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00건

  1. "누가 생산했는지 알 수 있는 국내산 잡곡"
  2. "우리 몸과 땅과 생산자에게도 약이 되는 고기를 드세요"
  3. 음식 맛은 '손맛'이다
  4. 눈이 시릴 만큼 빨간 열매 ‘유기농 딸기’
  5. [EBS 하나뿐인 지구]"소가 웃어야 정말 맛있는 우유가 나옵니다"
  6. 해농수산 최광운 생산자
  7. [곶감]"곶감 맛은 최고일 겁니다"
  8.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겨울철 푸석해진 피부를 촉촉하게”

"누가 생산했는지 알 수 있는 국내산 잡곡"

"누가 생산했는지 알 수 있는 국내산 잡곡"



2월 27일, 서울서남생협 좁은 회의실에 서울서남생협 조합원들이 모였다. 괴산잡곡농산 경지수 생산자의 생활재포럼이 열린 것. 괴산잡곡농산은 행복중심생협에 국내산 잡곡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나이 서른인 경지수 생산자는 아버진인 경종호 생산자와 함께 국내산과 친환경 잡곡을 공급하고 있다. 괴산잡곡농산은 지난 1992년부터 국내산 잡곡을 공급했다고 하니,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경지수 생산자는 대학을 마치면서 아버지가 하는 국내산 잡곡 공급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국내산 잡곡 공급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괴산잡곡농산은 참깨, 들깨, 검정깨, 메주콩, 팥, 혼합8곡 등 국내산 잡곡과 옥수수 차, 결명자 차와 같은 잡곡 가공식품, 찹쌀가루, 옥수수가루와 같은 가루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경지수 생산자는 아버지 경종호 생산자가 괴산잡곡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국내산 잡곡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 적었고, 잡곡을 생산하려는 농민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잡곡 농사는 벼농사보다 수익도 높지 않았고, 자랄 때나 수확할 때 환경에 따라 수확량이 많이 줄어드는 일이 빈번해서 그랬다. 농사짓기는 곱절로 힘들고 돈벌이는 시원치 않은데, 누가 잡곡 농사를 지으려 할까. 



그래도 언젠가는 소비자들이 국내산 잡곡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절 국내산 잡곡을 이용해 준 행복중심생협을 비롯한 생협 조합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특히 행복중심생협은 괴산잡곡농산에서 국내 최초로 저온창고를 마련할 때 비용을 무이자로 지원하기도 했던 인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지수 생산자의 발표 자료에는 "최초로 저온창고 준공(30평), 민우회 200만 원 무이자 지원"이라는 내용이 연혁 소개에 실려 있다. 


생산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국내산 잡곡


친환경 재배 잡곡도 아닌데, 괴산잡곡농산의 국내산 잡곡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을 알았던 걸까. 경지수 생산자가 괴산잡곡농산의 잡곡이 '다른' 이유를 설명한다 먼저, 어떤 생산자가 생산한 잡곡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괴산잡곡농산은 매년 약 30만 평에서 친환경 잡곡 농사를 짓는 약 80여 농가와 국내산 잡곡을 생산하는 70여 농가와 해마다 계약재배를 통해 잡곡을 수매한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15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지는 못했다. 잡곡 농사를 꺼리는 농민을 설득하기 위해 좋은 종자를 구해 전하기도 하고, 생산량을 전량 수매하고 가격도 일반 출하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150여 농가는 20년 노력의 결실이다. 그 덕에 생산 농민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농사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 조합원은 중국산 잡곡이 섞일 우려가 없는 100% 국내산 잡곡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저온창고에서 보관하고 약품 처리를 하지 않는다


또 다른 특징은 저온창고에 보관한다는 점이다. 잡곡을 유통하는 경우 일부는 저온창고가 아닌 상온창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잡곡에는 벌레가 꼬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훈증처리 등을 통해 벌레를 죽인다. 괴산잡곡농산은 벌레가 활동할 수 없는 저온에서 보관한다. 일반 잡곡 유통과정에서 사용하는 훈증 약품은 휘발성이 강해 시간이 지나면 잡곡에 남지 않는다지만, 건강을 생각하며 잡곡을 이용하는 조합원들에게 훈증 처리한 잡곡을 공급할 수는 없어서 시작할 때 무리해서 저온창고를 지었던 것.


좋은 품질의 잡곡을 공급해야겠다는 다짐은 다른 분야로 이어져 전통식품 생산 업체 인증, 우수 농산물(GAP) 인증, 친환경 농산물 취급자 인증, 유기 가공 식품 인증 등을 취득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가루 식품 등을 생산하는 공간은 HACCP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벌레를 죽이지 않아 알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잡곡을 공급받으면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페트병에 옮겨 담아 밀폐해 보관하면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콩은 손으로 일일이 골라냅니다"

잡곡은 수확 후에도 참 손이 많이 간다. 타작 후 잘 건조해야 하고, 건조한 후에는 돌과 같은 이물질을 걸러내야 한다. 이물질을 걸러내는 작업은 바람으로 이물질을 날리는 풍구, 돌을 고르는 식발기, 깨진 잡곡을 골라내는 벨트 선별기, 색으로 잡곡 종류를 구별하는 색채 선별기 등을 사용한다. 그런데 콩 종류는 껍질의 색, 껍질 속의 색 등이 달라 결국 사람이 100% 손으로 골라내고 있다. 

경지수 생산자는 괴산잡곡농산이 잡곡 생산 농민과 소비자 조합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생산 농민들과 소비자 조합원 모두에게 받는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잡곡 생산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잡곡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국내산 잡곡 생산 기반을 넓히고, 품질 좋은 국내산 잡곡을 조합원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것. 서른 살 청년, 경지수 생산자의 다짐이다. 

 

괴산잡곡 국내산 잡곡 보기


괴산잡곡농산에서 잡곡을  수매해서 선별, 공급하기까지의 과정을 확인해 보세요.








"우리 몸과 땅과 생산자에게도 약이 되는 고기를 드세요"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씨알살림축산 사무실에서 신동수 생산자를 만났다. 우리나라 친환경 축산 가공의 길을 열었던 씨알살림축산의 대표인 신동수 생산자. 그는 어떤 계기로 1990년 ‘친환경 먹거리’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그 시절, 친환경 축산물 가공을 시작했을까. 그리고 거의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쭉 걸을 수 있었을까.


씨알살림축산, 동물도 사람도 자연도 모두 건강하길 


신동수 생산자가 처음 ‘친환경’과 인연을 맺었던 건 80년대 초, 친환경 식품점 운영을 하면서다. 당시 농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정농회를 비롯해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농사를 짓는 이들의 수확물을 도시로 가져다 팔았다. 그 후에는 학교나 단체 급식 식자재를 공급하는 일을 하면서 식당을 운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생협 실무자의 제안으로 친환경 축산물 가공을 시작했다. 그 당시 신동수 생산자는 ‘축산물 가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그 일을 시작했다. 예전 친환경 식품점을 운영했던 경험 덕분인지, 처음 하는 일임에도 부담은 별로 없었다. 강북구 삼양동 지하에 마련한 작은 공간에서 ‘씨알살림축산’이 처음 문을 열었다. 동물뿐만 아니라 땅, 사람 모두가 건강하고 ‘기본’을 지키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다. 행복중심생협과의 인연도 그때부터 시작했다.


“좋은 환경에서, ‘잘’ 먹으며 자라야 합니다”


씨알살림축산이 거래하는 농가의 동물은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며 항생제나 성장 촉진제가 없는 사료를 먹는다. 단순히 ‘친환경’ 축산만을 위한 건 아니다. 신동수 생산자는 건강한 축산업이 농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AI가 발병하자 정부에서는 많은 닭과 오리를 일괄적으로 ‘예방적 살처분’했다. 몇 년 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수많은 돼지를 산 채로 땅에 묻었다. 신동수 생산자는 AI나 구제역이 현대 사회에 새롭게 발생한 병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라 말한다. 이전에는 농가에서 몇 마리씩 키웠던지라 병이 발생해도 잘 몰랐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번에 많은 수를 키우다 보니, 병에 걸리면 피해가 크다. 거기에 좁은 공간에 많은 동물이 모여 있어 ‘균’의 성질이 변형되고 뒤틀어져 점점 피해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신동수 생산자는 AI나 구제역 같은 전염병을 막기 위해 공장식 축산 환경을 개선하는 것만큼이나, ‘사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장식 축산을 하면서 이 동물들이 먹는 사료를 모두 다국적기업에서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축산 농가도 다국적기업에서 생산한 사료를 수입해서 동물에게 먹인다. 그 사료에는 항생제나 성장촉진제 등과 함께 옥수수 함량 비율이 높다. 게다가 그 옥수수는 GM 작물일 가능성이 높다. 2013년 식량자급률이 23%를 넘지 못한 현실에서 수입 사료 이용이 많아질수록 판로를 찾지 못한 우리나라 농업은 점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수입 사료에 의존한다는 것은 결국 사료를 수출한 다국적기업의 노선을 따라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식량자급률이 23%도 되지 않는 지금, 값싼 수입 사료까지 들여오니 농민들은 농사를 지어도 생계유지가 안 됩니다. 그래서 계속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요. 정부에서는 땅을 개발하려고만 하고, 농사짓는 사람은 없으니 농지는 점점 줄어가죠.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축산은 단순히 동물을 길러 고기를 얻어내는 일이 아니다. 동물을 기르고, 먹이고, 분뇨를 처리하는 그 모든 과정이 농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건강하게 동물을 기르고, 그 동물의 분뇨를 농사지을 때 퇴비로 사용하는 ‘자연 순환식’ 축산업과 농업이 많아지면 우리나라 농업 기반이 더욱 든든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가오는 식량 위기에서 우리 스스로 살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신동수 생산자가 건강한 축산업이 농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집요한’ 농지 보전 운동, 건강한 축산으로  


“우리나라는 경제 구조가 균형 있게 발전하지 못하고 어느 한 분야만 독점적으로 발전했어요. 자연재해나 위기가 왔을 때 그것을 해결하고 대처할 만한 기관이나 조직이 없는 상태입니다. 특히 농업 문제가 그래요. 단순히 ‘농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복합적인 위기 가운데 사람들은 점점 땅에 대해서 상업적으로만 인식해요. 그러니 농지를 우습게 사고팔고, 개발만 하려고 하죠. ‘집요한’ 농지 보전 운동이 필요해요. 집요하게 농지를 보전하는 운동과 움직임이 있어야 합니다.”


신동수 생산자는 자연 순환식 축산업과 농업이 농지 보전 운동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씨알살림축산과 거래하는 모든 축산 농가들은 기본적으로 동물들이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무항생제 사료를 먹는다. 여기에 장기적으로는 국내 농업 기반을 든든하게 마련하기 위해 자급 사료 비율을 높이고 있다. 동물들이 먹을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라도 농사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이 조금 오르겠지만 그만큼 성분과 품질 면에서 믿을 수 있는 사료를 먹일 수 있다. GM 작물을 사료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메가6 함량이 높은 옥수수 비율을 줄여 다른 곡물로 대체하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더딘 움직임이지만 분명 변화가 있다. 





“약이 되는 고기를 드세요”


신동수 생산자는 25주년을 맞이한 행복중심생협의 힘을 ‘생산자와의 관계’라고 말한다. 많은 생산자가 행복중심생협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모여 시작한 전통이 있어서인지 작은 것부터 살피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노력이 있는 생협이라고. 그런 노력과 전통에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런 저력을 발판으로 더욱 든든하게 자립하는 생협이 되기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조합원에게 전할 말을 덧붙였다.


“고기라고 다 같은 고기가 아닙니다. ‘독’이 되는 고기와 ‘약’이 되는 고기가 있어요. 행복중심생협 조합원 여러분, ‘약’이 되는 고기를 골라 드세요. 우리 몸에도 약이 되지만 우리 땅과 생산자에게도 약이 됩니다.”


신동수 생산자는 축산을 통해 농업을 든든하게 하고, 든든해진 농업을 기반으로 건강하게 동물을 기르는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축산물 가공이 목적이 아닌 사람도 동물도 자연도 모두 건강할 수 있는 ‘씨알살림축산’을 위한 신동수 생산자의 오랜 걸음이 든든하다. 


행복중심생협에서 공급하는 정육 가공은 씨알살림축산에서 도맡고 있다. 새 학기를 맞이하며 씨알살림축산의 무항생제 삼겹살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약’이 되는 고기를 먹자. 우리 몸에도, 행복중심생협에도, 씨알살림축산에도 ‘약’이 되는 고기를.





음식 맛은 '손맛'이다

음식 맛은 ‘손맛’이다 - 손맛식품 박상수 생산자

손맛식품 박상수 생산자에게 ‘여성’은 특별하다. 강화에서 오랜 시간 동안 ‘여성의 전화’에서 일했다.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여성의 전화’를 통해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면서. ‘여성’ 그 존재에 대한 애틋함이 더해졌다. 그러다 2002년, 함께 활동하던 5명이 모여 500만 원을 대출받아 ‘손맛식품’을 시작했다. 여성이 생산자로 나서 자립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지역 특산물인 순무로 순무김치를 담아 팔았다. 하지만 판매량이 많지 않아 5명이 함께 운영하던 손맛식품을 박상수 생산자가 맡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음식 만드는 일이 정말 좋았다. 처음에는 부업으로 했던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음식 솜씨가 좋았던 친정어머니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장을 담고, 김치를 담아 팔았다. 그러다 2007년, 행복중심생협(여성민우회생협)을 만났다.

“행복중심생협을 처음 만나 생산자 모임에 갔을 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여성 생산자에 대한 배려와 마음 씀씀이가 섬세하고, 친근감 있더라고요. 여성 운동을 하던 제가 행복중심생협을 만났으니, 그 반가움이 얼마나 컸겠어요.”

박상수 생산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행복중심생협의 든든한 생산자로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생활재가 있다면 두말없이 생산을 도맡았다. 그렇게 정월 대보름나물과 약식을 만들어 공급하게 되었고, 고추장도 생산해 2월 10일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손맛’ 가득한 대보름 나물과 약식

박상수 생산자는 원재료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대보름 나물 생산을 위해 전국을 뒤져 좋은 원재료를 찾았다. 샘플로 몇 번을 만들어 본 뒤, 각 나물에 가장 맛있는 맛을 찾았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 짜다는 기준과 싱겁다는 기준이 다르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맛을 찾아 레시피를 만들었다. 약식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직접 ‘손’으로 만들어 ‘맛’을 냈다. 집에서 만드는 방법 그대로 모든 걸 사람 손으로 만든다. 하물며 깐마늘 꼭지 따는 일도 사람이 직접 한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조합원을 위해 미리 예약을 받아 그 수량만큼 대보름나물과 약식을 생산해 공급한다. 사실 생산지에서도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단 하루 동안 완전히 조리된 생활재를 공급하려면 재료를 다듬고, 불리고, 삶고, 조리하는 모든 과정을 최대한 빨리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박상수 생산자는 그 부담을 안고서라도 조합원에게 맛있는 생활재를 공급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엿기름을 푹 고아 만든 고추장

작년 가을, 조합원 공급을 위해 수매한 무농약 고춧가루가 남았다. 이 고춧가루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 박상수 생산자가 ‘고추장을 만들어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박상수 생산자에게는 행복중심생협의 고민이 곧 생산자 자신의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고추장 생산이 낯선 일은 아니었다.
고양파주행복중심생협 조합원들은 4년째 손맛식품을 찾아 고추장 담그기 활동을 한다. 매년 참여하는 조합원이 점점 더 많아진다고 한다. 그만큼 ‘맛있다’는 소문이 나서 그렇다. 조합원이 인정한 맛이라면 생산해 공급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손맛식품을 처음 운영하던 시절에도 고추장과 된장을 담아 팔았던 적이 있다. 박상수 생산자에게 맛있게 고추장 담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엿기름을 푹 고아 사용해서 맛있는 것 같아요.”

박상수 생산자는 어머니가 고추장 담그던 방법대로 고추장을 담는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담는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도 잘 모르겠다고. 대신 엿기름을 푹 고아서 사용한다. 찹쌀, 메줏가루, 조청 등 고추장 담을 때 사용하는 재료도 비율에 맞춰 아끼지 않고 넣는다. 작년 10월 24일, 그렇게 고추장을 담았다. 숨 쉬는 항아리에서 3개월 이상 숙성 기간을 거친 뒤, 오는 2월 10일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생산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고마워요”

“행복중심생협은 조합원들의 일상생활부터 먹을거리까지 생활재 공급을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 생협 같아요. 특히 생산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정말 고맙죠. 단순히 농산물·가공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보지 않고, 가족으로 생각하는 따뜻한 애정이 느껴져요.”

박상수 생산자는 조합원의 삶을 위해 고민하고, 생산자를 배려하는 행복중심생협이 이제는 가족 같다고 말한다. 이런 생협이 올해는 든든히 우뚝 서서 조합원에게 생활재를 공급하고 사회에도 더욱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생산에 매진할 테니, 조합원도 열심히 생활재를 이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곧, 정월대보름이 다가온다. 한 해의 복과 풍요를 비는 그 날, ‘손맛’ 가득한 정월대보름나물과 약식으로 행복한 밥상을 챙겨 보자.

 



눈이 시릴 만큼 빨간 열매 ‘유기농 딸기’

눈이 시릴 만큼 빨간 열매 ‘유기농 딸기’


지난 1월 22일 팔당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이경재 생산자를 만났습니다. 이경재 생산자의 딸기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니 상큼한 딸기향이 가득했습니다. 아직 푸르스름한 맨살을 드러내고 있는 딸기도 있었고, 어느덧 빨갛게 익어 수확을 기다리는 딸기도 있었습니다. 군데군데 보이는 빨간 딸기가 하우스 안에 빨간 꽃을 피운 듯했습니다.




대를 이어 짓는 농사

이경재 생산자는 농사를 지었던 아버지를 따라 20년 전부터 농사를 지었습니다. 중간에 다른 일도 했지만, 다시 흙으로 돌아와 10년 전부터는 농사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농사꾼의 아들이라 그런지 결국 농사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각종 쌈채류와 채소류를 기르면서 3년 전부터 딸기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작년 이맘때 조합원에게 공급했던 딸기 역시 이경재 생산자가 키운 유기농 딸기였습니다. 맛과 품질이 좋았던 터라 올해는 이경재 생산자가 키운 딸기는 모두 행복중심생협에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눈 속에서 피어나는 향(雪香)

이경재 생산자는 작년 9월 6일, 딸기 모종을 심었습니다. 한 달 동안 새로운 토양에 적응해 뿌리를 내리면 3개월쯤 지나 처음 꽃이 핍니다, 하우스 안에 있는 벌이 자연수정을 하면 꽃이 지고 그 자리에 작은 열매가 맺힙니다, 모종을 심은 후 4개월 정도 지나면 첫 열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공급하는 딸기는 ‘설향(雪香)’으로 다른 딸기 품종보다 열매를 빨리 맺습니다. ‘눈 속에서 피어나는 향’이라는 이름처럼 향이 좋고, 맛이 달며, 부드럽습니다.




부지런한 수고가 담긴 열매

이경재 생산자는 관행 농업에서 사용하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딸기를 재배합니다. 대신 생선을 6개월 이상 발효시켜 효모균, 광합성균 등을 넣어 만든 아미노산 액비를 사용합니다. 딸기가 뿌리 내린 땅 밑으로 관을 설치해, 그 관을 통해 물과 액비를 줍니다. 뿌리를 통해 수분과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딸기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병충해를 방제하는 일입니다. 딸기에 가장 많이 생기는 병은 흰가루병으로, 이 병에 걸리면 딸기 열매에 하얗게 곰팡이가 핍니다. 농약을 치면 손쉽게 방제할 수 있지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이경재 생산자는 세심하게 관리하고 관찰하면서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돌본다고 합니다. “농사지으려면 부지런해야 해요.” 라고 말하며 웃는 이경재 생산자의 부지런한 수고가 딸기 열매마다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합니다.




14개월을 짓는 딸기 농사

딸기는 보통 5월까지 수확을 합니다. 그리고 다음 딸기 수확을 위해서는 4월부터 모종을 키워야 합니다. 올해부터 이경재 생산자는 모종을 직접 키워 다음 딸기 농사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생산자의 수고는 더욱 커지겠지만, 조합원은 그만큼 생산자의 땀과 노력이 담긴 맛있는 유기농 딸기를 먹을 수 있겠지요. 이경재 생산자의 부지런한 노력과 수고가 담긴 유기농 딸기가 눈이 시릴 만큼 고운 빨간색으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흙’으로 돌아와 정직하게 땅을 일구는 이경재 생산자의 정성이 담긴 유기농 딸기, 2월 10일부터 공급합니다.


[EBS 하나뿐인 지구]"소가 웃어야 정말 맛있는 우유가 나옵니다"

소가 웃어야 정말 맛있는 우유가 나옵니다


1월 17일(금) 오후 8시 50분, EBS <하나뿐인 지구>에서 ‘우유, 소젖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우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실제 건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이 방송에서는 “오래전부터 칼슘 보충제로 사랑받아 온 우유가 오히려 뼈를 산성화시켜 약하게 만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20년간 세계인의 우유 섭취량과 뼈의 건강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우유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일수록 대퇴골 경부 골절 발생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우유가 “암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우유 속 성장을 촉진시키는 IGF-1 호르몬이 암세포도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보고가 있다”는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우유 생산 과정과 가공 방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우유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방송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행복중심생협에 팜우유를 공급하는 주연섭 생산자를 소개했습니다. 





볕이 잘 드는 축사에서 자유롭게 자랍니다

주연섭 생산자가 원유를 얻는 목장의 소는 볕이 잘 드는 축사에서 생활하며, 밖으로 나가 풀을 뜯기도 하고 자유롭게 노닙니다. 우유에 대한 많은 논란은 젖소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고 도구가 되어 자라는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주연섭 생산자는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사료에 첨가하는 많은 첨가물이 소를 힘들게 하고, 현 축산업은 소들의 복지가 매우 무시되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옥수수 대신 풀을 먹으며 자라는 젖소

주연섭 생산자는 GMO 우려가 많은 옥수수 사료 대신 유기농 미강, 콩과 식물의 건초, 보리·밀과 기름을 짜낸 해바라기 씨로 제작한 유기농 사료, 귀리·호밀풀 등 벼과 식물의 건초를 먹이며 소를 기릅니다. 그는 “원래 소는 풀만 먹고 젖도 짜고 고기도 생산할 수 있게 만들어진 몸체이기 때문에 자연 형태로 다시 되돌려주면 건강한 우유가 나온다”며 “소가 웃어야 정말 맛있는 우유가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건강하게 소를 기르고, 건강한 우유를 생산하는 논지엠오유가공 주연섭 생산자.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건강한 우유를 생산하는 생산자가 참 자랑스럽습니다.  


주연섭 생산자가 생산하는 우유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보고 싶다면


해농수산 최광운 생산자

그런 시절이 있었다. 별빛 하나 없는 깊은 밤처럼 사방이 어둡기만 했던 시절. 많은 사람이 숨죽였을 때 청년 최광운은 '무엇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료들과 조직을 꾸리고 저항했다. 절망스럽고 슬픈 세상에 맞선 대가는 가혹했다. 시대의 시련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청년 최광운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외삼촌이 계시던 시골로 내려갔다. 콩과 옥수수를 심고 김을 매며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의 어려움과 위대함을 함께 느꼈다.


2014년 1월 3일 새벽 부산 공동어시장 입구. 24시간 돌아가는 어시장은 항상 사람이 있다.


어시장에 들어온 고등어 배가 고등어를 내리고 있다


"며칠만 굶어 보면 농업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1983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선배, 동료와 함께 친환경 농산물 판매점을 시작했다. 민주주의를 바랐더 최광운 생산자가 친환경으로 인생 경로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최광운 생산자는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먹을거리 생산을 책임지는 농업과 농민 문제 해결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했다. 


생산자가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바로 연결하는 직거래 개념을 도입했다. 판매점을 시작한 목적 자체가 농민에게 제값을 주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 농업이 친환경 농업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짐승에게도 못 먹일 농산물을 사람에게 먹일 수는 없었다. 농약 사고로 농민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허다한 때였다.


믿을 수 있는 국내산 수산물도 필요하다


이후 최광운 생산자는 국내산 농산물을 병원과 학교 급식 등에 납품하고, 대학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일을 한다. 그러던 1997년 한 생협의 구매 실무자가 최광운 생산자를 찾아왔다. 당시 생협들은 쌀과 채소, 과일 등 농산물만 공급할 때였다. 조합원들은 채소는 생협에서 이용했지만, 생선은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사야 했다. 생선도 믿을 수 있는 생협에서 공급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최광운 생산자는 소비자들이 국내산 수산물을 먹을 수 있게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수산물과 관련한 기준이 명확하지도 않았을 그때, 최광운 생산자는 어디에서 언제 잡은 생선인지, 원산지부터 제대로 확인하고 조합원에게 알려내자고 마음 먹었다. 내친김에 1차 농산물 부문을 정리하고, 수산물 공급에 전념하기로 했다. 생선이라는 한 분야에 집중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소비자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고 싶었다. 그리고 한 해 뒤인 1998년부터 행복중심생협(여성민우회생협)에 수산물 공급을 시작했다. 이름도 '바다에서 짓는 농사'라는 뜻으로 해농수산이라 지었다. 


어시장에 들어온 고등어를 살피는 최광운 생산자. 요즘 바닷속 상황도 육지와 별반 다르지 않아 제철 생선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가장 맛있을 때 잡아 조합원 필요만큼 공급한다

생선도 제철이 있다. 잡히는 시기도 중요하고, 어떤 바다에서 잡혔느냐에 따라 맛도 다르다. 고등어는 제주도를 끼고 있는 232 해구(바다 위에 설정한 구역)에서 11월부터 1월 사이 잡힌 고등어가 육질도 탱탱하고 맛이 좋다. 강르 전에 서해에서 잡히는 고등어는 쉽게 바스러지고 맛도 덜하다. 


그래서 최광운 생산자는 매년 제철에 생선을 수매한 후 급속 냉동했다가 예상 조합원 공급량만큼 지느러미와 내장과 같이 이용하지 않는 부위를 그때그때 손질해 공급합낟. 생선을 손질한 후에는 바닷물과 비슷한 2% 정도의 엷은 소금물에 2번 헹군 후, 다시 급속 냉동한다. 그래서 해농수산에서 공급하는 생선은 자반고등어를 제외하고는 간이 심심한 편이다. 생물 생선과 비슷한 정도라고 생각하면 간을 못 맞추는 일은 없겠다. 


이상기후로 수입 수산물에 자리를 내주는 국내산 수산물


바닷속도 육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명태와 꽁치는 이제 연근해에서 만나기 어려운 생선이 된 지 오래다. 다른 생선도 비슷하다. 해가 갈수록 제철에 잡히는 생선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음식점에서는 수입 수산물을 취급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도 수입 고등어와 갈치가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수입 생선이 한국인의 식탁을 서서히 점령하고 있다. 수입 생선이 늘면서 여러 골칫거리도 속출하고 있다. 이 중에서 원산지 표시 위조는 치명적인 도적적 해이로 지목받고 있다. 


원산지 투명한 공개, 조합원 신뢰의 시작

해농수산 최광운 생산자는 생선의 원산지를 정확하게 공개한다. 이 모두 소비자 조합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한반도 연근해에서는 잡히지 않는 명태와 꽁치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근해에서 잡힌 생선을 공급한다(연해는 한반도와 제주도로부터 20마일 이내의 수역을, 근해는 동경 175도부터 동경 94도와 남위 11도에서 북위 63도의 선으로 둘러싸인 수역을 말한다).


그리고 언제, 어느 바다에서 잡힌 생선인지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투명한 정보공개는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최광운 생산자의 원칙이다. 



2014년 1월 4일 수매한 삼치. 1월부터 3월까지 소흑산도 부근에서 잡은 삼치를 공급한다. 요즘에는 어획량이 줄어 1번 바다에 나가면 1주일에서 20일 정도 조업을 한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배에서 급속 냉동해 어시장으로 들어온다.



행복중심생협이 방사능 관련 우리 사회 기준이 되어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식품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이 매우 커졌다. 수산물을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최광운 생산자는 행복중심생협의 방사성물질 취급 기준에 맞춰 수매 후 공급 전에 방사성물질 정밀검사를 마친 후 공급한다. 검사 결과도 행복중심생협에 그대로 알려온다. 아직 국내산 수산물은 심각한 결과치가 나온 적은 없다. 그렇지만, 조합원들이 느끼는 우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합원의 우려를 덜기 위해서라도 꾸준하게 검사하고, 검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행복주심생협을 비롯한 전체 생협들이 정부의 방사능 관련 안전 기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의 대처가 오히려 국민들의 걱정을 키웠는데, 국민의 걱정을 해소하려면 느슨하게 정해진 국가 기준치를 높이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주장이다. 


별을 보고 걸어온 사람

2014년 1월 33일, 새벽 삼치 수매를 위해 부산 공동어시장을 찾아 삼치의 상태를 확인하는 최광운 생산자를 보며, 정호승의 시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가 떠올랐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중략)…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여와서 가믓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가혹한 시절 용기 있는 민주주의자였던 청년 최광웅는 "생선으로 생협 운동을 한다"고 말하는 행복중심생협 생산자가 되었다. 새벽 어시장을 환히 밝히는 전등이 청년 최과운이 꿈꾼 희망의 별빛 같아 보였다.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생선 경매를 진행하는 모습

*제목도 정호승의 시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에서 빌려 왔습니다.



해농수산 생활재 보기

[곶감]"곶감 맛은 최고일 겁니다"



"감 농사는 흉작이었지만, 곶감 맛은 최고일 겁니다." 지난 12월 6일, 상주 그루터기 곶감 건조장에서 만난 전성도 생산자의 말이다. 올해 감 농사는 흉작이었다. 올 여름 비는 적게 내리고 기온이 너무 높아 감 수확량이 40% 정도 줄었단다. 대신 가을부터는 비도 오지 않고 바람이 잘 불어 곶감 맛이 제대로 들었다고.


직접 재배한 감으로만 곶감을 만드는 원칙

상주 그루터기 공동체는 직접 재배한 감만으로 곶감을 만든다. 시중 곶감 생산자들은 감 작황이 좋지 않을 경우 공판장에서 감을 사들여 곶감을 생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루터기 공동체는 '직접 생산한 감만으로 곶감을 만든다'는 원칙이 있다. 직접 재배하지 않고 사들인 감은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불필요한 농약을 쓰지는 않았는지 어떻게 생산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어서다.

전성도 생산자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기른 감만으로 곶감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은 그루터기 공동체의 원칙이자, 자부심"이라고 말한다.


이산화황 검사와 잔류 농약 검사를 마친 곶감

곶감을 건조할 때는 유황 훈증 작업을 해야 한다. 미생물 번식을 억제해 곶감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다. 상주 그루터기 공동체는 훈증을 할 때 사용하는 유황의 양과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에게 공급하기 전에 이산화황 검사를 마친 후 공급한다. 여기에 잔류 농약 검사까지 더한다. 모두 그루터기 곶감을 믿고 이용하는 조합원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바람이 빚은 곶감 맛

어떤 일이 그렇지 않겠냐만은 곶감은 참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기온이 떨어져 감이 얼거나 너무 익기 전에 감을 수확해야 한다. 곶감에 좋은 감은 빨갛게 익되 말랑말랑해져서는 안 된다. 때를 놓치면 곶감 '농사'를 망치게 된다. 

감을 수확한 후에는 크기별로 나누어 본격적으로 껍질을 벗긴다. 감을 깎은 후에는 실로 묶거나 행거에 매단다. 이때부터는 바람이 곶감을 만든다. 그루터기 공동체는 자연건조를 시키기 때문에 곶감 맛은 100% 바람이 빚은 맛이다. 곶감은 얼고 마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맛이 든다. 이렇게 45일을 말리면 반건시, 60일을 말리면 건시가 된다.


아스팔트 농사꾼, 전성도

상주가 고향인 전성도 생산자는 당연하게 농사를 지으며 살겠다고 생각했고, 지난 1987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농민 운동도 함께 시작했다. 국민들의 식량을 생산하는 중요한 일이 천대받고, 농민이 농사를 포기하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일 년 내내 씨 뿌리고 뼈 빠지게 거두어서 보리농사 망하고 고추농사 조지고 남은 것은 빚더미뿐"이라는 노랫말처럼 농업과 농촌, 농민의 희생을 강요해 왔다. 지역에서 농민의 삶을 개선하고, 농업의 희망을 찾기 위해 열정을 태웠다. 그래서 지난 2005년부터 6년 동안은 농민운동 조직인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활동했다. 그 시절을 그는 "아스팔트 농사를 열심히 지었다"고 말한다.


농업·농민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

전성도 생산자는 생협 조합원들이 농업과 농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들이어서 고맙다고 말한다. 사실 한국농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농사짓는 이들은 줄고 있고, 그나마 남아 있는 이들도 이제는 나이가 많다. 내일모레 50줄에 들어서는 전성도 생산자가 마을에서는 '막내'인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핸드폰과 자동차 팔아 수입 농산물 사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한미 FTA·한중 FTA·한호주 FTA에 TPP까지 농업분야를 자꾸 내 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12년 잠정 곡물 자급률은 22.8%. 도대체 얼마를 더 내어주어야 성에 찰까 싶다. 

"농산물 수입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싸움에 조합원들이 응원해 주고 함께 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농업·농촌의 붕괴는 국민 모두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전성도 생산자의 간절한 부탁이다.


"곶감을 하나 더 이용해 주세요"

오는 설까지 전성도 생산자를 비롯한 그루터기 공동체는 많이 바쁠 것이다. 바람과 햇볕에 달콤하게 맛이 든 곶감을 가지런히 포장해 조합원에게 보내야 해서다. 조합원과의 신뢰를 최우선하는 이들이 정성스럽게 생산한 곶감을 선물받는 이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앞에서 말했지만 상주그루터기공동체는 올해 감 수확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작년과 동일한 가격으로 공급한다. 조합원들이 곶감 이용에 부담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세심한 마음 씀씀이다. "곶감을 하나 더 이용해 달라"는 전성도 생산자의 부탁에 우리 조합원들도 화답해야 하지 않을까.


*상주 그루터기 곶감 이용하기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겨울철 푸석해진 피부를 촉촉하게”


한 해가 다르게 나이 드는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니다. 모공은 커지고 탄력을 잃어가는 것만 같다. 겨울철 피부가 건조해지면 마스크팩을 찾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피부가 민감한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성분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피부는 기본적으로 배설이라는 역할을 하는 곳이지 흡수가 목적인 곳은 아니다.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문이 바로 피부이기 때문. 그래서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 성분을 확인하세요, 재료가 다르니까!

최성철 생산자가 대표로 있는 CH하모니에서 만든 마스크팩은 재료가 다르다. 녹차마스크팩, 쌀겨마스크팩, 알로에마스크팩은 유기농 원료를 40% 이상 첨가한 에센스를 사용한다. 콜라겐마스크팩은 국내산 대두에서 추출한 식물성 콜라겐을 사용한다. 에센스의 양도 30mL를 주입해 진득하고 더욱 촉촉하게 마스크팩을 이용할 수 있다.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은 100% 순면 부직포를 사용한다. 그래서 다소 두꺼운 느김이 들기도 한다. 합성방부제, 색소, 인공향료, 알코올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

최성철 생산자는 유통 관련 직장 생활을 하다 우연히 친환경 올리브유를 수입하면서 친환경 분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지구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하고 싶던 그이는 종이호일 등 생활용품으로 시작해 친환경 화장품으로 범위를 넓혔다. 대기, 토양, 물에서 생분해가 잘 되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자연에서 얻은 천연 성분을 재료로 사용하고, 소비자 조합원이 사용한 후 폐기까지 모든 과정이 친환경적인 생활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이의 바람이다. 

차가운 겨울, 재료부터 다른 행복중심 마스크팩으로 피부를 촉촉하고 싱그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