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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키우는 아이]두 아이가 계속 싸워요


안녕하세요? 우리집에는 엄마, 아빠와 여덟 살 제현이, 여섯 살 석현이 형제가 즐겁게 살고 있어요. 제현이와 석현이는 두 살 차이지만 석현이가 1월이 생일이어서 거의 연년생이랑 다름없어요. 그래서 둘이 너무도 잘 논답니다. 친구처럼요. 

그런데 같이 노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둘 사이의 분쟁도 잦답니다. 잘 놀 때는 이렇게 다정한 형제가 또 있을까 싶다가도 싸움이 시작되면 주먹질 발길질까지 남자아이들이라 그런지 정말 살벌합니다. 싸움 초기에는 잘 개입하지 않다가 투닥거리는 소리가 나면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요. 엄마인 저는 상황을 처음부터 보지 않은 상태인데다가 두 아이의 상황 설명은 항상 다릅니다. 둘 다 서로 상대편 이야기를 거짓말이라며 흥분하는데 솔직히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당황스럽답니다. 어느 한 편의 이야기만 들어줄 수도 없고 상황 자체도 애매모호하고 원칙은 ‘폭력은 안 된다’는 정도밖에는 내세울 수가 없더라고요.

결국 문제가 되는 장난감이 있으면 둘 다 가지고 놀지 못하게 하는데 이때에도 마음이 약한 큰애가 늘 양보해 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았어요. 형제들 간의 다툼, 어떻게 개입해야 할까요? 제 아래로도 제 두 아들과 비슷한 터울의 남동생이 둘 있는데 초등학교 때까지는 둘이 엄청 싸웠던 기억이 나네요. 큰 동생이 두 조카 녀석들 잘 싸우지 않냐고 묻더라고요. 너무 싸운다고 했더니 동생 ‘숙명이다’라고 하더군요.

둘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한데 싸우는 과정에서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둘 다 상황 모면을 위한 거짓말을 하는데 이런 거짓말을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행복중심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라는 말이 새삼 느껴지는 사연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조금이나마 건강하기를 원하고 애쓰는 어머니의 따스한 마음이 사연에 녹아 있네요. 그 마음에 여러 고민이 있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머니의 겪으셨을 테고, 남동생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었듯이 형제들 간에 투닥거림은 늘 존재합니다. 자매인 저와 제 동생도 늘 다투고 혼날까 봐 거짓말도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사실 사연을 통해서만 접하기에 싸움의 에너지 정도는 알 수 없지만 둘이 사이가 좋다고 하셨기 때문에 그것을 기초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싸우는 과정에서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와 “상황 모면을 위한 거짓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가 어머니께서 상담받기 원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상처와 거짓말
 
첫 번째, 어머니께서 이해하시는 싸우는 과정의 ‘상처’에 대한 구체적인 어머니의 시선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생각하는 상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떨 때 느껴지는지 말입니다. 제가 사연을 통해 이해한 바로는 어머니는 현재 큰 아이가 조금은 더 상처를 받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형제 순위’에 대한 역할이 조금씩은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그 역할은 사회문화적인 영향과 가족 관계 안에서의 역동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첫째 아이는 갈등 상황이 더 커지고 크게 혼나기 전에 ‘양보’의 행동을 선택함으로 갈등을 완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둘째 아이는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할 수도 있겠지요. 실제 형제간의 이해관계는 스스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드리는 얘기는 어디까지나 사실이기 보다는 하나의 가정입니다. 이런 형제간의 역동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패턴화가 될 가능성이 있겠지요. 둘째 아이의 경우, 큰소리가 나면 자연히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첫째 아이는 마치 ‘자신의 욕구를 누르고 양보하는 것’이 주어진 역할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이는 겉으로는 아무 갈등 없이 잘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각자가 어떻게 경험하는지는 집집마다, 아이들마다 다르겠지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두 번째를 이야기하고 함께 얘기하겠습니다.

두 번째, 거짓말의 부분입니다. 이미 어머니께서 언급하셨듯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함’인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건 자기보호를 위함입니다. 그리고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두려움이 반영된 반사적인 반응일 수 있습니다. 어머니 눈에는 빤히 보이는데 말이죠. 이럴 때 어머니는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사연에서는 어느 편을 들어줄 수 없기에 ‘애매모호함’을 느끼시고 원칙인 ‘폭력은 안 된다’로 다룬다 하셨어요. 제가 여기서 어머니와 나누고 싶은 것은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하여 자신에게 던지는 메시지’, ‘그에 따르는 감정’입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사실’에 대하여 스스로 부여하는 메시지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그 메시지는 예를 들면, 그 사실로 어머니께 혼난다는 전제 등이 덧입혀지는 것이죠. 이는 감정반응의 행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러한 전제는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채색됩니다. 아마 애매모호한 어머니의 반응을 보며 아이들은 불안을 무의식적으로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과정의 경험

이제, 지금부터는 첫 번째와 두 번째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바로 ‘과정의 경험’입니다. 아이들은 ‘과정의 경험’을 통해 관계 안에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 갈등을 다루는 방식을 배우고 훈련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사연만으로는 아이들 관계의 정확한 그림을 그리기는 어려워서 조금은 일반화시켜 다루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머니께서 원칙으로 삼고 있는 ‘폭력은 안 된다’는 말은 유발 행동의 측면입니다. 결과로서 드러나는 행동 양상만을 담고 있지요. 이 말은 어떤 상황에 대한 갈등이든 늘 발생할 수 있지만 폭력만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지만은 않지요. 어떤 날은 큰 아이가 억울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작은 아이가 억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드러나는 행동으로 결정되어 버립니다. 

사실, 어머니께서 이 사연 전체를 통해서 문의하시는 것은 ‘과정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싸우는 과정의 경험과 해결하는 과정의 경험 모두 중요하게 여기고 계시기 때문이죠. 어머니는 이 상황들이 더 잘해야 하는 숙제로 생각하셨을 것 같아서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남자 형제라 어머니가 경험하시는 에너지의 강도가 버거우셨을 것 같고요. 그럼에도 충분히 좋은 어머니로 건강하게 양육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얘기하세요. 그리고 그 안에서 어머니는 ‘반사적인 감정반응’이 아닌 실제 사실에 대한, 거짓말에 대한 ‘감정’을 얘기하세요. 어느 집이든 아이들은 싸우게 되면 어머니의 눈치를 봅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반응에 따라서 반응하지요. 다시 돌아와서 아이들이 거짓을 얘기하면 거짓에 대한 어머니의 ‘감정’을 얘기하세요. 그리고 그에 대한 감정을 물어보세요. 서로가 거짓말을 하는 이야기를 듣고 공통된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하며, 사실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생각, 느낌을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각자가 얘기한 거짓으로 각자의 입장에 어떤 좋은 점, 나쁜 점이 있는지도 얘기해 보면 좋겠지요. 이런 일은 사실 시작이 어렵습니다. 익숙함을 깨고 훈련하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반복되어 익숙해질수록 쉬워집니다. 이러한 경험이 성장을 이끌어내는 충분히 좋은 경험이라 확신합니다.  


정아름 서울여대 가족상담연구센터 상담사
자기분석을 통해 성찰하는 것을 재미있어 하는 요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통해 더불어 살면서도 참자기로 생생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모두가 빛나고 자유롭게 함께 사는 지금을 꿈꾸는 사람.

*위 내용은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소식지 <행복중심> 1,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