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생명력을 그대로 담아 조합원에게 전달합니다”

가가호직거래영어조합법인 이대온 생산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김 사랑은 각별하다. 슬쩍 구워 간장을 찍어 먹기도 하고, 참기름과 소금을 발라 조미해 먹으면 밥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맛있게 먹는다. 또 우리나라 김이 얼마나 맛있는지, 여행 온 관광객들 손에 한 아름 들린 김 상자만 보더라도 그 인기를 알 수 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김은 전부 양식 김이다. 김 포자를 김발에 뿌려 기르는 김 양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지주를 박고 김발을 걸어 양식하는 지주식은 예부터 전해온 전통 양식법으로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이용한 방법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김이 자연스레 햇볕과 바람을 맞으며 마르고 젖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을 30여 일 반복하면 김을 수확할 수 있다.

양식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류식은 김발을 부표에 매달아 바다 위에 띄워 양식하는 방법이다. 양식하는 내내 바닷속에 잠겨 있어 김이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 15~20여 일 만에 수확할 수 있어 지주식보다 생산량도 많다. 그러나 잡조류가 많이 생겨 잡조류를 제거해줘야 한다. 그래서 부류식 재배 김엔 산 처리를 한다. 산 처리를 하면 잡조류나 불순물을 없애 깨끗하게 김을 기를 수 있어 윤기나 색이 좋아진다.





공업용 염산, 폐염산의 심각한 문제

지난 3월 24일, 행복중심생협에 김, 다시마, 멸치 등을 공급하는 가가호직거래영어조합 이대온 생산자를 만나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는 김과 멸치 생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부류식 김은 생산할 때 유기산을 주성분으로 하는 김 활성처리제를 사용해요. 농림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서 고시한 성분으로 이루어진 활성처리제로 허용된 양만큼만 사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많은 김 생산 농가가 허가받지 않은 공업용 염산, 폐염산을 몰래 사용하는 데 있어요.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예요.” 공업용 염산이나 폐염산을 사용하면 설령 채취한 김에 염산이 남아 있지 않는다 하더라도 바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대온 생산자는 계속해서 이런 방법으로 김 양식을 하면 바다 생태계가 황폐해져 바다가 죽게 될 것이라고 심각하게 이야기했다. 김 양식에서 공업용 염산을 사용했다는 소식은 어제오늘 들려오는 소식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되었고 꾸준히 단속하고 있지만, 땅에 성분이 남는 농산물과 달리 바다에서는 성분이 잔류하지 않아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생산자가 건강하고 정직하게 생산하려는 의지가 필요해

이대온 생산자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김 생산자가 정직하고 건강하게 김을 생산하려는 의지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대온 생산자는 무기산과 김 활성처리제를 사용하지 않고 정직한 방법으로 건강하게 김을 생산하려는 생산자를 찾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오랜 시간 김 생산과정에 관여하고 꼼꼼하게 점검한다. 그렇게 생산한 김만 수매해 조합원에게 공급한다.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서로 속이지 않아요. 그래서 생산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김 양식을 하는데 있어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하려 합니다. 제가 좋은 김을 조합원 여러분께 공급하는 비결이에요.”


가가호직거래영어조합은 지주식 김만 공급한다. 요즘엔 부류식 김도 김발을 뒤집어 주거나 김 활성처리제를 사용하지 않고 ‘무산 김’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농가가 더러 있지만 그래도 지주식 김이 가장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김을 기를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서다. 지주식 김은 부류식 김과 비교하면 포자를 뿌리고 수확하기까지 기간이 길고 수확량도 적지만, 바람과 햇볕이 자연스럽게 살균 효과를 제공한다. 김에 붙어 자라는 잡조류를 제거하고 광합성을 통해 병충해에 강한 김으로 자란다. 그래서 농가들이 활성처리제나 염산을 사용할 필요가 없이 정직하게 김을 생산을 할 수 있다고.





낭장망으로 잡은 멸치만 공급하는 가가호직거래영어조합

가가호는직거래영어조합은 낭장망으로 잡은 멸치만 공급한다. 낭장망은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통 방식 중 하나로 조류가 빠른 곳에 그물을 내려두고 조류에 따라 떼 지어 이동하는 멸치를 가두어 잡는 방식이다. 상처가 적고 비늘이 고스란히 붙어 있어 맛이 살아 있고 신선하다. 그러나 생산자가 많은 수고를 해야 하고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어획량이 적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멸치 대부분은 기선권현망으로 잡는다. 기선권현망은 배두 대에 그물을 걸고 탐지기로 멸치 떼를 찾아다니며 잡는 방식이다. 어획량이 많고 빨리 잡을 수 있지만, 그물을 올리는 과정에서 몸통이 상하고 바늘이 떨어져 나간다. 또 한번에 많은 양의 멸치를 잡기 때문에 어족 자원 보호에 대한 문제제기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천일염으로 삶은 멸치

멸치는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 성질이 급해서 그렇다. 또 지방 함유량이 많아 빨리 상하고 비린내가 난다. 그래서 멸치를 잡으면 빨리 소금물에 삶아 말려야 한다.

먼바다에서 어획하는 기선권현망은 멸치를 잡아 항구에 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멸치를 잡아 배에서 바로 삶는다. 배에서 삶다 보니 온도가 낮아 덜 익어 상하는 경우가 많아 소금을 많이 넣고 삶는다. 그래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정제염을 사용한다. 이런 멸치는 멸치 본연의 맛이 소금 속으로 숨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멸치 본연의 맛을 잘 모른다고 이대온 생산자는 말한다. 가가호직거래영어조합에서 공급하는 멸치는 근해에서 잡기 때문에 배에서 삶지 않고 잡자마자 육지로 옮겨와 천일염으로 삶는다. 상할 염려가 적으니 소금을 적게 넣는다. 그래서 멸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자연과 생명을 살리는 생활재를 생산하고 싶어

지주식 김, 낭장망 멸치는 모두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생산량이 적다. 비용도 많이 든다. 그래서 생산하는 농가도 적다. 이대온 생산자가 이런 조건을 감수하고도 계속해서 생산을 이어가는 이유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 때문이다. “사람의 편리와 욕구에 따라 자연과 생명을 해치는 것을 거절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거절한다는 것은 지양하는 것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자연과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버지를 따라 김 생산을 하면서 몸에 배인 아버지의 생산 철학과 가르침은 지금껏 이대온 생산자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이윤보단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고.


행복중심생협은 3월부터 조합원의 생활을 바꾸는 생활재 꾸러미 공동구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가격을 낮춘 할인이 아니라 ‘협동’을 통해 생활을 바꾸자는 가치를 담은 행사다. 4월 공동구입 꾸러미엔 가가호직거래영어조합의 김과 멸치도 담았다.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적어지는 요즘, 방사능 때문에 수산물을 밥상에 올리기 망설여지는 요즘. 4월 공동구입 생활재 꾸러미로 밥상을 차리자. 괜찮다. 행복중심생협 수산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