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람이 부는 제주도에서


2011년 생활재위원회를 시작하면서 인생의 또 다른 세계를 알게 되었다. 그저 생산지를 방문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활동을 시작하니, 각종 새로운 생활재를 시식하고 평가하고, 기존의 생활재의 부족한 부분을 조합원의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도 한다. 생산자를 만나면 만날수록 그 생활재에 정이 가고, 생산자의 깊은 철학과 생각까지 알게 된다. 

느영나영

마중을 나온 제주농협친환경작목반 협의회 회장이신 김정열 생산자를 따라 버스에 올랐고, 바로 감귤 생산지 ‘느영나영’(‘너랑나랑’이라는 뜻)에 가서 감귤의 선별과정과 제주의 각종 신선한 채소와 유기농 잡곡 등을 보고 설명을 들었다. 제주도의 학교급식으로 주로 많이 나가는 농산물들은 수입농산물에 가격 경쟁이 어려운 우리 유기농 농산물의 어려움 또한 말씀하셨다. 그래서 소비를 많이 해주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눈으로 보고 바로 반해 버린 감귤농장!
그림 같은 감귤농장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감탄사밖에 나오질 않았다.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는 타이벡 감귤은 당도가 참 높았다. 땅바닥에 타이벡이라는 필름을 깔아서 햇빛을 반사시켜 당도를 높인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일사병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져 가공용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음은 7000천 평을 거의 혼자 재배하시는 만감류 감귤농장을 방문하였는데 감귤 말고도 감평, 한라봉등 새로운 품종변경을 활발하게 시도하신다고 한다.

감귤농장에서


다음날에는 제주올레길 깐볼 생산지 메추리농장과 가공공장을 둘러보았다. 메추리 농장은 제주도에 한 곳만 있다고 한다. 다른 곳에서는 한 바구니 안에 20~30마리씩 밀사를 하지만 이곳에선 16마리씩 넣고 기른다. 인건비에 대한 부담으로 농장은 거의 자동화 설비가 되어 있고, 지금도 계속 보수 중이다. 특히 농장 부부께서 굉장히 즐겁게 일을 하시고 자부심도 대단하시다.

지금 생활재로 공급하는 영귤 농장에 가니 새파랗게 생겨 아직 덜 익은 귤을 볼 수 있었다. 레몬보다 비타민C 함량도 높고, 레몬즙 대신 쓸 수 있게 즙으로도 생산하신다. 일본에서는 장수 과일로 인기란다.
놀랐던 것은 생산자가 75세 여성인데 6000평 2천 그루의 나무를 혼자서 거의 관리하신단다. 나무를 심어 12년 동안 소득이 없어서 묵묵히 그 시간을 기다려온 대단한 생산자다. 3년 전부터 과실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김순자 생산자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피부도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아마 영귤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깐볼 가공공장 생산자와 함께

다음에는 감귤쥬스공장인 (주)자담에 들러 설비 시설과 생산 과정을 볼 수 있었다. 



2박3일간 우리의 일정에 함께한 김정열 생산자의 말이 생각난다. “지구는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지구멸망을 암시하거나 예견하며 두려워하는데, 그것은 훼손된 지구를 지구자신이 폭우와 강렬한 햇빛 등으로 자기치유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구 멸망이 아니라 인간만 멸망하는 것”이라 했다. 그 원인을 인간이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를 빌려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영신 행복중심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