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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토지장수로 기른 특별한 콩나물, 황쥐콩나물

황토지장수로 기른 특별한 콩나물, 황쥐콩나물



"조금 못생겼지만, 한번 먹어 보세요. 또 먹고 싶어질 거예요."


한울황토농원 곽석규 생산자


"이거 잘못 키운 거 아니에요? 콩나물이 파래요. 그리고 콩깍지는 왜 이렇게 많나요? 끝부분도 누렇네요. 이거 아무래도 시든 거 같아요." 한울황토농원의 생활재를 처음 받아 본 조합원은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흔히 알고 있는 노랗고 통통한 콩나물과 달리 푸르스름한 머리, 누런 빛이 도는 꼬리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한울황토농원 콩나물의 생소한 생김새는 바로 콩과 물 때문이다. 쥐눈이콩과 황토지장수가 만나 초록 머리, 누런 꼬리의 콩나물이 생겨났다. 


황토지장수를 먹이며 재래식으로 키운 콩나물과 숙주나물

컴퓨터 프로그램 사업을 하던 곽석규 생산자는 황토 관련 기기 자문을 맡으면서 황토지장수에 관심을 두었다. “농부였던 아버지는 겨울철이면 땅에 황토를 붓곤 했어요. 그래서 왜 붓는 것인지 물었더니, 황토가 땅심을 길러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황토가 좋은 거란 걸 알았어요.” 황토지장수는 예부터 약 처방에 쓰던 물로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에 따르면 해독 효과가 좋다고 한다. 곽석규 생산자는 이 황토지장수를 이용해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기르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콩나물 재배를 시작했다.  


곽석규 생산자는 어린 시절 집에서 콩나물을 기르던 할머니의 방식을 기억했다. 콩나물에 물을 준 뒤 내려진 물을 받아 다시 콩나물에 주는 재래식 방법이다. 재래식 재배는 콩나물의 맛과 영양이 듬뿍 녹아 있는 물을 다시 콩나물에 먹여 영양분 손실을 줄이고 콩나물 고유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재배 방법이다. 그리고 환경 호르몬 우려가 없는 옹기에 직접 개발한 순환펌프를 이용해 자동순환장치를 만들었다. 이 방법은 맛과 영양을 살릴 뿐 아니라 물을 아낄 수 있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황토지장수를 계속 먹고 자라니 콩나물과 숙주나물 꼬리에 자연스레 누런 물이 들었다.


재래식 재배는 내려온 물을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시루 안에 상한 콩이 있으면 물도 상한다. 그 물을 콩나물에게 다시 주면 시루안 콩나물 전체가 상한다. 그래서 사전에 콩을 꼼꼼히 걸러내는 게 중요하다. 곽석규 생산자는 콩을 수매한 직후, 발아 상태가 좋지 않은 콩을 핀셋으로 하나하나 골라낸다. 곽석규 생산자는 이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곽석규 생산자는 손이 많이 가는 재래식으로, 또 황토지장수로 재배하는 만큼 좋은 콩으로 콩나물을 재배하고 싶었다. 그래서 토종콩인 쥐눈이콩으로 콩나물을 길렀다. 쥐눈이콩은 예부터 해독 작용이 뛰어나 음식보단 상비약으로 사용해 ‘약콩’으로 불린다. “쥐눈이콩은 약처럼 먹던 콩인데 산업이 발달하고 양약이 보급되니까 재배량이 급격히 줄었어요. 그래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적도 있어요. 지금도 재배량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쥐눈이콩으로 콩나물을 만들어 쥐눈이콩 농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든든한 조합원이 있으니 걱정 없지요”

생협에 공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곽석규 생산자는 조합원들에게 크게 감동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잘 자라던 숙주나물이 일정한 크기이상 자라면 계속 상해 판매할 수가 없었다. 평소보다 녹두 선별도 꼼꼼하게 하고 시루와 펌프도 깨끗하게 청소한 후 재배해도 마찬가지였다. 몇십 개의 시루를 실패하고 나서야 녹두 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비가 많이 온 탓에 녹두 품질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던거다. 그래서  숙주나물이 잘 자라지 않았다. 판매하기 좋은 크기 만큼 키우면 숙주나물이 상해 수매한 녹두를 전량 폐기해야 하고, 상하지 않을 만큼 키우면 너무 작아 조합원에게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곽석규 생산자는 바로 시루를 들고 공급하고 있던 생협들을 일일이 찾아갔다. 조합원이 받아주지 않으면 수매한 녹두를 모두 폐기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모든 생협이 흔쾌히 공급하기로 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계속 생협에 공급했지만, 생산자와 조합원의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걸 크게 느꼈어요. 생산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소비해 주는 관계. 그래서 더 생협을 신뢰하게 됐죠.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에 고마움이 가득 차요.”


진심은 언젠가는 통한다고 생각해

곽석규 생산자는 콩나물과 숙주나물이 맛있다며 칭찬하는 조합원들을 마주할 때면 뿌듯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한다. 처음 콩나물 사업을 시작할 때, 너무 흔한 먹거리라 사람들이 모두 말렸다. 남을 속이지 않고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재배하다보면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6년이 지난 지금, 한울황토농원을 믿고 이용하는 조합원을 보면 역시 진심은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모든 행복중심생협 생산자가 그렇겠지만, 나와 내 가족이 이용한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생산하고 있습니다. 조금 못생겼지만, 한번 먹어 보세요. 맛도 영양도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그리고 어떻게 생산되는지 궁금하면 언제든 놀러 오세요. 신뢰와 관계는 그렇게 쌓이는 겁니다.”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한울황토농원 콩나물과 숙주나물. 꾸준히 조합원의 사랑을 받은 생활재로 뽑혀 4월 11일 주간엔 할인 공급한다. 초록색 머리에 누런 꼬리가 생소하지만, 한번 먹어 보시라. 아삭하고 고소한 맛에 두 번 세 번 찾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