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주년 기념 전진대회 후기]비빔밥처럼 풍성하고 맛있었던 우리들의 만남



10월 25일(토), 햇살과 바람과 가을 향기가 좋은 그런 날이었다. 여행을 가는 사람마냥 기대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그곳으로 향했다. 이렇게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은 흔치 않다. 아마 내가 10년을 근무한다고 해도 손가락 안에 꼽겠지. 2014년은 행복중심생협이 태어난 지 25년이 되는 해다. 이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전체 활동가와 생산자가 함께 서울 중구 봉래초등학교에 모였다. 


1부 행사는 참석한 사람들을 모두 소개하면서 시작했다. 그리고 행복중심 서울생협의 축하무대가 펼쳐졌다. 이어서 안인숙 연합회 회장과 조원희 생산자회 회장이 인삿말을 전했다.  조원희 회장은 생산자와 조합원은 결혼한 사이와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함께 가야 하는 사이라는 것이다. 인디언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고. 정말 명언이지 않은가.


두 번째 축하 공연은 내가 속한 고양파주생협의 리코더 연주였다. 다들 리코더를 잡은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세월을 뛰어넘어 떠듬떠듬 연습했다. 누군가에게는 쉬울지도 모르는 곡이 우리에겐 참 어려웠다. 하지만 잘하고 못하고는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어설프지만 한 소리를 내려는 의지와 과정이 값지고 소중한 것 아니겠는가.


이후 선배 조합원의 지난 추억 이야기를 듣고 보은전통식품 김인각·김영미 생산자의 축하 공연을 봤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장구 장단에 맞춰 주거니 받거니 노래를 불렀다. 생산자를 만날 때면 언제나 절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 감동까지 선물해 주시다니. 참기름, 들기름 생산을 그만두시고 본격적으로 공연자로 나서도 될 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셨다. 


1부 행사가 끝나고 운동장에 모여 비빔밥을 나누어 먹었다. 나는 여럿이 함께 만든 비빔밥을 좋아한다. 손은 많이 가지만 한두 가지씩 나누어 준비해 가면 밥상이 풍성해지고 사람마다 손맛이 다르다. 또 재료의 다양한 색과 맛이 어우러지는게 세상살이 같아 재밌다.


행복중심생협 활동가로 일한 지 이제 2년 조금 넘었다. 내가 모든 걸 다 잘할 필요는 없다. 나의 한계가 드러날 때마다 당장 쓰러져 멈출 것처럼 좌절하지만 난 다시 일어날 힘을 낸다. 그것은 내 옆에 나와 같이 걸어갈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사람과 협동해 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아 가고 있다.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인디언 속담처럼 말이다.


일을 도모하려면 뜻이 맞는 사람보다는 마음이 맞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엔 한솥밥과 술이 필요하다고. 오늘 모인 사람들은 마음이 맞고, 한솥밥과 술을 함께 했으니 행복중심생협은 앞으로 50년 100년 흔들림 없이 이어지고 발전할 것 같다. 오늘 행사 이름이었던 ‘함께, 한걸음씩, 뛰자’처럼. 우린 함께 한걸음씩 뛰고 있다. 


남미형 행복중심 고양파주생협 매장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