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 식품안전 기준 후퇴 부르나

지난 4월 9일 한국과 미국은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을 시작했다.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인정은 한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도를 서로 인정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외국산 유기가공식품은 외국 인증기관의 인증서만 있어도 국내에서 ‘유기’로 표시해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 지정한 인증기관의 인증을 다시 받거나 「친환경농어업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제25조에 따라 동등성 인정을 받은 유기가공식품만 ‘유기 표시’가 가능하다.

그래서 올해 5월부터 품질을 개선해 공급하는 커피믹스는 ‘유기농 커피’라는 표현을 지웠다. 유기농 기준에 맞춰 재배한 아라비카 커피를 사용한 것은 다르지 않지만 제도 변화에 따라 표기를 수정한 것이다.

미국, 유기가공식품에 GMO 의도적 혼입 허용 등 기준 느슨

그런데 정부는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올해 6월 말까지 인증제 유예 계도기간을 설정하고 미국 등 5개 나라와 유기가공식품 상호 동등성 협상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미국 인증 기준이 우리나라보다 느슨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유기가공식품에서는 ‘GMO 불검출’이 기준인 반면, 미국은 비의도적으로 GMO가 5%까지 섞여도 유기가공식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 허용 식품첨가물의 수도 우리나라는 78종이지만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20여 종이 많은 98종까지 허용하고 있다.

“식품 정책 변화는 국민 식품안전에 큰 영향 끼쳐”

한편 양국이 동등성 협상을 시작한 지난 4월 9일 오전 11시 30분 행복중심생협 등 소비자단체와 친환경 생산자 단체들로 구성된 환경농업단체연합회는 경북 김천시 농산물품질관리원 본원 앞에서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석찬 친환경가공식품협회 회장은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약은 유기가공식품 수입업자들만을 위한 협상에 불과하다”며 “가공식품 생산도 농업의 다른 형태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경희 행복중심생협연합회 상무이사는 “최근 정부가 GAP에 대한 홍보 강화, ‘농약은 과학’이라는 주장, MSG 무해와 같은 식품안전 기준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과의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약이 우리나라의 GMO 기준 후퇴 등 또 다른 식품안전 기준을 떨어뜨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식품 관련 협상과 정책 변화는 국민의 식품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만큼,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협상 내용을 충실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 결과 미국 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GMO를 허용한 유기가공식품이 등장할 수도 있다. 먹거리 안전이라는 기준에서는 큰 후퇴다. 친환경 유기가공식품 육성정책이 전무한 현실에서 친환경 유기농업과 친환경 유기가공식품 생산이 입을 피해도 큰 걱정거리다. ‘안전’을 강조했던 한국 정부가 먹거리 안전 분야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