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할 수 없는 이름, 친환경 농업과 원자력 발전소

경북 상주에 다녀왔다. 친환경 농업학교에서 생산자들을 만나고 왔다. 참석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지만 어르신이라 하기엔 아직은 젊은 나이다. 경지에 오른 농사기술과 농사일에 대한 애착을 가진 분들이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다.

힘든데 왜 친환경 하시느냐 하니, 말 그대로 환경에 좋으니까 짓는다고 하신다. 시장에 출하할 때의 애로사항을 여쭈니 일반 농산물과 가격 차이가 없는 것이라 하신다. 생산물 가격은 생계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일종의 자존심과도 직결된다. 정부도 소비자도 알아주지 않는 농사를 짓는다고 생각하면 힘이 든다고.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농림부는 농사법이 달라짐에 따른 환경 영향 평가를 아직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상추잎에 농약이 남아 있는지 검사하는 것보다. 친환경 농사로 땅과 물이 얼마나 건강해졌느냐 평가하는 것이 훨씬 더 근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그 취지를 살리는 기준을 사용하지 않아 소비자의 이기심을 부추기고, 농민이 범법자가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잘못된 법 제도의 표본이다. 친환경 농축산업 육성 제 4차 계획에 이런 문제가 반영될 예정이라니 주목할 일이다.


농민 교육의 핵심은 농민의 자립과 협동에 관한 것이다. 소비자 교육의 핵심과 다르지 않다. 우리 선배들이 26년 전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생활의 자립과 협동을 목적으로 결사체를 이루었듯이, 자식들이 다 떠나 버린 농촌을 지키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과제는 자립과 협동으로 사람이 살 만한 농촌을 만드는 것이다. 농민을 위한 협동 조직이 있어야 한다. 때마침 3월 11일, 농협 조합장 전국 동시선거를 앞두고 있다.





3월 11일. 이날은 또 어떤 날인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4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이후 4년간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던가? 행복중심생협을 비롯한 소비자 단체들이 노력한 끝에 식품에 대한 방사성 물질 허용 기준이 낮아지고, 학교급식 재료에 대한 방사성 물질 관리 조례가 제정되어 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일본 폐건축 자재가 수입되는 등, 한국이 일본의 원자력 사고 사후처리 국가라도 자처한 모습도 보인다. 또한 수명 다한 원전의 재가동이 속속 결정되는 위험천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최초 원자력 발전소 고리 1호기(1978년 가동개시/부산광역시 장안읍/‘15년 1월 기준 인구 9,390명)는 30년 수명을 다했음에도 아직 가동되고 있다. 두 번째 원전인 월성 1호기(1983년 가동개시/경북 경주시 양남면/’15년 기준 인구 6,891명)도 며칠 전 재가동 이 승인되었다. 원전은 기술 자체의 불안정성뿐만 아니라 관리자의 안전 불감증에 의한 사고, 불량 설비 사용 문제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 속속 수명을 연장하는 결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1980년대에 지어진 7개의 원전이 수명 연장 신청을 기다리며 대기 중이다. 전국 23개의 원전이 투자 수익을 회수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가? 원전은 폐기물 처리 비용을 생각하면 시작하지 말았어야할 경제성 없는 에너지이다.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다. 건설할 때는 6,000명만 설득하면 되었겠지만, 만일 사고가 난다면 4,500만 명의 생명이 달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핵발전 위주의 전력 생산 정책을 폐기했는지 친환경 재생에너지 예산은 늘렸는지, 기업은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지. 또 우리는 전기 절약을 실천하고 있는지. 후쿠시마의 쓰라린 교훈을 충분히 반성하고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지. 한 번에 생명을 앗아가고 돌이킬 수 없이 자연 환경을 초토화시키는 원자력 발전은 친환경 농업을 지지하는 우리와는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인숙 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