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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4] 즐겁게 일하고 똑똑하게 디자인하기 - 파절이협동조합 나혜란
  2. 제주에서 온 새콤달콤 귤
  3. 달고 단 겨울 딸기를 만나다
  4.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3] 협동조합에는 청년이 필요하다 - 담비아협동조합 최문정
  5.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2] 더 작게, 더 친밀하게 - 씨앗들협동조합 이환희
  6.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1] 당신의 '마을'에서 시작하라 - 연세대 신과대 자치생협 이한솔
  7. "정성을 담아 빚은 우리밀 만두입니다"
  8. 그린음악을 들려주며 기른 배입니다 1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4] 즐겁게 일하고 똑똑하게 디자인하기 - 파절이협동조합 나혜란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는 협동조합에서 일하는/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이다. 혹독한 취업난과 스펙 쌓기 사이에서 허덕이는 수많은 청춘들 사이에서 그들은 왜 협동조합을 선택했을까? 무엇이 어렵고 힘든지, 무엇이 즐겁고 보람이 되는지,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꿈꾸는지가 무척 궁금하다. 


도시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라면 아마 파릇한젊은이(파절이)에 대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새파란 젊은이들이 서울 복판에서 텃밭을 일구고, 유기농 퇴비를 만든다며 오줌을 모으고 지렁이를 키운다. 채소를 납품하러 갈 때는 흙투성이 지친 몸으로 굳이 자전거를 타느라 고생이다. 이 모든 과정을 너무나 즐겁게 해내던 파절이는 작년 말부터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지난 1월 말 창립총회를 열고 어엿한 협동조합이 되었다. 소식을 듣고 가장 궁금했던 것은 파절이가 협동조합이 된 이유였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파절이에게 협동조합이란 무엇인지도 알게 될 것 같았다.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4] 즐겁게 일하고 똑똑하게 디자인하기-파절이협동조합 나혜란


  파릇한젊은이, 줄여서 파절이. 도시텃밭에서 젊은이의 손으로 채소를 길러 자전거에 싣고 유기농 카페와 레스토랑에 판매한다. 농사는 예술이고, 고된 농사에 진짜 파절이처럼 지쳐도 그 ‘예술’ 하는 게 너무너무 재미있다는 청년들이 모인 지 이제 일 년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도시에서 농사짓는 젊은이들’로 주목받아 온 파절이는 이제 파릇한젊은이 협동조합(이하 파절이 협동조합)이 되어 한 번 더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파절이는 왜 파절이 협동조합이 되었을까? 앞으로는 무엇을 해 나갈까? 그 고민과 계획에 대한 궁금함을 가지고, 파절이 협동조합 대표 나혜란(27)씨를 만났다.


- 왜 협동조합이 되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나?


  “원래 파절이는 어떤 형태를 지향하며 모인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 농사를 지어서 납품을 하다 보니, 약속한 작물와 종류와 양을 확보해야 하는 책임이 생겼다. 약속을 지키려면 업무 분담이 되어야 하고,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그러다 문득 ‘어, 재미로 시작한 거였는데 사실은 재미없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재미는 달라지는 것이고, 지금은 거래라는 미션을 수행해가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미있다면/없다면 우리가 하는 일은 뭐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동시에, 행정적∙법적 보호나 파절이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위해서 파절이에게 어떤 형태가 필요하다는 내부의 요구가 생겨났다.

  동시에 파절이 활동을 확장시켜 나가면서 외부의 누군가와 이해관계를 맺어야 할 때 우리가 무엇으로 정의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예를 들어 옥상텃밭을 만들고 싶은데 파절이 혼자 하기엔 어려워서 정부나 기업과 협업을 논의한다고 하면, 상대방은 바로 “너흰 누구냐”고 물을 것이다. 파절이를 설명할 틀이 필요했다.

  이렇게 파절이 내부와 외부에서 공식적인 형태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그리고 파절이는 몇 가지 선택지 중에서 협동조합을 택했다. 구성원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서로를 존중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비영리단체나 기업보다는 협동조합이 파절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진) 나혜란(27) 파릇한젊은이협동조합 



- 파절이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나의 미션 아래 모였다고 해도, 사람들은 서로 다 달라서 각자 바라보는 목적지도 다르고 출발지점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호흡을 맞춰야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 뒤처질 때 무조건 기다릴 수만도 없다. 그래서 늘 ‘반 발짝씩’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대와 역량이 한 걸음 차이가 날 때, 역량을 반 발짝 끌어올리고 기대를 반 발짝 끌어내려, 함께 반 발짝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씨는 협동조합과 일반 기업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대표가 목표를 세우면 직원들은 군말 없이 따르고 필요한 서포트를 어떻게든 해낸다.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파절이엔 목표에 빨리 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돈이 아니라 재미를, 그리고 재미와 가치를 함께 찾으며 ‘함께 반 발짝’ 나가는 파절이 멤버들은 처음부터 협동조합을 이루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것 같다. 그런 동시에 나씨는 협동조합이 된 파절이가 사업체로서의 역량을 갖추는 것 역시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협동조합은 가치 지향적이되, 절대로 기업다워야 한다. 조합원들은 물론 그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어야 하지만, 협동조합 자신이 그 가치를 억지로 주입하거나 스토리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회적 미션보다 비즈니스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에게 ‘왜 조합원이 되어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더 쉽게, 특히 시각적으로 즐겁고 재미있게 움직여야 한다. 지나친 의미 부여에 허덕이지 않고 가벼운 언어로도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디자인이고, 접근은 비즈니스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는 동시에 사업체로서도 성공할 것. 나씨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더 똑똑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담담히 풀어놓는 파절이의 비전 속에 그만큼 단단한 각오가 엿보였다.


  “파절이 협동조합을 통해 도시를 녹색으로 치유해 나갈 것이다. 크게 두 방향을 생각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도시농업을 통해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로컬푸드 실천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캠페인화해서 로컬푸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넓혀갈 것이다. 함께 진행할 두 번째 움직임은 옥상에 텃밭을 만들고 텃밭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커뮤니티가 재건되도록 하는 것이다. 텃밭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커뮤니티도 늘어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도시 농사, 도시 녹화, 도시 커뮤니티 재생, 로컬푸드, 얼굴 아는 거래. 이것이 파절이가 추구하는 것들이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나는 나 스스로를 취업을 위한 경쟁 속에 몰아넣고 싶지 않았다. 그런 경쟁을 거쳐 결국은 돈을 벌기 위해 온종일 온 신경을 쓰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 아닌가. 그런 고민 속에서 그때까지 익숙했던 것과는 다른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 혼자가 아니라 같이 가는 길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끝없이 경쟁하며 외로워지는 대신 ‘같이 즐겁게’ 일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협동조합 모델이다. 파절이 협동조합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리고 싶다.“



제주에서 온 새콤달콤 귤


제주는 바람과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린다지만,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가장 많은 건 아마도 귤이 아닐까. 감귤은 제주가 아니면 나지 않는, 제주지역 생산자들의 땀방울을 품고 영그는 과일이다. 겨우내 조합원의 비타민을 책임져 줄 감귤 생산자들을 만났다. 귤하면 바로 생각나는 감귤을 기르는 김정아·이선주 생산자, 제주 대표 과일로 자리잡은 한라봉을 생산하는 이성중 생산자. 그리고 몇 년만에 조합원을 다시 찾은 레몬을 생산하는 양석필 생산자가 그 주인공이다.

“맛 좋다는 격려가 가장 큰 힘” -김정아·이선주 생산자

고향인 제주도로 다시 귀농해 감귤 농사를 짓기 시작한 김정아(왼쪽)·이선주 생산자. 부모님과 지역 선배 생산자들로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며 감귤 농사를 지은지 올해로 7년째. ‘자연 그대로’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풀도 최소한만 맨다. EM환경농업학교에서 배운대로 액비를 줄 때 바닷물을 희석해 함께 주는데, 바닷물이 품고 있는 미네랄이 감귤나무에 좋은 영향을 끼쳐 새콤달콤하고 풍부한 귤맛을 내게 돕는다고 생각한다. “육지 소비자들로부터 귤이 참 맛있다”는 격려 전화를 받을 때면, 귀농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단다.

“막걸리 영양제로 기른 달콤 한라봉” -이성중 생산자

스물다섯, 가업을 이어 감귤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성중 생산자. 감귤농사만 40년, 친환경 농사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한라봉은 당도가 높은 과일이어서 땅심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이성중 생산자는 보릿가루, 누룩 등으로 막걸리 영양제를 만들어 EM효소와 섞어 나무에 준다. 그러면 땅심이 좋아져 당도가 좋아 진다. 막걸리 영양제가 효과를 보려면 최소 3년 이상 땅을 잘 관리해야 하고, 한해에 한두번 주는 것으론 효과를 볼 수 없다고. 그래서 아예 스프링쿨러를 설치했다. 수확을 마친 후에도 막걸리 영양제를 충분하게 주며, 꾸준하게 땅에 정성을 쏟는 것이 한라봉이 깊은 단맛을 내는 비결.

“썩지 않는 수입 레몬이 괜찮을까?”  -양석필 생산자

양석필 생산자는 제주 친환경 농업의 선구자다. 간경화로 크게 아픈 후, ‘농약이 건강을 망친 것은 아닐까’ 싶어 86년부터 친환경농업을 시작했다. 레몬 나무를 심은 것은 5년 전. 수입산 레몬이 썩지 않는 걸 보며, 소비자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단다. 사실 수입 레몬은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해 화학적 처리를 한 후 바다를 건너오는 과정에 후숙한다. 그렇지만 양석필 생산자는 나무에서 완전히 익힌 후 수확해 향의 깊이가 확연히 다르다. 양석필 생산자의 레몬도 곧 조합원을 찾아간다. 1월부터 공급을 시작한 무농약 레몬도 양석필 생산자의 생산기술 공유로 생산이 가능했다.

EM 항산화 감귤 생산의 숨은 공로자 이영민 EM환경센터 이사장
초원친환경 생산자들은 EM(유용 미생물군)을 감귤 농사에 활용하는 공통점이 있다. EM은 효모, 유산균, 누룩균, 광합성세균 등 인류가 오래 전부터 식품 발효 등에 이용해 왔던 미생물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미생물들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자연을 상생의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생산자들은 쌀겨, 유박, 골분, 계분 등 농촌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유기물에 EM을 첨가해 함께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한다. 초원친환경 생산자들이 EM을 농사에 많이 활용하는 데에는 이영민 EM환경센터 이사장의 역할이 컸다. 이영민 이사장은 1991년 환경보전자연농업연구회를 결성해 우리나라에서 EM을 보급시키는데 앞장서 왔다. 현재 초원친환경의 고문을 맡고 있고, 1만 평 규모의 감귤 농사를 직접 짓고 있는 친환경 농민이다.

생산자들이 직접 출자해 설립한 친환경 농업법인, 초원친환경
친환경 생산자만이 아니라, 모든 농민들의 고민은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이다. 그래서 친환경 농산물을 꾸준하게 이용해주는 생협과 생협 조합원의 역할이 더욱 소중하다. 제주 지역 감귤 생산자들은 직접 출자를 통해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하기 위한 농업법인 초원친환경을 만들었다. 감귤과 한라봉, 천혜향 등 귤의 품종 별로 담당 이사를 맡아 활동한다.

달고 단 겨울 딸기를 만나다


경남 산청에서 딸기를 생산하는 이화자 생산자는 올해로 딸기 농사를 13년째 짓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딸기를 생산한 건 7년이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친환경 농법으로 지은 작물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재배 방법을 바꿨습니다. 이화자 생산자는 무농약으로 딸기를 재배하면서 “딸기 맛이 더 좋아지고, 향도 더 진해졌다”며 이렇게 짓는 농사가 더 좋다고 말합니다.

13개월 농사, 딸기
딸기는 8월 말에서 9월 초 정식합니다. 아직 여름이 채 가기 전에 하우스에서 정식 작업을 하다 보면,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흐릅니다. 모든 농사가 쉽지 않듯, 딸기 농사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하우스 안에서 허리를 굽히고, 하나하나 모종을 심어 가꿉니다. 그리고 벌통을 하우스마다 하나씩 들여 벌을 통해 자연수정을 합니다. 벌을 키우기 위해서도 농약이나 화학 비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12월부터 딸기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고 이듬해 5월까지 출하됩니다. 그 이후가 되면 날씨 때문에 딸기가 물러 유통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게 딸기가 출하되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다음 농사를 위해 딸기 모종을 기릅니다.
5월까지 딸기 출하가 끝나면 딸기를 길렀던 땅에 친환경 비료를 넣고 비닐을 덮은 뒤, 여름 내내 ‘태양 소독’을 합니다. 지력 회복을 위한 작업으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무농약 재배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겨울과 봄에만 나는 딸기지만, 이렇게 딸기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1년이 넘는 시간을 내내 움직여야 합니다.

달고 단, 겨울 딸기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자라는 딸기는 더욱 답니다. 날씨가 추워 천천히 익는 동안 당분을 머금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과육이 잘 무르지 않아 더 단단하고 신선한 딸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예쁜 빨간 빛을 머금고 반짝 반짝 빛을 내는 딸기. 하우스 안에 달콤한 딸기향이 가득합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려 하우스가 주저앉았습니다. 딸기 농사 13년을 지으며 이렇게 눈 피해를 입은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덕분에 생산자의 시름이 깊어집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딸기를 가꾸고 기르는 생산자의 마음이 빨간 빛깔 딸기 알알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겨울철 비타민 공급을 돕는 새콤달콤 맛있는 딸기와 함께 다가오는 봄기운을 만끽하세요.

 

딸기, 이렇게 씻어 드세요
딸기는 비타민 C가 풍부해 항산화작용이 뛰어난 과일입니다. 딸기를 씻을 때는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고, 30초 이상 물에 감가두면 비타민 C가 물에 녹습니다. 소금이나 식초를 탄 물에 살짝 헹구거나 흐르는 물에 재빨리 씻어 먹는 게 좋습니다.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3] 협동조합에는 청년이 필요하다 - 담비아협동조합 최문정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는 협동조합에서 일하는/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이다. 혹독한 취업난과 스펙 쌓기 사이에서 허덕이는 수많은 청춘들 사이에서 그들은 왜 협동조합을 선택했을까? 무엇이 어렵고 힘든지, 무엇이 즐겁고 보람이 되는지,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꿈꾸는지가 무척 궁금하다. 


세 번째 인터뷰는 담비아 협동조합과 함께 일하는 최문정씨의 이야기다. 비즈니스를 통해 대학생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국제 NPO Enactus의 서울여대 팀에 소속된 최씨는, 우연히 남양주의 담비아 협동조합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된 후 '협동조합 붐' 가운데 결핍되어 있는 것과 진정 필요한 것이 각각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협동조합의 바깥에서 바라봄으로써 협동조합과 청년의 접점을 찾았다는 최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3] 협동조합에는 청년이 필요하다 - 담비아협동조합 최문정


  최문정(서울여대 2학년∙22)씨는 같은 학교 친구 3명과 함께 ‘나빌레라’라는 팀을 이뤄 담비아 협동조합의 운영을 돕는다. ‘담비아’는 남양주 공예기능인협회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브랜드명이자, 나전칠기기능인 협동조합의 이름이기도 하다. 현재 90여 명의 공예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전칠기를 비롯, 우리나라 전통 공예와 그 기능인들에 대한 지원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나마 담비아 협동조합은 조합 단위 사업 등에 남양주시의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실제 운영이 엉망이어서 조합원 기능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해왔다고 한다.


(사진) 최문정(22) 서울여대 Enactus '나빌레라'


  “담비아 협동조합이 2008년에 시작되었는데, 상근 직원이 한 사람도 없다. 조합원들은 모두 기능인이라 자기 작품 만드는 것 외에 경영이나 행정 업무에 대한 의지는 전혀 없고,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역시 없다. 자신이 조합원으로 있는 협동조합의 일에 목소리를 내라고 해도, ‘내가 왜 (내 일 말고)다른 일을 해야 하나?’라는 반응이다. 운영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나전칠기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 점점 줄어들고 젊은 전수자가 부족해 전통 공예의 맥이 끊길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담비아 협동조합이 아무런 비전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담비아공예기능인협회의 김길수 회장은 최씨 등에게 나전칠기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하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나전칠기 체험학습을 활성화하고 나전칠기의 전통과 친환경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등의 보다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그를 위한 실제 업무는 무엇 하나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담비아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는 실제로 일을 진행할 능력도 의지도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담비아 협동조합을 보고 앞으로 젊은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알 수 있었다. 청년 일자리는 말 그대로, 찾으면 있다. 청년들이 한두 달 배워 할 수 있는 일을 몇 년씩 붙들고 진행시키지 못하는 이런 단체가 전국적으로 수백 곳이 될 것이다. 상황을 타개하려고 협동조합을 만들지만 정작 필요한 기동력이 없다. 실무를 맡을 인력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는 돈을 줬는데 왜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느냐는 불만을 가진다.”


  최씨는 공예∙예술 생산자와 중소기업이 지금의 시장 안에서 살아남는 데 협동조합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는 젊은 인력과 그 능력이 필요한 협동조합이나 사업체를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 거의 전무하다. 최씨는 이런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협동조합 설립 자체는 한두 사람이 마음먹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담비아 협동조합처럼, 조합원들이 왜 협동조합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히 출자금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만 있다면 무엇을 이뤄낼 수 있겠나. 협동조합이 제대로 지속되려면 시간과 노력이 충분히 투자되어야 한다.”


  최씨와 나빌레라 팀은 앞으로 담비아 협동조합의 운영과 실무를 돕되, 차후에는 조합원들 스스로 협동조합의 일을 하려는 의지를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앞서 그가 말한 젊은이의 역할을 스스로 해나가겠다는 의지이다.


  “평생을 기능인이나 예술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우리 같은 청년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교육하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협동조합을 컨설팅해줄 청년이 필요하다. 실무적인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과정에 걸쳐 중요한 것은 젊은이와 협동조합이 얼마나 소통하며 함께 일하느냐이다. 거기에 젊은이의 미래와 협동조합의 미래가 함께 있다.”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2] 더 작게, 더 친밀하게 - 씨앗들협동조합 이환희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는 협동조합에서 일하는/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이다. 혹독한 취업난과 스펙 쌓기 사이에서 허덕이는 수많은 청춘들 사이에서 그들은 왜 협동조합을 선택했을까? 무엇이 어렵고 힘든지, 무엇이 즐겁고 보람이 되는지,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꿈꾸는지가 무척 궁금하다. 


두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일단은 씨앗들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팔색조 같은 청년 이환희씨다. 자취집에 먹을 것이 떨어지면 장 보러 한살림 매장에 가고, 우유 달걀 버터가 들지 않은 빵을 구워 친구들에게 대접한다. 최근엔 녹색당 당명 되찾기 시위를 하다 매스컴에도 수차례 오르내린 이 청년에게 협동조합이란 무엇인지, 궁금했다.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2] 더 작게, 더 친밀하게 - 씨앗들협동조합 이환희


  이환희(28)씨는 기자가 아는 이십대 중 누구보다 생협을 많이 이용하고, 생태적인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실천의 깊이가 깊은 사람이다. 그런데 본인을 어떻게 소개하는 게 좋을지 묻자 곧장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을 이타성과 조화시키고 싶다는 말이 덧붙여졌다. 참고로 이씨의 직함이라 부를 만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적극적인’ 녹색당 당원, 씨앗들협동조합 발기인, 탈핵학교 탈핵전문가양성과정 수강 중. (그리고 윤종신 팬클럽 ‘공존’의 총무!)


  “상주에서 생협에 장 보러 가면, 젊은 청년이 양파 감자 같은 것을 사 가니까 신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셨다. 백이면 백 ‘혹시 식품영양학과 학생이에요?’ 물어보시더라. 그러면 ‘그건 아니고, 비슷한 전공입니다’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럼 전공이 뭔데요? 역사 전공했습니다. 아니 그게 뭐가 비슷한 전공이에요? 그야, 공부하다 보니 옛날부터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다들 웃지만, 그냥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은 아니다.”




(사진) 이환희(28) 씨앗들협동조합


  이씨는 비건채식을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경북 상주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스스로 밥 한 번 해본 적 없던 이씨는 대학 진학과 동시에 홀로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다. 스무 살, 그야말로 ‘막 먹었다’. 도미노피자와 맥도날드의 단골로 지내며 잦은 음주와 밤낮 바뀐 불규칙한 생활을 반복했다. 그렇게 육칠 년이 지나자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단식원에 들어갔다. 고기를 끊고 기본 조리법 외엔 인위적인 것을 최소화한 음식을 먹었다. 자연의 리듬에 가까운 생활을 실천하자 몸이 몰라보게 나아졌다. 이후 본가에서 한 해 지내며 텃밭을 가꾸고 요리를 배웠다. 직접 기르거나 만들지 못하는 것은 생협에서 구입했다. 작년 말부터 다시 서울에서 생활하게 된 후에는 집에서 보내온 것과 생협에서 구입한 식료품으로 직접 요리해 먹는다.

  텃밭을 돌보며 처음으로 몸을 쓰는 삶의 기쁨을 알았다. 고개를 들면 하늘에 독수리가 날고 있고, 저 멀리 고라니와 오소리가 보이는 자연 속에서 똥도 사랑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아직은 잘 안 되지만). 이씨에게 단식원을 나온 뒤에도 채식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 보았다.


  “종교적 신념을 제외하면 채식을 택하는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환경이나 도덕 등 사회적인 차원의 문제의식, 즉 공장식 축산의 폐해, 동물권이 완전히 무시되는 축산 방식과 그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 때문에 채식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완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고기가 몸에 나쁘기 때문에 채식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의 경우 두 가지 모두가 채식의 이유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고기가 사람 몸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다.

  이기적인 이유이지만, 이런 태도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채식을 한다 해도 사람인 이상 가끔 고기를 먹고 싶어질 때가 있고, 고기를 먹게 되는 상황에 처할 때도 있다. 이럴 때 사회적 문제의식 때문에 채식을 하고 있다면 마음이 무척 괴로울 수 있다. 그게 반복되면 오히려 채식 자체를 포기하기 쉽다. 스스로에게 도덕적인 잣대를 요구하다가 어느 순간 지쳐버리는 것이다.

  반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내가 건강하기 위해서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고기의 유혹을 이겨내기가 훨씬 쉽다. 지속성이 더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도덕적 우월의식 같은 것도 없다.“


  생협을 이용하는 것 역시 유기농업을 지속, 확대되도록 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라는 의식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걸 생태보신주의라고 부른다며 웃었지만, 생협 조합원으로서 지금 한국의 생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날카로운 답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생협들은 이미 지나치게 거대화되어 있다. 대도시에서 그런 생협을 이용하는 조합원은 이름만 조합원이지 사실은 소비자나 다름없다. 조합원 가입에 제한이 없다 보니 생협이 좋은 음식 사가는 곳인 줄로만 아는 중산층 이상의 조합원들이 너무 많아졌다. 나 같은 생태보신주의자들만 있는 생협.(웃음) 이런 사람들에게 생협은 대형 마트의 유기농 식품 코너와 다를 것이 없다. 생협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조합원 가입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 조합원으로서 알아야 할 필수적인 내용, 즉 생협의 설립 목적과 이념, 조합원의 권리와 그에 따른 의무를 알고 나서 조합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정농회 같은 곳이 그렇게 한다.

  그리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작은 규모의 생협이 되어야 한다. 경북 북부를 중심으로 하는 생명의공동체생협이 상주에서도 잘 운영되고 있었는데, 그곳은 정말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다.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모임을 가지고, 삶을 나누는 공간으로서의 생협이 지역 기반의 소규모 생협에선 가능했다. 서울의 대형 생협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생협이 자본기업화되어 자꾸 크기를 불리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먼저 생산과 소비가 작은 단위에서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씨 자신도 씨앗들협동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씨앗들협동조합은 대학교 안에 텃밭을 가꾸고 레알텃밭학교를 운영하던 ‘씨앗을뿌리는사람들’이 만든 협동조합이다. 앞으로 유기농 공동텃밭 경작, 텃밭학교 운영, 커뮤니티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해나간다고 한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를 대체해 사회적 약자들이 자립해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다. 부의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고, 또 기업 내의 권력이 한 사람이나 일가에게 독점되면서 온갖 사회적인 모순들이 발생해오지 않았나. 주식회사의 대체재일 수 있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그리고 그 운영을 조합원 스스로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직접민주주의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도 언젠가 협동조합 형태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기회가 닿아 지금은 씨앗들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중심에 놓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부(富)나 어떤 물건을 목적으로 하는 삶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은 변화들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채식 요리와 베이킹을 좋아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것만큼 다른 사람과 나누어 먹는 것이 즐겁다는 이씨는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보기 드문 청년이었다. 이씨는 인터뷰 도중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인터뷰에 꼭 써 줄 것이 있다. 나는 나중에 귀촌해서 살고 싶다. 농사 잘 지을 자신은 없으니까 귀농까진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꼭 자연 속에서 살 거다. 이게 내 꿈이다.”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1] 당신의 '마을'에서 시작하라 - 연세대 신과대 자치생협 이한솔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는 협동조합에서 일하는/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이다. 혹독한 취업난과 스펙 쌓기 사이에서 허덕이는 수많은 청춘들 사이에서 그들은 왜 협동조합을 선택했을까? 무엇이 어렵고 힘든지, 무엇이 즐겁고 보람이 되는지,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꿈꾸는지가 무척 궁금하다. 

연속 인터뷰의 시작은 교내에서 생활협동조합을 시작한 이한솔씨.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지만 어느새 함께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쓸모없이 비어 있던 공간은 어엿한 카페로 바뀌었다. 처음 듣고는 믿기 어려웠던 이야기의 주인공을 만났다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1] 당신의 '마을'에서 시작하라 - 연세대 신과대 자치생협 이한솔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자치생활협동조합(이하 자치생협)이 처음 문을 연 것은 지난 2012년 10월. 신학관 2층, 작은 강의실과 비슷한 크기의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를 갖춰 놓고 커피와 차를 판매하고, 생산자 조합원이 브라우니와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와 함께 판매하기도 한다. 운영 시간은 학기 중 매주 화∙수∙목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 일부러 다른 건물에서 손님이 찾아와 음료를 사 갈 만큼 인기가 있다. 발생한 수익금은 조합원 장학금이 된다. 이 모든 일이 하나부터 열까지 학생들의 손으로 이뤄졌다.


(사진) 이한솔(22) 자치생협 운영위원장


- 생협을 만들겠다는 생각, 어떻게 하게 되었나?

  시작은 학생이 배제된 학내 공간 운영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많은 학생들에게 학교는 생활의 중심이지만, 학교라는 공간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학교가 정해 놓은 용도나 규정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동아리방 등 학생 자치 공간은 만성적으로 부족하고, 학과 내 반이나 동아리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휴게 공간이나 다용도 세미나실 등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학교에선 별다른 개선 의지가 없다.

  이런 생각과 함께, 식당도 편의시설도 없는 신학관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만한 불편함, 그리고 평소 관심을 가지던 소비-생산 구조에 대한 고민이 더해졌다. 자치생협을 통해 이런 모든 문제들을 건드릴 수 있는 동시에, 나름의 해결책을 온몸으로 고민하고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신학관 건물 2층 한켠은 벽에 걸린 그림 몇 장 뿐 말 그대로 빈 공간이었다. 여기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이한솔씨는 교수들을 한 명 한 명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장학금 재원 마련을 위해 공간을 사용하겠다는 데 반대하는 교수는 없었고 단과대 학장, 부학장한테까지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아마 교수들은 우리가 뭘 며칠 하다 말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학기 내내 운영이 되었다. 오는 봄학기에도 꾸준히 운영할 예정이다. (웃음)

  공간을 확보한 후에는 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학관 2층 공간에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학생들은 열성적으로 응해 주었고, 이때의 의견 수렴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여 자치생협은 카페 형태로 시작되었다. 설문조사와 함께 조합원 가입을 권유했고 출자금 1만 원 이상을 낸 조합원 27명이 모였다. 총 40여만 원을 모아 시작한 자치생협의 주 수익원은 500원∙1,000원∙1,500원의 카페 메뉴. 운영 수익을 최소화한 가격은 조합원에게도 비조합원에게도 매력적이다. 현재 조합원은 50명 이상으로 늘었다.


- 운영해 나가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몇 가지만 말해 달라.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동의 절대량이 정말 상당하다. 운영 시간이 주 3일 7시간씩인데 앞뒤로 오픈과 마감에 한 시간씩 더 든다. 운영 초반에 이런 일을 다섯 명이 나누어 했는데, 학교 다니고 자기 일 하랴 자치생협 일 하랴 정말 고생이 대단했다. 자치생협은 인간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신뢰 관계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첫 운영진이 많은 업무를 이겨냈던 것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조합원 누구에게든 업무가 지나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율할 것이다.

  어려움을 하나 더 들자면 사업체로서의 자치생협 운영에 대한 불안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 중심으로 움직이는 자치생협이라 해도 분명 사업체인데, 공식적으로 등록된 것도 아니고 학생들이 함께 꾸리고 있다 보니 회계 등의 업무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지금은 인수인계를 준비하는 중인데, 앞으로도 독립적인 사업체로서의 인수인계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사진) 작년 12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 자치생협의 모습.


- 지난 학기 자치생협을 운영하며 이뤄낸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운영 자체가 안정되었다는 데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운영 요일과 시간에 맞춰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생겼는데, 이것은 그만큼 자치생협이 안정되어 있고 지속가능하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도 이윤 구조가 확립되어서,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조합원 근로장학금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학내외의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특히 지금의 이십대는 대개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며 이미 만들어진 제도와 규칙만을 경험했지, 주도적으로 주변 상황의 변화를 일으킨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학생들이 지금의 삶, 예를 들어 학내 자치 공간이 대단히 부족한 상황에서, 스스로 움직임으로써 변화를 만들어 지속시킨 주체가 된 것이다. 이 경험을 만들어낸 자체가 자치생협에 함께한 모든 사람에게 큰 의미일 것이다.


-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어 하는 20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협동조합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찾는 일이 절대로 먼저라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란다. 협동조합은 말 그대로 마음을 합해 협동할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만드는 것이다. 외로우면 무너지기 쉽다. 서로 지지하고 보완해 가며 함께 할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혹 성공하는 생활협동조합을 만들고 싶은 대학생이라면,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생협을 시작할 최적의 장소일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학생들은 흔히 ‘학교에 산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 말 그대로 학교는 생활을 공유하며 ‘살고’ 있는 학생들이 이루는 마을과 같다. 마을 주민 사이의 물리적, 시공간적 생활의 공유가 바탕이 된 성공적인 협동조합의 수많은 사례가 보여주듯, 멀리 눈 돌릴 것 없이 바로 당신의 학교에서 시작할 수 있다.


  앞으로 자치생협이 ‘스스로 만드는 공간’으로서 굳건히 남고, 그리고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해 가기를 바란다는 이한솔씨. 개인의 문제에서부터 대학 내 문제, 청년 문제 혹은 다른 무엇이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주체적으로 변화시켜 해결해 나가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공간, 그리고 그 움직임들에 힘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서 자치생협이 자리하기를 꿈꾼다 한다. 사람을 믿고, 사람이 모여 만들어내는 힘을 믿는 그를 나도 힘껏 응원한다.



"정성을 담아 빚은 우리밀 만두입니다"



어릴 적 만두 빚는 날은 신나기도 했지만, 꽤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엄마가 밀가루 반죽을 치대어 얇게 펴내면, 아이들은 밥그릇으로 꾹꾹 눌러 만두피를 만들었다. 엄마는 부추와 대파, 양파 등 채소와 잘 익은 김치를 다졌고, 큰아들은 정육점에서 돼지고기를 갈아 왔다. 그렇게 하나하나 소를 만들고, 만두피에 오므려 싸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만두는 맛있지만 한 번 먹으려면 참 손이 많이 가는 별미였다. 12월 12일, 만두 빚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우리밀만두 생산자 세린식품 조병규 대표를 만났다.


‘우리밀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조병규 대표는 지난 2001년 세린식품을 시작하고 만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창립 초기부터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관심이 있어서 우리밀만두를 만들었다. 지금은 우리밀 소비가 늘었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밀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그 가치를 인정해주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기껏 한달에 20~30만 원 어치만 팔렸다.


우리밀·소금·물로만 반죽하는 만두피

우리밀은 수입밀보다 글루텐 성분이 적다. 또, 만두는 소에서 수분이 배어나온다. 그리고 화학적 첨가물을 쓸 수도 없었다. 모양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만두피가 쉽게 퍼져 생산량의 절반은 폐기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우리밀만두 생산을 그만두자고 권유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조 대표는 “당장의 수익 보다 우리밀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뜻을 굽히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조 대표는 우리밀만두 생산 10년이라는 시간을 “제대로 된 만두피를 만들기 위한 시행착오와 개선의 반복”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우리밀과 소금, 그리고 물로만 반죽해 만두피를 만든다. 소금이 밀가루 반죽을 단단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지금처럼 소의 맛을 가라앉히고, 식감을 더하는 만두피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만두소는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

만두를 ‘고기만두’, ‘김치만두’로 나누는 이유는 만두소가 만두 맛을 결정해서 그렇다. 그만큼 만두소에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 고기만두에는 100% 국내산 돼지고기를 사용한다. 돼지고기도 이곳저곳에서 구하는 것이 아닌, 한 곳에서 꾸준하게 받는다. 고기만두는 ‘질 좋은 돼지고기를 사용해야 제 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김치만두도 생협에 김치를 공급하는 (주)한울 등 국내산 김치를 사용한다.




100% 국내산 채소 사용·HACCP 인증

만두의 맛을 완성시켜 주는 채소는 100% 국내산 채소를 넣는다. 세린식품은 지난 2010년 강원도 춘천으로 공장을 이전했는데, 앞으로 강원도 지역농산물 비중을 차츰 늘려갈 계획이다. 기업이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사업으로 실천하고 싶은 바람이다. 그리고 조합원이 먹는 음식인 만큼 청결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8년에 HACCP 인증을 받았다.


“조합원 덕분에 우리밀만두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세린식품은 지난 2004년부터 여성민우회생협 등 생협에 우리밀만두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그동안 생협 조합원들이 변함없이 이용해주어서 우리밀만두를 계속 생산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모두 “조합원의 사랑과 격려로 지금까지 우리밀만두 생산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올해부터는 우리밀만두를 학교급식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잠시 주춤한 우리밀 소비와 생산을 다시 늘릴 수 있을 것인지가 요즘 최대의 고민이란다. ‘내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우리밀만두를 꾸준하게 만들고 싶다’는 조병규 생산자. 조 대표의 노력과 도전을 응원한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찜통 속 만두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입에 침이 고인다.





그린음악을 들려주며 기른 배입니다



11월 15일, 경기도 양평 미디안농산을 찾았다. 배나무가 맞아준다. 많은 조합원들이 배꽃축제와 배따기 행사에 참여하곤 했던 바로 그 미디언농산이다. 벌써 30년 넘게 배농사를 지어왔다는 권윤주·장순옥 생산자가 반겨준다. 조합원에게 시원하고 달콤한 배를 공급하는 권윤주·장순옥 생산자가 특별한 배 농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발효퇴비를 주며 정성껏 기른 친환경 배
과일은 병충해가 많아 친환경 재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지만 미디언농산의 권윤주 생산자는 제초제와 같은 고독성 농약은 사용하지 않는다. 병충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만큼만, 일반 저농약 기준의 절반 이하인 1년에 6번 정도만 사용한다. 그리고 5월 중순에 과실에 봉지를 씌운 후부터 배를 수확하는 10월 초·중순까지는 화학비료까지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모두 조합원이 먹을 배이기 때문이다. 배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땅에도 신경을 쓴다. 홍삼을 발효시킨 퇴비와 콩물에 EM효소를 넣어 발효시켜 뿌려준다. 그러면 토양의 미생물이 많아져 뿌리가 튼튼해진다. 튼튼해진 뿌리는 양분을 잘 흡수해 배의 당도를 높인다. 또한, 생선과 함초, 쑥, 미나리와 한약재에 EM효소를 넣어 발효시킨 액비(물거름)도 시기에 맞춰 뿌려준다. 그래서인지 권윤주 생산자의 배는 향도 좋고 즙도 많고 시원하다.


배도 온몸으로 음악을 듣는다
배나무도 소리를 듣는다. 물론 귀가 따로 없다. 하지만 식물도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식물의 세포벽은 소리의 파동을 감지해 이를 세포막에 전달해준다. 온몸으로 듣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음악과 소음도 구별할 줄 안다고 한다.
권윤주 생산자는 배꽃이 피면 해 뜰 때부터 3시간 동안 배나무에 식물을 위해 만든 음악인 ‘그린음악(Green Music)’을 들려준다. 그린음악은 명랑한 동요풍인데 자연에서 녹취한 새소리, 물소리, 소의 울음소리를 담고 있어 평안한 자연의 느낌을 들려준다.
권윤주 생산자는 “그린음악농법은 우리 조상들의 농악놀이를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한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 마을을 돌면서 치는 농악 소리. 이 농악 소리 중에서 북소리의 음파가 해충의 애벌레에 치명적이란다.
그린음악을 들려주면 어떤 점이 달라질까. 과실의 맛을 좋게 할 뿐 아니라 병해충 발생을 억제한단다. 또한, 광합성 작용이 활발해지고 잎의 기공을 자극해 잎의 호흡을 활발하게 해준다. 그만큼 양분을 더 많이 흡수하고 더욱 잘 자란다. 그린음악을 들려주면 식물체 내에 해충이 싫어하는 섭식저해물질이 증가하는 한편, 해충 자체의 호르몬을 교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식물도 동물처럼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생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❶ 2012년 11월 16일 찾은 미디언농산.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과수원에 풀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❷ 배 5kg 21,000원 | 배 3개 9,100원 | 도라지배즙 110mL 30포 22,440원 | 그린음악배즙 110mL 30포 18,500원



올겨울, 배즙을 미리미리 준비해두자
장순옥 생산자는 도라지배즙과 그린음악배즙 등 배를 활용한 생활재도 생산한다. 권윤주 생산자가 배농사 담당이면, 장순옥 생산자는 배로 만드는 가공식품 생산 담당이다. 도라지배즙은 직접 기른 저농약 배와 4년 생 무농약 도라지, 생강을 달여서 만든다. 그린음악배즙은 배만을 농축해 즙으로 가공했다. 배 이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 순수한 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배즙으로 가공하는 배는 맛과 향이 풍부한 익은 배를 쓴다. 사계절 변함없는 배 맛을 내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저온 저장창고에 보관한다. 방부제나 색소와 같은 화학첨가물도 전혀 넣지 않는다.
배는 예로부터 기관지에 도움이 되는 과일로 알려졌다. 특히 배즙은 감기 때문에 생긴 갈증을 없애고, 열을 내리게 하며 기침과 가래를 삭여준다고 한다. 올겨울 미디언농산의 도라지배즙과 그린음악배즙을 미리미리 챙겨놓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