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00건

  1. 요리는 나의 힘, 민선빈 조합원
  2. 깊은 가을, 우리들의 여행 - 2011년 생산지 기행(밤뜨래, 마하탑)
  3. 배추 농사 잘 짓는 비법이요? 교감해야 잘 크지요 - 아산 김인선 김장 배추 생산자
  4. 속이 알찬 무, 곧 찾아 갑니다 - 홍성 이윤학 김장 무 생산자
  5. 우유를 향한 무한 사랑, 유기축산 인증 논지엠오 유가공
  6. 자연순환농법으로 기른 돼지, 자연에도 사람에게도 좋습니다
  7. 과일과 통(通)하는 사람들, 933환경농업영농조합법인
  8. 대를 이은 23년 노하우로 바르게 기릅니다 -삼현농장 김준혁 생산자

요리는 나의 힘, 민선빈 조합원


‘체리민트’라는 아이디를 아시나요? 여성민우회생협 홈페이지 커뮤니티에 다양한 요리를 올려 생활재로 만드는 요리에 대한 정보를 주고 있는 민선빈 조합원의 아이디입니다. 이번 <행복중심> ‘만나고 싶었습니다’는 요리에 대한 무한 애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남서여성민우회생협 민선빈 조합원을 만났습니다.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이 된 계기는?

조합원으로 가입한 건 2006년도예요. 그 전에는 믿지 못했어요. 아무리 유기농이다 어쩐다 해도 그걸 어떻게 믿어요. CCTV를 설치하고 계속 지켜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지나다니다 매장을 보고 안에 들어가서 동태를 골랐는데, 버젓이 뒤에 ‘러시아산’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동네 슈퍼에서 사는 거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고 이용을 하지 않았죠. 그러다 텔레비전에서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협 생활재를 이용하는 걸 보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음식 잘못 먹으면 바로 피부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믿고 먹는 거면 먹을 만하겠다 싶었죠.

친정과 시댁이 모두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정말 높았습니다. 저도 자연스럽게 ‘잘’ 먹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전공도 식품영양학이라 먹을거리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다른 건 몰라도 유정란과 두부만큼은 반드시 생협 생활재를 먹어요. 다른 건 못 먹겠더라고요. 그리고 나물류와 잡곡 역시 생협에서 반드시 국내산을 먹어요.
 
 
요리 강습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큰 아이가 밥을 너무 안 먹어서, 이것 저것 먹이려고 요리를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태안에서 3년 정도 지낸 적이 있는데, 거긴 정말 주변에 놀이터 하나 없는 곳이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요리를 정말 많이 했죠. 거기에서 저만의 레시피를 정리했어요. 간단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요리로요.
그러다 어느 날 큰 아들 생일잔치를 하게 되었어요. 배달 음식을 안 하고, 하나하나 만들었죠. 엄마들 좋아하는 샐러드까지 한 상 차려내니 다른 엄마들이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요리 강습은 그렇게 시작했어요. 그게 2003년이니 벌써 8년이 되었네요.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료’예요. 재료가 모든 요리 맛을 결정합니다. 우리 입맛에는 국내산 재료가 가장 좋은데, 시장에서는 국내산 재료를 구하기 쉽지 않아요. 제가 생협을 이용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죠. 그리고 양념은 최대한 적게 넣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립니다. 인스턴트 재료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 입맛이 많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시중에 만들어져 나오는 소스나 양념 맛에 길들여져 어쩌면 나중에는 우리 전통음식이 사라지거나 변형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여성민우회생협에서의 배움

생협에 와서야 ‘먹을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것을 생산하기 위한 땅, 흙, 기후 등의 환경도 중요하고, 농사를 짓는 농민도 중요하잖아요. 자연과 사람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을 아울러 운동을 펼칠 때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고, 국가식량주권이 회복되고, 나아가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요. 제가 알고 있던 건 빙산의 일각이었던 셈이죠. 그런 사실을 여성민우회생협 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었어요.

앞으로의 꿈은?

대한민국 엄마들이 최소한의 요리를 해서 이 땅의 아이들이 조금 더 건강하게 자랐으면 해요. 아이들이 조금만 다쳐도 겁을 내는 엄마들이 먹는 거에는 의외로 광고에 현혹되는 분들이 많아요. 주변에 보면 그런 엄마들이 많아서 안타깝더라고요. 그리고 더불어서 여성들이 생협을 통해 재능을 발휘하고,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도 그런 활동들이 있지만, 아직은 사람들 인식에 ‘생협’이라는 곳이 낯선 것 같더라고요. 저도 열심히 알리고, 행정적인 것도 뒷받침되어서 여성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인생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게 제 꿈이에요.

남서여성민우회생협 교육위원회에서 바른식생활 강사로도 활동 중인 민선빈 조합원은 시종일관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요리를 좋아하고, 요리에 대해 공부하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합니다. 앞으로 민선빈 조합원의 멋진 활약을 기대합니다. 아이이 건강하게 자라고, 여성이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는 민선빈 조합원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슬비 연합회 기획부

*이 글은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소식지 <행복중심> 9, 10월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깊은 가을, 우리들의 여행 - 2011년 생산지 기행(밤뜨래, 마하탑)

2011년 10월 7일, 하늘 높은 가을날 생산지기행을 위해 각 단협에서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이 모였습니다. 올해는 밤양갱과 맛밤을 공급하는 밤뜨래와 소금과 젓갈류를 공급하는 마하탑을 방문했습니다. 


임자도로 향하는 바닷길



가을이 깊었습니다. 매년 이맘 때, 여성민우회생협은 조합원과 함께 평소 잘 찾아가지 못했던 생산지로 떠납니다. 생활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생산자와 관계를 맺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다시 한번 우리가 서로를 살리는 관계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올해는 부여의 밤뜨래와 전남 신안에 있는 마하탑을 찾았습니다. 가는 길이 멀어 많은 산지를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 여행길 내내 조합원들끼리도, 생산자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깨알같은 1박 2일의 시간을 소개합니다. :D




먼저 부여에 있는 밤뜨래를 찾아갔습니다. 밤뜨래는 밤가공식품 전문 업체로 현재 맛밤, 밤양갱, 밤퓨레 등을 생산합니다.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을 맞은 밤뜨래 강봉석 생산자는 맛밤 생산 과정을 보여주셨습니다.

강봉석 생산자

 


국내산 부여 밤 100%로 만드는 맛밤은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화염식 박피 기계를 도입해 예전에는 손으로 하던 일을 지금은 기계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650도 붗꽃에 3~4초 정도 지나가면 겉에만 타서 껍질이 벗겨집니다. 덜 벗겨진 건 사람이 일일이 작업을 하며 깨끗하게 손질하고, 세척, 건조, 익힘 과정을 거처 맛밤을 만듭니다. 불빛이 튀며 밤 껍질이 벗겨지고 밤 껍질이 벗겨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봅니다. 레일 위로 떨어지는 토실토실한 밤알. 한가득 모인 밤알이 참 예쁩니다. 


 
밤은 하루 3알을 먹으면 원기회복에 좋고 다른 견과류에 비해 지방이 적고, 알러지가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보통 껍질을 까는 작업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들어 대부분 공장이 중국에 있으나 밤뜨래는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나마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시중에서 먹는 맛밤은 겉이 까만색인데 대부분 중국산 밤이고, 당처리를 하거나 깐 상태로 오래 두기 때문에 까맣게 변하는 거라고 합니다. 

밤뜨래 공장 내부


 

밤뜨래 앞에서 다함께!



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부여에서 점심을 먹은 뒤, 버스를 타고 다시 달렸습니다. 점암 선착장에 도착해 배를 타고 20여분을 들어가면 임자도에 도착합니다. 배에서 내리자 유억근 생산자가 반갑게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을 맞이해 줍니다.

점암 선착장에서 배에 오르며




먼 길을 달려 바다를 건너 도착한 임자도. 한가롭고 조용하면서 여유로운 이 임자도에 마하탑 염전이 있습니다. 유억근 생산자가 소개해 주는 길을 따라 염전을 향합니다. 넓게 펼쳐진 네모반듯한 염전, 바다 내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칸칸의 푸른 물빛이 넘실거립니다. 



마하탑은 1986년 6월에 창업했고, 생명운동, 환경운동, 더불어 사는 운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마하’라는 이름은 대(大)·다(多)·승(勝)의 의미가 있는 산스크리스트어입니다. 마하탑은 ‘넓고 큰 탑’이라는 뜻입니다. 유억근 생산자의 포부와 마음이 담긴 듯합니다. 

마하탑 유억근 생산자


천일염은 바다, 태양, 바람으로 만드는 소금입니다. 자연의 섭리가 없다면 생산할 수 없는 소금이죠. 마하탑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바닷물을 끌어들여 저수지에 보관합니다. 다음 수문을 열고 단계적으로 흘러내리게 하여 개펄로 된 염판 위에서 햇빛으로 증발합니다. 증발된 염도 20도 소금종자를 결정지로 보내 소금을 만듭니다. 그리고 소금을 거두어 창고에 보관한 후, 포장을 합니다. 



마하탑 결정지(소금이 만들어지는 네모난 곳)는 특별히 내벽의 송판은 스테인레스 못으로 시공하여 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통행로는 부직포 대신 송판으로 시공해 위생에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소금창고는 석면이 들어 있는 스레이트 지붕 대신 채광이 잘 되는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했습니다.

천일염 결정



결정지 통로를 지나다니며 열심히 유억근 생산자 설명을 듣습니다. 처음 보는 소금 결정 모습에 감탄을 하며 바라봅니다. 자연은 신비롭습니다. 살아 있는 임자도의 갯벌에서 만들어지는 건강하고 깨끗한 천일염. 보통 소금과 어떻게 다를까요?

재제염은 미네랄 성분이 거의 없는 외국에서 수입한 천일염을 물에 끓여 염화나트륨 성분이 95% 이상 되도록 다시 만든 소금입니다. 정제염은 기계를 통해 바닷물에서 염화나트륨만 99% 이상 되게 만든 인공 소금이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갯벌 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염도가 80% 정도고 나머지는 미네랄 성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미네랄은 무기질영양물질인 광물질을 말합니다. 미네랄은 몸속에서 삼투압을 조절하거나 효소의 기능을 도와 물질 대사에 관여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연의 질서와 멀어져가는 우리 식생활에서 오는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미네랄 섭취가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마하탑에서 생산되는 소금에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니, 정
말 다행입니다. 

염전을 거닐며

엄마와 딸



유억근 생산자는 조합원들에게 2002년 있었던 다이옥신 파동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소금에서 다이옥신이 다량 검출돼 다른 생협에서 소금 공급을 중단했을 때, 민우회생협에서만 유억근 생산자를 믿고 계속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마하탑 소금도 검사를 의뢰해 놓고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15일 동안 유억근 생산자는 잠도 자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5일 후 나온 검사 결과, 마하탑 소금에서는 다이옥신이 불검출되었습니다. 유억근 생산자는 그때 여성민우회생협과의 믿음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소금창고



염전을 둘러본 뒤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한 후, 유억근 생산자가 마련해 준 숙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곳에 위치한 숙소라 모두 짐을 들고 달빛이 비추는 시골길을 따라 30분 정도를 걸었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불빛이 가득한 도시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달빛이 생각보다 꽤 밝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을 고스란히 다 비춰줄 정도로 밝았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답니다.
 



그 다음날, 숙소 앞에서 모여 사진 촬영을 한 뒤 유억근 생산자를 만나 소금 공장과 함초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공장에서는 소금을 탈수하고, 포장하는 과정을 본 후 공장 뒤편에 있는 함초 농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함초는 보통 3월에 심어 9월에 수확합니다. 지금 남아 있는 함초는 씨를 받기 위해 남겨둔 함초라고 하네요.




함초는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소금을 흡수하며 자라는 식물입니다. 몸 안에 쌓인 독소와 숙변을 없애고, 암, 자궁근종, 축농증, 고혈압, 저혈압, 요통, 당뇨병, 기관지천식, 갑상선 기능저하, 갑상건 기능향진, 피부병, 관절염 등 갖가지 난치병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지니고 있는 놀라운 약초라고 합니다. 갖가지 미네랄과 효소 성분이 농축돼 들어 있어 중국에서는 ‘신초(神草)’라고도 불렸다고 하네요. 




이어서 젓갈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김장철이라 많이 바쁜 중에도 친절하게 저희를 맞아 주신 다른 생산자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장 창고와 생산 공정까지 유억근 생산자가 자세히 설명합니다.  

 



공장까지 살펴본 후, 젓갈 공장 한쪽에 마련된 교육장에서 유억근 생산자 부부가 준비해 준 인절미와 화분차를 마셨습니다. 금방 쪄낸 쫀득쫀득한 인절미.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을 위해 준비한 정성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마하탑을 운영하며 겪었던 시간들, 사모님과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유억근 생산자의 앞으로 꿈까지. 이런 멋진 생산자가 만드는 소금이라면 얼마든지 믿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산자와 함께해서 여성민우회생협은 참 행복합니다. 



생산자 선생님께 손을 흔들며 인사를.


안녕히 가세요!



서울까지 갈 길이 멀기에, 조금 이른 인사를 나누며 헤어집니다. 좋은 경치와 좋은 공기 마시며 생산자와 함께 보낸 1박 2일이 참 소중합니다. 


 

배추 농사 잘 짓는 비법이요? 교감해야 잘 크지요 - 아산 김인선 김장 배추 생산자

김장 배추를 키우는 김인선 생산자, 고된 농사 일에도 푸근한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 배추밭에서 배추를 솎아내고, 메뚜기를 잡고, 물을 주며 정성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농사가 천직인 유기농 베테랑
여성민우회생협에서 공급하는 김장 배추는 충남 아산의 ‘아산한모음작목반’에서 생산합니다. 
작목반의 김인성 생산자는 30년 넘게 농사를 지어왔고 유기농 농사만 지은지 10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 농부입니다. 여기에 15년 이상 유기농 농사만 지어온 귀한 땅에 김장 배추를 심었습니다.
지난 9월 28일, 배추 밭을 찾아가 보니 배추들이 쪼로록 예쁘게(정말 예쁩니다. 배추가 이렇게 예쁠 수 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줄을 맞춰 자라고 있습니다. 색이 선명하고 마르거나 병난 것 없이 건강하게 벌써 꽤 크게 자랐습니다. 

100일의 정성으로 자라는 김장 배추
8월 20일, 배추씨를 뿌리고 모종을 키워 9월 10일, 청명한 날을 골라 정식(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일)을 했습니다. 씨를 뿌리고 100일을 키워내야 김장을 담글 수 있는 통통한 배추가 된다고 합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 일’이란 말이 있듯이 배추 농사를 망치는 원인으로는 냉해, 태풍, 병해 등 다양한데 올해는 정식 이후 날씨가 좋아 다행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아침으로 쌀쌀한 기운이 돌고 낮은 푸근하여 기온차가 큰 날씨가 배추가 가장 잘 자라는 날씨라고 합니다. 그래야 배추며 무며 김장거리가 속까지 단단히 영글어 맛있는 김치가 된다고 합니다. 

나비가 날고 메뚜기가 배춧잎을 먹고 있습니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잡아야 하지만 친환경 농사를 짓는 밭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기도 합니다




배추 농사 잘 짓는 비법이요? 교감해야 잘 크지요.
배추 농사를 잘 짓는 비법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배추와 교감해야 잘 크지요.’라고 대답합니다. 매일 매일 배추 밭을 돌보며 배추가 지금 목이 마른지 영양이 부족한지, 메뚜기 때문에 성가신지 배추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생산자의 마음 씀씀이 뿐만 아니라 농사 노하우와 정성도 대단합니다. 김인선 생산자가 생산하는 배추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는 유기농 배추입니다. 톱밥과 우드칩, 유기농 쌀겨, 유기 축산 분뇨를 발효시킨 퇴비를 직접 만들어 사용합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도 철저하게 관리하여 잔류농약 검사, 생산과정 조사도 정기적으로 받는 등 품질관리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맛있다는 말과 꾸준한 이용이 제일 큰 힘
몇 년 전 태풍으로 하우스가 모두 날아가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 갈 때는 농사를 포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선생님의 채소가 제일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다시 힘이 나서 농사를 짓게 되더랍니다. 시중의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크게 내렸을 때 언제나 꾸준히 이용하는 소비자가 있어 자신은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친환경 농사를 계속 짓는 일은 마라톤과 같다고 생각한다는 김인선 생산자는 힘들고 긴 마라톤이라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뛰면 우리 다음세대에게는 깨끗한 지구를 물려줄 수 있지 않겠냐며 고집스런 신념을 말했습니다.
 

속이 알찬 무, 곧 찾아 갑니다 - 홍성 이윤학 김장 무 생산자




정성과 고집으로 지어온 30년 농사
지난 9월 23일, 이번 김장 때 공급할 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보러 홍성 땅을 밟았습니다. 만물이 깊어지는 계절, 가을인 만큼 홍성 들녘 곳곳에 펼쳐진 황금색 들판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홍성에서 3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이윤학 생산자를 만났습니다. 굽이굽이 걸어 들어가니 이윤학 생산자의 무 밭이 펼쳐집니다. 가지런히 예쁘게 심긴 무가 줄을 맞춰 들판을 빙 둘러 있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 풀을 다 맸다며 웃는 이윤학 생산자의 말처럼 밭고랑 사이에는 잡초 한 포기 없었습니다. 무 한 포기 한 포기에 들인 이윤학 생산자의 정성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홍성에서 3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이윤학 생산자



75일의 정성으로 자라는 김장 무 
김장철에 공급하는 무는 75일 동안 자라는 무입니다. 10월 말에 조합원에게 공급하기 위해 8월 27일에 파종했습니다. 여름 장마가 끝나는 시기였고, 잠시 덥다가 곧 가을로 접어들어 올해는 예년에 비해 병해가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유난히 장마가 길어 병충이 자라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이윤학 생산자에게 농사를 지으며 어떤 점이 힘드냐 물으니 풀을 매는 것이라 말합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작업해야 하고, 또 반복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풀을 잘 매줘야 작물이 다른 잡초에 영양분을 빼앗기지 않아 잘 자라고, 또 그만큼 건강하기 때문에 병해를 입을 확률도 낮아진다고 합니다. 보통 씨를 뿌리고 거두어 들이는 75일 도안 2~3번 정도 풀을 매준다고 합니다.

풀을 잘 맨 밭에서 영양분을 듬뿍 먹으며 자라는 무



하늘이 돕는다면 올해는 무가 풍년일 것 같아요
예상밖으로 날씨가 추워지지만 않는다면 올해 무 농사는 걱정이 없다 합니다. 한기가 빨리 오면 땅속에서 무가 얼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같은 날씨만 계속된다면 올 김장철에는 속이 꽉 찬 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하늘이 돕고 생산자가 일구며, 조합원이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는 농사. 올 김장은 넉넉하게 풍성한 마음으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우유를 향한 무한 사랑, 유기축산 인증 논지엠오 유가공


지난 구제역에 이여 낙농진흥회와 정부와의 원유 가격 협상 덕분에 우유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언론매체에서는 연일 우유 파동을 예고하고, 마트에서는 우유가 없어서 팔 수 없다는 보도에 우유가 자주 먹는 아이를 둔 엄마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시중 소비자 물가는 높아만 가고, 먹거리에 대한 불안정한 마음도 높아진다. 생협 안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폭우와 폭염으로 생산지 피해가 걱정하는 한 해였던 것 같다.
  
축산 생산지에 대한 걱정과 한편으로 대부분의 축산 농가들은 유기 축산으로 구제역으로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하는데 구제역으로 올해는 특히, 마음고생이 심했을 소라농장 정원학 축산 생산자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유기 인증을 받은 논지엠오 유제품 가공 주연섭 생산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논지엠오 유가공 생산지는 경북 문경시 호계면 견탄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연섭 생산자와 직원 두 명이 운영하는 공장은 작은 규모지만, 곳곳에 주연섭 생산자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아쉽게도 취재차 방문한 금요일은 유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날이라 공장 내부에서 가공과정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주연섭 생산자는 미생물 오염과 이물질 유입을 소홀이 할 수 없어 청결과 살균에 가장 많이 신경 쓴다고 합니다.

논지엠오 유가공 공장 내부



유기인증 받은 팜우유,
가격보다 좋은 우유와 맛으로 승부하고 싶다
 
주연섭 생산자는 축산을 전공하고 대기업 유제품 회사에 근무하다가 2004년에 지금 원유를 공급받고 있는 소라 농장에서 가까운 유제품 가공 공장을 인수받았습니다. 직접 개발한 발효 사료를 먹인 젖소의 원유로 팜 우유, 요구르트, 치즈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기존 젖소는 옥수수 성분이 다량 함유된 농후사료를 먹이는데 소라 목장의 젖소는 밀과 보리, 쌀의 부산물에 유단백질 분해와 흡수를 돕는 마늘과 파인애플을 섞은 발효 사료를 먹였다고 합니다. 옥수수 사료는 오메가6 지방산 비율이 높아 우리 몸의 균형을 깨뜨리고, 비만, 심장병, 알레르기 등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메가6 지방산은 옥수수 사료를 먹는 젖소의 육류와 유제품에도 축척이 되어 소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요즘 구제역 때문에 우유에 안전성에 대한 여부를 더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열심히 노력한 만큼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유기 인증은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작년까지는 85% 유기사료를 먹이면 유기인증을 주었는데 올해부터는 100% 유기사료를 먹여야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기인증 제도는 대부분 수입 사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내 생산 기반 현실에서 아직은 100% 국내산 유기농 사료를 먹인 젖소에게 원유를 얻는 것이 불가능 하지만, 점차 보리나 국내산 조사료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유기축산으로 좋은 원유를 생산하는 소라 농장
 
소라 농장은 유제품 가공공장에서 8km 떨어진 경북 예천군 풍양면에 있습니다. 가공공장과 목장이 함께 있으면 사람으로 인한 오염과 함께 축사 주변의 파리나 해충으로 청결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목장과 가공공장은 반드시 8~10km 정도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소라 농장에는 100여 마리의 젖소가 주연섭 생산자가 만든 특별 배합사료를 먹고, 농장 바로 옆 방앗간에서 나온 유기농 왕겨가 깔린 넓은 축사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자라는 젖소들은 인공수정이 아닌 자연교배로 송아지를 낳습니다.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키워서인지 인근 지역 구제역 발생에도 소라 농장 젖소들은 건강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정원학 농장주와 주연섭 생산자가 서로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원유와 맛 좋은 유제품이 탄생하는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현정 편집위원장 

 

 

 *이 글은 여성민우회생협 소식지 <행복중심> 9, 10월에 실린 글입니다.

여성민우회생협 홈페이지에서 보기

 

자연순환농법으로 기른 돼지, 자연에도 사람에게도 좋습니다

자연순환농법으로 기른 돼지, 자연에도 사람에게도 좋습니다
-해올림 돼지 생산자 가나안 농장 이연원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한 가나안농장의 이연원 생산자는 1997년 돼지를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거기에다 돼지 분뇨 악취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고, 분뇨 처리가 힘들게 되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료를 무항생제로 바꾸고 2003년부터 친환경 사육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때부터 씨알살림축산에 공급하게 되면서, 여성민우회생협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100% 무항생제 돼지고기
가나안 농장이 다른 농장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바로 돼지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연원 생산자는 돼지가 스스로 몸을 지켜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친환경 축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시행중인 축산물 무항생제 인증 제도를 보면 엄마 돼지의 치료용으로 쓰는 항생제나 호르몬제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연원 생산자는 이조차도 전혀 투여하지 않습니다. 100% 무항생제 돼지를 고집하는 것입니다.

면역력이 높은 돼지는 고기의 맛도, 분뇨의 활용도도, 돼지의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구제역 광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돼지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이연원 생산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사육합니다. 



사료의 단백질 함유량 조절
사료에 들어 있는 단백질 함유량을 조절합니다.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사료는 돼지가 빨리 자라기는 하지만 유해균 활동이 활발해져 돼지 분뇨에 악취가 많이 나게 되고, 이런 분뇨는 퇴비로 사용하기도 어렵습니다. 

가두지 않아 충분히 움직이며 자라는 해올림 돼지 
돼지가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바닥에 깔짚을 깔아 사육합니다. 지역에서 나는 톱밥, 볏짚, 왕겨 등 농사 부산물을 이용한 깔짚 돈사는 돼지가 적정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보통 관행 사육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철망에 가두어 사육합니다. 돼지의 운동량이 줄어들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편하게 자라게 됩니다. 
반면 깔짚 돈사는 돼지에게 편안하게 움직이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또한 돼지의 분뇨가 깔짚에 떨어지면서 섞여 냄새를 줄여주고, 유익한 균이 분해돼 퇴비로 사용하기에 적정한 상태가 됩니다. 심했던 돼지 분뇨 냄새도 싹 사라졌습니다.


햇볕과 바람이 통하는 쾌적한 돈사
또한 햇볕을 받을 수 있도록 돈사에 창을 내었습니다, 보통 무창(無窓) 돈사를 하는 이유는 온도관리의 편리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창을 통해 햇빛을 보며 자란 돼지는 비타민D를 생성해 면역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원연 생산자는 단순히 고기를 많이 얻고, 맛있는 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사육이 아니라 땅에 이로운 퇴비를 얻기 위한 친환경 사육을 하고 있습니다. 가나안 농장에서 나오는 돼지 분뇨는 깔짚과 함께 발효시켜 지역의 친환경 농사에 퇴비로 사용합니다. ‘지역 내 자원순환’이라는 친환경 유기농업의 원칙에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조합원에게도 자연에게도 좋습니다. 


과일과 통(通)하는 사람들, 933환경농업영농조합법인

경북 상주 모동에 있는 백화산. 병풍처럼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이 산의 높이는 해발 933m. 지역의 산을 바라보며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농사꾼들이 공동체 이름을 ‘933’으로 정했다. 그렇게 933환경농업영농조합법인의 이름이 탄생했다. 뜻을 알고 들으니 더욱 정겹다.
933환경농업영농조합법인은 여성민우회생협에 포도와 복숭아를 공급하는 생산지로  조합원 4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친환경농업인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제대로 된 농사를 짓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박석원 생산자, 933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

박석원 생산자에게 농사를 지으며 어떤 점이 가장 힘든지 물었더니 ‘힘든 거 하나도 없다’ 말한다. 20년 동안 포도나무를 키우다 보니 포도가 주인 마음을 다 아는 것 같다고. 아프지 말라 하면 안 아프고, 잘 자라달라 하면 잘 자란단다. 그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포도 농사를 오래 지었다 해도 농사라는 게 마음으로만 되는 건 아닐 텐데. 그러다 주렁주렁 포도가 열린 나무들 사이로 겨우 포도 한 송이를 힘겹게 붙들고 있는 나무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하우스 곳곳에 그런 나무들이 있다. 

말라버린 나뭇가지


말없이 그 나무를 쳐다보자 박석원 생산자가 말한다. 올해 초, 이상기후 현상으로 냉해를 입은 나무라고. 하지만 죽지 않고 살려는 발버둥으로 겨우 겨우 포도 한 송이를 열어냈다. 

그제야 ‘힘든 거 없다’는 박석원 생산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이해했다. 포도가 박석원 생산자의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그도 포도의 삶을 아는 것이다. 작년에도 이상기후 현상으로 포도 농사가 힘들었다. 또 다시 겹친 냉해로 포도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해야 했다. 박석원 생산자는 그 포도나무 곁을 묵묵히 응원하며 지켜줬다. 그 치열한 싸움을 알기에 힘든 거 하나도 없다 말했을 것이다. 

열심히 익어가는 포도들



"포도를 쳐다보는 표정이 정말 사랑이 가득 담겨 있어요!"
"당연하지요, 20년을 만난 사인데..."

박석원 생산자는 인위적으로 생장을 조절하는 호르몬제, 제초제, 토양소독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잿빛 곰팡이병, 탄저병 등 병충해를 막기 위해 현미식초와 목초액을 사용한다. 일반화학농약대신 석회보르도액과 석회유황합제를 쓰고, 화학비료대신 소똥, 쌀겨, , 톱밥, 미생물을 90일 이상 발효한 퇴비를 준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만 나무에 줘야 한다는 게 박석원 생산자의 지론이다. 이렇게 길러낸 포도가 열심히 익어가고 있다

 
하우스 가득 포도나무의 열심이 느껴진다. 양분을 빨아들이고, 각종 병과 싸움을 하며 여름 내내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에게 공급할 포도를 익힌다. 달기만 한 포도는 금방 질린다. 하지만 상주 포도는 단맛과 신맛이 적절히 어우러져 진정한 포도 맛을 느낄 수 있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은 상주 지역의 특성과 그 환경에서 자라려 하는 포도나무의 생존력이 맺은 결실이다. 




성동현 생산자

복숭아만큼 가녀린 과일이 있을까? 복숭아나무는 과실나무 중에서 특히 병에 약하다. 여성민우회생협에 공급되는 복숭아는 저농약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저농약 농사라도 복숭아를 저농약으로 키운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고. 병에 잘 걸리지 않도록 땅을 준비하고, 나무 내성을 기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건 바로 생산자의 몫이다. 성동현 생산자도 그렇게 복숭아를 기른다. 성동현 생산자도 그렇게 복숭아를 기른다. 친환경 천연 방제법으로 석회보르도액과 석회유황합제를 사용하고, 세균성구멍병, 잿빛곰팡이, 심식나방 등을 쫓으려 현미식초와 목초액, 막걸리를 쓴다. 복숭아나무 주변으로 수북이 풀이 자라지만 성동현 생산자는 제초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자라면 깎고, 또 자라면 또 깎고. 반복되는 풀과의 전쟁에서 자연의 섭리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농사일에서 가장 힘든 게 풀을 깎는 일이지만, 그렇게 힘들게 농사를 지어서일까. 친환경 농사꾼으로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비가 쏟아진다. 이 비를 맞고 복숭아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복숭아는 오전 10시 전에 따야 무르지 않는다. 수확할 시기를 놓치면 나무에서 떨어져 상처가 나고, 그 복숭아는 출하할 수 없다.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포장을 하고 조합원에게 공급한다. 모든 과정에서 세심하게 배려해야 맛과 품질이 상하지 않는다. 복숭아는 그런 과일이다.
 




성동현 생산자가 붉은 빛 복숭아를 건넨다. 한입 베어 무니 입 안 가득 진한 향기가 퍼진다. 가녀리지만 진한 향기를 머금고 있다. 성동현 생산자는 이 진한 맛을 조합원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 한다.  



 이상기후와 장마를 견디며 포도와 복숭아가 무르익고 있다. 자연의 섭리와 생산자의 정성이 자란 여름 과일과 함께라면 무더운 여름도 거뜬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여성민우회생협 안내지 8월 1호에 실린 '생산자 이야기'입니다.


 

대를 이은 23년 노하우로 바르게 기릅니다 -삼현농장 김준혁 생산자



"안녕하세요"


표지판이 없었다면 절대 찾지 못했을 삼현농장에 도착했습니다. 굽이 굽이 골목길로 들어오니, 세상에나. 서울 근교 경기도인데도 첩첩산중에 들어온 듯하더군요. 

삼현농장. 23년 동안 닭을 키운 농장입니다. 지금은 아들인 김득남 생산자가 물려받아 닭을 기르고 있습니다. 그날은 마침 김득남 생산자가 자리를 비워 처음 이 농장을 시작한 김준혁 생산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수박부터 드세요"


집 뒤에 마련된 손님을 위한 공간에서 수박을 자르는 김준혁 선생님. 웃음만큼이나 참 호탕한 사람이었습니다.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했죠.

벌써 횟수로만 23년이 된 삼현농장. 정농회 회장을 지낸 김준혁 생산자는 '정직함'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합니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정직함을 지키며, 생명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닭이 더욱 잘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계사를 4개월에 한 번씩 이동하도록 법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환경을 바꿔주지 않으면 닭이 많이 죽기 때문이라고 해요. 하지만 김준혁 생산자는 23년 동안 한 장소에서 닭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폐사율이 무척 낮고, 닭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죠. 그 이유는 바로 '자연'이라고 하더군요.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을 쬐고, 자연과 가장 가깝게 자라는 삼현농장 닭. 김준혁 생산자의 닭사랑은 정말 유별납니다. 어딜 가도 삼현농장 닭만큼 예쁜 닭이 없다고 합니다. 제일 깨끗하고, 가장 건강하고. 이렇게 애정을 담아 기르는데 안 예쁠 수가 없죠.

하지만 요즘은 농장 근처에 공장이 많이 생겨 힘들다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들어오는 차가 많다 보니 공기가 나빠졌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농장을 옮겨야 할지도 몰라 걱정이 많다고 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사를 보러 갔습니다. 닭이 얼마나 예쁘길래 그렇게 자랑을 하시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시간! 




계사로 향하는 길에 핀 예쁜 꽃입니다. 


계사 입구입니다


계사 내부입니다. 병아리들의 눈높이에 맞게 빛이 들어옵니다.



현재 삼현농장은 항생제, 합성항균제, 설파제, 착색제, 성장촉진제 등을 빼고 제조한 주문사료를 닭에게 급이합니다. 그리고 병아리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죠. 계사의 흙바닥 위에 바이오 토미(미생물 발효제)를 뿌리고 왕겨를 깔아줍니다. 미생물 발효제를 병아리들이 쪼아 먹으면 소화촉진, 닭똥의 악취 방지, 질병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게 바로 7천 마리의 병아리들이 사는 계사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 비결이죠.

빨간 통이 모이통입니다




농장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난 병아리입니다. 삐약삐약- 거리면서 낯선 사람을 피해 우르르 도망가기도 하고, 쉴새없이 돌아다니며 물도 먹고, 먹이도 먹고 합니다. 계사 안으로 들어갔는데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목욕을 한 것처럼 털도 깨끗하고 건강한 병아리들. 김준혁 생산자가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한 이유가 있더군요.

 

병아리들이 밟고 자라는 왕겨입니다





조금 더 자란 닭이에요 :D

자동으로 모이가 통에 채워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토양 미생물제입니다. 유기농업연구소에서 만드는 이 미생물제를 먹으면 병아리의 위와 장이 튼튼해진다고 합니다. 덕분에 폐사율도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해요.









닭을 안고 환하게 웃는 김준혁 생산자. 행복하게 자란 닭이 사람에게도 좋지 않겠냐 하십니다.
삼현농장 닭은 잘 뛰어놀고, 잘 먹고,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때에 맞는 사료를 먹고, 자연 흐름에 맞게 천천히 자라고요.  자식을 키우듯 습도와 온도 조절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김준혁 생산자. 진짜 23년의 정성과 노하우는 따라잡을 사람이 없겠더군요.



김준혁 생산자는 계사 주변 밭에 오이, 상추, 고추 등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여성민우회생협 직원이 왔다고 가는 길 빈손으로 보내지 않겠다며 오이와 상추를 잔뜩 챙겨주셨습니다. 농약도 치지 않고, 천연 비료로 잘 키운 상추와 오이를 한아름 받아 안았습니다. 

넉넉한 마음과 환한 웃음으로 가족처럼 대해 주시던 김준혁 생산자. 어린 병아리를 어떻게 기를지 눈에 환히 보이더군요. 병아리들이 '알아서' 잘 자란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준비하는 게 바로 김준혁 생산자의 마음이고, 노력이고, 정성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르고 정직한 농사, 23년의 노하우. 여성민우회생협의 큰 자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