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사람사는농원 방현경, 이영수 생산자
복숭아 농사가 먹기만 하는 사람의 생각으론 나무에서 알아서 잘 크다가 한 번 수확하면 되는 것처럼 쉽게 보일 수도 있는 법. 하지만 농부의 실상은 다르다. 3월부터 꽃눈 따고 열매 솎고 봉투를 씌워주는 일을 시작해서 여름이 되고 9월말 까지는 수확하느라 정신이 없다. 조금 숨을 돌리고 나면 바로 가을과 겨울에는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한다. 복숭아는 일 년 농사다. 그리고 벌써 13년의 농사를 지어온 방현경, 이영수 두 부부 생산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려움을 안고 내려와 매력을 발견하다
이영수 생산자 부모님이 하시던 살구와 복숭아 농사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농사를 지은지 벌써 13년차다. 다행히 초기 기반은 있었지만 문제는 둘 다 농사는 처음이 었다는 것. 그래서 내려올 때는 무섭고 막막했다. 농촌에 살긴 했지만 경운기 몰 줄도 몰랐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가정이 있는 상황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농업을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을 먹고 내려왔다. 막상 시작해보니 농사가 참 매력적이었다.
이제는 13년 차 농부지만 처음엔 실패도 많았다. 살구에 서리피해가 커서 2-3년 정도를 거의 수확한 게 없을 때도 있었다. 그 땐 너무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어요. 아무리 기술이 좋고 경험이 많아도 사람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거죠.”
꿈이 있어 항상 새롭고 설레는 친환경 농사
왜 농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던걸까?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이유를 물었다. 이영수 생산자는 어려서부터 서울대 농대를 가고 싶었다. 실제로 입학도 했다. 그에게 농촌은 좋은 기억들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고민도 많았다. “어렸을 때는 비 오는게 좋았어요. 비가 와야 엄마가 쉬시니까. 다들 힘들게 사는데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죠. 그래서 농업을 공부하고 이런 농촌의 환경을 바꿔보고 싶었죠. 유럽 같은 경우는 농부가 농토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지원도 받아요. 먹을 것을 생산하면서 환경도 지키고 도시민들에게 휴양도 제공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인식이나 현실이 많이 못 미치는게 사실이죠. 그런 현실을 바꿔보고 싶어요.”
농사는 일 년에 한 번 이다. 지금까지 열 세 번 밖에 못해본 것이고 앞으로 30년을 한다고 해도 30번밖에 못하는 것이다. 꾸준히 배워야 하고 항상 새롭다. ‘오늘은 뭘해야 하지?’ 하는 고민을 하면서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12 년 동안 매일 영농일지를 기록해왔고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복숭아를 수확하는 시기는 가장 비가 많고 더울 때. 즉, 곰팡이와 세균에 가장 취약한 시기이다. 복숭아는 달콤해서 벌레들이 좋아하기도 한다. 그래서 복숭아는 친환 경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참 어렵다. 하지만 내려오기 전부터 친환경 재배를 해야겠 다고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껍질 채 먹을 수 있는 과일을 만드는 것이 스스로의 기준 이다. 십 몇 년 농사 지으며 친환경 방제 노하우도 익혔다. 적어도 수확 20일 전부터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잔류농약 검사도 철저히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손실도 생기 지만 타협하지 않는다. 땅에는 풀을 남겨둔다. 해충의 천적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성으로서 함께 농사를 짓는다는 것
사실 시골에서 남자들은 여러 활동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유지되는데 여성관계 맺기가 쉽지 않아 힘들었다고 방현경 생산자는 말한다. “시골도 여성들과의 관계가 참 중요해요. 반찬도 주고 밥도 먹으러 가고. 바쁜 생활 속에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되었죠. 지금은 ‘생활개선회’라는 여성단체 활동을 함께 하고 있어요.”
예전보다는 여성도 활동이 많아지고 농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농협에 가보면 대부분이 남자 조합원인게 현실이다. “처음에는 시골에 내려와 남편은 농사를 짓고 저는 아르바이트를 구했어요. 그런데 시간을 활용하기 더 힘든 거에요. 육아와 경제적 활동을 동시에 하기에는 오히려 같이 농사를 짓는게 더 좋겠 다고 판단했어요.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한 사람은 아이를 보면서 번갈아 일도 할 수있고요.”
결실을 보는 기쁨
두 생산자 모두 농사를 매력적이라고 했다. 돈도 벌면서 재미도 있고 자연 속에서 힐링도 된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사랑스럽다. 수확기에 비가 많이 오면 가슴이 졸여진다. 아무리 애를 써도 수확이 어렵고 당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몇 년 전 바이러스가 지역을 휩쓸었을 때, 상해버린 과실을 보며 정말 허무하기도 했다. 그래도 역시 수확할 때 가장 기쁘다. 크고 맛도 좋고 색깔도 이쁜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또 손수 키운 복숭아를 사먹은 분들이 정말 맛있다고 하실 때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이영수 생산자는 스스로 일본으로 농사 기술을 배우러 가기도 했다. 최고의 복숭아를 키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살구는 말랑하게 잘 익었을 때 가장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단단한 것은 적당히 숙성시켜 먹으면 좋다. 시고 새콤한 맛을 좋아하면 그대로 먹어도 좋다. 복숭아는 상온에 보관하고 먹기 30분 전에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 먹으면 시원하면서도 당도변화가 가장 적다고 한다. 복숭아를 구입하신 분들이 복숭아 타르트 해주시기도 한다. 천도복숭아로 직접 병조림을 한 적이 있는데 껍질을 깎아서 살만 설탕물에 살짝 끓여서 시원하게 두고 먹으면 참 맛있다고 추천했다.
생산자의 마음, 행복중심에 와 닿기를
살구 같은 경우는 꽃이 필 무렵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온도를 체크한다. 관리를 잘 못하면 서리 때문에 다 죽어버릴 수도 있다. “봄이 오면 꽃이 피는 것이 당연 하잖아요? 하지만 농사를 지어보면 그게 당연한 게 아니에요. 이번 봄에는 나무에서 꽃이 잘 피어줄까?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그 일이 일어났을 때 굉장히 기쁜거죠.”
행복중심과 맺은 인연이 참 소중하다고 말했다. 안전한 먹거리, 지속가능한 환경을 생각하는 철학 있는 조합원이 많다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행복 중심도 더 발전하길 바랐다. 일을 하다보면 실수를 할 때도 있다. 벌레자국이나 상처가 있는 것도 가끔 섞일 수 있다. 또 수확시기에 비가 오면 열심히 노력해도 맛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땐 생산자를 생각하며 조금 너그럽게 받아주시면 감사하 다고도 덧붙였다.
꽃이 피는게 당연한 것이 아니듯, 우리가 집에서 편하게 복숭아를 받아 먹을 수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배웠다. 올 해에도 생산자의 수고와 정성이 거름이 되고, 사람과 환경을 지키는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올곧은 철학이 길러낸 복숭아가 우리 곁으로 찾아온다.
글 김산
사진 김산,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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