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원자력 없는 사회, 가능하다!


현재 군복무중인 나의 큰 아들은 88년생이다. 그애가 아기였을 때 나는 00유업의 000를 이유식으로 먹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과 뉴스를 통해 충격적인 일을 접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폐기처분해야 할 동유럽의 곡물들을 우리나라 우유업체들이 수입해 이유식을 만들어 시중에 유통했단다. 당시의 보사부(현 보건복지부)에선 미량이라 건강에 유해하지 않다고 발표했지만 소비자단체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아기엄마인 나는 정부발표를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대기업이 아기들 먹일 이유식에 그런 파렴치한 짓을... 황당하고 분했다.

올해는 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난 지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얼마 전인 3월 11일 또다시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로 대형 참사가 났다. 이 사고로 인간과 자연생태계에 얼마나 많은 피해가 생길는지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현재진행형인 끔직한 피해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핵발전소(원전 찬성론자들이 원자력발전소라 명명한다)에 대한 반대 여론은 독일에선 25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반대시위가 벌어졌다. 태국, 이탈리아, 불가리아 등 지구촌 곳곳에서 원전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 독일, 스위스, 터키는 현재 운영 중인 원자력발전소를 중단하고, 신규 건설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현황은 어떠한가! 우리는 고리 1호기가 고장입네, 월성 1회기가 가동중단이네 하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수시로 듣는다. 수명이 다했다는 원전을 10년 연장해 가동하고, 그러던 중 고장나 또 중단하고... 불안하기 그지없다.

예상치 못한 지진, 쓰나미가 원전폭발로 이어지고 대재앙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원전 강국 일본의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일이다. 한국의 원전은 현재 21기가 가동 중이며, 건설 중인 것이 5기, 그리고 추가로 2기가 신규건설이 계획되어있기 때문이다.

1대 29대 300의 ‘하인리히 법칙’이란 게 있다. 한 번의 대형사고 이전에 유사한 29번의 작은 사고들이 있고, 그 작은 사고들 주변에는 300번의 이상 징후들이 있다는 것이다. 즉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최근 들어 고장이 잦은 한국의 원전들을 보며 자꾸 하인리히 법칙이 생각난다.

원자력 없는 사회, 가능한가? 가능하다. 원자력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데 합의하고 풍력, 태양열 같은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법제정, 시스템 마련을 준비해가는 독일이 바로 그 사례이다.

- 글: 김연순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회장


*)이 글은 여성민우회생협 소식지 <행복중심>  5,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