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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항생제 원조, 24년 뚝심으로 기른 무항생제 닭
  2. [2011 축산 농가 실사]가나안 농장, 삼현 농장 2
  3. 대를 이은 23년 노하우로 바르게 기릅니다 -삼현농장 김준혁 생산자

무항생제 원조, 24년 뚝심으로 기른 무항생제 닭




7월 복날을 앞두고 한참 바쁠 것이라 생각했던 농장이 의외로 한산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삼현농장에는 계사가 총 4동이 있다. 하지만 두 동이 텅 비어 있었다. AI(조류인플루엔자) 때문이라 했다. 지금쯤이면 닭을 3번은 출하했어야 하는데, 이제야 두 번째로 병아리를 들였다. 경기도 화성은 AI가 잠정적으로 종식된 것으로 판정된 지역이지만 아직 남쪽 지방에서는 AI가 발생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단다.


“보통 5월이면 AI가 잠잠해지는데, 이번엔 6월이 다 지나는데도 아직 발병 소식이 들려요. 아무래도 변종이 아닌가 싶어요. 이러다 토착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요.”

뉴스에 나오지 않았지만 AI는 항상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란다. 보통 5월이면 사그라드는데, 이번엔 아직도 AI에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농장 입구에도 방역 장치를 설치해 두었다. 원래는 4동 전체에 병아리를 들여야 하는데, 복날을 앞둔 시기에도 두 동에 12,000마리만 들였다. 두 달여를 쉬다가 6월 19일에 갓 들인 병아리다. 


“점점 양계 농장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네요.”

삼현농장 김득남 생산자가 웃으며 말한다. 옆에 함께 있던 삼현농장 1대 생산자이자 김득남 생산자의 아버지인 김준혁 생산자는 “요즘 아들 녀석이 고생이 많다”며 덩달아 웃는다. 


무항생제 원조, 삼현농장

89년부터 24년 동안 한 자리에서 닭을 길렀다. 삼현농장은 ‘무항생제’라는 개념조차 없을 시절, 사료에서 항생제를 빼고 닭을 기른 ‘무항생제 원조’ 농장이다. 그래서 삼현농장만의 ‘노하우’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른 농장보다 닭을 더 잘 기르는 방법, 항생제 없이도 닭이 건강한 비법 같은 것.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김득남 생산자는 바로 답했다. 노하우 같은 건 없다고.


“그냥 기르는 거예요. 사료랑 물만 먹이는 거죠. 건강한 녀석은 건강하게 자라고, 아픈 녀석은 아픈 거예요. 우리는 병아리가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면역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고요. 자연치유라고도 하죠. 가장 자연스럽게 기르는 것이기도 하고요.” 


닭을 기르는 건 공장에서 공산품을 생산하는 것과 다르다. 일률적인 품질로 같은 물건을 생산하듯 닭을 길러낼 수 없다. 어떤 날은 날씨 때문에, 어떤 때는 병아리 종자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그렇게 24년 동안 닭을 길렀다. 


김득남 생산자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일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일을 배웠다. 학교 다녀와서 계사 바닥에 깔아 두는 왕겨를 나르고, 군대에 있던 시절 휴가 나와서 병아리 똥을 치웠다.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퇴근 후에 와서 병아리를 돌봤다. 그렇게 도우던 일이 직업이 된 것이다. 김득남 생산자는 닭이 잘 자라면 정말 재밌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닭을 기르는 것에만 집중하기 힘들다고 한다. 사료와 왕겨 가격이 계속 오른다. 거기에 사료 회사들이 중간 마진을 취하려고 농장을 속이는 일도 빈번하다. 



삼현농장 계사 바닥은 왕겨를 10cm 정도 깔아 둔다. 항생제를 뺀 무항생제 사료와 지하수를 먹인다. 볕이 잘 들고, 통풍도 잘 되는 계사에서 자란다.



“무항생제라고 같은 무항생제가 아니죠”

요즘 시중에도 ‘무항생제 닭’이 많아졌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무항생제 닭은 진짜 무항생제 닭이 아닐 수도 있다고 김득남 생산자는 말한다. 


“무항생제로 키워도 사료만 무항생제일 뿐이지, 다른 방법으로 항생제를 먹이는 경우가 있어요. 검사를 한다고 해도 ‘무항생제’라는 기준이 항생제가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면 ‘무항생제’가 되는 거라서요. 항생제 사료를 먹이다가 출하 일주일 전부터 먹이지 않으면 검출되지 않고요.”


그렇게 키운 닭은 백숙으로 끓이면 맛도 다르다고 한다. 점점 양계 농가에서 닭을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한 공간에 많은 병아리를 넣는다. 같은 무항생제 닭이라도 그런 사육환경에서 맛 차이가 나는 것이다.


조합원이 이용이 지속 가능한 생산을 만들어내는 것

삼현농장 닭은 30일 정도 키워져 도계한 뒤 씨알살림축산으로 보낸다. 처음 농장을 시작하면서부터 씨알살림축산에서 도맡아 닭을 가공하고, 유통했다. 하지만 삼현농장도, 씨알살림축산도 대한민국의 거대한 유통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점점 소규모 양계 농가는 사라지고 대규모 양계 ‘공장’이 생기고 있다.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 건물에서 온도, 습도, 사료양, 물, 조도 등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자동화 시설에서 수십 만 마리가 길러진다. 이런 자동화 설비가 갖춰진 곳은 30만 마리를 기르는 데 한 두 사람의 인력이면 충분하단다. 그렇게 길러진 닭은 또 대규모 가공업체로 넘어간다. 점점 삼현농장이나 가공하는 씨알살림축산 같은 소규모 농가나 업체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리 농장에서도 언제까지 닭을 기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24년 동안 닭을 길렀는데도 돈을 벌기는커녕, 이 일을 지속하는 것조차 어려워졌으니까요. 조합원들이 믿고 많이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양계 업자들이 모인 곳에서 강연 같은 걸 하면 ‘삼현농장처럼만 기르면 된다’고들 이야기해요. 약을 사용하지도 않고, 넓은 공간에서 사료와 물만 먹고도 자라니까요.”


김득남 생산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계사를 돌며 병아리들이 잘 자라는지 확인하고, 온도와 습도를 체크한다. 온도계가 있는데도 직접 몸으로 온도를 느끼면서 닭을 돌본다. 조금 건조한 것 같으면 안개를 뿌려 주고, 열풍기나 창문을 조절하며 온도를 맞춰 준다. 눈에 보이는 수치와 실제 병아리가 느끼는 온도는 세밀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 설비가 갖춰진 대규모 농가에서는 버튼 하나 누르면 끝날 일이지만, 김득남 생산자는 직접 몸으로 느끼고 몸을 움직이며 농장을 운영한다. 이렇게 기른 닭을 7월, 조합원에게 공급한다. 자연스럽게, 24년의 뚝심으로, 부자의 노력으로 기른 닭이다. 

[2011 축산 농가 실사]가나안 농장, 삼현 농장

지난 8월 25일 목요일,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생활재위원회 주최로 제7차 축산농가실사를 다녀왔습니다. 각 단협 활동가들이 모여 돼지와 닭의 사육 농가인 가나안 농장과 삼현 농장로 실사를 진행했습니다. 

2005년에 생협의 축산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시작했던 축산농가 실사가 올해로 7회째를 맞이했습니다.  5회(2009년)까지의 축산농가 실사는 생활재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한우 사육농가와 돼지 농가 일부를 중심으로 우리가 정한 생산기준에 부합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2010년 6회째는 단순한 생산 기준 점검에서 벗어나 생협의 새로운 축산 정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이사회가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현재 생협이 도달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더 많은 현장의 활동가들에게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먼저  해올림 돼지를 공급하는 가나안농장을 방문했습니다. 가나안농장은 일반 돼지 농가처럼 강한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통풍과 환기가 잘 되도록 창문과 개폐식 천장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연원 생산자는 돼지의 분뇨를 퇴비로 발효시켜 주변 농가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퇴비의 매력에 빠져 돼지 농사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해올림돼지는 사료의 단백질 함량을 낮춰 생존률을 높이고, 유익균의 활동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돈사 환경과 시설을 조성해 발병률을 낮추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합니다. 바닥도 콘크리트 바닥 대신 흙과 톱밥, 볏짚, 왕겨 등을 이용해 푹신한 바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깔짚 돈사는 돼지의 운동량을 늘릴 뿐만 아니라, 흙과 톱밥, 분뇨가 잘 섞이고 미생물의 발효가 활발하여 냄새를 없애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돼지 분뇨를 미생물이 잘 발효(분해)되게 해서 질 좋은 퇴비로 만듭니다. 

이연원 생산자

 

어미돼지와 새끼돼지를 사육하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가나안농장에서 나온 친환경 퇴비를 이요해 농사를 짓는 곳입니다


식당에서도 계속되는 질문과 이야기



그리고 가나안농장에서 닭을 기를 삼현농장으로 향했습니다. 1989년부터 닭을 기른 김준혁 생산자의 뒤를 이어 지금은 아들인 김득남 생산자가 닭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삼현농장에서는 무항생제 사료를 급이해 닭을 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닭장 바닥에 왕겨를 깔고, 토양미생물제인 <바이오토미> 효소를 뿌려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소화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평당 33수의 사육밀도를 유지하며, 사육 후 생산되는 계분은 유기질 퇴비로 전답, 과수원 등에 환원하여 토양 및 식물과의 유기적 순환을 지향합니다.

 

김득남 생산자


김준현 생산자





 


다같이 단체 사진을 찍고, 2011 축산농가실사를 마무리합니다. 

 

고양파주 여성민우회생협입니다.


남서여성민우회생협입니다.

 
 

대를 이은 23년 노하우로 바르게 기릅니다 -삼현농장 김준혁 생산자



"안녕하세요"


표지판이 없었다면 절대 찾지 못했을 삼현농장에 도착했습니다. 굽이 굽이 골목길로 들어오니, 세상에나. 서울 근교 경기도인데도 첩첩산중에 들어온 듯하더군요. 

삼현농장. 23년 동안 닭을 키운 농장입니다. 지금은 아들인 김득남 생산자가 물려받아 닭을 기르고 있습니다. 그날은 마침 김득남 생산자가 자리를 비워 처음 이 농장을 시작한 김준혁 생산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수박부터 드세요"


집 뒤에 마련된 손님을 위한 공간에서 수박을 자르는 김준혁 선생님. 웃음만큼이나 참 호탕한 사람이었습니다.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했죠.

벌써 횟수로만 23년이 된 삼현농장. 정농회 회장을 지낸 김준혁 생산자는 '정직함'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합니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정직함을 지키며, 생명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닭이 더욱 잘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계사를 4개월에 한 번씩 이동하도록 법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환경을 바꿔주지 않으면 닭이 많이 죽기 때문이라고 해요. 하지만 김준혁 생산자는 23년 동안 한 장소에서 닭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폐사율이 무척 낮고, 닭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죠. 그 이유는 바로 '자연'이라고 하더군요.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을 쬐고, 자연과 가장 가깝게 자라는 삼현농장 닭. 김준혁 생산자의 닭사랑은 정말 유별납니다. 어딜 가도 삼현농장 닭만큼 예쁜 닭이 없다고 합니다. 제일 깨끗하고, 가장 건강하고. 이렇게 애정을 담아 기르는데 안 예쁠 수가 없죠.

하지만 요즘은 농장 근처에 공장이 많이 생겨 힘들다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들어오는 차가 많다 보니 공기가 나빠졌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농장을 옮겨야 할지도 몰라 걱정이 많다고 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사를 보러 갔습니다. 닭이 얼마나 예쁘길래 그렇게 자랑을 하시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시간! 




계사로 향하는 길에 핀 예쁜 꽃입니다. 


계사 입구입니다


계사 내부입니다. 병아리들의 눈높이에 맞게 빛이 들어옵니다.



현재 삼현농장은 항생제, 합성항균제, 설파제, 착색제, 성장촉진제 등을 빼고 제조한 주문사료를 닭에게 급이합니다. 그리고 병아리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죠. 계사의 흙바닥 위에 바이오 토미(미생물 발효제)를 뿌리고 왕겨를 깔아줍니다. 미생물 발효제를 병아리들이 쪼아 먹으면 소화촉진, 닭똥의 악취 방지, 질병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게 바로 7천 마리의 병아리들이 사는 계사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 비결이죠.

빨간 통이 모이통입니다




농장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난 병아리입니다. 삐약삐약- 거리면서 낯선 사람을 피해 우르르 도망가기도 하고, 쉴새없이 돌아다니며 물도 먹고, 먹이도 먹고 합니다. 계사 안으로 들어갔는데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목욕을 한 것처럼 털도 깨끗하고 건강한 병아리들. 김준혁 생산자가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한 이유가 있더군요.

 

병아리들이 밟고 자라는 왕겨입니다





조금 더 자란 닭이에요 :D

자동으로 모이가 통에 채워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토양 미생물제입니다. 유기농업연구소에서 만드는 이 미생물제를 먹으면 병아리의 위와 장이 튼튼해진다고 합니다. 덕분에 폐사율도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해요.









닭을 안고 환하게 웃는 김준혁 생산자. 행복하게 자란 닭이 사람에게도 좋지 않겠냐 하십니다.
삼현농장 닭은 잘 뛰어놀고, 잘 먹고,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때에 맞는 사료를 먹고, 자연 흐름에 맞게 천천히 자라고요.  자식을 키우듯 습도와 온도 조절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김준혁 생산자. 진짜 23년의 정성과 노하우는 따라잡을 사람이 없겠더군요.



김준혁 생산자는 계사 주변 밭에 오이, 상추, 고추 등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여성민우회생협 직원이 왔다고 가는 길 빈손으로 보내지 않겠다며 오이와 상추를 잔뜩 챙겨주셨습니다. 농약도 치지 않고, 천연 비료로 잘 키운 상추와 오이를 한아름 받아 안았습니다. 

넉넉한 마음과 환한 웃음으로 가족처럼 대해 주시던 김준혁 생산자. 어린 병아리를 어떻게 기를지 눈에 환히 보이더군요. 병아리들이 '알아서' 잘 자란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준비하는 게 바로 김준혁 생산자의 마음이고, 노력이고, 정성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르고 정직한 농사, 23년의 노하우. 여성민우회생협의 큰 자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