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울음, 원자력 발전을 이제 그만두자


‘집이 흔들리지는 않았는데 공기에서 소리가 났어.
밖을 살피려 창문에 다가서니 땅에서 울음소리가 났어. 웅~ 웅~’


9월 12일(월) 경주에서 두 차례 큰 지진이 났다는 소식을 밤이 깊어서야 알았다. 다음날 홀로 사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가 들었다는 땅 울음소리를 상상해 본다. 놀라기는 했지만 일없이 지나가 괜찮다며, 무심한 어투로 말씀하신다. 엄마가 갑자기 시인이 되었나? 땅이 울음을 운다니. 엄마의 집은 전남 보성강 상류, 강줄기가 시원하게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있다. 앞으로는 트여 있고, 뒤쪽은 산으로 둘러싸인 평온한 곳이다. 다만 그리 튼튼하게 지은 집이 아니라 걱정됐다. 다행히 피해는 없었지만, 엄마는 평생에 흔치 않은 기이한 경험을 했다. 땅속에서 올라온 그 소리는 언덕의 오롯한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웅웅거림으로 가득 채웠던 것일까? 별만 가득하고 어두운 저녁, 엄마는 지하에서 울려나온 그 소리에 압도됐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사는 어떤 이는 식탁이 심하게 흔들렸다고 하고, 집자체가 흔들거렸다는 이도 있다. 규모 5.8의 지진의 위력을 경험한 사람이 많았다. 우리 땅이 그리 넓지 않다는 것도 새삼 확인한다. 최근 지진이 자주 발생하였고, 이번 지진의 진앙지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지표면가 경주라는 것에 걱정이 앞선다. 경주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있다. 게다가 주변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많다. 2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월성원전, 신월성 원전까지 총 6호기가 있다. 70km내에 고리원전 4개가 있고, 신고리원전은 준비중이다. 위쪽으로는 울진원전이 있어, 울진-경주-부산은 원전 최대 밀집지역, 원전벨트를 이루고 있다. 이 수많은 원자력발전소가 지진에 안전할지 걱정된다.


지진과 원전사고를 동시에 떠올리는 것은 후쿠시마원전 사고 때문이다. 2011년 일본 동쪽 바다에서 발생한 9.0규모의 지진은 쓰나미를 일으켰다. 시커먼 바닷물이 마을을 한순간에 집어삼키는 것을 보았다. 가장 심각한 쓰나미 피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였고, 지금까지 10만 명의 주민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방사능 쓰레기를 수거한 공터가 10만여 곳이 넘는다는 참혹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우리는 일본보다 단위면적당 원전의 개수가 많다. 단위면적당 원전의 개수는 한국이 세계 1위이다. 게다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이 울산-경주-부산 가까이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도 4년 전에 알고 있었다는데, 대비책을 더 강화한다던가 원전 설치에 관해 심각하게 재고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고리원전 1호기는 한계수명을 10년 더 늘여 40년을 운행했는데도, 올해 추가 가동하기로 결정이 났다. 후쿠시마 이후 독일과 한국의 선택은 어찌 이리 다를까.


9월 12일이후로도 300여 회의 여진이 있었다니, 땅은 검고 딱딱한 흙이아니고 언제나 움직이고 있었던 거대한 무엇이었다. 언젠가 본 동화 속 거인은,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을 다하고 지친 몸을 남북으로 길게 눕혀 태백산맥을 만들었다. 동화 속 거인은 죽지 않았다. 거인이 숨을 쉬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자연을 죽어있는 것으로 보고, 수백 년 동안 관리해야하는 무한의 쓰레기를 생산해 내는 반생명 산업이다. 우리는 이런 쓰레기 산업을 후쿠시마 이후로도 아직 없애지 못하고, 고작 한국 전력의 성과보너스에 분노한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일까?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도 아니고, 경주로부터 서울은 그리 멀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안인숙 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