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과 땅과 생산자에게도 약이 되는 고기를 드세요"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씨알살림축산 사무실에서 신동수 생산자를 만났다. 우리나라 친환경 축산 가공의 길을 열었던 씨알살림축산의 대표인 신동수 생산자. 그는 어떤 계기로 1990년 ‘친환경 먹거리’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그 시절, 친환경 축산물 가공을 시작했을까. 그리고 거의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쭉 걸을 수 있었을까.


씨알살림축산, 동물도 사람도 자연도 모두 건강하길 


신동수 생산자가 처음 ‘친환경’과 인연을 맺었던 건 80년대 초, 친환경 식품점 운영을 하면서다. 당시 농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정농회를 비롯해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농사를 짓는 이들의 수확물을 도시로 가져다 팔았다. 그 후에는 학교나 단체 급식 식자재를 공급하는 일을 하면서 식당을 운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생협 실무자의 제안으로 친환경 축산물 가공을 시작했다. 그 당시 신동수 생산자는 ‘축산물 가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그 일을 시작했다. 예전 친환경 식품점을 운영했던 경험 덕분인지, 처음 하는 일임에도 부담은 별로 없었다. 강북구 삼양동 지하에 마련한 작은 공간에서 ‘씨알살림축산’이 처음 문을 열었다. 동물뿐만 아니라 땅, 사람 모두가 건강하고 ‘기본’을 지키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다. 행복중심생협과의 인연도 그때부터 시작했다.


“좋은 환경에서, ‘잘’ 먹으며 자라야 합니다”


씨알살림축산이 거래하는 농가의 동물은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며 항생제나 성장 촉진제가 없는 사료를 먹는다. 단순히 ‘친환경’ 축산만을 위한 건 아니다. 신동수 생산자는 건강한 축산업이 농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AI가 발병하자 정부에서는 많은 닭과 오리를 일괄적으로 ‘예방적 살처분’했다. 몇 년 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수많은 돼지를 산 채로 땅에 묻었다. 신동수 생산자는 AI나 구제역이 현대 사회에 새롭게 발생한 병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라 말한다. 이전에는 농가에서 몇 마리씩 키웠던지라 병이 발생해도 잘 몰랐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번에 많은 수를 키우다 보니, 병에 걸리면 피해가 크다. 거기에 좁은 공간에 많은 동물이 모여 있어 ‘균’의 성질이 변형되고 뒤틀어져 점점 피해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신동수 생산자는 AI나 구제역 같은 전염병을 막기 위해 공장식 축산 환경을 개선하는 것만큼이나, ‘사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장식 축산을 하면서 이 동물들이 먹는 사료를 모두 다국적기업에서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축산 농가도 다국적기업에서 생산한 사료를 수입해서 동물에게 먹인다. 그 사료에는 항생제나 성장촉진제 등과 함께 옥수수 함량 비율이 높다. 게다가 그 옥수수는 GM 작물일 가능성이 높다. 2013년 식량자급률이 23%를 넘지 못한 현실에서 수입 사료 이용이 많아질수록 판로를 찾지 못한 우리나라 농업은 점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수입 사료에 의존한다는 것은 결국 사료를 수출한 다국적기업의 노선을 따라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식량자급률이 23%도 되지 않는 지금, 값싼 수입 사료까지 들여오니 농민들은 농사를 지어도 생계유지가 안 됩니다. 그래서 계속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요. 정부에서는 땅을 개발하려고만 하고, 농사짓는 사람은 없으니 농지는 점점 줄어가죠.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축산은 단순히 동물을 길러 고기를 얻어내는 일이 아니다. 동물을 기르고, 먹이고, 분뇨를 처리하는 그 모든 과정이 농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건강하게 동물을 기르고, 그 동물의 분뇨를 농사지을 때 퇴비로 사용하는 ‘자연 순환식’ 축산업과 농업이 많아지면 우리나라 농업 기반이 더욱 든든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가오는 식량 위기에서 우리 스스로 살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신동수 생산자가 건강한 축산업이 농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집요한’ 농지 보전 운동, 건강한 축산으로  


“우리나라는 경제 구조가 균형 있게 발전하지 못하고 어느 한 분야만 독점적으로 발전했어요. 자연재해나 위기가 왔을 때 그것을 해결하고 대처할 만한 기관이나 조직이 없는 상태입니다. 특히 농업 문제가 그래요. 단순히 ‘농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복합적인 위기 가운데 사람들은 점점 땅에 대해서 상업적으로만 인식해요. 그러니 농지를 우습게 사고팔고, 개발만 하려고 하죠. ‘집요한’ 농지 보전 운동이 필요해요. 집요하게 농지를 보전하는 운동과 움직임이 있어야 합니다.”


신동수 생산자는 자연 순환식 축산업과 농업이 농지 보전 운동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씨알살림축산과 거래하는 모든 축산 농가들은 기본적으로 동물들이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무항생제 사료를 먹는다. 여기에 장기적으로는 국내 농업 기반을 든든하게 마련하기 위해 자급 사료 비율을 높이고 있다. 동물들이 먹을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라도 농사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이 조금 오르겠지만 그만큼 성분과 품질 면에서 믿을 수 있는 사료를 먹일 수 있다. GM 작물을 사료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메가6 함량이 높은 옥수수 비율을 줄여 다른 곡물로 대체하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더딘 움직임이지만 분명 변화가 있다. 





“약이 되는 고기를 드세요”


신동수 생산자는 25주년을 맞이한 행복중심생협의 힘을 ‘생산자와의 관계’라고 말한다. 많은 생산자가 행복중심생협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모여 시작한 전통이 있어서인지 작은 것부터 살피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노력이 있는 생협이라고. 그런 노력과 전통에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런 저력을 발판으로 더욱 든든하게 자립하는 생협이 되기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조합원에게 전할 말을 덧붙였다.


“고기라고 다 같은 고기가 아닙니다. ‘독’이 되는 고기와 ‘약’이 되는 고기가 있어요. 행복중심생협 조합원 여러분, ‘약’이 되는 고기를 골라 드세요. 우리 몸에도 약이 되지만 우리 땅과 생산자에게도 약이 됩니다.”


신동수 생산자는 축산을 통해 농업을 든든하게 하고, 든든해진 농업을 기반으로 건강하게 동물을 기르는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축산물 가공이 목적이 아닌 사람도 동물도 자연도 모두 건강할 수 있는 ‘씨알살림축산’을 위한 신동수 생산자의 오랜 걸음이 든든하다. 


행복중심생협에서 공급하는 정육 가공은 씨알살림축산에서 도맡고 있다. 새 학기를 맞이하며 씨알살림축산의 무항생제 삼겹살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약’이 되는 고기를 먹자. 우리 몸에도, 행복중심생협에도, 씨알살림축산에도 ‘약’이 되는 고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