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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음악을 들려주며 기른 배입니다



11월 15일, 경기도 양평 미디안농산을 찾았다. 배나무가 맞아준다. 많은 조합원들이 배꽃축제와 배따기 행사에 참여하곤 했던 바로 그 미디언농산이다. 벌써 30년 넘게 배농사를 지어왔다는 권윤주·장순옥 생산자가 반겨준다. 조합원에게 시원하고 달콤한 배를 공급하는 권윤주·장순옥 생산자가 특별한 배 농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발효퇴비를 주며 정성껏 기른 친환경 배
과일은 병충해가 많아 친환경 재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지만 미디언농산의 권윤주 생산자는 제초제와 같은 고독성 농약은 사용하지 않는다. 병충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만큼만, 일반 저농약 기준의 절반 이하인 1년에 6번 정도만 사용한다. 그리고 5월 중순에 과실에 봉지를 씌운 후부터 배를 수확하는 10월 초·중순까지는 화학비료까지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모두 조합원이 먹을 배이기 때문이다. 배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땅에도 신경을 쓴다. 홍삼을 발효시킨 퇴비와 콩물에 EM효소를 넣어 발효시켜 뿌려준다. 그러면 토양의 미생물이 많아져 뿌리가 튼튼해진다. 튼튼해진 뿌리는 양분을 잘 흡수해 배의 당도를 높인다. 또한, 생선과 함초, 쑥, 미나리와 한약재에 EM효소를 넣어 발효시킨 액비(물거름)도 시기에 맞춰 뿌려준다. 그래서인지 권윤주 생산자의 배는 향도 좋고 즙도 많고 시원하다.


배도 온몸으로 음악을 듣는다
배나무도 소리를 듣는다. 물론 귀가 따로 없다. 하지만 식물도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식물의 세포벽은 소리의 파동을 감지해 이를 세포막에 전달해준다. 온몸으로 듣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음악과 소음도 구별할 줄 안다고 한다.
권윤주 생산자는 배꽃이 피면 해 뜰 때부터 3시간 동안 배나무에 식물을 위해 만든 음악인 ‘그린음악(Green Music)’을 들려준다. 그린음악은 명랑한 동요풍인데 자연에서 녹취한 새소리, 물소리, 소의 울음소리를 담고 있어 평안한 자연의 느낌을 들려준다.
권윤주 생산자는 “그린음악농법은 우리 조상들의 농악놀이를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한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 마을을 돌면서 치는 농악 소리. 이 농악 소리 중에서 북소리의 음파가 해충의 애벌레에 치명적이란다.
그린음악을 들려주면 어떤 점이 달라질까. 과실의 맛을 좋게 할 뿐 아니라 병해충 발생을 억제한단다. 또한, 광합성 작용이 활발해지고 잎의 기공을 자극해 잎의 호흡을 활발하게 해준다. 그만큼 양분을 더 많이 흡수하고 더욱 잘 자란다. 그린음악을 들려주면 식물체 내에 해충이 싫어하는 섭식저해물질이 증가하는 한편, 해충 자체의 호르몬을 교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식물도 동물처럼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생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❶ 2012년 11월 16일 찾은 미디언농산.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과수원에 풀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❷ 배 5kg 21,000원 | 배 3개 9,100원 | 도라지배즙 110mL 30포 22,440원 | 그린음악배즙 110mL 30포 18,500원



올겨울, 배즙을 미리미리 준비해두자
장순옥 생산자는 도라지배즙과 그린음악배즙 등 배를 활용한 생활재도 생산한다. 권윤주 생산자가 배농사 담당이면, 장순옥 생산자는 배로 만드는 가공식품 생산 담당이다. 도라지배즙은 직접 기른 저농약 배와 4년 생 무농약 도라지, 생강을 달여서 만든다. 그린음악배즙은 배만을 농축해 즙으로 가공했다. 배 이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 순수한 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배즙으로 가공하는 배는 맛과 향이 풍부한 익은 배를 쓴다. 사계절 변함없는 배 맛을 내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저온 저장창고에 보관한다. 방부제나 색소와 같은 화학첨가물도 전혀 넣지 않는다.
배는 예로부터 기관지에 도움이 되는 과일로 알려졌다. 특히 배즙은 감기 때문에 생긴 갈증을 없애고, 열을 내리게 하며 기침과 가래를 삭여준다고 한다. 올겨울 미디언농산의 도라지배즙과 그린음악배즙을 미리미리 챙겨놓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