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이 아닌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

 

 

한반도에서 약 1200km 떨어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고가 우리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매일 방사능 농도를 확인하고, 방사능비 소식에 야외 활동을 삼간다. 상점에 소금, 다시마, 멸치가 동이 났고, 마트에서는 불안해하는 소비자를 위해 방사능 간이측정기로 수산물과 채소를 검사해 보여주기도 한다. 이 모든 일들이 양키 스타디움에 운석이 떨어질 확률보다 낮다던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문이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원자력에너지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읽은 수많은 글 중에서 모심과살림 연구소 이근행 연구위원의 글이 잊히지 않는다
. 1995년 고베 대지진이 났을 때, 고베에서 80km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짓던 한 농부는 주먹밥을 만들고 쌀과 물을 준비해 고베로 달려갔다. 평소 농산물을 직거래하던 소비자들에게 매일 물과 식량을 실어 날랐고, 이런 노력이 모여 사람들은 대지진의 폐허를 딛고 일어섰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이런 노력 자체가 불가능하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으로 누구도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식수와 우유, 까나리, 심지어 모유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30년간 유기농 농사를 지어온 농부의 죽음은 방사능 공포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보여준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애초에 원자력에 기대어 전기를 생산하지 말았어야 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우리나라는 전력의
34.1%를 영광, 고리, 울진, 월성에 있는 21개의 원자력발전소를 통해 충당한다. 앞으로 2024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4개를 더 지을 계획이고, 그 결과 전력의 절반에 가까운 48.5%를 원자력에 의존하게 된다. 정말 그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인가? 선택은 온전히 어른들의 몫이다. 지금 세대가 일단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선택하면, 그 결정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폐기물처리 책임은 일방적으로 다음 세대가 떠안아야 한다. 어린 아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어른들이 만든 에너지시스템을 물려받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명해져야 한다.



지역에너지
- 에너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



서울에서는 사용하는 전기의 몇 %를 서울에서 생산할까? 0.01%이다. 나머지 99.99%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울진이나 화력발전소가 밀집해있는 당진, 태안에서 온다. 서울 시민들은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는 지역에서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런 고통에 무심하다. 그리고 수도권의 전력소비 증가는 다른 지역에 더 많은 발전소를 짓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제적 부가 수도권에 집중되다보니 가난하고 척박한 지역에서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중저준위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나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이제 전력을 지역에서 줄이고, 지역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전기를 먼 거리로 송전하는 방식이 일으키는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줄일 수 있고, 에너지 소비자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다. 서울, 대구, 부산, 광주 같은 대도시는 에너지 생산이 여의치 않다면 전력소비를 줄여야 한다. 중소도시와 농촌은 다양한 재생가능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작은 실험들이 확산되고 있다. 부안의 등룡마을, 화정마을은 핵폐기장 반대 운동을 계기로 원자력에너지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태양광발전기, 지열, 태양열 등을 활용해 에너지 생산량을 늘여가고 있다. 임실 중금마을, 통영 연대도, 산청 갈전마을도 에너지 자립을 꿈꾸고 있다. 전북 완주와 서울 강동구에서는 학교식당과 음식점, 각 가정에서 나온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로 사용하고 있다. 안성에 자리 잡은 한경대학은 처치곤란인 축산분뇨를 이용해 메탄가스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꿈의 에너지는 없다

 

원자력이 아닌 에너지 대안은 절약, 효율개선, 재생가능 에너지를 통한 지역에너지 활성화에서 찾을 수 있다. 동시에 바로 앞에 놓인 원자력에너지에 관한 숙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경북 경주 월성 1호기 폐쇄와 원전 추가 부지 선정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처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원자력 사업을 안전적으로 규제할 독립기구와 이러한 원자력 정책 결정에 지역주민, 시민단체, 정치권, 학자들이 참여하는 통로도 만들어야 한다. 원자력과 에너지 정책을 전문가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챙겨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세상 어디에도 인간이 필요한 만큼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꿈의 에너지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의 변화와 끊임없이 성장하고 소비하려는 욕구를 줄이지 않는 한 해답을 찾을 수가 없다. 에너지원을 찾아 쫓아다니기 보다는 우리가 에너지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되돌아봐야 한다.

 

 

에너지 절약! 이렇게 실천해요~

- 요리할 때 가스불의 세기를 줄이세요.

가스불을 중간으로 사용하면 한 달에 약 1,300, 일년에 약 15,600원 절약할 수 있어요.

- 바닥이 넓은 냄비를 사용하고 조리 시 뚜껑을 덮으세요.

열효율을 높일 수 있어요

- 냉장고는 음식 사이에 공간을 두어 보관하고, 냉동실은 음식을 붙여서 보관하세요

- 설거지하기 전 기름기를 닦아내면 물과 세제의 양을 줄일 수 있어요

- 비데 덮개만 덮어도 대기 전력을 줄일 수 있어요

 

절약이 곧 에너지입니다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팀장으로 일하며,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관한 다양한 책과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변화 이야기(살림)』『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이매진)』『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이후)』『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도요새)』『지구야 오늘 뭐 먹을래?(이매진)가 있다.



*)이 글은 여성민우회생협 소식지 <행복중심>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