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곶감 맛은 최고일 겁니다"



"감 농사는 흉작이었지만, 곶감 맛은 최고일 겁니다." 지난 12월 6일, 상주 그루터기 곶감 건조장에서 만난 전성도 생산자의 말이다. 올해 감 농사는 흉작이었다. 올 여름 비는 적게 내리고 기온이 너무 높아 감 수확량이 40% 정도 줄었단다. 대신 가을부터는 비도 오지 않고 바람이 잘 불어 곶감 맛이 제대로 들었다고.


직접 재배한 감으로만 곶감을 만드는 원칙

상주 그루터기 공동체는 직접 재배한 감만으로 곶감을 만든다. 시중 곶감 생산자들은 감 작황이 좋지 않을 경우 공판장에서 감을 사들여 곶감을 생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루터기 공동체는 '직접 생산한 감만으로 곶감을 만든다'는 원칙이 있다. 직접 재배하지 않고 사들인 감은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불필요한 농약을 쓰지는 않았는지 어떻게 생산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어서다.

전성도 생산자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기른 감만으로 곶감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은 그루터기 공동체의 원칙이자, 자부심"이라고 말한다.


이산화황 검사와 잔류 농약 검사를 마친 곶감

곶감을 건조할 때는 유황 훈증 작업을 해야 한다. 미생물 번식을 억제해 곶감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다. 상주 그루터기 공동체는 훈증을 할 때 사용하는 유황의 양과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에게 공급하기 전에 이산화황 검사를 마친 후 공급한다. 여기에 잔류 농약 검사까지 더한다. 모두 그루터기 곶감을 믿고 이용하는 조합원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바람이 빚은 곶감 맛

어떤 일이 그렇지 않겠냐만은 곶감은 참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기온이 떨어져 감이 얼거나 너무 익기 전에 감을 수확해야 한다. 곶감에 좋은 감은 빨갛게 익되 말랑말랑해져서는 안 된다. 때를 놓치면 곶감 '농사'를 망치게 된다. 

감을 수확한 후에는 크기별로 나누어 본격적으로 껍질을 벗긴다. 감을 깎은 후에는 실로 묶거나 행거에 매단다. 이때부터는 바람이 곶감을 만든다. 그루터기 공동체는 자연건조를 시키기 때문에 곶감 맛은 100% 바람이 빚은 맛이다. 곶감은 얼고 마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맛이 든다. 이렇게 45일을 말리면 반건시, 60일을 말리면 건시가 된다.


아스팔트 농사꾼, 전성도

상주가 고향인 전성도 생산자는 당연하게 농사를 지으며 살겠다고 생각했고, 지난 1987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농민 운동도 함께 시작했다. 국민들의 식량을 생산하는 중요한 일이 천대받고, 농민이 농사를 포기하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일 년 내내 씨 뿌리고 뼈 빠지게 거두어서 보리농사 망하고 고추농사 조지고 남은 것은 빚더미뿐"이라는 노랫말처럼 농업과 농촌, 농민의 희생을 강요해 왔다. 지역에서 농민의 삶을 개선하고, 농업의 희망을 찾기 위해 열정을 태웠다. 그래서 지난 2005년부터 6년 동안은 농민운동 조직인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활동했다. 그 시절을 그는 "아스팔트 농사를 열심히 지었다"고 말한다.


농업·농민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

전성도 생산자는 생협 조합원들이 농업과 농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들이어서 고맙다고 말한다. 사실 한국농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농사짓는 이들은 줄고 있고, 그나마 남아 있는 이들도 이제는 나이가 많다. 내일모레 50줄에 들어서는 전성도 생산자가 마을에서는 '막내'인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핸드폰과 자동차 팔아 수입 농산물 사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한미 FTA·한중 FTA·한호주 FTA에 TPP까지 농업분야를 자꾸 내 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12년 잠정 곡물 자급률은 22.8%. 도대체 얼마를 더 내어주어야 성에 찰까 싶다. 

"농산물 수입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싸움에 조합원들이 응원해 주고 함께 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농업·농촌의 붕괴는 국민 모두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전성도 생산자의 간절한 부탁이다.


"곶감을 하나 더 이용해 주세요"

오는 설까지 전성도 생산자를 비롯한 그루터기 공동체는 많이 바쁠 것이다. 바람과 햇볕에 달콤하게 맛이 든 곶감을 가지런히 포장해 조합원에게 보내야 해서다. 조합원과의 신뢰를 최우선하는 이들이 정성스럽게 생산한 곶감을 선물받는 이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앞에서 말했지만 상주그루터기공동체는 올해 감 수확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작년과 동일한 가격으로 공급한다. 조합원들이 곶감 이용에 부담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세심한 마음 씀씀이다. "곶감을 하나 더 이용해 달라"는 전성도 생산자의 부탁에 우리 조합원들도 화답해야 하지 않을까.


*상주 그루터기 곶감 이용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