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생산했는지 알 수 있는 국내산 잡곡"

"누가 생산했는지 알 수 있는 국내산 잡곡"



2월 27일, 서울서남생협 좁은 회의실에 서울서남생협 조합원들이 모였다. 괴산잡곡농산 경지수 생산자의 생활재포럼이 열린 것. 괴산잡곡농산은 행복중심생협에 국내산 잡곡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나이 서른인 경지수 생산자는 아버진인 경종호 생산자와 함께 국내산과 친환경 잡곡을 공급하고 있다. 괴산잡곡농산은 지난 1992년부터 국내산 잡곡을 공급했다고 하니,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경지수 생산자는 대학을 마치면서 아버지가 하는 국내산 잡곡 공급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국내산 잡곡 공급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괴산잡곡농산은 참깨, 들깨, 검정깨, 메주콩, 팥, 혼합8곡 등 국내산 잡곡과 옥수수 차, 결명자 차와 같은 잡곡 가공식품, 찹쌀가루, 옥수수가루와 같은 가루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경지수 생산자는 아버지 경종호 생산자가 괴산잡곡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국내산 잡곡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 적었고, 잡곡을 생산하려는 농민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잡곡 농사는 벼농사보다 수익도 높지 않았고, 자랄 때나 수확할 때 환경에 따라 수확량이 많이 줄어드는 일이 빈번해서 그랬다. 농사짓기는 곱절로 힘들고 돈벌이는 시원치 않은데, 누가 잡곡 농사를 지으려 할까. 



그래도 언젠가는 소비자들이 국내산 잡곡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절 국내산 잡곡을 이용해 준 행복중심생협을 비롯한 생협 조합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특히 행복중심생협은 괴산잡곡농산에서 국내 최초로 저온창고를 마련할 때 비용을 무이자로 지원하기도 했던 인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지수 생산자의 발표 자료에는 "최초로 저온창고 준공(30평), 민우회 200만 원 무이자 지원"이라는 내용이 연혁 소개에 실려 있다. 


생산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국내산 잡곡


친환경 재배 잡곡도 아닌데, 괴산잡곡농산의 국내산 잡곡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을 알았던 걸까. 경지수 생산자가 괴산잡곡농산의 잡곡이 '다른' 이유를 설명한다 먼저, 어떤 생산자가 생산한 잡곡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괴산잡곡농산은 매년 약 30만 평에서 친환경 잡곡 농사를 짓는 약 80여 농가와 국내산 잡곡을 생산하는 70여 농가와 해마다 계약재배를 통해 잡곡을 수매한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15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지는 못했다. 잡곡 농사를 꺼리는 농민을 설득하기 위해 좋은 종자를 구해 전하기도 하고, 생산량을 전량 수매하고 가격도 일반 출하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150여 농가는 20년 노력의 결실이다. 그 덕에 생산 농민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농사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 조합원은 중국산 잡곡이 섞일 우려가 없는 100% 국내산 잡곡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저온창고에서 보관하고 약품 처리를 하지 않는다


또 다른 특징은 저온창고에 보관한다는 점이다. 잡곡을 유통하는 경우 일부는 저온창고가 아닌 상온창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잡곡에는 벌레가 꼬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훈증처리 등을 통해 벌레를 죽인다. 괴산잡곡농산은 벌레가 활동할 수 없는 저온에서 보관한다. 일반 잡곡 유통과정에서 사용하는 훈증 약품은 휘발성이 강해 시간이 지나면 잡곡에 남지 않는다지만, 건강을 생각하며 잡곡을 이용하는 조합원들에게 훈증 처리한 잡곡을 공급할 수는 없어서 시작할 때 무리해서 저온창고를 지었던 것.


좋은 품질의 잡곡을 공급해야겠다는 다짐은 다른 분야로 이어져 전통식품 생산 업체 인증, 우수 농산물(GAP) 인증, 친환경 농산물 취급자 인증, 유기 가공 식품 인증 등을 취득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가루 식품 등을 생산하는 공간은 HACCP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벌레를 죽이지 않아 알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잡곡을 공급받으면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페트병에 옮겨 담아 밀폐해 보관하면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콩은 손으로 일일이 골라냅니다"

잡곡은 수확 후에도 참 손이 많이 간다. 타작 후 잘 건조해야 하고, 건조한 후에는 돌과 같은 이물질을 걸러내야 한다. 이물질을 걸러내는 작업은 바람으로 이물질을 날리는 풍구, 돌을 고르는 식발기, 깨진 잡곡을 골라내는 벨트 선별기, 색으로 잡곡 종류를 구별하는 색채 선별기 등을 사용한다. 그런데 콩 종류는 껍질의 색, 껍질 속의 색 등이 달라 결국 사람이 100% 손으로 골라내고 있다. 

경지수 생산자는 괴산잡곡농산이 잡곡 생산 농민과 소비자 조합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생산 농민들과 소비자 조합원 모두에게 받는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잡곡 생산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잡곡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국내산 잡곡 생산 기반을 넓히고, 품질 좋은 국내산 잡곡을 조합원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것. 서른 살 청년, 경지수 생산자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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