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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 토종씨앗 지키기, 함께 땀흘려 지키는 토종씨앗 채종포

전쟁과 씨앗

바써 바써? 이 말이 무슨 말일까? ‘바서 전시회 봤어?’를 줄여 말하면 ‘바써 바써?’가 된다. 2010년 서울에서 훈데르트 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 1928년~2000년) 전시회가 열렸다. 그 전시회에 다녀온 지인이 한 말인데, 아직도 기억이 난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는 못했지만, 그의 작품을 찾아보니 강렬함 속에 담긴 부드러움이 매력적이었다.


바서는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며 곡선의 건물을 짓고, 건물과 대지가 끊김 없이 이어지는 특이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건물에 나무와 식물 등 자연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며 옥상과 창문에 식물을 자라게 한 그의 생각은 지금은 보편화 된 옥상정원의 시초나 다름없다. 자연의 다양성을 상징하듯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창문들도 인상 깊다. 그림은 강렬한 자연의 원색을 사용하며, 풀과 흙, 거름을 형상화했다. 강렬한 색채로 말한다면 단연 고흐가 떠오른다. 고흐가 이해받지 못한 개인의 비애와 배제당한 사람들의 경건한 삶을 붓으로 노래했다면, 바서가 느낀 것은 정치적인 것이었다.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유태인이란 이유로 친척이 70명 가까이 몰살되고, 삶의 터전이 온통 폐허가 된 가운데 그는 절망한다. 그를 평화와 자연을 노래하는 예술가로 만든 것은, 화약 냄새가 가시지 않은 전쟁의 잔해 속에 피어난 들풀이었다. 돌무더기 틈, 한 줌도 안 되는 흙 속에서 피어난 푸른 잎에서 그는 허무와 비탄으로부터 생명에 대한 외경과 평화에 대한 갈망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화초 가꾸기는 일종의 치료법이다. 손끝으로 살짝 문질러도 으스러지는 연약한 잎이지만, 흙, 바람, 물만 있으면 하루하루 자라나는 씨앗이 살아있음과 살아감에 대한 엄중함과 감사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자본 시장 안에서 씨앗을 살펴보면 없던 우울증도 생겨날 판이다. 씨앗은 지금 전쟁터가 되었다. 생명은 자본 앞에서 자원이라 불리고, 생명의 비밀이 담긴 DNA는 자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실험실에서의 육종, 종(種)간의 경계를 넘어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생명을 가진 것 모두 변형의 대상이 된다. 기업은 식물 신품종을 개발하여 로열티를 받고, 유전자 조작생명체(GMO)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행사해 돈을 번다. 10개도 안 되는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세계 종자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한국에는 농우바이오와 동부팜한농 두 회사가 있지만, 알짜배기 씨앗들은 다국적 기업의 손에 넘어간 지 오래다. 80년대에 토종 고추와 태국 고추를 교배하여 신품종인 청양고추를 개발한 중앙종묘는 IMF 때 멕시코 회사에 매각되었고, 이를 다시 몬산토가 인수했다. 10년간 우리가 몬산토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가 8,000억 원이다.


씨앗은 수 천년 동안 여러 사람에 의해 개량되고 이어져왔다. 씨앗은 농사짓는 사람, 농민의 것이었다. 거기에 한 번의 개량을 했다고 씨앗에 대한 특허를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겨난다니! 사회적 생산과 사적 소유의 모순이 여기에 있다.


4월, 우리는 ‘토종씨앗지키기’ 기금을 모금(자세히 보기)한다. 토종씨앗을 지키기 위해 6년째 노력하고 있다. 밭에서 씨앗을 개량하고, 좋은 씨앗을 골라 품질과 생산량을 늘여가는 농부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한다. 우리 땅 우리 기후에 맞는 토종씨앗을 다국적 기업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다. 횡성과 홍천에 2개의 채종포를 경작해서 작년에는 230kg의 씨앗을 얻었다. 2015년에는 행복중심 진주생협, 행복중심 진해생협이 여성농민회와 함께 함안 채종포를 개장한다. 





단기적으로는 행복중심생협의 수만큼 채종포를 늘여가고,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토종씨앗이 시민의 힘으로 되살아나서 로열티 없는 우리 씨앗이 되고 우리 밥상에 오르기 까지,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


안인숙 연합회 회장


2012 토종씨앗 지키기, 함께 땀흘려 지키는 토종씨앗 채종포




토종씨앗 왜 중요할까?

흔히 21세기를 '종자전쟁' 또는 '자원전쟁'의 시대라고 합니다. 토종씨앗은 농업의 기본으로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품종 개발과 의약품 개발에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인구 증가와 산업 발달로 매년 2만 5천에서 5만 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멸종하면서 생물 다양성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모든 토종씨앗은 오랜 기간 진화한 생명의 역사적 산물로, 한 번 사라지면 재생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토종씨앗의 현 주소

토종씨앗은 농민들의 노하우와 노력이 응축된 결실이며, 인류 공동의 자산입니다. 그러나 다국적 종자기업은 토종씨앗에 특허를 취득해 종자기업의 소유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농민들은 매년 종자기업의 씨앗을 사야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식량자급률이 26%에 불과하고 쌀을 제외한 대다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토종이 멸종해 종자 주권을 상실하면, 국제 곡물가의 급등과 투기 속에서 식량 주권이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토종씨앗이 사라지면?

종자회사들의 종자 지배, 종자 독점에 따른 작물 다양성 상실과 종 단순화에 따른 식량 생산 위기는 이미 여러 차례 일어났습니다. 1847년 남미에서 수입한 단 1개 종의 감자만 재배한 아일랜드에 감자잎마름병이 유행해 '감자 대기근'이 일어났습니다. 감자가 주식이었던 아일랜드는 감자대기근으로 100만 명이 굶어 죽는 끔찍한 대재앙을 겪었습니다. 오늘날 다국적 종자기업이 진출한 인도의 면화 재배지에서는 불합리한 특허로 연간 농업인의 자살 수가 20만 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식량 주권, 농민의 농사지을 권리와 소비자의 식품 선택 권리를 지키는 첫 걸음, 토종 씨앗을 지키는 일입니다.


토종씨앗은 오랜 기간 농민들이 생명력이 강한 씨앗을 선별해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에 맞게 적응한 씨앗입니다. 신토불이라는 말처럼 토종씨앗은 우리나라의 기후와 병해, 충해를 잘 견딜 수 있고 한국인의 입맛과 몸에 잘 맞습니다.


그러나 농민들이 곡식을 거두고 그 가운데 일부를 종자로 쓰던 오랜 관습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종자를 종자회사로부터 구입해 심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물의 생물 다양성도 줄어들고, 토종씨앗도 차츰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동안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사라지는 토종씨앗을 지키기 위해 ‘1 여성 농민 1 토종종자 채종포 갖기’ 운동 등을 통해 토종씨앗의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여성민우회생협은 2009년 ‘토종옥수수 지키기 캠페인’에 이어, 2012년에는 토종씨앗 채종포를 공동으로 경작합니다.





◦기금 목표액 450만원
◦기금 모금 기간 5월 4일부터 5월 31일까지

참여 방법
◦홈페이지 장보기에서 <토종씨앗 채종포>를 주문해 주세요. 홈페이지 장보기에서 생활재를 주문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모금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캠페인 기금은 채종포 공동경작과 토종종자 보관소 설립 기금으로 쓰입니다.

◦매장 <토종씨앗 채종포> 쿠폰을 구입해 주세요.

◦모금계좌 조합원이 아닌 개인이나 기관, 단체가 참여할 경우 입금하면 됩니다.

농협 301-0081-8133-11 여성민우회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