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온 새콤달콤 귤


제주는 바람과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린다지만,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가장 많은 건 아마도 귤이 아닐까. 감귤은 제주가 아니면 나지 않는, 제주지역 생산자들의 땀방울을 품고 영그는 과일이다. 겨우내 조합원의 비타민을 책임져 줄 감귤 생산자들을 만났다. 귤하면 바로 생각나는 감귤을 기르는 김정아·이선주 생산자, 제주 대표 과일로 자리잡은 한라봉을 생산하는 이성중 생산자. 그리고 몇 년만에 조합원을 다시 찾은 레몬을 생산하는 양석필 생산자가 그 주인공이다.

“맛 좋다는 격려가 가장 큰 힘” -김정아·이선주 생산자

고향인 제주도로 다시 귀농해 감귤 농사를 짓기 시작한 김정아(왼쪽)·이선주 생산자. 부모님과 지역 선배 생산자들로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며 감귤 농사를 지은지 올해로 7년째. ‘자연 그대로’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풀도 최소한만 맨다. EM환경농업학교에서 배운대로 액비를 줄 때 바닷물을 희석해 함께 주는데, 바닷물이 품고 있는 미네랄이 감귤나무에 좋은 영향을 끼쳐 새콤달콤하고 풍부한 귤맛을 내게 돕는다고 생각한다. “육지 소비자들로부터 귤이 참 맛있다”는 격려 전화를 받을 때면, 귀농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단다.

“막걸리 영양제로 기른 달콤 한라봉” -이성중 생산자

스물다섯, 가업을 이어 감귤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성중 생산자. 감귤농사만 40년, 친환경 농사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한라봉은 당도가 높은 과일이어서 땅심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이성중 생산자는 보릿가루, 누룩 등으로 막걸리 영양제를 만들어 EM효소와 섞어 나무에 준다. 그러면 땅심이 좋아져 당도가 좋아 진다. 막걸리 영양제가 효과를 보려면 최소 3년 이상 땅을 잘 관리해야 하고, 한해에 한두번 주는 것으론 효과를 볼 수 없다고. 그래서 아예 스프링쿨러를 설치했다. 수확을 마친 후에도 막걸리 영양제를 충분하게 주며, 꾸준하게 땅에 정성을 쏟는 것이 한라봉이 깊은 단맛을 내는 비결.

“썩지 않는 수입 레몬이 괜찮을까?”  -양석필 생산자

양석필 생산자는 제주 친환경 농업의 선구자다. 간경화로 크게 아픈 후, ‘농약이 건강을 망친 것은 아닐까’ 싶어 86년부터 친환경농업을 시작했다. 레몬 나무를 심은 것은 5년 전. 수입산 레몬이 썩지 않는 걸 보며, 소비자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단다. 사실 수입 레몬은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해 화학적 처리를 한 후 바다를 건너오는 과정에 후숙한다. 그렇지만 양석필 생산자는 나무에서 완전히 익힌 후 수확해 향의 깊이가 확연히 다르다. 양석필 생산자의 레몬도 곧 조합원을 찾아간다. 1월부터 공급을 시작한 무농약 레몬도 양석필 생산자의 생산기술 공유로 생산이 가능했다.

EM 항산화 감귤 생산의 숨은 공로자 이영민 EM환경센터 이사장
초원친환경 생산자들은 EM(유용 미생물군)을 감귤 농사에 활용하는 공통점이 있다. EM은 효모, 유산균, 누룩균, 광합성세균 등 인류가 오래 전부터 식품 발효 등에 이용해 왔던 미생물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미생물들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자연을 상생의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생산자들은 쌀겨, 유박, 골분, 계분 등 농촌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유기물에 EM을 첨가해 함께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한다. 초원친환경 생산자들이 EM을 농사에 많이 활용하는 데에는 이영민 EM환경센터 이사장의 역할이 컸다. 이영민 이사장은 1991년 환경보전자연농업연구회를 결성해 우리나라에서 EM을 보급시키는데 앞장서 왔다. 현재 초원친환경의 고문을 맡고 있고, 1만 평 규모의 감귤 농사를 직접 짓고 있는 친환경 농민이다.

생산자들이 직접 출자해 설립한 친환경 농업법인, 초원친환경
친환경 생산자만이 아니라, 모든 농민들의 고민은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이다. 그래서 친환경 농산물을 꾸준하게 이용해주는 생협과 생협 조합원의 역할이 더욱 소중하다. 제주 지역 감귤 생산자들은 직접 출자를 통해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하기 위한 농업법인 초원친환경을 만들었다. 감귤과 한라봉, 천혜향 등 귤의 품종 별로 담당 이사를 맡아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