하고 눈 앞에 놓인 것에만 전전긍긍했던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힘든 시간들도 이겨내고
오래 전 관행 농사를 지을 때 받은 박씨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서 수박 묘종이 거의 다 죽어버린 적이 있다고 한다. 결국 수박을 못하게 되어 토마토를 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직도 날짜를 기억한다고 하셨다. 3월 22일 일요일. 일을 좀 줄여보려고 토마토 터널을 벗겨놓았는데 하필 그날 저녁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식구들과 밤까지 애써 다시 씌우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다 얼어버렸다. 그렇게 토마토 농사 3년을 실패하고 그만두니 4년째 토마토 값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수박을 시작했다.

 


올곧은 철학이 만들어낸 단 맛
정낙현 생산자의 수박은 정말 달고 맛있었다. 내가 생산한 물건은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자부심, 그리고 ‘과감하게 제거할 건 제거하고 버릴 건버릴 줄 알아야 농사꾼’이라는 철학이 만든 최고의 수박이다. 어떤 사람들은 제대로 크지 못한 것들도 당장 버는 돈 때문에 시장에 내놓는다. 하지만 정품에 비해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수박 농사를 짓기 전, 오이 농사를 할 때도 남들은 30 박스를 보낼 때 본인은 20박스 미만을 보냈다고 한다. 정말 좋은 것만 골라서 보내니 수량은 줄었 다. 하지만 품질을 인정받아 더 좋은 가격을 받을수 있었다고 한다.


소부리영농조합에서 생산되는 수박은 친환경 거름과 함께 녹비작물을 심어 땅을 건강하게 만든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약을 쓰지 않으면 그만큼 땀과 노력이 더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렇게 힘들여 뿌리와 잎을 싱싱하게 만들면 당도는 자연히 따라온다고 생산자는 자신있게 말한다.


서로 배려하면서 기쁨을 나누어가는 것
사실 아무리 정성스레 출하를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조합원의 배려를 부탁하셨다. “수박 한 통을 올곧이 맛있게 만들기 위한 생산자의 노고를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맛있고 감사하게 먹어주시면그 마음이 생산자에게도 전해져 힘이 되요. 그러면 당연히 더 좋은 수박을 키워낼 수 있지요.” 일년 농사의 끝에 수확하는 수박을 보는 것이 가장 기쁜 순간이라고 말하는 생산자의 얼굴에는 활짝 웃음이 피었다.


 글 김산

사진 김산, 김지은

좋은 밥 생활재를 위해 한우물만 파겠습니다.

 

 

"사람은 밥심으로 살잖아요,

좋은 밥 생활재를 위해 한우물만 파겠습니다"

 

한우물 최정운 생산자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처럼 한국인에게 밥은 중요한 존재다. 식생활이 달라지고, 먹거리가 다양해 지면서 밥은 식문화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밥을 먹지 않으니, 쌀 소비 또한 계속 줄고 있다. 행복중심생협은 조합원의 필요에 맞는 생활재를 공급한다. 식사를 준비하고 차리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조합원의 삶에 맞는 밥 생활재가 필요했다. 간편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생활재. 그래서 한우물과 함께 곤드레밥과, 통새우볶음밥을 개발했다.

 

석발기로 이물질을 거른 다음 사람이 한번 더 이물질을 걸러낸다

 

 

벼농사에서 냉동밥까지

한우물 최정운 생산자는 농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농부가 되었다. 17년 동안 벼농사를 지으면서 쌀 농사에 한계를 느꼈다. 물가와 시설비,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쌀값은 오래도록 제자리였다. 농민들이 제값을 보장받지 못해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도 늘었다. 게다가 쌀 소비가 점점 줄어드니 어려움은 점점 늘어났다. 그래서 최정운 생산자는 쌀 가공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우물은 그렇게 시작했다.

 

맛을 살리기 위해 가마솥에 밥을 짓는다

 

 

더욱 특별한 행복중심 냉동밥

사실 최정운 생산자가 냉동밥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다른 냉동밥 생산지가 많았다. 먼저 시작한 다른 생산지를 따라잡으려면 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그래서 곤드레나물밥 같은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고 국내산 재료와 유기농 재료로 만든 양념 등을 넣은 냉동밥을 개발했다. 그리고 마침 간편하지만, 건강한 냉동밥을 만드는 생산지를 찾고있던 행복중심생협과 만났고, 올해 8월부터 곤드레나물밥과 통새우볶음밥을 공급하고 있다. 특별히 행복중심 생활재에는 덕산농협에서 생산한 영양눈쌀을 이용해 만든다.

 

채소와 밥을 따로 볶은 후 섞는다

 

 

밥은 맛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정운 생산자는 한우물 냉동밥의 강점이 밥맛에 있\다고 말한다. 스팀으로 밥을 쪄내는 일반 냉동밥과 달리 한우물은 가마솥에 밥을 한다. 쌀을 불리고 가마솥에 밥을 하고 뜸을 들이는 과정은 집에서 밥짓는 과정과 꼭 같다. 또한 채소와 밥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따로 볶아 섞는다. 그래야 밥과 채소의 맛 모두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첨가물을 넣지 않고 만들다 보니까, 맛내기가 까다로워요. 그래서 밥맛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원을 따로 두었어요. 우리는 영업사원보다 연구원 수가 더 많아요.” 맛과 영양에 대한 연구를 영업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최정운 생산자가 강조했다.

 

새우를 넣기 전 이물질이나 손상된 새우를 걸러낸다

 

 

"저는 여전히 농부에요"

최정운 생산자는 지금도 직접 쌀을 재배한다. 가공식품 생산자 이전에 자신을 농부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최근 쌀가격이 조금 올랐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폭등이라면서 물가 걱정을 해요. 근데 물가는 계속 올랐지만 쌀값은 오랫동안 제자리였거든요.” 라며 쌀값이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쌀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생산자 입장에선 쌀 가격이 오르니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농민들이 계속 쌀농사를 지으려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해요.” 최정운 생산자는 앞으로도 쌀 소비를 위해 더 많은 밥 생활재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간편하지만, 건강까지 생각한 생활재,든든하고 영양가 있는 밥 생활재를 만들어 조합원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려요.”

 

한우물의 외부 전경

 

 

 

 

성실, 정성, 노력으로 기른 배, 맛이 두 배!


성실, 정성, 노력으로 기른 배

맛이 두 배!


나산농원 박기성 생산자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8월의 어느 날,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에게 작년 가을부터 배를 공급하는 전라남도 함평 나산농원에 다녀왔다. 박기성 생산자는 30년차 베테랑 농부이다. 30년 전 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하였고, 농약과 화학비료를 멀리한 채 농사를 지은 지는 벌써 22년째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토지의 유기질량만을 맞추는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실패를 했고, 그 후에는 아무것도 투입하지 않는 자연농업으로 농사를 지어 봤지만 또 실패해 쓰라린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여, 자연농업과 유기농법을 결합한 지금의 농사 방식을 완성했다. 박기성 생산자가 생각하는 농사의 중요한 원칙은 ‘과하면 누가 되고, 그렇다고 부족해서도 안 된다’라 한다. 말은 쉽지만 ‘적정한 정도’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워 여러 번 실패를 겪었는데도 그는 처음 정한 농사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 


“건강한 농산물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화학비료, 생장 조절제, 생장 촉진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농산물이요. 그런 농산물이 많아지면 결국 우리에게도, 자연에게도 좋은 일이잖아요. 사실 농지가 제 것이 아니잖아요? 농지는 자연에 빌려 사용하는 거예요. 깨끗하게 써서 후손에게 물려줘야죠. 이런 생각을 하니 함부로 농사를 못 짓겠더라고요.”




나산농원의 배는 특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평 옆 동네인 나주의 배가 유명한 것은 알지만, 함평에도 배가 재배된다는 것을 잘 모른다. 하지만 나산농원의 박기성 생산자는 함평에서도 다른 지역의 배와 비교하여도 절대 뒤지지 않는 질 좋은 배를 재배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나산농원에서 자라는 함평 배는 아주 특별합니다. 나산농원 위치 자체가 무척 좋거든요. 우선 신안 앞바다의 해풍이 과수원까지 불어 일교차가 크지요. 일교차가 크면 일단 과일이 맛있어요. 거기에 안개가 끼지 않아요. 30년 전 과수원 부지를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조건이었어요. 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은 서리 피해를 입기 쉽고, 공기 순환이 되지 않아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해요. 이 주변에서 안개가 끼지 않는 곳은 우리 과수원뿐이에요. 그것뿐만 아니라, 주변 5km 이내로 다른 과수원이 없어요. 보통 과일에 병이 퍼질 때 주변 과수원에서 번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병충해 영향이 거의 없으니, 농약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배가 건강하게 자랍니다.”



푸른 잎으로 장관을 이루는 나산농원의 과수원


건강한 토양, 건강한 나무, 지속적인 관리

박기성 생산자는 자신을 농부가 아니라 직장인이라 칭했다. 농부들도 직장 출근하듯이 농장에 출근을 하고 직장인들이 일하는 만큼 시간을 할애해야 좋은 과실을 얻을 수 있다고. 그래서 박기성 생산자는 매일 과수원에 출근도장을 찍고, 하루에 정해진 시간만큼 나무를 돌본다. 하루를 마친 후 부지런한 농부의 상징이라고도 불리는 영농일기를 쓴다. 나무를 어떻게 돌봤는지 기록해 두어야, 책임감도 생기고 다음 농사를 지을때 참고할 수 있다. 박기성 생산자는 맛있는 배를 위해선 건강한 나무와 토양이 필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무와 끊임없이 ‘소통’한다고. 나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나무를 위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래서일까. 나산농원의 배는 다른 농장의 배보다 맛있고, 예쁘다.


끊임없는 투자가 없으면, 좋은 과실도 없어

‘100원을 벌면 90원을 투자하자’라는 생각으로 과수원을 운영하는 박기성 생산자는 작년에 관개시설을 재정비했다. 위에서 물을 뿌려 나무에게 수분을 공급하면, 물도 많이 들뿐더러 잡초도 무성해진다. 하지만 지반으로 나무에게 수분을 공급하면, 사용하는 물의 양도 1/10로 줄고, 뿌리에 직접 공급하니 잡초도 잘 자라지 못한다. 처음 관개시설을 정비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물과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나산농원에서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수시로 직접 만든 퇴비와 유기농 비료를 뿌린다. 화학비료보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그만큼 땅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틈이 나는대로 자주 뿌린다. 생산 비용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들지만,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박기성 생산자의 신념이다. 박기성 생산자는 좋은 배를 위해 자신의 시간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배 농가의 가장 큰 천적이라는 깍지 벌레를 방지하기 위해 깍지벌레의 주요 서식지인 배나무의 껍질을 2년에 한 번씩, 수확을 마친 후 일일이 손으로 제거한다. 사람에게 빗대자면 이 작업은 각질제거로 볼 수 있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깍지벌레가 아예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배나무도 더 많이 호흡할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벌레들이 공생하고 있다


나산농원에 방문했던 8월 초는 수확시기가 아니라 배가 아직 작다


배나무 가지는 옆으로 자라야 모양도, 맛도 좋은 과실을 맺을 수 있다. 위로 자라는 가지를 일일이 눕혀주고, 과실이 알맞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가지의 자리를 조정한다. 일반 관행농가에서는 인부를 고용하여 10일 정도면 끝나는 작업이지만, 박기성 생산자는 직접 손으로 작업하여 약 한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인부를 고용하면 쉽게 작업을 마칠 수 있지만, 기계적으로 가지를 잘라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좋은 과실을 맺는 나무를 만들 수 없다고 하였다. 이렇게 박기성 생산자의 많은 노력과 수고로 돌본 과수원이라 그런지 나산농원은 우리가 상상하던 ‘동구밖 과수원길’의 예쁜 과수원 그 자체였다. 누군가 ‘진짜 과수원’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박기성 생산자의 과수원이 그곳이라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박기성 생산자가 재배한 배는 9월 초에 수확하여 조합원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고마운 사람들이 많이 생각나는 명절, 예쁘고 건강한 배를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은 어떨까? 박기성 생산자의 땀과 노력이, 함평의 자연이 함께 빚어낸 배이다. 조합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이용 부탁드린다.

어르고 달래며 키운 탐스러운 복숭아

▲ 왼쪽부터 영천농민회작목반 방현경, 이영수, 최봉학, 최상은 생산자. 방현경, 이영수, 최봉학 생산자는 복숭아와 천도복숭아를, 최상은 생산자는 거봉포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다함께 사진 촬영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어르고 달래며 키운 탐스러운 복숭아


영천농민회작목반 이영수 생산자


올해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에게 천도복숭아와 복숭아를 공급하는 생산자는 영천농민회작목반이다. 영천농민회 활동을 하는 생산자 작목반으로 현재 열다섯 농가가 함께 천도복숭아, 복숭아, 살구, 포도 농사 등을 짓고 있다. 영천농민회작목반 이영수 생산자는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이 이용하는 살구를 생산하고, 천도복숭아와 복숭아도 공급할 예정이다.


농사짓기 어려운 복숭아

어떤 과일이든 친환경 농사는 어렵지만, 그중 복숭아 농사는 특히 어렵다. 복숭아를 수확하는 7~8월은 날씨가 가장 덥고 비가 많이 오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엔 병해충의 활동이 가장 왕성해 복숭아 표면에 작은 상처만 나도 금방 병이 번져 손쓰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일반 관행 농가에서는 병이 오면 수확 시기가 가까워도 농약을 뿌려 병해충을 막지만, 영천농민회작목반

은 수확기에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확 시기가 가까워져오면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고. 게다가 복숭아는 따는 시기가 조금만 어긋나도 너무 덜 익은 상태로 수확하게 되거나 너무 익은 상태로 수확하게 돼 꼼꼼하게 확인하며 수확해야 한다.


건강하게 자라는 환경을 만드는 게 농사의 첫 번째

영천 농민회 작목반 농가들은 대부분 일반 농산물 보다 농약을 1/3정도만 사용한다. 폐지된 저농약 인증 기준보다 더 적은 양이다. 이영수 생산자는 이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나무를 건강하게 자라는 환경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먼저 토양의 힘을 기르기 위해 우분, 한약 찌꺼기 등을 섞어 만든 퇴비에 광합성균과 같은 미생물을 섞어 뿌린다. 또 복숭아나무 근처에 호밀을 재배해 물이 고이지 않고 빠져나가게 해 복숭아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가장 중요한 일은 복숭아나무가 골고루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수형(나무의 형태)을 가꾸는 것이다. 이영수 생산자는 복숭아가 건강하게 자라기 좋은 수형을 만들기 위해 복숭아 사랑 동호회도 가입했다. 회원들과 복숭아에 대해 공부하며 다양한 수형을 연구하고 있다. 복숭아 재배 기술이 좋은 일본에 기술을 배우러 다녀오기도 했다고.


복숭아나무가 골고루 햇빛을 받고 가지 사이에 바람이 잘 통하게 하려면 Y자 수형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1년 내내 수시로 수형을 가꾼다. 그래야 복숭아가 열려도 가지가 쳐지지 않고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일반 농산물처럼 농약을 사용하고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복숭아나무를 부지런히 어르고 달래며 길러야 한다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복숭아 나무 주변에 잡초가 그대로 남아 있다.


친환경 농업의 원래 취지를 되살리는 게 필요해

이영수 생산자는 올해부터 폐지된 저농약 인증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더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데 같은 국내산 과일로 판매해야 한다면 누가 친환경 농사를 지으려 하겠냐.”며 저농약 인증 폐지가 친환경 농사의 진입 장벽을 더 높였다고 말했다. 또 저농약 기준으로 농사를 짓던 농가들이 대부분 일반 관행 농사나 GAP(우수농산물관리인증)으로 전환하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한다. 이영수 생산자는 저농약 인증 폐지가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이 원래의 취지를 벗어난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초창기 유기 농업, 친환경 농업이 담고 있던 생태적인 삶으로의 전환, 농촌 공동체의 회복, 자립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려는 이상적인 가치가 퇴색되고 상품으로서의 유기농, 친환경 농업만 남았다고.


복숭아를 보호하기 위해 일일이 봉지를 씌워 병해충을 예방한다.


국가 인증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 자체인증기준

그래서 행복중심생협에서 준비하고 있는 자체인증 기준이 농가들의 혼란을 막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국가 인증 제도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요. 인증을 받고 나면 출하 직전에 농약을 치기도 해요. 인증만 받으면 되거든요. 인증 자체가 상품이니까요.” 그러나 관계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체인증기준이라면 인증을 취득하기 위한 농법이 아니라 사람을 생각하고 가치를 담은 농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며 자체인증 기준과 같은 대안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했다. 이영수 생산자는 자체인증기준에 맞춰 농사를 지으려면 눈속임을 할 수도 없고, 맛있게 먹어줄 조합원 얼굴이 떠올라 복숭아나무를 들여다보는 날이 많아져 더 힘이 들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친환경 농업이 가진 가치, 농민과의 관계를 알아주는 조합원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 영천농민회작목반에서 기르는 천도복숭아와 복숭아는 다른 해에 비해 결실이 좋다. 올해 초 비가 정기적으로 온 데다 따뜻한 날이 많아서 수정이 잘됐다. 장마와 태풍을 잘 견딘다면 다른 해보다 품질이 좋고 맛있는 복숭아를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영천농민회 작목반 이영수 생산자가 열심히 키운 천도복숭아와 복숭아는 7월 초부터 공급을 시작한다. 조합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이용 부탁드린다.



방현경, 이영수 생산자 부부는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에게 살구를 공급하고 있다.



행복중심생협 홈페이지에서 보기

[토종씨앗 채종포 일손돕기 참여 후기]꿈틀거리며 살자,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살자, 지렁이처럼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이 된 지 십수 년째,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매장보단, 가정공급을 주로 이용했다. 생협 조합원이지만, 협동조합의 의미보다는 안전한 먹거리를 사 먹을 수 있는 차별화 된 마켓 정도로 여겼다. 여성주의 문화 단체에서 일해 왔지만, 일에 치여 바쁘게 살다 보니 아무리 좋은 일도 당장 내 일과 관계가 없으면 건성건성 일별하는 정도로만 관심을 가졌다.


2014년 가을, 몸도 힘들고 마음도 지쳐 직장을 그만두었다. 함께 일하던 동료로부터 퇴직 선물을 받았다. 꿈꾸는 지렁이들(꿈지모)이 번역한 책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 늘 궁금했던 문젠데, 속마음을 들킨것 같았다. 앞으로의 삶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가보기로 했다.




2015년 4월, 행복중심생협 장보기 홈페이지에 장 보러 들어갔다가, ‘토종씨앗 지키기에 함께 해주세요!’라는 문구를 봤다. 집 앞 공동 텃밭에서 채소들을 키우던 참이라, 눈에 쏙 들어왔다. 씨앗이 상품으로 전락해 다국적 기업에서 사다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는데, 지킬 수 있는 씨앗이 있다면 당연히 지켜야지. 이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행복중심생협이 달리 보였다. 물론 그 전에도 여러 매체와 생협 홈페이지를 통해, 또 주변 친지와 지인을 통해 생협이 우리 삶에 필요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보니 확실히 돋보였다.


참여한다고 온라인 상에서 신청을 하고 전화를 드리니, 당황한 듯한 반응이 느껴졌다. ‘기금 참여만이 아니라, 토종씨앗 채종포에 직접 간다고요? 정말?’ 이런 느낌이랄까. 당황인지 반가움이지 모를 묘한 반응이었지만, 나는 이미 ‘토종씨앗 지키기’라는 문구에 꽂혀버렸기 때문에, 누가 뭐래도 갈 기세였다. 조합원 활동은커녕, 매장 근처에는 얼씬한 적도 없이 오로지 온라인 장보기만 해온 무늬만 조합원인 내가, 서울 동북생협 활동가들 틈에 끼어 횡성 채종포까지 갔다.






그리고 올해, 함께 가자는 연락을 받고 두말없이 따라갔다. 작년에 뙤약볕 아래서 300여 평 밭에 검은 비닐 멀칭하고, 구멍 뚫어 콩과 옥수수를 심고, 고라니나 멧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치면서, 공동 텃밭에서 채소 키우는 체력으로 농사는 어림도 없다는 걸 느꼈다. 그런데 서른 명 남짓이 함께 하니까 두어 시간 만에 뚝딱 끝났다. 농사 일이란 그런 건가? 사람 사는 일도 그런 거겠지?


여성농민회 회원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옷깃이 여며진다. 농민으로 사는 것도 모자라 ‘여성농민회’라니. 익명성이 보장되는 대도시 서울에서도 ‘여성’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농촌에서 ‘여성 농민’이란 이름표를 달고 살아간다니. ‘함께’한다는게 이들이 온갖 사연 다 품어 안고 지혜로운 모습으로 씩씩하게 살아 갈 수 있는 힘이란 생각이 든다. 흩어지면 할 수 없는 일들이 함께하니 거뜬해보인다.


농사 일 끝내고 횡성여성농민회에서 준비한 맛깔지고 풍성한 점심을 먹은 뒤, 사회자가 뒤늦게 오신 전국여성농민회 강원연합 회장님께 인사말씀을 부탁드린다.


“아침에 이불 속에서 일어날까 말까 갈등했어요. 일어나서는 오늘 채종포에 가야 하나, 집안 일을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일을 하다가 지금이라도 채종포로 가야 하나, 그냥 일해야 하나 했어요. 지금은 좀

더 있어야 하나, 이게 그만 가야 하나 갈등하고 있어요. 하루 종일 갈등하며 살아요.” 다들 와르르 웃었다.




후식으로, 횡성여성농민회에서 준비한 수수가루를 익반죽해서 다 함께 수수떡을 만들어 먹었다. 천막 한 켠에 누워서 깜빡 잠이 드신 여성농민회 몇몇 분들. 슬그머니 다가가 갈등의 여왕 어깨를 살살 주물러드렸다. 사랑과 존경을 듬뿍 담아.


함께 했던 행복중심생협의 서울동북생협, 고양파주생협 조합원들, 지원 오신 홍천여성농민회 회원들, 횡성여성농민회 회원들,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혜승 행복중심 서울동북생협 조합원

식혜가 맛있다! 전통을 살리고, 마을도 살리고! 올리고마을 식혜를 소개합니다~




전통을 살리고, 마을도 살리고

올리고마을 이영숙·문구현 생산자


1993년, 한국 농촌은 발칵 뒤집혔다.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면서 농산물 수입이 개방됐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많은 농민이 농사를 포기했고, 농지는 대기업이나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에게 넘어갔다. 충남 당진에서 채소 농사를 짓고 있던 문구현 생산자도 어려움에 처했다.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농업은 우리 삶의 근본이라는 신념 때문이엇다.


어려움을 극복하게 한 단호박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많이 기르지 않는 작물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단호박이 눈에 들어왔다. 남미가 원산지인 단호박은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지만, 그 당시만 해도 안동과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만 소량 재배하는 정도였다. 어렵게 종자를 구했지만 워낙 알려지지 않은 작물이라 수확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단호박은 온도가 낮고 건조한 지역에서 자라는 작물인데, 당진은 온도가 높고 습해 여러 번 밭을 갈아엎어야 했다.


“단호박 재배를 계속해야 하나 싶을 때, 해결책을 찾았어요. 제초하지 않고 그냥 내어버려 둔 밭에서 단호박이 잘 자라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그냥 두어 길렀어요.” 웃자라는 풀과 양분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며 자라니 단호박 스스로 강해져 병충해도 잘 이기고, 더 맛있는 단호박으로 자랐다고 한다.



직접 재배하는 단호박 모종



일상에서 친숙하게 먹을 수 있는 전통 음료

문구현 생산자는 젊은 사람들이 떠나 고령화된 농촌 사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잊혀 가는 전통 문화와 전통 음식을 알리기 위해 전통 문화 체험관을 열었다. 체험관 참여자 반응이 가장 좋았던 건 ‘단호박 식혜 만들기’였다. 문구현 생산자는 이에 착안해 단호박 식혜 생산을 결심했다. 명절이나 찜질방에 갔을 때처럼 특정한 때만 식혜를 먹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친숙하게 먹을 수 있는 전통 음료라는 걸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


올리고마을 단호박 식혜는 직접 재배한 무농약 단호박, 당진 지역에서 생산한 쌀을 사용한다. 문구현 생산자는 밥 알갱이의 탱글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식혜를 만드는 과정에서 밥알을 건져내었다가 마지막에 다시 섞는 과정을 추가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식혜는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밥알을 넣고 함께 끓인다. 그러다보니 밥알이 으스러져 부유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관상 좋지 않으니 식혜 병 전체를 라벨로 감싸 포장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문구현 생산자는 일부러 밥알이 잘 보이도록 라벨을 위에만 감쌌다. 올리고마을 식혜는 밥알이 살아있는 식혜를 만들고 있다는 걸 더 잘 보여주기 위해서다. 



올리고마을 식혜 밥알은 탱글탱글 살아 있다



당도는 낮추고, 원래의 맛은 살리고

문구현 생산자는 단호박 식혜의 당도를 6브릭스, 백미 식혜는 5.5브릭스로 맞췄다. 시중 식혜는 약 10~13브릭스 정도니 그보다 훨씬 낮은 당도다. 설탕 없이 백미 식혜를 만들면 당도가 2.5브릭스 정도. 10브릭스까지 단맛을 내려면 설탕을 많이 넣어야 한다. 문구현 생산자는 당도를 확 낮췄다. 먹는 사람을 생각해서기도 하지만, 예부터 먹어 온 전통적인 식혜가 이렇게 달지 않을거라 생각해서다.

그렇게 설탕량을 줄여 생산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부담스러워 설탕을 빼고도 맛있는 식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 중이다. 


농촌에 필요한 마을기업이 되고 싶어

문구현 생산자는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일자리가 부족한 농촌에 ‘비가 와도 우의를 입고 밭에서 작업하는 할머니, 서리가 내린 새벽 밭에서 작업하는 할아버지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가장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올리고마을 지역의 열 한 가구 농가를 모아 마을기업으로 만들었다. 조합원에게 닿는 건 노란 단호박 식혜 한 병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이와 함께 더불어 살고 싶은 생산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따뜻했던 바람이 덥게 느껴지는 요즘, 차가운 식혜 한 병을 준비하자. 그 식혜 한 병에 담긴 생산자의 마음을 읽는다면 달짝한 식혜 맛이 더욱 달게 느껴질 거다. 





올리고 마을의 특별한 생활재

백미식혜 1.5L 5,900원

단호박식혜 500mL 2,500원

단호박식혜 1.5L 6,200원





황토지장수로 기른 특별한 콩나물, 황쥐콩나물



"조금 못생겼지만, 한번 먹어 보세요. 또 먹고 싶어질 거예요."


한울황토농원 곽석규 생산자


"이거 잘못 키운 거 아니에요? 콩나물이 파래요. 그리고 콩깍지는 왜 이렇게 많나요? 끝부분도 누렇네요. 이거 아무래도 시든 거 같아요." 한울황토농원의 생활재를 처음 받아 본 조합원은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흔히 알고 있는 노랗고 통통한 콩나물과 달리 푸르스름한 머리, 누런 빛이 도는 꼬리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한울황토농원 콩나물의 생소한 생김새는 바로 콩과 물 때문이다. 쥐눈이콩과 황토지장수가 만나 초록 머리, 누런 꼬리의 콩나물이 생겨났다. 


황토지장수를 먹이며 재래식으로 키운 콩나물과 숙주나물

컴퓨터 프로그램 사업을 하던 곽석규 생산자는 황토 관련 기기 자문을 맡으면서 황토지장수에 관심을 두었다. “농부였던 아버지는 겨울철이면 땅에 황토를 붓곤 했어요. 그래서 왜 붓는 것인지 물었더니, 황토가 땅심을 길러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황토가 좋은 거란 걸 알았어요.” 황토지장수는 예부터 약 처방에 쓰던 물로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에 따르면 해독 효과가 좋다고 한다. 곽석규 생산자는 이 황토지장수를 이용해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기르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콩나물 재배를 시작했다.  


곽석규 생산자는 어린 시절 집에서 콩나물을 기르던 할머니의 방식을 기억했다. 콩나물에 물을 준 뒤 내려진 물을 받아 다시 콩나물에 주는 재래식 방법이다. 재래식 재배는 콩나물의 맛과 영양이 듬뿍 녹아 있는 물을 다시 콩나물에 먹여 영양분 손실을 줄이고 콩나물 고유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재배 방법이다. 그리고 환경 호르몬 우려가 없는 옹기에 직접 개발한 순환펌프를 이용해 자동순환장치를 만들었다. 이 방법은 맛과 영양을 살릴 뿐 아니라 물을 아낄 수 있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황토지장수를 계속 먹고 자라니 콩나물과 숙주나물 꼬리에 자연스레 누런 물이 들었다.


재래식 재배는 내려온 물을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시루 안에 상한 콩이 있으면 물도 상한다. 그 물을 콩나물에게 다시 주면 시루안 콩나물 전체가 상한다. 그래서 사전에 콩을 꼼꼼히 걸러내는 게 중요하다. 곽석규 생산자는 콩을 수매한 직후, 발아 상태가 좋지 않은 콩을 핀셋으로 하나하나 골라낸다. 곽석규 생산자는 이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곽석규 생산자는 손이 많이 가는 재래식으로, 또 황토지장수로 재배하는 만큼 좋은 콩으로 콩나물을 재배하고 싶었다. 그래서 토종콩인 쥐눈이콩으로 콩나물을 길렀다. 쥐눈이콩은 예부터 해독 작용이 뛰어나 음식보단 상비약으로 사용해 ‘약콩’으로 불린다. “쥐눈이콩은 약처럼 먹던 콩인데 산업이 발달하고 양약이 보급되니까 재배량이 급격히 줄었어요. 그래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적도 있어요. 지금도 재배량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쥐눈이콩으로 콩나물을 만들어 쥐눈이콩 농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든든한 조합원이 있으니 걱정 없지요”

생협에 공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곽석규 생산자는 조합원들에게 크게 감동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잘 자라던 숙주나물이 일정한 크기이상 자라면 계속 상해 판매할 수가 없었다. 평소보다 녹두 선별도 꼼꼼하게 하고 시루와 펌프도 깨끗하게 청소한 후 재배해도 마찬가지였다. 몇십 개의 시루를 실패하고 나서야 녹두 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비가 많이 온 탓에 녹두 품질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던거다. 그래서  숙주나물이 잘 자라지 않았다. 판매하기 좋은 크기 만큼 키우면 숙주나물이 상해 수매한 녹두를 전량 폐기해야 하고, 상하지 않을 만큼 키우면 너무 작아 조합원에게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곽석규 생산자는 바로 시루를 들고 공급하고 있던 생협들을 일일이 찾아갔다. 조합원이 받아주지 않으면 수매한 녹두를 모두 폐기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모든 생협이 흔쾌히 공급하기로 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계속 생협에 공급했지만, 생산자와 조합원의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걸 크게 느꼈어요. 생산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소비해 주는 관계. 그래서 더 생협을 신뢰하게 됐죠.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에 고마움이 가득 차요.”


진심은 언젠가는 통한다고 생각해

곽석규 생산자는 콩나물과 숙주나물이 맛있다며 칭찬하는 조합원들을 마주할 때면 뿌듯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한다. 처음 콩나물 사업을 시작할 때, 너무 흔한 먹거리라 사람들이 모두 말렸다. 남을 속이지 않고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재배하다보면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6년이 지난 지금, 한울황토농원을 믿고 이용하는 조합원을 보면 역시 진심은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모든 행복중심생협 생산자가 그렇겠지만, 나와 내 가족이 이용한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생산하고 있습니다. 조금 못생겼지만, 한번 먹어 보세요. 맛도 영양도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그리고 어떻게 생산되는지 궁금하면 언제든 놀러 오세요. 신뢰와 관계는 그렇게 쌓이는 겁니다.”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한울황토농원 콩나물과 숙주나물. 꾸준히 조합원의 사랑을 받은 생활재로 뽑혀 4월 11일 주간엔 할인 공급한다. 초록색 머리에 누런 꼬리가 생소하지만, 한번 먹어 보시라. 아삭하고 고소한 맛에 두 번 세 번 찾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