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자매들과 ‘순환’, ‘함께’, ‘지속가능’을 고민하다.

아시아 자매들과 ‘순환’, ‘함께’, ‘지속가능’을 고민하다.

 2013 아시아 자매회의 다녀왔습니다

지난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아시아자매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는 1999년부터 시작된 일본생활클럽생협 여성위원회, 대만 주부연맹생협과의 국제 교류 사업입니다. 두 생협 모두 국내 농업 및 환경을 보호하고, 안전한 생활재를 공동구매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와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고, 운영하는 점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아서 교류가 시작되었습니다. 15년 전 생협의 선배들이 서로 만났을 때, 어쩜 서로 이렇게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회의 기간 중 오사카 생활클럽생협의 30주년 행사가 있어 참여했습니다. 행사는 동네 공원에서 열렸습니다. 몸통 굵은 나무들이 도시의 역사를 말해 주고, 까악까악 까마귀 소리가 행사장의 정취를 살려주었습니다. 행사장에는 생산자가 먹거리 부스를 풍성히 열어 주었고, 아이들은 벼룩시장을 열었습니다. 유기견 보호단체, 후쿠시마 주민 돕기 행사 등도 열려서, 마을사람들이 상호교류하고 협력하는 생생한 장이 되고 있었습니다.

소고기 석쇠구이, 일본식 팥죽, 소시지 볶음 등 먹을거리 코너가 풍성했습니다. 이 코너에는 나이 지긋한 조합원들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점심으로 야끼소바와 감주를 사먹었는데, 감주는 뜨끈한 막걸리와 식혜를 섞은 맛이 나더군요. 일본에서는 이 감주를 감기에 걸렸을 때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 식혜도 뜨듯하게 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서로 교환한 활동은 대만의 우리밀 자급 노력, 일본의 후쿠시마 주민을 위한 ‘생생투어’ 그리고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 이후 변화입니다. 대만도 한국처럼 밀 자급률이 1%도 되지 않고, 밀 소비량은 쌀과 비슷할 정도로 높습니다. 한국은 70년대에 ‘우리밀 살리기 운동 본부’를 결성하여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애를 썼지만, 대만에서는 주부연맹생협의 대응이 유일한 것처럼 보입니다. 다행히 생산자 중에서 맛있고 건강에 좋은 국산밀을 생산하자는 분이 있어, 차츰 생산량을 늘려 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글로벌한 세상이 되어도 국민이 먹을 것을 스스로 생산해 내지 못하면, 먹을거리에 있어서 빈곤하다고 할 것입니다. 심화되는 기상이변에 생산량이나 세계의 식량재고가 줄어든다면, 식량 부족의 고통은 자급률과 반비례할 것입니다. 부족한 식량을 국경 너머에서 가져오기 전에 자국의 식량 생산 기반을 확대해야 합니다.

일본생활클럽생협은 후쿠시마생협 조합원 가족이 시름을 잊고 쉴 수 있도록 휴식 여행을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생협에서 조합원 가족을 초대한 것입니다. 며칠이라도 이웃의 보살핌 속에서 위로와 안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죠. 후쿠시마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입니다. 어른에 비해 방사성 물질로 인한 타격을 심하게 받기 때문입니다. 생활클럽생협은 후쿠시마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어린이 갑상선 암 발생비율과 비교 조사를 했습니다. 다른 지역생협도 비교 조사가 가능하도록 기꺼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참여해 주었습니다. 종합적으로는, 핵발전소 붕괴 사고를 기점으로 생활클럽생협은 에너지 문제를 포함하여, 먹을거리, 복지 문제에 해법을 찾는 것을 생협의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Food·Energy·Care’라는 주제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국은 1년 동안 2,000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창립되고 있는 ‘협동조합 열풍’을 소개하고, 우리 생협의 ‘감좋은공방’ 협동조합과 반찬협동조합 준비모임 ‘맘찬’을 소개하였습니다. 일본과 대만에서는 우리나라의 변화와 시민의 역동성에 감탄하며, 협동의 경제 시스템이 확산되기를 빌어주었습니다.

특히, 이번 교류회에는 행복중심생산자회 이사 3명이 동행하였습니다. 금원산마을의 우병권 생산자, 씨에이치하모니 최성철 생산자, 팔당에서 채소를 생산하는 김경문 생산자입니다. 생산자와 함께 왔다고 대만주부생협에서 얼마나 부러워하던지요. 일본이나 대만은 생산자와의 관계가 아무래도 우리와 같지 않은 모양입니다. 계약 관계를 넘어선 파트너십, 친환경농업과 협동조합 운동의 운명적 파트너로서 함께 하는 모습은 한국에서 조금 더 강한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 24년 전에 비해 우리 삶이 무엇이 나아졌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친환경농업은 규모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농정 방향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식량자급률은 점점 떨어지고, 경작지와 농민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식품 사고의 수위도 높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또 생각했습니다. ‘단절’과 ‘고갈’, ‘붕괴’라는 말이 사라지고, ‘순환’, ‘함께’,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이 되는 사회를 위해, 아시아의 3국이 더욱 분발하고 노력하자고 말이지요.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안인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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