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협동복지사업]봉일천 다문화 공부방, 토요일마다 함께 밥을 나눠요

협동복지사업은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협동으로 함께 해결하자'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협동'으로 힘을 모아 나와 주변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는 자발적인 복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2014년 협동복지사업에 선정된 풀뿌리 복지사업을 소개합니다.


봉일천 다문화 공부방, 토요일마다 함께 밥을 나눠요

서울에서 2시간 남짓 차를 달려 파주시 봉일천 다문화 공부방을 방문했다. 이곳이 문을 연 것은 지난 2011년, 토요일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15명 정도가 모여 함께 밥을 짓고 요리를 배우며 다양한 체험 학습을 하고 있다. 


오늘은 엄마 나라 요리 배우는 날

 지난 5월 10일(토), 이날은 조금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예멘 엄마 와르다(한국 이름 조해미) 씨의 카레와 샐러드 만들기 수업이 그것. 보통은 공부방 선생님과 아이들이 집에서 하기 쉬운 간단한 요리를 만들지만, 가끔은 이렇게 엄마를 모시고 엄마 나라의 음식을 만든다. 그 나라의 음식을 통해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년이 넘게 요리 수업을 진행해서인지 아이들 솜씨는 제법 능숙했다. 하지만 칼과 불에 아이들이 다칠까 선생님들은 아이들 곁에 찰싹 붙어서 예의 주시했다. 이유정 선생님은 "아이들이 나보다 요리를 잘한다"며 "엄마 밥을 먹는 나보다는 아이들이 요리를 더 자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요일, 엄마들에겐 꿀맛 같은 휴식 시간 

 토요 점심공동체 수업으로 가장 큰 덕을 보는 건 이곳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이다. 일을 하는 엄마건 전업주부건 일주일에 한 번 자기 시간을 갖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오전의 요리 수업과 오후 야외활동까지 토요일 하루를 아이들이 공부방에서 지내면서 엄마 아빠들에겐 꿀맛 같은 여유가 생겼다. 공부방에 다니고 나서는 틈틈이 집안일을 거드니 가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물론 공부방이 생겨 가장 즐거운 건 아이들이다. 라면 같은 인스턴트 대신 집밥을 먹으니 좋고 친구들과 재미난 활동을 하니 좋다. 얼마 전 동네에 어린이도서관이 생겨 자주 찾고 있단다. 책과 친해질 기회를 주고 우리말을 능숙하게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연극을 했다. 매주 연습해서 무대에 올랐는데,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아이들이 자존감과 성취감을 크게 느껴 올해는 합창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한다. 


지역사회의 관심 속에 자라는 다문화 아이들

 공부방의 교사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래서 상근자 없는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전담 교사제"를 실시한다. 6개월에 두 명씩 번갈아 맡아가며 공부방 운영과 회의 준비 등 실무를 책임진다. 사실 주말 공부방은 그리 흔치가 않다 .그만큼 교사들의 수고와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부방을 처음 찾는 이들은 학생 수보다 많은 교사 수에 깜짝 놀라곤 한단다. 학생과 선생님의 1대 1매칭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대부분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통해 자발적으로 찾아온 젊은이들이다.

 3개월에 한 번씩 프로그램 평가회의를 하고, 이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짠다. 작년까지는 요리 수업을 많이 했었지만, 아이들이 점차 커가면서(가장 나이 많은 친구가 중학교 2학년이다) 학교 숙제를 봐 주거나 영어 과외를 하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다문화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가정 내에서는 해결하기 힘들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람들의 올바른 인식과 이를 포용하는 지역사회이ㅡ 노력이 필요하다. 그 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 봉일천 다문화 공부방이다. 협동복지기금이 이 일에 작은 보탬이 됨이 기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