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있는 교실(2008년)

돼지가 있는 교실 (2008)

감독 : 마에다 테츠




 

영화 <돼지가 있는 교실>을 처음 봤을 때는 직장생활 2년차 봄이었다. 취직 후 1년은 호기심으로 지나갔고, 2년 차가 되어서는 이런저런 벽에 부딪힘을 실감하고 있었다. 능력의 한계, 동료와의 트러블 또 심신의 피로함까지.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서 교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고 의욕적이나 자신이 벌린 일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6학년 2반의 담임 호시에게 가장 눈이 갔다.












호시는 새로 맡게 된 학급 학생들과 1년 동안 새끼돼지를 키워 보기로 한다. 사람이 살기 위해 늘 생명을 먹어야 하지만 그 의미를 깊게 체험하기는 힘든 법. 학생들에게 그 소중함을 알게 해 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키운다먹는다라는 생각은 있었으나 그 과정을 통제할 수도 없었고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었다. 돼지를 키우는 일은 1마리 돼지, 26명의 학생들, 상사와 여러 명의 동료 교사들 그리고 학부모들까지 함께하기에 늘 예상 밖으로 흘러만 간다.




학생들은 돼지에게
‘P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학교의 허락 없이) 운동장 한켠에 집까지 만든다. P짱과 축구를 하고 P짱과 여름축제를 즐기고 P짱과... P짱과... 학교생활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한다. P짱은 더 이상 평범돼지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친구돼지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학생들은 급식으로 나오는 평범 돼지고기는 먹을 수 있지만 ‘P은 잡아먹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호시 선생과 아이들의 애초 계획은 ‘P짱을 다음 학년이 키울 수 있도록 하자‘P짱을 식육센터로 보내자두 의견으로 나눠져 갈등을 맞는다.


우리는 졸업하니까 그런 사정만 내세우고, 어떻게 P짱을 오래 살게 할지 고민하지 않는 거지?"

돼지는 보통 반년을 사는데 P짱은 충분히 오래 살았잖아.”

“P
짱은 언젠가는 죽을 테니까 지금 죽여도 된다고?”

근데 괴롭지만 결정해야 하잖아.”

죽이는 거랑 먹는 건 틀려. 죽이는 건 단지 생명을 빼앗을 뿐이고 먹는 것은 죽은 생물의 생명을 이어 받는 거야.”

속마음은 P짱이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물려준다고 해도 이 문제를 미룰 뿐이잖아. 우리 스스로 키우기 시작했으니까 우리 손으로 끝내는 게 책임이라고 생각해.”




실제로 영화는 후반부의 많은 부분을 학생들의 논쟁으로 채운다
. 각자의 생각과 느낌, 의견을 돌아가면서 이야기한다. 영화지만 실제 아역배우들의 생각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해 실화 못지않은 긴장감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호시 선생과 학생들이 어렵지만 책임지고 결정해야 하는 일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 사실 덮어 두고 싶은 일이 더 많은 현실 때문에 조금은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또 봄이다
.

호시 선생은 이번 봄에는 어떤 프로젝트를 갖고 교실에 들어갔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호시 선생 못지않게 달린 뿔을 주체하지 못해 이리 박고 저리 박는 나도 또 새로운 을 맞았다. 우리의 공통점은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고 후에 책임의 고통이 따를 거라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또 작당을 꾸미고 그 속으로 뛰어든다는 것이다. 저희만 그런가요?

열흠/행복지역조합원/비혼훼미니스트


*)이 글은 <행복중심>5,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