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 착한참치, 그 뒷이야기


텔레비전에서 푸른바다를 헤엄치는 거대한 참치 떼를 본 적이 있다. 시속 20~80km의 빠르기로 평생 약 8,000km를 이동한다니. 모든 물고기가 그렇듯이 참치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헤엄을 멈추지 않는다. 잠을 잘 때도 뇌만 쉴 뿐 몸은 계속 움직인다. 참치의 이런 습성에서 ‘참치형 인간’이란 말이 생겼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이상향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한국에서 참치가 통조림으로 개발된 것은 32년 전이다. 20년 전에는 고추·채소 등 소스를 첨가한 ‘2세대 참치 통조림’이 나오고, 최근에는 ‘네모 참치’라고 불리는 정육면체형 ‘3세대 참치 통조림’이 나왔다. 


참치는 행복중심과 인연이 깊다. 2012년, 통조림엔 잘 쓰이지 않는 황다랑어로 처음 ‘행복중심 참치’ 통조림을 만들었다. 아이쿱 생협과 물류사업 협력을 중단하면서 참치 공급이 어려워졌다. 보다 개선된 형태로 우리의 참치를 만들고 싶었다. 생산자회에서 비용을 빌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 그래서 우리는, 번쩍번쩍 빛나는 황다랑어를, 물과 소금을 넣지 않고 100% 카놀라유만 넣어 담백하고 쫀득한 통조림 참치를 만들어 냈다. 다른 것 흉내 내기를 넘어서, 참치는 가다랑어로만 만든다는 통념을 버리고, 나쁜 것은 과감하게 빼버려 생활재에 대한 철학을 담아냈다.


2년 후 2014년 우리의 두 번째 참치통조림은 ‘착한참치’다. 이번에는 무엇을 개선할 것인가? ‘건강’과 ‘식품 안전’이라는 가치에 무엇을 더해야 할 것인가? 답은 ‘환경’이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낚시로 잡은 참치’를 선택하기로 했다. 


대개 참치는 집어장치를(FAD)를 이용해서 잡는다. 부유물을 좋아하는 습성을 이용해서 참치 떼를 유인하는 장치다. 이때 참치뿐만 아니라 돌고래나 청새치 등 보호 어종과 어린 참치까지 그물 안으로 휩쓸려 들어오는 것이 문제다. 함께 잡힌 귀한 생명들은 참치가 아니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채 바다로 버려지는데 많을 때는 전체 어획량의 30%가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집어식’이 아닌 ‘채낚기’를 선택하기로 했다.


참치를 개발하는 과정의 뒷이야기도 많다. 국내 최초로 MSC 인증을 받게 되었다. 최초다 보니 영국에 있는 MSC에는 한국어로 된 인증 소개서도 없고, 인증에 대한 공식적인 한글 명칭도 없는 상황이었다. MSC의 한글 명칭을 우리 때문에 새롭게 만들고, 한국어 소개 자료도 만들었다. 또한 MSC 인증은 어업 자원을 유지하는 생산방식인지를 살필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부터 식탁까지 수산물의 이력추적이 가능한지도 심사한다. 영국에 있는 MSC로 서류를 보내고 메일을 주고받는 데는 구글 번역기의 공이 컸다고 한다. 참치는 몰디브 바다에서 몰디브 항구로, 거기서 통영 항구로 이어지는 비교적 짧은 항로를 거쳤지만, 행복중심생협과 오뚜기 식품은 거친 번역으로 유명한 구글 번역기를 활용해야 할 정도로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였다. 이번 일로 국내에서 수산물에 대한 자원 보호 및 이력관리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착한참치’는 커피, 코코아와 함께 행복중심이 직접 OEM 가공을 하는 귀한 생활재다. 지켜보고 격려해준 생산자회가 우리 곁에 있었다. 개발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한 작년부터 1년 동안 애써준 생활재 위원회와 구매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시식을 통해 의견을 낸 임직원 특히 매장책임자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우리가 두 번째 참치통조림을 만들어 냈다. 조합원의 건강을 지키고, 사회에 유익한 것 만을 만들고자 한 우리 조합원의 의지를 실현했다. 이제 이용하는 일만 남았다. 


안인숙 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