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그 이후의 세계에도 사람은 살고 있다

재난 그 이후의 세계에도 사람은 살고 있다


지난 1월 9일(목) 후쿠시마 활동가 초청 강연 '후쿠시마 사람들 이야기'가 행복중심생협 조합원 및 일반 시민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렸습니다. 행복중심생협 연합회를 비롯, 14개 생협 및 환경·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한 이번 강연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폐허가 된 재난 지역 주민들의 삶, 공동체와 지역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듣고자 마련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약 40km 떨어진 이와키 시의 두 활동가 군자 마유미 '후쿠시마 지원·사람과 문화 네트워크' 사무 국장과 시마무라 모리히코 '이와키 오텐토 SUN 기업조합'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음의 병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3년. 지금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요? 방사능으로 인한 건강 문제, 땅과 공기의 오염과 이로 인한 먹을거리 안전의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 재난 지역 주민들이 처한 수많은 문제들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마음의 병'이라고 군지 마유미 씨는 말합니다. "후쿠시마에 살고 있는 부모들은 아이를 여기서 계속 키워도 되는가 매일 불안과 싸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럼 '후쿠시마에서 나오면 되지 않느냐'고 묻지만 후쿠시마를 떠났을 때 집이 있는가, 일자리가 있는가, 이런 걸 생각하면 쉽사리 나올 수 있을까요?" 사고가 있기 전, 후쿠시마는 천혜의 자원이 있던 도시였습니다. 대규모 유기농 단지도 있었는데 땅을 일구던 사람들은 그 땅을 버리고 떠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곳 사람들 마음속엔 여전히 방사능의 불안과 공포가 남아 있고, 아이들은 부모의 이러한 불안을 고스란히 느끼며 자라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지원·사람과 문화 네트워크’는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고민했고 리프레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리프레시 하우스’ 다섯 곳을 만들어 후쿠시마의 가족들이 언제든 방문해 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얻은 것과 잃은 것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물질’에 관한 인식입니다. 과거에는 옆집보다 큰 TV를 산다거나 에어컨을 산다거나 하는,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것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았다면, 이제는 함께 사는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 합니다. 가족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후쿠시마를 되찾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쿠시마 사람들과 함께 걷기 위하여

이와키 시에서는 앞서 말한 리프레시 사업 이외에도 시민들의 기금으로 시민방사능측정소와 원전재해정보센터를 설립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정확한 책임을 밝히기 위한 원전고소단, 유기 농업을 지속하기 위한 유기농업네트워크 조직 등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후쿠시마가 처한 현실을 외부에 알리기 위한 스터디 투어, 유기농 면화 사업, 자연 에너지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마무라 씨는 “태양광이든 목화든, 그건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피난 주민과 지역 주민, 자원 봉사자들이 어울려서 지역에서 같이 살아가자는 꿈과 희망을 키우기 위해 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요. 이번 강연은 후쿠시마 사람들과 손잡고 핵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후쿠시마의 아픈 교훈을 잊지 않을 때 이 땅에 두 번 다시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후쿠시마의 현실과 그곳 주민들의 삶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