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28건

  1. “조합원의 꿈과 바람이 이뤄지는 행복중심생협, 함께 만들어갑시다”
  2. 2015년에도 ‘행복중심’하세요
  3. 행복중심생협 25살 생일을 축하해주세요‬
  4. 가톨릭농민회와 행복중심생협의 연대 협약, 생명과 평화의 기도
  5. 행복중심 착한참치, 그 뒷이야기 5
  6. [나누고 싶은 이야기]엄마에게
  7. 생활재를 애용합시다
  8. [나누고 싶은 이야기]퇴근길 단상 1

“조합원의 꿈과 바람이 이뤄지는 행복중심생협, 함께 만들어갑시다”



1989년, ‘함께가는생협’으로 시작할 때부터 선배 조합원들은 생협 운동의 기반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2005년부터는 지역 생협을 만들어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고 조합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2011년에는 조합원의 생활 공간인 지역 생협을 든든하게 지원하기 위해 연합회를 창립했습니다. 조직 형태가 변화하는 과정의 중심에는 늘 조합원과 지역 사회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행복중심생협은 새로운 정책과 생활재 선정 기준을 정할 때, 사업 운영 기준을 만들 때, 생활재에 문제가 있을 때, 언제나 투명하게 조합원에게 공개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시작은 ‘조합원으로부터’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 생활재 개발과 자체인증기준을 만들고 협동복지사업을 운영할 때에도 조합원은 대상이 아닌 주체였습니다. ‘생협’의 주인이 바로 조합원이고, 조합원들의 참여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것이 ‘생협’이기 때문입니다.

행복중심생협은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선배들이 고민하고 시작했던 원칙을 지키고 25년 동안 그 가치를 전해, 지금의 행복중심생협이 되었습니다.

행복중심생협이 그동안 이룬 많은 성과는 조합원의 협동이 만들어 낸 가능성과 힘입니다. 얼마 전 출시한 ‘행복중심 착한참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집어장치 대신 채낚기로 잡은 행복중심 착한참치. 그 안에는 바다 생태계가 무분별하게 파괴되는 것을 막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고민하는 조합원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조합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조합원과 함께 선택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책임질 용기가 있습니다. 단순히 이익만 추구하는 게 아닌, 앞으로 우리가 협동으로 지켜야 할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조합원과 함께 질문하고 생각해 대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25년은 더 재미있고 행복할 것입니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고 돈으로 만들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무엇에서 행복을 얻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2014년에 새로이 만든 조합원 선언문에는 앞으로 25년 동안 만들어 낼 우리의 행복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소박하면서도 원대합니다. 깨끗한 물, 맑은 공기,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행복입니다. 스스로 존중하고 자립을 추구하며 평등사회를 만드는 것이 행복입니다. 서로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삶이 행복입니다. 
이 행복을 나로부터 이웃으로, 지역에서 지역으로,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가는 행복중심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는 약속합니다.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하여 협동소비의 힘을 확대한다.
•생활 속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많은 민주주의가 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든다.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든다.

앞으로의 25년은 협동이 만들어 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믿으며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 합니다.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고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 새로 만들어야 하는 많은 과제를 조합원에게 열어 두려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내일의 첫걸음을 행복중심생협 조합원과 함께 하려 합니다. 조합원의 꿈과 바람이 이뤄지는 행복중심생협, 함께 만들어갑시다.

허경희 연합회 상무이사


2015년에도 ‘행복중심’하세요



행복중심생협 조합원, 생산자 여러분! 2015년이 다가왔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받기보다는 주는 것이, 투정보다 감사가, 자기 확신보다 수용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나 자신에서 가족을, 가족을 넘어 세상을 생각하게 됩니다.


먹을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행복중심생협을 시작했습니다. 조화·협동·평등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달려 왔습니다. 경쟁과 질시, 부정과 반칙이 없는 세상, 자립하고 협동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열망하며 정직하고 지속가능한 ‘생산-소비’를 조직하는 우리의 실천으로 우리 사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었습니다. 이 길에 조합원 여러분이 언제나 주인공이었고, 생산자는 늘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2015년, 우리의 실천을 더욱 넓고 깊게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해가 될 것이며, 우리 모두 불씨가 되어, 서로에게 온기를, 세상에는 희망이 되길 기원합니다.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회장 안인숙 드림

행복중심생협 25살 생일을 축하해주세요‬




딱 25년 전 내일(12월 16일)입니다. 25년 전 12월 16일 조합원 220명이 모여 소박하지만 다부진 꿈을 꾸며 ‘함께가는생활소비자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올바른 생산을 추구하는 농민을 찾아 농민은 우리의 식탁을 오염된 식품으로부터 안전하게 하고 우리는 농민의 생활을 보장하는데 기여”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생산자들과 함께 ‘먹는 것이 곧 생산’이라는 믿음으로 친환경 유기농업을 넓혀왔습니다.


조합원 생활에 필요한 생활재는 조합원이 직접 개발하는 생산하는 소비자의 모습을 보였고, 조합원 한 명 한 명 머리를 맞대고 식품안전 기준을 정하면서 우리사회 식품안전 기준을 높여왔습니다.


조화·협동·평등이라는 여성의 섬세하고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마을모임과 소모임을 꾸려왔습니다. 나와 가족을 넘어 우리 동네, 내가 살아가는 지역사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모두 3만 5천여 행복중심생협 조합원 한 분, 한 분이 부엌에서, 동네에서, 협동으로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온 노력입니다.


2014년 12월 16일, 그렇게 우직하게 걸어온 행복중심생협이 25살 생일을 맞았습니다.

조합원과 생산자 여러분, 그리고 행복중심생협을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많은 분들에게 진하게 ‘생일 축하한다’는 축하 인사를 받고 싶습니다.


앞으로 걸어갈 25년. 행복중심생협은 ‘협동이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믿음으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겠습니다.

가톨릭농민회와 행복중심생협의 연대 협약, 생명과 평화의 기도

가톨릭농민회와 행복중심생협의 연대 협약, 

생명과 평화의 기도




지난 11월 11일(화)에 있었던 가톨릭농민회와 행복중심생협 연합회의 연대와 협력을 위한 협약식



가톨릭농민회와 행복중심생협은 지난 11월 11일(화), 연대의 서약을 했다. 그날은 한중FTA 타결 보도가 난 다음날이었고 또한 농민의 날이었다. 농민의 날을 하루 앞두고 농업 부문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FTA 체결 소식이 발표되었을 때, 우리 농민은 얼마나 허탈했을까? 국민을 위한 국내 농업 보호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채 체결된 FTA를 우려하는 소비자의 탄식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리라.


연대는 높은 수준의 협력이다. 연대는 ‘함께 소속되었다는 느낌’, ‘좋은 관계’, ‘공감’ 등의 감정을 수반하며 나아가 이익의 연대·발전의 상호성이 있는 삶의 태도를 포함한다. 연대 파트너를 통해 조직의 자아는 확대되고,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은 강화된다.


가톨릭농민회는 1966년 결성되어 50년 동안, 산업 문명의 폐해를 자각하고 생명 공동체 사상을 이루기 위한 생명 운동과 공동체 운동을 개척하고 전개해 왔다. 민족농업과 민중의 삶을 지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했다. 우리 행복중심생협은 여성 생협 운동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운동을 시작해 25년 동안, 조합원의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 참먹거리를 나누고 생활과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며 물질 위주의 흐름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두 단체가 추구해 온 ‘생명 공동체 대동 세상’과 ‘서로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삶’이라는 가치는 그 내용이 서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두 단체의 헌신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온전하게 구현되지 못했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생명보다 이윤이, 사람보다 물질을 우선으로 여긴다. 누군가를 딛고 이겨야만 하는 이기적인 경쟁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생산과 소비의 영역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채, 각자 자기 이익만을 쫓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는 연대 협력을 통해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넘어 생산과 소비가 서로를 배려하는, 사람중심 대안경제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는 사명을 확인하였다. 이에 기초하여 두 단체의 취급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생활재를 공동구매하고 생활재를 공동 개발·사용할 것이다. 생산지 및 생활재 품목의 정리, 생산 기준, 생산 관리 체계 검토를 통해 공동 생산지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전산·물류 사업 등 협동 경제 사업체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를 공유하여 사업 효율성 또한 높여 갈 것이다. 나아가 두 조직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통해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성장할 것이다. 먹을거리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두 조직은 고군분투하며 일궈 온 생명농업을 지킬 방법을 찾기 위해 굳건하게 잡은 손을 놓치 않을 것이다.


한국의 생협 운동은 힘이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힘을 합치기 때문이다. 경제학 원론 1장 1절에서 배운 가격 결정의 수요공급 곡선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가 경쟁자라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수요는 ‘싼 가격’만으로 정의될 수 없으며, 우리는 ‘지속가능성’, ‘안전성’, ‘신뢰’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중한 것, 어머니인 대지와 아버지인 노동을 버리면서까지 값싼 것을 선택하라는 선동에 놀아나는 자가 아니다.      


행복중심생협은 이에 부응하는 철학을 가진 생산자를 필요로 한다. 참된 먹을거리 소비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우리의 소망을 실현시켜 줄 생산자와 더욱 강력하게 결합해야 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대대손손 먹을거리 생산을 이어가는 순환농업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동등하고 순환적인 관계에서 실현되어야 제대로 되었다고, 형식과 내용이 통일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번 연대 협약을 계기로, 가톨릭농민회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기도가 성당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에 널리 울려 퍼지게 하는 데 행복중심이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기도란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서약이므로 그 결과는 우리만의 공동체, 그 울타리 안에 머물 수 없는 것이니까.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행복중심 착한참치, 그 뒷이야기


텔레비전에서 푸른바다를 헤엄치는 거대한 참치 떼를 본 적이 있다. 시속 20~80km의 빠르기로 평생 약 8,000km를 이동한다니. 모든 물고기가 그렇듯이 참치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헤엄을 멈추지 않는다. 잠을 잘 때도 뇌만 쉴 뿐 몸은 계속 움직인다. 참치의 이런 습성에서 ‘참치형 인간’이란 말이 생겼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이상향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한국에서 참치가 통조림으로 개발된 것은 32년 전이다. 20년 전에는 고추·채소 등 소스를 첨가한 ‘2세대 참치 통조림’이 나오고, 최근에는 ‘네모 참치’라고 불리는 정육면체형 ‘3세대 참치 통조림’이 나왔다. 


참치는 행복중심과 인연이 깊다. 2012년, 통조림엔 잘 쓰이지 않는 황다랑어로 처음 ‘행복중심 참치’ 통조림을 만들었다. 아이쿱 생협과 물류사업 협력을 중단하면서 참치 공급이 어려워졌다. 보다 개선된 형태로 우리의 참치를 만들고 싶었다. 생산자회에서 비용을 빌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 그래서 우리는, 번쩍번쩍 빛나는 황다랑어를, 물과 소금을 넣지 않고 100% 카놀라유만 넣어 담백하고 쫀득한 통조림 참치를 만들어 냈다. 다른 것 흉내 내기를 넘어서, 참치는 가다랑어로만 만든다는 통념을 버리고, 나쁜 것은 과감하게 빼버려 생활재에 대한 철학을 담아냈다.


2년 후 2014년 우리의 두 번째 참치통조림은 ‘착한참치’다. 이번에는 무엇을 개선할 것인가? ‘건강’과 ‘식품 안전’이라는 가치에 무엇을 더해야 할 것인가? 답은 ‘환경’이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낚시로 잡은 참치’를 선택하기로 했다. 


대개 참치는 집어장치를(FAD)를 이용해서 잡는다. 부유물을 좋아하는 습성을 이용해서 참치 떼를 유인하는 장치다. 이때 참치뿐만 아니라 돌고래나 청새치 등 보호 어종과 어린 참치까지 그물 안으로 휩쓸려 들어오는 것이 문제다. 함께 잡힌 귀한 생명들은 참치가 아니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채 바다로 버려지는데 많을 때는 전체 어획량의 30%가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집어식’이 아닌 ‘채낚기’를 선택하기로 했다.


참치를 개발하는 과정의 뒷이야기도 많다. 국내 최초로 MSC 인증을 받게 되었다. 최초다 보니 영국에 있는 MSC에는 한국어로 된 인증 소개서도 없고, 인증에 대한 공식적인 한글 명칭도 없는 상황이었다. MSC의 한글 명칭을 우리 때문에 새롭게 만들고, 한국어 소개 자료도 만들었다. 또한 MSC 인증은 어업 자원을 유지하는 생산방식인지를 살필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부터 식탁까지 수산물의 이력추적이 가능한지도 심사한다. 영국에 있는 MSC로 서류를 보내고 메일을 주고받는 데는 구글 번역기의 공이 컸다고 한다. 참치는 몰디브 바다에서 몰디브 항구로, 거기서 통영 항구로 이어지는 비교적 짧은 항로를 거쳤지만, 행복중심생협과 오뚜기 식품은 거친 번역으로 유명한 구글 번역기를 활용해야 할 정도로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였다. 이번 일로 국내에서 수산물에 대한 자원 보호 및 이력관리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착한참치’는 커피, 코코아와 함께 행복중심이 직접 OEM 가공을 하는 귀한 생활재다. 지켜보고 격려해준 생산자회가 우리 곁에 있었다. 개발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한 작년부터 1년 동안 애써준 생활재 위원회와 구매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시식을 통해 의견을 낸 임직원 특히 매장책임자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우리가 두 번째 참치통조림을 만들어 냈다. 조합원의 건강을 지키고, 사회에 유익한 것 만을 만들고자 한 우리 조합원의 의지를 실현했다. 이제 이용하는 일만 남았다. 


안인숙 연합회 회장

[나누고 싶은 이야기]엄마에게


엄마에게


엄마, 안녕? 잘 지내시지요?

어버이날을 앞두고 인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지난 며칠 동안, 뒤집힌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아이들 소식에 가슴에서 불덩이가 솟구칩니다. 안타깝고, 미안하고, 원통합니다. 사고가 난 경위나 구조 작업을 보며 눈물 짓다가 이제는 분을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기업이나 정부, 언론이 보여준 모습은 그동안과 별 다를 것이 없어요. 하지만 이번엔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의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이 생사의 기로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거짓된 행동과 번복되는 기사를 봐줄 수 없네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종결되는 사건이 늘어날수록 '이번에는 또 어떤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신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 절망스럽습니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개나리도 벚나무도 꽃잎을 다 떨구고 여름을 목전에 두고 있건만, 아직은 냉냉하기만 할 바다의 한기를 느낍니다. 꽉 막힌 암흑의 공간, 발이 닿지 않는 허공, 차디찬 물 위에서 아이들이 생을 마감하다니. 거짓과 불신 그리고 갈등이 만연한 우리 사회는 살을 에는 바람으로 얼어 붙은 겨울공화국입니다.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구호가 한창일 때, 엄마는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아끼며 자식 공부 시켜주셨지요. 여자도 공부해야 대접 받는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데 시집가라고 하셨어요. 공부 말고는 달리 할 것도 없었지만, 엄마 생각하면서 열심히 공부했지요. 덕분에 글도 읽을 줄 알게 되고, 뜻도 깨치게 되었어요. 고맙고 고맙습니다. 


오늘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만큼이나 충격적인 일로, 이날까지 학교와 사회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지, 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어른을 공경하고, 남녀가 유별하니 혼전 순결을 지킬 것이며, 부부간에 신의가 있어야 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충성을 다할 것과 선진 조국의 자랑스러운 일꾼이 되라는 가르침이 기억납니다. 선진국의 언어라는 영어를 배우고, 토요일 밤마다 방송되던 헐리우드 영화를 보며, 경제가 발전하면 저런 세상에서 저런 생각을 하고 살게 될 것이라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와 동시에 대체로 우리 것은 낡은 것이라 생각하고, 서양은 근대적인 것으로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으로 암기되었습니다. 어서 빨리 경제 발전해서 근대화된 조국을 만드는 것이 역사의 발전 경로인 것처럼이요.


하지만 우리는 어떤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정직, 승객의 안전을 무시하고 거짓된 안전 검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 선장은 탑승자의 안전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공정, 위기 상황에서 약자가 우선 보호되어야 한다는. 고귀함, 돈과 권력보다 귀한 사명이 존재한다는. 절제, 세상의 자원은 유한하여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협동, 경쟁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므로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없다는. 명예, 목숨을 버려야 할 상황에서도 소중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정의, 개인 이익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민주, 시민은 국가 폭력으로부터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우리가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이런 가치를 이제, 처절하게 갈망합니다. 아이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고, 살아남은 아이들도 어른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에 떨고 있어요. 모래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황금 성전은 이제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시민 사회가 지지하는 윤리적, 사회적 가치가 있어야 해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통의 경험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그런 반석 없이는 안 됩니다. 


엄마, 죄송해요. 당신이 물려준 세상은 그래도 소박하고 포근했는데, 나는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버이날 선물, 칡즙으로 보냅니다. 술고래보다 여자한테 더 좋은 것이 칡즙이래요. 꾸준히 드세요. 5월 3일 토요일에 내려갑니다. 그때는 정신을 좀 추스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하도록 할게요. 


안인숙 연합회 회장


생활재를 애용합시다



글로벌 코리아에 살면서 ‘국산품 애용 운동’을 한다면 너무 낡은 사고방식일까? ‘신토불이’라는 말도 이제는 인기가 없다. 세계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외국 여행 혹은 거주 경험을 가진 사람도 많다. 비행기 타고 다른 나라에 다녀온 경험이 없더라도 우리의 생활은 이미 글로벌하다. 수입차, 수입산 먹을거리가 흔하디 흔하다. 현재 우리의 생활모습은 글로벌 경제가 있어서 가능한 부문이 많다. 우리의 욕구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물산 장려회 궐기문

내 살림 내 것으로

보아라, 우리의 먹고 입고 쓰는 것이 거의 다 우리의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세상에 제일 무섭고 위태한 일인 줄을 오늘에야 우리는 깨달았다. 

피가 있고 눈물이 있는 형제 자매들아, 우리가 서로 붙잡고 서로 의지하여 살고서 볼 일이다.

입어아, 조선 사람이 짠 것을

먹어라, 조선 사람이 만든 것을

써라, 조선 사람이 지은 것을

조선 사람, 조선 것


우리나라 물품을 애용하자는 운동이 1920년대에 있었다. 조선물산장려운동. 일본의 식민국으로 살았던 그 시절에 우리는, 정치적 억압뿐만 아니라 자원을 수탈당하고 일본 산업의 소비 시장으로서의 역할까지 했다. 근대 제국은 식민지를 통해 부를 축적했으니, 식민국가는 자연 자원과 산업 기반을 빼앗기는 이중의 고통을 당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민족 경제 자립 운동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의 실정은 다른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있고 그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기업의 이익의 혜택이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는지 의문이다.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고 한다. 세금을 내기 싫어서 조세피난처가 되는 나라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기도 하고, 프랑스의 유명 배우는 국적을 바꾸기도 했다. 세금이란 결국 자신에게 돈을 벌어 준 사람들에게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 달라고 내는 돈인데 말이다. 


돌고 도는 것이 돈이고,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고 한다. 경제란,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고, 살기 위해 필요한 물자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이 아닌가? 경제의 목적은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다. 


생협의 생활재는 사람을 살리는 물자다. 사용하는 이의 건강을 생각하고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 하기에 환경도 살린다. 직거래를 통해 유통되므로 이력 추적이 가능하여 안심하는 마음을 덤으로 가져간다. 조직된 소비자, 조합원이 책임지고 이용하니, 소비되지 않고 버려지는 낭비가 없다. 이는 우리 조합의 사업이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이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조합 안에서 쓰이는 돈은 우리나라에서 완결되는 생산-유통-소비 시스템에 사용되고, 사업의 잉여금도 조합원과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된다. 누군가의 주머니로 빨려들어가 다시는 우리에게서 돌아오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그런 돈이 아니다. 돌고 돌아 생산자를 살리고, 소비자를 살게 하는 데에 사용된다. 


요즘은 시골에도 O마트가 있다. 행복중심생산자회 회장 조원희는 O마트에서 장을 보면 30분만에 서울로 송금 된다고 말해 주었다. 시골의 돈이 도시로 다 빨려 들어간다. 지역 경제가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살아난다. 생산이야 전국에서 일어나도 유통 부문에 있어서라도 지역에 이익이 환원되어야 한다. 생산이야 글로벌하게 된다 해도, 어떤 소비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에 이익을 환원할 수도 있다. 2014년 행복중심 생산자총회에서는, 생산자들도 행복중심의 생활재를 이용하자고 결의하였다. 생협 생활재를 이용하여 서로 돕는 경제 구조 안에서 돈이 돌게 하는 힘을 기르자고, 제2의 물산장려운동이다. 


우리 모두 생활재를 애용하자! 글로벌한 시대에 더욱 필요한 일이다. 로컬의 힘이 없는 글로벌은 식민지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안인숙 연합회 회장

[나누고 싶은 이야기]퇴근길 단상

출퇴근 길,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환승을 한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당산으로, 당산에서 지하철을 타고 연합회 사무실. 이제는 조금 따뜻한 기운이 돌지만 추운 겨우내 아니, 출근을 시작한 작년 봄부터일까? 6번 출구 계단 아래 사람이 있다. 도무지 얼굴을 볼 수 없게 한껏 웅크리고 앉아 있어,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른인지 아이인지, 울고 있는지 잠자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바쁘게 지나는 사람의 발걸음은 무심하다. 땅으로 꺼질 듯 한없이 움츠린 그를 편안하게 바라볼 사람은 없으리라. 


종종걸음으로 퇴근길에 오르고 당산역 계단을 내려갈 즈음, 어둠 속에 검은 옷으로 둘러싸인 그 사람이 보인다. 얼른 주머니 속을 더듬어 잔돈을 쥐어 보지만, 그 앞에 놓인 은색 깡통에 쉽게 던져 넣지 못한다. 그 곁에 다가갈 때 나는 아무도 우리를 보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그 조차도 나를 보아서는 안 된다. 나는 '적선'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합정역 2번 출구 일산으로 가는 200번 버스 정류소 옆, 잡지 Big Issue(빅이슈는 홈리스Homeless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잡지로 판매수익의 절반은 빅판 아저씨에게, 절반은 운영비, 노숙자 교육비, 자활 지원비로 사용한다. 모든 기사와 사진은 재능 기부로 이뤄진다)를 판매하는 아저씨가 종종 나와 있었다. 이제는 당산역 환승 코스로 출근하는 습관이 되어 합정역에는 거의 가지 않지만, 빅이슈를 산 날은 기분이 좋았다. 빅판(빅이슈를 판매하는 홈리스)은 신나는 표정은 아니지만, 웃음 짓고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고 그의 인사말에 굽신거림은 없다.


읽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산역이나 합정역에서 주머니 속을 더듬는 목적은 동일하다. 그들의 안녕을 비는 것이다. 하지만 합정역에서는 가슴이 졸아드는 느낌이 없다. 빅이슈엔 스스로 돕는 자와 그를 돕는 자가 있다. 스스로 도왔기 때문에 돕는 자가 생겼는지, 돕는 자가 있었기에 스스로 용기를 냈는지,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알 수는 없다. 합정역 빅판은 혼자가 아니다. 


요즘 '빈곤'을 화두로 한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하우스푸어, 워킹푸어(일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 렌트푸어주택임대료와 보증금 마련 대출 원리금상환액을 합한 것이 소득의 30%를 넘는 세입자에 각종 푸어Poor족(族)이 등장한다. 빈곤한 노후를 보내는 실버푸어, 의료비 지출이 많은 메디푸어 등. 새로운 말이 생겨나는 것은 그것에 대응하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데, 빈곤에 관한 말이 늘어나는 것은  성장의 결실이 블랙홀처럼 어딘가 한 곳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선량한 이웃의 삶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먹을거리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줄곧 힘을 써왔다. 먹을거리의 빈곤은 돈이 없어 못 먹거나 좋은 것이 무엇인지, 어디 있는지 몰라서 못 먹는 문제를 말한다. 우리는 생협을 통해 좋은 먹을거리에 대해 정의(定義)하고, 조합의 구매력으로 좋은 먹을거리를 구해 올 수 있었다. 다만, 돈이 없어서 못 먹는 문제에서는 자유로웠다. 빈곤문제(먹을거리 빈곤)에 대응하면서도 다른 종류의 빈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러나 이제 빈곤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 곁에 바싹 다가와 있다. 빈곤은 상대적 박탈, 기본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회적 배제를 의미한다. 빈곤의 증가는 사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이상 징후이다. 그리고 시스템의 문제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며칠 전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신명호가 쓴 『빈곤을 보는 눈』- 한국 사회의 가난에 대한 진실과 거짓에 관한 이야기. 오래전부터 우리사회에 예고되었던 빈곤의 기록을 읽는 것은 부끄럽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빅이슈로 재기하는 노숙인들을 보면 서로 돕고 스스로 일어서는 시도 역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머지않아 곤궁한 자들이 사회에 통합되는 것이 커다란 이슈거리가 아니고, 그것이 곧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는 이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경쟁과 승자독식 시스템을 버리고, 협동의 경제 시스템이 우리 것이 되기를! 생활협동조합 행복중심이 그 변화에 중심에 있기를! 이런 바람을 키워 가고 싶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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