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만두 빚는 날은 신나기도 했지만, 꽤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엄마가 밀가루 반죽을 치대어 얇게 펴내면, 아이들은 밥그릇으로 꾹꾹 눌러 만두피를 만들었다. 엄마는 부추와 대파, 양파 등 채소와 잘 익은 김치를 다졌고, 큰아들은 정육점에서 돼지고기를 갈아 왔다. 그렇게 하나하나 소를 만들고, 만두피에 오므려 싸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만두는 맛있지만 한 번 먹으려면 참 손이 많이 가는 별미였다. 12월 12일, 만두 빚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우리밀만두 생산자 세린식품 조병규 대표를 만났다.
‘우리밀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조병규 대표는 지난 2001년 세린식품을 시작하고 만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창립 초기부터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관심이 있어서 우리밀만두를 만들었다. 지금은 우리밀 소비가 늘었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밀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그 가치를
인정해주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기껏 한달에 20~30만 원 어치만 팔렸다.
우리밀·소금·물로만 반죽하는 만두피
우리밀은 수입밀보다 글루텐 성분이 적다. 또, 만두는 소에서 수분이 배어나온다. 그리고 화학적 첨가물을 쓸 수도 없었다. 모양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만두피가 쉽게 퍼져 생산량의 절반은 폐기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우리밀만두 생산을 그만두자고
권유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조 대표는 “당장의 수익 보다 우리밀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뜻을 굽히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조 대표는 우리밀만두
생산 10년이라는 시간을 “제대로 된 만두피를 만들기 위한 시행착오와 개선의 반복”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우리밀과 소금, 그리고 물로만
반죽해 만두피를 만든다. 소금이 밀가루 반죽을 단단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지금처럼 소의 맛을 가라앉히고, 식감을 더하는
만두피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만두소는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
만두를 ‘고기만두’, ‘김치만두’로 나누는 이유는 만두소가 만두 맛을 결정해서 그렇다. 그만큼 만두소에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 고기만두에는 100% 국내산 돼지고기를 사용한다. 돼지고기도 이곳저곳에서 구하는 것이 아닌, 한 곳에서 꾸준하게 받는다. 고기만두는 ‘질 좋은 돼지고기를 사용해야 제 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김치만두도 생협에 김치를 공급하는 (주)한울 등 국내산 김치를 사용한다.
100% 국내산 채소 사용·HACCP 인증
만두의 맛을 완성시켜 주는 채소는 100% 국내산 채소를 넣는다. 세린식품은 지난 2010년 강원도 춘천으로 공장을 이전했는데, 앞으로 강원도 지역농산물 비중을 차츰 늘려갈 계획이다. 기업이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사업으로 실천하고 싶은 바람이다. 그리고 조합원이 먹는 음식인 만큼 청결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8년에 HACCP 인증을 받았다.
“조합원 덕분에 우리밀만두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세린식품은 지난 2004년부터 여성민우회생협 등 생협에 우리밀만두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그동안 생협 조합원들이 변함없이
이용해주어서 우리밀만두를 계속 생산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모두 “조합원의 사랑과 격려로 지금까지 우리밀만두 생산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올해부터는 우리밀만두를 학교급식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잠시 주춤한 우리밀 소비와 생산을 다시 늘릴 수
있을 것인지가 요즘 최대의 고민이란다. ‘내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우리밀만두를 꾸준하게 만들고 싶다’는 조병규 생산자. 조 대표의 노력과 도전을
응원한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찜통 속 만두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입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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