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재를 애용합시다



글로벌 코리아에 살면서 ‘국산품 애용 운동’을 한다면 너무 낡은 사고방식일까? ‘신토불이’라는 말도 이제는 인기가 없다. 세계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외국 여행 혹은 거주 경험을 가진 사람도 많다. 비행기 타고 다른 나라에 다녀온 경험이 없더라도 우리의 생활은 이미 글로벌하다. 수입차, 수입산 먹을거리가 흔하디 흔하다. 현재 우리의 생활모습은 글로벌 경제가 있어서 가능한 부문이 많다. 우리의 욕구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물산 장려회 궐기문

내 살림 내 것으로

보아라, 우리의 먹고 입고 쓰는 것이 거의 다 우리의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세상에 제일 무섭고 위태한 일인 줄을 오늘에야 우리는 깨달았다. 

피가 있고 눈물이 있는 형제 자매들아, 우리가 서로 붙잡고 서로 의지하여 살고서 볼 일이다.

입어아, 조선 사람이 짠 것을

먹어라, 조선 사람이 만든 것을

써라, 조선 사람이 지은 것을

조선 사람, 조선 것


우리나라 물품을 애용하자는 운동이 1920년대에 있었다. 조선물산장려운동. 일본의 식민국으로 살았던 그 시절에 우리는, 정치적 억압뿐만 아니라 자원을 수탈당하고 일본 산업의 소비 시장으로서의 역할까지 했다. 근대 제국은 식민지를 통해 부를 축적했으니, 식민국가는 자연 자원과 산업 기반을 빼앗기는 이중의 고통을 당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민족 경제 자립 운동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의 실정은 다른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있고 그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기업의 이익의 혜택이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는지 의문이다.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고 한다. 세금을 내기 싫어서 조세피난처가 되는 나라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기도 하고, 프랑스의 유명 배우는 국적을 바꾸기도 했다. 세금이란 결국 자신에게 돈을 벌어 준 사람들에게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 달라고 내는 돈인데 말이다. 


돌고 도는 것이 돈이고,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고 한다. 경제란,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고, 살기 위해 필요한 물자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이 아닌가? 경제의 목적은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다. 


생협의 생활재는 사람을 살리는 물자다. 사용하는 이의 건강을 생각하고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 하기에 환경도 살린다. 직거래를 통해 유통되므로 이력 추적이 가능하여 안심하는 마음을 덤으로 가져간다. 조직된 소비자, 조합원이 책임지고 이용하니, 소비되지 않고 버려지는 낭비가 없다. 이는 우리 조합의 사업이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이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조합 안에서 쓰이는 돈은 우리나라에서 완결되는 생산-유통-소비 시스템에 사용되고, 사업의 잉여금도 조합원과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된다. 누군가의 주머니로 빨려들어가 다시는 우리에게서 돌아오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그런 돈이 아니다. 돌고 돌아 생산자를 살리고, 소비자를 살게 하는 데에 사용된다. 


요즘은 시골에도 O마트가 있다. 행복중심생산자회 회장 조원희는 O마트에서 장을 보면 30분만에 서울로 송금 된다고 말해 주었다. 시골의 돈이 도시로 다 빨려 들어간다. 지역 경제가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살아난다. 생산이야 전국에서 일어나도 유통 부문에 있어서라도 지역에 이익이 환원되어야 한다. 생산이야 글로벌하게 된다 해도, 어떤 소비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에 이익을 환원할 수도 있다. 2014년 행복중심 생산자총회에서는, 생산자들도 행복중심의 생활재를 이용하자고 결의하였다. 생협 생활재를 이용하여 서로 돕는 경제 구조 안에서 돈이 돌게 하는 힘을 기르자고, 제2의 물산장려운동이다. 


우리 모두 생활재를 애용하자! 글로벌한 시대에 더욱 필요한 일이다. 로컬의 힘이 없는 글로벌은 식민지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안인숙 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