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생협월례포럼]그리스 비극을 통해 본 희망의 정치

그리스 비극을 통해 본 희망의 정치
-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스 3부작

 2011년 11월 17일 오전 10시부터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서교동 교육장에서 11월 생협월례포럼이 열렸습니다. ‘그리스 비극을 통해 본 희망의 정치’라는 제목으로 이동수 경희대 공공대학원장이 강의를 맡아주었습니다. 

포럼이 시작하기 앞서, 교육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그리스 신화’하면 생각나는 인물과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나라 이름보다 외우기 어려운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의 이름이지만 다양한 인물들을 이야기하며 강의에 대한 기대를 더했습니다. 

이동수 교수는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중 맏형인 ‘아이스킬로스(Aeschlus, BC 525-455)’가 쓴《오레스테스에 관한 3부작》이야기로 포럼을 시작했습니다. 

 

 
‘아르고스’라는 그리스에 있는 한 도시의 왕 탄탈로스의 손자 아트레우스. 아트레우스는 동생 티에스테스와의 왕위계승 싸움 끝에 왕으로 아르고스의 왕으로 등극합니다. 동생 티에스테스는 형에 대한 복수를 위해 형수를 유혹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트레우스는 티에스테스의 두 아들을 몰래 죽인 후 티에스테스를 초대해 그의 아들을 스프로 끓여 대접하여 모욕을 주고 추방합니다. 추방된 티에스테스는 아트레우스를 죽이고 왕이 되지만 아트레우스의 큰 아들인 아가멤논이 다시 삼촌인 티에스테스를 죽이고 왕이 됩니다. 

아가멤논은 동생이자 스파르타 왕인 메넬라오스의 처 헬레네를 트로이 왕국의 프리아모드 왕의 작은 아들 파리스가 유혹하여 빼앗아가자 분기탱천하여 트로이와 전쟁을 시작합니다. 그게 바로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죠. 출정 시 바다의 폭풍우를 잠재우기 위해 큰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고 전쟁을 치르며 10년간 절치부심 끝에 승리하고 귀국합니다. 붉은 카페트를 밟고 개선한 후, 목욕하면서 오랜만의 안락함을 맛보는 순간, 부인 클리타이메스트라와 그녀와 내연 관계에 있던 아이기스토스의 도끼에 비명횡사합니다. 

 

 

멀리 포기스 왕국에서 비보를 전해들은 아가멤논의 아들, 청년 오레스테스는 아폴로 신과 친구 필라테스의 도움으로 몰래 아르고스에 잠입하여 과객으로 변장하고 오레스테스의 죽음을 왕비에게 알려야 한다고 접근하여 자신의 어머니인 클리타이메스트라와 내연 관계에 있던 아이기스토스를 죽입니다. 하지만 오레스테스는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어머니의 망령과 아르고스의 복수의 여신들(Furies)에게 패륜아로 쫒기다가 아테네 여신의 법정에까지 쫒겨 옵니다. 아테나 여신은 아테네 시민들을 배심원으로 판결을 시도했으나 5:5의 가부동수 판결이 나오자, 오레스테스를 살려주기로 하고 아테네의 시민이 되어 같이 살게 합니다. 또 쫒아온 복수의 여신들을 자비로운 여신들로 만들어 같이 살게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계속된 복수로 비극이 이어집니다. 
1차 비극: 아트레우스가 조카들을 죽이고 티에스테스에게 이를 스프로 먹게 함
2차 비극: 티에스테스가 복수를 위해 형 아트레우수를 죽임
3차 비극: 아가멤논이 복수를 위해 숙부 티에스테스를 죽임
4차 비극: 아가멤논이 트로이전쟁을 위해 해상에서 자기 딸 이피게네이아를 죽임
5차 비극: 클리타이메스트라가 아이기스토스와 공모하여 자기 남편 아가멤논을 죽임
6차 비극: 오레스테스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자기 엄마를 죽임

 

 

보통 아테네는 민주주의의 원형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이동수 교수는 민주주의는 단순히 시민 참여, 다수결의 원칙 등의 절차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오레스테스에 관한 3부작》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복수는 계속됩니다. 갈등은 복수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화해에서 해소됩니다. 아테네 여신이 바로 그런 역할을 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판결하지 않고 아테네 시민들에게 판결을 맡겼고, 가부동수가 나오자 오레스테스와 복수의 여신들(Furies)의 입장을 각각 존중합니다.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하지 않고, 둘 다 모두 아테네에서 살도록 배려합니다. 두 입장을 화해시키려 노력하죠.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입장은 어느 것 하나를 택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 입장을 모두 존중합니다. 

아테네에 사는 사람은 모두 아픔이 있고, 사연이 있습니다. 소수자, 소외받는 자, 이주 노동자 등 모든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곳입니다. 그리스 사회에서 말하는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공존하고, 갈등을 화해하는 곳입니다. 모든 인간사에 갈등은 존재합니다. 갈등은 없애는 건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 갈등을 해결하려고 할 때 ‘복수’가 시작되죠. 누가 옳다고 판결하는 것이 해결이 아닙니다. 갈등은 화해시켜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설명하는 많은 단어들이 있습니다. 자유, 평등, 권리, 의무, 정의 등.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공존’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렵습니다. 이 단어는 ‘갈등’ 이 있음을 전제로 하죠. 공존하기 위해 자유, 평등, 권리, 의무, 정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일까요? 옳은 것을 하는 것일까요? 이동수 교수는 정의란 ‘선과 악의 구분이 없는 것’이라 말합니다. 진짜 선과 악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사회에서 ‘악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화해를 통해 다시 아테네에서 살게 하는 그것이 정의라고 말합니다. 이런 화해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소통’이 되지 않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소통의 핵심은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이방인과도 같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테네가 그런 곳이었고, 민주주의가 바로 거기에서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근본적인 고통을 겪게 되죠. 하지만 그 고통을 통해 인간은 지혜를 얻습니다. 갈등을 부둥켜안고,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그 고통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참된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12월 생협월례포럼>



조국이 말하는 내가 꿈꾸는 조국

 



일시: 2011년 12월 15일 (목) 오전 10시
강사: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소: 장충동 만해 NGO교육장(3호선 동대입구역 2번 출구)
문의: 여성민우회새협 연합회 교육센터 박임성아 070-4351-5212



'3포 세대'라는 말을 아시나요?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3포 세대'라고 말합니다. 돈이 없어서 연애를 포기하고, 연애를 못하니 결혼을 포기하고, 결혼을 해도 아이는 포기하는 세대라는 말입니다. 우리의 삶이 참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암울하고, 우리의 노후는 불안합니다. 그러나 10월 26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시민에게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고, 시민이 역사를 만드는 주역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 우리의 노후, 우리의 현재를 위해 우리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12월 생협월례포럼에서는 조국 교수를 모시고, 우리 사회의 변화 그리고 우리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조합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