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새벽농장 조원희 생산자는 94년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해 올해로 만 19년째 농부로 살고 있다. 젊은 나이에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 뒤를 이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여성민우회생협과의 인연도 그만큼이다. 게다가 작년 2월에 창립한 행복중심 생산자회 회장을 맡으면서 여성민우회생협 전체 생산자를 대표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는 여성민우회생협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친구’가 되었다. 


가을이면 우리 마음을 한껏 더욱 풍요롭게 해 주는 과일, 사과. 오죽하면 온 국민이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라는 말을 읊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낼까. 우리에게는 친숙하고 흔한 과일이지만, 기르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친환경 사과 농사는 특히 어렵다. 저농약 사과는 흔한 반면 유기농 사과는 찾기 어려운 이유다. 


“굶기니까 사과가 맛있어요”

저농약 재배는 관행농에 비해 농약을 1/2 미만으로 사용한다. 새벽농장 사과도 저농약 재배로 키웠다. 하지만 농약 주는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올해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막 맺힐 때 준 게 끝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조원희 생산자는 사과나무에 ‘실험’을 하고 있었다. 사과나무를 ‘굶기는’ 실험이다. 영양제를 비롯해 비료나 퇴비까지 일체 아무것도 주지 않고 물만 주는 것이다. 그 실험을 한 지 올해로 10년째. 그간 사과나무가 정말 죽으려고 할 때 아주 소량의 비료를 조금씩 주었다. 그마저도 6년 전부터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살기 위해 사과나무가 영양분을 찾아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 같다고. 조원희 생산자는 사과나무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다른 도움 없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과 맛이 더욱 깊어졌다. 한층 더 달고, 새콤하고, 향이 진하다. 조원희 생산자는 ‘굶기니까 사과가 맛있다’며 웃는다. 




우박, 가뭄, 태풍을 이기고

조원희 생산자는 사과 농장을 쭉 걸으며 잎을 따면서 사과를 돌려주었다. 골고루 햇빛을 받아 익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간간히 성하지 않은 사과를 따서 바닥에 버린다. 그러고 보니 바닥에 뒹구는 사과가 많다. “벌레가 먹어서 그래요. 새가 쪼아 먹고 가기도 하고요. 여기 보이죠? 이 상처는 5월 30일에 내린 우박 때문에 생긴 상처예요.”

우박 내린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새벽농장 농부. 말에서 속상함이 묻어 나온다. 그 얘길 듣고 자세히 보니 사과에 우박 때문에 생긴 작은 상처들이 보인다. 어렸을 때 맞은 우박이라 크면서 회복했지만, 상처는 지워지지 않고 표면에 남아 있었다. 

거기에 지난 여름, 두 번 연달아 불어 닥친 태풍 때문에 쓰러진 사과나무가 간간히 눈에 보였다. 가지와 잎이 바짝 말라 버린 나무를 보니 조원희 생산자 마음이 어떨까 싶다. 오랜 시간 애지중지 기른 나무가 한순간에 뽑혀 나갔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농부로 살면서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얼마나 한스러울까. 게다가 그런 일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유기농 사과 재배를 꿈꾸며

그래서 조원희 생산자는 더욱 독하게 사과나무가 혼자 자라도록 내버려둔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유기농 재배에 발을 들여 볼 생각이다.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들도 유기농 사과를 먹어야 하지 않겠냐며 웃으며 말한다.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면서도 그 방법 대신 모두에게 좋은 방법으로 사과를 기르는 조원희 생산자. 모양이 조금 예쁘지 않아도, 겉에 약간 상처가 났어도 새벽농장 사과에서는 깊고 진한 사과향이 난다. 


새벽농장 부사가 2주 후, 10월 29일부터 조합원에게 공급된다. 지독했던 가뭄을 보내고, 유난스러웠던 태풍을 견딘 사과나무는 올해 더욱 달고 맛있는 열매를 맺었다. 때가 되어 저절로 열매가 맺힌 게 아니다. 한 해 동안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한 자연의 노고가 사과 한 알에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