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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가을, 우리들의 여행 - 2011년 생산지 기행(밤뜨래, 마하탑)

2011년 10월 7일, 하늘 높은 가을날 생산지기행을 위해 각 단협에서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이 모였습니다. 올해는 밤양갱과 맛밤을 공급하는 밤뜨래와 소금과 젓갈류를 공급하는 마하탑을 방문했습니다. 


임자도로 향하는 바닷길



가을이 깊었습니다. 매년 이맘 때, 여성민우회생협은 조합원과 함께 평소 잘 찾아가지 못했던 생산지로 떠납니다. 생활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생산자와 관계를 맺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다시 한번 우리가 서로를 살리는 관계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올해는 부여의 밤뜨래와 전남 신안에 있는 마하탑을 찾았습니다. 가는 길이 멀어 많은 산지를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 여행길 내내 조합원들끼리도, 생산자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깨알같은 1박 2일의 시간을 소개합니다. :D




먼저 부여에 있는 밤뜨래를 찾아갔습니다. 밤뜨래는 밤가공식품 전문 업체로 현재 맛밤, 밤양갱, 밤퓨레 등을 생산합니다.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을 맞은 밤뜨래 강봉석 생산자는 맛밤 생산 과정을 보여주셨습니다.

강봉석 생산자

 


국내산 부여 밤 100%로 만드는 맛밤은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화염식 박피 기계를 도입해 예전에는 손으로 하던 일을 지금은 기계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650도 붗꽃에 3~4초 정도 지나가면 겉에만 타서 껍질이 벗겨집니다. 덜 벗겨진 건 사람이 일일이 작업을 하며 깨끗하게 손질하고, 세척, 건조, 익힘 과정을 거처 맛밤을 만듭니다. 불빛이 튀며 밤 껍질이 벗겨지고 밤 껍질이 벗겨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봅니다. 레일 위로 떨어지는 토실토실한 밤알. 한가득 모인 밤알이 참 예쁩니다. 


 
밤은 하루 3알을 먹으면 원기회복에 좋고 다른 견과류에 비해 지방이 적고, 알러지가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보통 껍질을 까는 작업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들어 대부분 공장이 중국에 있으나 밤뜨래는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나마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시중에서 먹는 맛밤은 겉이 까만색인데 대부분 중국산 밤이고, 당처리를 하거나 깐 상태로 오래 두기 때문에 까맣게 변하는 거라고 합니다. 

밤뜨래 공장 내부


 

밤뜨래 앞에서 다함께!



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부여에서 점심을 먹은 뒤, 버스를 타고 다시 달렸습니다. 점암 선착장에 도착해 배를 타고 20여분을 들어가면 임자도에 도착합니다. 배에서 내리자 유억근 생산자가 반갑게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을 맞이해 줍니다.

점암 선착장에서 배에 오르며




먼 길을 달려 바다를 건너 도착한 임자도. 한가롭고 조용하면서 여유로운 이 임자도에 마하탑 염전이 있습니다. 유억근 생산자가 소개해 주는 길을 따라 염전을 향합니다. 넓게 펼쳐진 네모반듯한 염전, 바다 내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칸칸의 푸른 물빛이 넘실거립니다. 



마하탑은 1986년 6월에 창업했고, 생명운동, 환경운동, 더불어 사는 운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마하’라는 이름은 대(大)·다(多)·승(勝)의 의미가 있는 산스크리스트어입니다. 마하탑은 ‘넓고 큰 탑’이라는 뜻입니다. 유억근 생산자의 포부와 마음이 담긴 듯합니다. 

마하탑 유억근 생산자


천일염은 바다, 태양, 바람으로 만드는 소금입니다. 자연의 섭리가 없다면 생산할 수 없는 소금이죠. 마하탑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바닷물을 끌어들여 저수지에 보관합니다. 다음 수문을 열고 단계적으로 흘러내리게 하여 개펄로 된 염판 위에서 햇빛으로 증발합니다. 증발된 염도 20도 소금종자를 결정지로 보내 소금을 만듭니다. 그리고 소금을 거두어 창고에 보관한 후, 포장을 합니다. 



마하탑 결정지(소금이 만들어지는 네모난 곳)는 특별히 내벽의 송판은 스테인레스 못으로 시공하여 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통행로는 부직포 대신 송판으로 시공해 위생에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소금창고는 석면이 들어 있는 스레이트 지붕 대신 채광이 잘 되는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했습니다.

천일염 결정



결정지 통로를 지나다니며 열심히 유억근 생산자 설명을 듣습니다. 처음 보는 소금 결정 모습에 감탄을 하며 바라봅니다. 자연은 신비롭습니다. 살아 있는 임자도의 갯벌에서 만들어지는 건강하고 깨끗한 천일염. 보통 소금과 어떻게 다를까요?

재제염은 미네랄 성분이 거의 없는 외국에서 수입한 천일염을 물에 끓여 염화나트륨 성분이 95% 이상 되도록 다시 만든 소금입니다. 정제염은 기계를 통해 바닷물에서 염화나트륨만 99% 이상 되게 만든 인공 소금이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갯벌 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염도가 80% 정도고 나머지는 미네랄 성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미네랄은 무기질영양물질인 광물질을 말합니다. 미네랄은 몸속에서 삼투압을 조절하거나 효소의 기능을 도와 물질 대사에 관여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연의 질서와 멀어져가는 우리 식생활에서 오는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미네랄 섭취가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마하탑에서 생산되는 소금에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니, 정
말 다행입니다. 

염전을 거닐며

엄마와 딸



유억근 생산자는 조합원들에게 2002년 있었던 다이옥신 파동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소금에서 다이옥신이 다량 검출돼 다른 생협에서 소금 공급을 중단했을 때, 민우회생협에서만 유억근 생산자를 믿고 계속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마하탑 소금도 검사를 의뢰해 놓고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15일 동안 유억근 생산자는 잠도 자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5일 후 나온 검사 결과, 마하탑 소금에서는 다이옥신이 불검출되었습니다. 유억근 생산자는 그때 여성민우회생협과의 믿음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소금창고



염전을 둘러본 뒤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한 후, 유억근 생산자가 마련해 준 숙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곳에 위치한 숙소라 모두 짐을 들고 달빛이 비추는 시골길을 따라 30분 정도를 걸었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불빛이 가득한 도시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달빛이 생각보다 꽤 밝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을 고스란히 다 비춰줄 정도로 밝았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답니다.
 



그 다음날, 숙소 앞에서 모여 사진 촬영을 한 뒤 유억근 생산자를 만나 소금 공장과 함초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공장에서는 소금을 탈수하고, 포장하는 과정을 본 후 공장 뒤편에 있는 함초 농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함초는 보통 3월에 심어 9월에 수확합니다. 지금 남아 있는 함초는 씨를 받기 위해 남겨둔 함초라고 하네요.




함초는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소금을 흡수하며 자라는 식물입니다. 몸 안에 쌓인 독소와 숙변을 없애고, 암, 자궁근종, 축농증, 고혈압, 저혈압, 요통, 당뇨병, 기관지천식, 갑상선 기능저하, 갑상건 기능향진, 피부병, 관절염 등 갖가지 난치병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지니고 있는 놀라운 약초라고 합니다. 갖가지 미네랄과 효소 성분이 농축돼 들어 있어 중국에서는 ‘신초(神草)’라고도 불렸다고 하네요. 




이어서 젓갈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김장철이라 많이 바쁜 중에도 친절하게 저희를 맞아 주신 다른 생산자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장 창고와 생산 공정까지 유억근 생산자가 자세히 설명합니다.  

 



공장까지 살펴본 후, 젓갈 공장 한쪽에 마련된 교육장에서 유억근 생산자 부부가 준비해 준 인절미와 화분차를 마셨습니다. 금방 쪄낸 쫀득쫀득한 인절미.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을 위해 준비한 정성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마하탑을 운영하며 겪었던 시간들, 사모님과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유억근 생산자의 앞으로 꿈까지. 이런 멋진 생산자가 만드는 소금이라면 얼마든지 믿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산자와 함께해서 여성민우회생협은 참 행복합니다. 



생산자 선생님께 손을 흔들며 인사를.


안녕히 가세요!



서울까지 갈 길이 멀기에, 조금 이른 인사를 나누며 헤어집니다. 좋은 경치와 좋은 공기 마시며 생산자와 함께 보낸 1박 2일이 참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