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복지 이야기 1. 고민과 시작

표준국어대사전은 복지((福祉, welfare)라는 말을 “행복한 삶”으로 설명합니다.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적정한 수준 이상 삶의 질을 보장받으며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는 사실 ‘복지’라는 상태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비교적 복지가 잘 갖춰져 있다는 유럽과 비교하면 기본적인 사회안전망도 취약합니다. 압축화된 근대화와 그 속도를 쫓아오지 못한 뒤늦은 시민사회의 형성과 더딘 성장 등이 한 원인입니다. 


개인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취약한 복지 시스템

한 나라의 복지체제는 ‘국가(정부)-시장-시민사회’가 각각 역할을 잘 분담해 만들어가야 합니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복지시스템은 90년대부터 꾸준하게 늘었지만, 한국 사회 모든 구성원의 복지를 해결했다고 보기에는 미흡합니다. 최근 들어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복지는 소득 보장과 기업 내부의 사내 복지에 머물렀던 한계가 큽니다. 이마저도 IMF 이후 기본적인 소득 보장은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고, 충분한 상태의 기업 내부 복지 또한 해당하는 일부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일 뿐입니다.


성장이 더딘 시민사회는 국가와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는 재분배 장치를 강제하지 못하고, 공적인 신뢰를 획득할만한 복지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제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복지 분야에서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적인 제도는 없는 채로 시민들에게 불확실한 삶에 대한 심각한 불안과 긴장만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나와 가족, 또는 사적 관계망을 통해 부닥친 어려움과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해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먹을거리를 넘어, 조합원의 생활 속 필요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행복중심생협을 비롯한 한국의 생협들은 안전한 식품(친환경 유기농산물)과 소비자의 식품선택권을 보장하는 정보공개라는 내용으로 먹을거리 분야에서 국가와 시장이 하지 않던 구실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는 친환경 유기농산물 시장의 확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일정한 성과를 내었습니다. 먹을거리 분야에서 우리 사회에 기준을 제시하는 정도로까지 나아갔습니다.


그렇지만, 조합원 삶 전반을 생협이라는 틀에서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결핍을 느꼈습니다. 또한,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라는 현실은 조합원 대부분이 여성인 조건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였습니다. 여기에 고령사회로 급속하게 진입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미래도 걱정스러웠습니다. 앞으로 시민의 생활 속 다양한 결핍을 해결하는 사회적 서비스의 필요는 늘 것이 확실한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행복중심생협의 비전으로 고민했습니다.



조합원이 느끼는 불편함부터

먼저, 조합원이 느끼는 생활 속 불편함과 조합원의 생활 기반이 되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행복중심생협 조합원들은 방과 후 어린이집이나 어린이 도서관과 같이 육아와 보육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펼치기도 했었기에 겁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2009년에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마을모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사업 기획안을 공모한 후, 필요한 기금을 지원했습니다. 마을모임 조합원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제출하면, 생협에서 선정해 기금을 지원(관련 기사 보기)했습니다. 그 결과 조합원을 대상으로 스스로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공모받아 이를 지원하는 방식의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2009년에 시행한 마을모임 프로젝트는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시민 한명 한명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가면,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평범한 시민의 생각이 복지 아이템이 되고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 자리잡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협동복지사업의 기본 고민을 정리하고, 행복중심생협 조합원들의 의지를 붇돋워 준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9월부터 협동복지사업 지원에 쓰일 협동복지기금 모금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