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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러브스토리가 아직까지 이어지는 곳, 동강


여름이면 비가 넘쳐서 다리를 넘실넘실 삼키고, 겨울이면 눈이 넘쳐서 다리를 수북수북 삼키는 곳이 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어?’라고 혹자를 말하겠지만 지금도 그런 곳이 있다. 그곳을 설명할 수 있는 짧은 이야기 하나가 있다.‘그 곳에 깊은 산골에 사는 젊은 총각이 늦도록 장가를 못가서 고민하던 중, 어느 날 일손 돕기를 하러 온 젊은 도시의 처자가 있었다. 일손 돕기를 하고 돌아가려 했던 젊은 처자는 그치지 않는 비 때문에 다리를 건널 수 없었고, 결국 그 젊은 총각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한다.’ 예전에 많이 들어봄직한 그 옛날 러브스토리가 그 곳에서는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제장마을, 그리고 동강 일대. 이름도 낯설고 희한한 ‘어라연’이라는 강줄기는 생김새도 재미있다. 굽이굽이 거대한 ‘S'라인을 유유히 뽐내고 있다. 래프팅이나 가족열차로 유명한 동강의 어느 곳들과는 사뭇 다르게 강이 몸살을 앓지 않고 있다. 다만, 강태공 아빠와 아이가 던진 플라이 낚시 바늘과 천연기념물 어름치가 조용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이곳 제장마을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집이 아닌 특별한 집도 있다. 자연친화적인 ‘스트로베일 하우스’라고 하여, 황토흙과 볏짚을 섞어서 만든 집이다. 적당한 습도로 잘 마른 볏집을 네모 모양으로 압축한 짚덩어리들에 황토와 모래를 섞은 황토를 발라서 벽돌처럼 쌓고 모양을 빗듯이 만들어낸 집이다. 재료자체도 자연적이지만 집이 숨을 쉴 수 있으니 그 안에 거주하는 이들도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 특별한 집의 이름은 ‘東江舍廊(동강사랑)’이다.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는 특별한 사랑체인 것이다.

동강사랑은 배산임수를 그대로 지닌 행운의 집이다. 앞쪽에는 동강이 흐르고, 뒤쪽에는 ‘백운산’이 지키고 있다. 중턱부터 45도 이상의 가파른 산행이 이어지지만, 몇 개의 봉우리마다에서 보이는 휘어지는 동강의 낭창한 물허리에 ‘허’하는 감탄사를 터트릴 수 있다.

동강사랑을 바라보는 쪽에서의 왼편에는 ‘뼝대길’이 강을 따라 병풍처럼 버티고 서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누군가 단칼에 베어버린 것 같은 날렵한 단면으로 강을 따라 숨막히게 이어진다. 그 끝 언저리에는 휘말려 들어가는 급한 물살의 작은 동굴이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작은 동굴이 비밀스럽다. 그 주변에는 크고 작은 동굴들이 많다. 동굴에서 만나는 박쥐들에게 처음으로 또는 오랜만에 안녕하고 인사를 해도 좋겠다.
 

제장마을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곳에는 영화 '선생 김봉두'를 찍었던 학교도 있다. 폐교였던 연포초등학교는 지금은 연포생태학교로 새롭게 개교를 해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 외에 이곳의 유명한 정선아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는 ‘정선아리랑학교’와 오래된 별딱지와 같은 추억을 만날 수 있는 ‘추억의 박물관’도 있다.

동강 제장마을과 그 일대, 특히 ‘동강사랑’은 가고 싶어도 누구나 갈 수는 없는 곳이다. 또한, 아무 때나 갈 수도 없다. 실은, 안 가는 것이 좋은 곳이다. 보전을 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지켜져야 할 곳들은 안타깝게도 되도록 사람의 발길에서는 멀어야 좋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보전을 하고 있는 단체의 후원회원이 먼저 되고, 그리고 그저 눈요기를 위해서만 가는 것이 아니라 몸을 쓰는 봉사를 하기 위해서 간다면 아주 적은 비용으로도 여행이 가능하다. 까다로운 방문 관문은 필수다. 눈이 시릴 정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까다로움은 애교로 봐주어야 할 것이다.

갈 수 있는 방법은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 ‘동강사랑’을 치면 운영카페가 바로 보인다. 부디, 앞으로의 여행들은 ‘착한 여행’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되도록 안 가는 것이 좋은 여행지를 소개한다. 

동강사랑 카페: http://cafe.naver.com/78711hong1/ 
동강사랑 전화: 033-378-3151

김영희 행복중심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

 
*이 내용은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소식지 <행복중심> 1,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