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3] 협동조합에는 청년이 필요하다 - 담비아협동조합 최문정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는 협동조합에서 일하는/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이다. 혹독한 취업난과 스펙 쌓기 사이에서 허덕이는 수많은 청춘들 사이에서 그들은 왜 협동조합을 선택했을까? 무엇이 어렵고 힘든지, 무엇이 즐겁고 보람이 되는지,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꿈꾸는지가 무척 궁금하다. 


세 번째 인터뷰는 담비아 협동조합과 함께 일하는 최문정씨의 이야기다. 비즈니스를 통해 대학생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국제 NPO Enactus의 서울여대 팀에 소속된 최씨는, 우연히 남양주의 담비아 협동조합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된 후 '협동조합 붐' 가운데 결핍되어 있는 것과 진정 필요한 것이 각각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협동조합의 바깥에서 바라봄으로써 협동조합과 청년의 접점을 찾았다는 최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청년, 협동조합을 말하다 · 3] 협동조합에는 청년이 필요하다 - 담비아협동조합 최문정


  최문정(서울여대 2학년∙22)씨는 같은 학교 친구 3명과 함께 ‘나빌레라’라는 팀을 이뤄 담비아 협동조합의 운영을 돕는다. ‘담비아’는 남양주 공예기능인협회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브랜드명이자, 나전칠기기능인 협동조합의 이름이기도 하다. 현재 90여 명의 공예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전칠기를 비롯, 우리나라 전통 공예와 그 기능인들에 대한 지원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나마 담비아 협동조합은 조합 단위 사업 등에 남양주시의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실제 운영이 엉망이어서 조합원 기능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해왔다고 한다.


(사진) 최문정(22) 서울여대 Enactus '나빌레라'


  “담비아 협동조합이 2008년에 시작되었는데, 상근 직원이 한 사람도 없다. 조합원들은 모두 기능인이라 자기 작품 만드는 것 외에 경영이나 행정 업무에 대한 의지는 전혀 없고,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역시 없다. 자신이 조합원으로 있는 협동조합의 일에 목소리를 내라고 해도, ‘내가 왜 (내 일 말고)다른 일을 해야 하나?’라는 반응이다. 운영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나전칠기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 점점 줄어들고 젊은 전수자가 부족해 전통 공예의 맥이 끊길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담비아 협동조합이 아무런 비전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담비아공예기능인협회의 김길수 회장은 최씨 등에게 나전칠기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하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나전칠기 체험학습을 활성화하고 나전칠기의 전통과 친환경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등의 보다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그를 위한 실제 업무는 무엇 하나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담비아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는 실제로 일을 진행할 능력도 의지도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담비아 협동조합을 보고 앞으로 젊은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알 수 있었다. 청년 일자리는 말 그대로, 찾으면 있다. 청년들이 한두 달 배워 할 수 있는 일을 몇 년씩 붙들고 진행시키지 못하는 이런 단체가 전국적으로 수백 곳이 될 것이다. 상황을 타개하려고 협동조합을 만들지만 정작 필요한 기동력이 없다. 실무를 맡을 인력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는 돈을 줬는데 왜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느냐는 불만을 가진다.”


  최씨는 공예∙예술 생산자와 중소기업이 지금의 시장 안에서 살아남는 데 협동조합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는 젊은 인력과 그 능력이 필요한 협동조합이나 사업체를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 거의 전무하다. 최씨는 이런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협동조합 설립 자체는 한두 사람이 마음먹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담비아 협동조합처럼, 조합원들이 왜 협동조합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히 출자금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만 있다면 무엇을 이뤄낼 수 있겠나. 협동조합이 제대로 지속되려면 시간과 노력이 충분히 투자되어야 한다.”


  최씨와 나빌레라 팀은 앞으로 담비아 협동조합의 운영과 실무를 돕되, 차후에는 조합원들 스스로 협동조합의 일을 하려는 의지를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앞서 그가 말한 젊은이의 역할을 스스로 해나가겠다는 의지이다.


  “평생을 기능인이나 예술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우리 같은 청년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교육하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협동조합을 컨설팅해줄 청년이 필요하다. 실무적인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과정에 걸쳐 중요한 것은 젊은이와 협동조합이 얼마나 소통하며 함께 일하느냐이다. 거기에 젊은이의 미래와 협동조합의 미래가 함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