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농민회와 행복중심생협의 연대 협약, 생명과 평화의 기도

가톨릭농민회와 행복중심생협의 연대 협약, 

생명과 평화의 기도




지난 11월 11일(화)에 있었던 가톨릭농민회와 행복중심생협 연합회의 연대와 협력을 위한 협약식



가톨릭농민회와 행복중심생협은 지난 11월 11일(화), 연대의 서약을 했다. 그날은 한중FTA 타결 보도가 난 다음날이었고 또한 농민의 날이었다. 농민의 날을 하루 앞두고 농업 부문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FTA 체결 소식이 발표되었을 때, 우리 농민은 얼마나 허탈했을까? 국민을 위한 국내 농업 보호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채 체결된 FTA를 우려하는 소비자의 탄식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리라.


연대는 높은 수준의 협력이다. 연대는 ‘함께 소속되었다는 느낌’, ‘좋은 관계’, ‘공감’ 등의 감정을 수반하며 나아가 이익의 연대·발전의 상호성이 있는 삶의 태도를 포함한다. 연대 파트너를 통해 조직의 자아는 확대되고,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은 강화된다.


가톨릭농민회는 1966년 결성되어 50년 동안, 산업 문명의 폐해를 자각하고 생명 공동체 사상을 이루기 위한 생명 운동과 공동체 운동을 개척하고 전개해 왔다. 민족농업과 민중의 삶을 지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했다. 우리 행복중심생협은 여성 생협 운동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운동을 시작해 25년 동안, 조합원의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 참먹거리를 나누고 생활과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며 물질 위주의 흐름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두 단체가 추구해 온 ‘생명 공동체 대동 세상’과 ‘서로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삶’이라는 가치는 그 내용이 서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두 단체의 헌신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온전하게 구현되지 못했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생명보다 이윤이, 사람보다 물질을 우선으로 여긴다. 누군가를 딛고 이겨야만 하는 이기적인 경쟁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생산과 소비의 영역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채, 각자 자기 이익만을 쫓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는 연대 협력을 통해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넘어 생산과 소비가 서로를 배려하는, 사람중심 대안경제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는 사명을 확인하였다. 이에 기초하여 두 단체의 취급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생활재를 공동구매하고 생활재를 공동 개발·사용할 것이다. 생산지 및 생활재 품목의 정리, 생산 기준, 생산 관리 체계 검토를 통해 공동 생산지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전산·물류 사업 등 협동 경제 사업체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를 공유하여 사업 효율성 또한 높여 갈 것이다. 나아가 두 조직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통해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성장할 것이다. 먹을거리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두 조직은 고군분투하며 일궈 온 생명농업을 지킬 방법을 찾기 위해 굳건하게 잡은 손을 놓치 않을 것이다.


한국의 생협 운동은 힘이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힘을 합치기 때문이다. 경제학 원론 1장 1절에서 배운 가격 결정의 수요공급 곡선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가 경쟁자라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수요는 ‘싼 가격’만으로 정의될 수 없으며, 우리는 ‘지속가능성’, ‘안전성’, ‘신뢰’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중한 것, 어머니인 대지와 아버지인 노동을 버리면서까지 값싼 것을 선택하라는 선동에 놀아나는 자가 아니다.      


행복중심생협은 이에 부응하는 철학을 가진 생산자를 필요로 한다. 참된 먹을거리 소비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우리의 소망을 실현시켜 줄 생산자와 더욱 강력하게 결합해야 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대대손손 먹을거리 생산을 이어가는 순환농업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동등하고 순환적인 관계에서 실현되어야 제대로 되었다고, 형식과 내용이 통일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번 연대 협약을 계기로, 가톨릭농민회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기도가 성당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에 널리 울려 퍼지게 하는 데 행복중심이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기도란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서약이므로 그 결과는 우리만의 공동체, 그 울타리 안에 머물 수 없는 것이니까.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