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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늘은 왜 이리도 가혹한가
  2. 봄의 싱그러움을 머금은 채소, 팔당 최대영 생산자

하늘은 왜 이리도 가혹한가


3년째 이상 기후가 계속됩니다. 작년과 재작년은 해 뜬 날을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올해는 104년 만의 가뭄으로 물이 마르고, 땅이 갈라졌습니다. 내년은 또 어떨지 예측조차 어렵습니다. 농사를 ‘하늘과 동업’하는 일이라 했지만, 이제는 ‘하늘 마음대로’라고 해야 합니다. 


예년보다 더욱 구슬땀을 흘린 우리 생산자들이 말라 버린 땅과 하늘을 바라보며 갈라진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생산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시름을 덜어주고 싶습니다. 생산자들이 정성스레 생산한 생활재를 이용한다는 것. 말라 버린 생산자의 가슴을 조금이나마 적실 수 있는 단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록적인 가뭄에 여성민우회생협 생산자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습니다. 그중에서도 날씨에 기댈 수밖에 없는 1차 농산물 생산자들에게 더욱 마음이 쓰였습니다. 지난 6월 26일 열린 ‘생산자회·연합회 이사회 대표자 교류회’에 참석한 채소와 과일 생산자들에게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습니다.



“이상 기후가 되려 정상이 되어 버렸어요” | 조원희 새벽농장 사과·배 생산자

새벽농장이 있는 경북 상주는 다행히 가뭄 피해는 입지 않았습니다. 비가 간간히 내려 땅이 마르지 않았지만, 5월 말 우박 섞인 비가 두어 차례 내려 과실이 깨지거나 멍이 든 상태입니다. 좁은 땅에서 어느 곳은 극심한 가뭄으로, 어느 곳은 우박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다. 


조원희 생산자는 “이상 기후가 되려 정상이 되어 버렸다”고 말합니다. 작년에는 비가 많이 내려 병해가 많아 어려웠는데, 올해는 우박 때문에 수확에 어려움을 겼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자연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생산자와 그 생산자의 작물을 이용하는 조합원의 노력으로 이상 기후의 반복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요. 



“비가 내리는 것, 해가 지는 것” | 노국환 팔당생명살림 채소 생산자

수입 농산물과 농자재 비용 인상으로 어려운 농사가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 막막합니다. 다행히 팔당은 물이 풍부해 가뭄 피해가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비가 내리지 않아 해야 할 일이 늘었습니다. 물을 끌어다 물을 주고, 땅이 마르지 않았는지 매일 살펴야 합니다. 

노국환 생산자는 “농민에게 비가 내리는 것은 도시인들에게 해가 지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비가 내리면 농사일을 잠시 접고 재충전을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아, 제대로 쉴 수도 없고 농사 걱정만 늘어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비가 내려 땅도, 채소도, 생산자도 마음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농사는 하늘이 짓습니다” | 류지용 성주참살이공동체 참외 생산자

참외 생산지인 경북 성주 역시 간간히 비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하수로 물을 대는 수로 시설이 잘 되어 있어 가뭄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기후는 비가 오면 한 달 내내 비가 오고, 추울 때에는 너무 춥습니다. 3년 전에는 2월 한 달 동안 해 뜬 날이 4일에 불과해 참외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병이 돌았습니다. 그 이후 매년 이상기후가 계속됩니다. 올해 2월에는 너무 추워 참외가 채 자라지 못하고 성장이 멈췄습니다. 

류지용 생산자는 “이제 농사의 90%를 하늘이 짓고 있으며 사람이 하는 일은 고작 5%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이상 기후로 더욱 짓기 어려워진 친환경 유기농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조합원의 응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봄의 싱그러움을 머금은 채소, 팔당 최대영 생산자


봄이 가까이 왔음이 느껴지는 따뜻한 날이다
. 구름 없는 맑은 하늘이 길이 끝나는 곳까지 멀리 멀리 이어져 있다. 달리는 도로 위로 아침 태양이 부서져 눈이 부셨다.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리면 팔당에 닿는다. 팔당은 전국에서 친환경농사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 중 하나이다. 또한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가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수도권에 싱싱한 채소를 공급해 주는 보석 같은 생산지로 농가들이 서로 협동하는 작목반도 오래전부터 활성화 되었다. 오늘은 팔당에서 다양한 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팔당생명살림 작목반의 최대영 생산자를 만나러 온 참이다.

 

사실 전화로 먼저 인사를 드린 최대영 생산자(45)는 조금 어려운 사람이었다. 취재도 싫다 사진도 싫다하여 조금은 긴장한 채 그의 하우스로 찾아갔다.


그의 농지에 도착하니 노지는 2월의 스산한 공기를 덮은 채 메마르고 푸석푸석했다. 그러나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막 태어난 파릇파릇한 생명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연에서 온 어린 연둣빛은 언제 봐도 사람의 기분을 풀어지게 만드는 것 같다. 또한 한 포기 한 포기 채소들이 생명력이 충만하여 생산자가 얼마나 세심하게 돌보았는지 쉽게 짐작이 갔다. 그래서 1차 농산물을 찾아갈 때 늘 그렇게 설레는 것이리라.


우리는 작은 평상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농사를 오래 지은 생산자들은 어느 곳이나 내 고장 사랑이 지극하다. 최대영 생산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배산임수의 깨끗한 내 고장 자랑을 빼놓지 않는다. 경치에 반해 귀농해서 시인이 된 사람이 있을 정도란다. 농사를 평생 업으로 삼고 자연을 사랑하는 그다. 그러나 팔당에서 농사짓기가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당장 4대강 사업이다 뭐다 해서 떠들썩했다. 농지가 논과 가까이 있어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차기도 했다. 최대영 생산자는 주위에서 다들 인정하는 꼼꼼하고 정직한 사람이다. 유기농의 사양을 맞추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자부할 수 있는 좋은 땅을 만들기 위해 품을 많이 들였다. 그렇게 유기농 농사만 15년이다. 그 세월 동안 농사꾼으로 묵묵히 농사만 잘 지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판로며 정책이며 끝임 없이 신경 써야 하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고 말한다.

 



최대영 생산자는 지금 2월에 생채, 쑥갓, 로메인 등을 재배하고 있다. 철에 맞추어 앞으로 토마토, 얼갈이, 쌈 배추, 마늘, 애호박을 노지와 하우스에서 재배할 계획이다. 1000평 가까운 농지가 적은 농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다양한 작물을 키우는 이유가 따로 있는지 물었다. 한 작물만 많이 키우면 농사짓기는 편하지만 소비가 다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란다. 또 손이 많이 가더라도 소비자에게 다양한 채소를 공급해 주고자 하는 마음 씀씀이기도 했다.

  나만큼이나 깐간한 여성민우회생협

그에게 여성민우회 생협은 어떤 의미냐고 물었더니 나만큼이나 깐깐하다고 말해서 모두가 크게 웃었다. 선수가 선수를 알아보는 모양이다. 그리고 채소류를 많이 이용해 줄 것을 부탁했다. 가공식품이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건강한 먹거리의 근본은 1차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1차 농산물이 불안정하면 가공식품도 만들 수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한다. 채소가 남을 땐 지인이나 사찰 등에서 무료로 따가게도 하지만 그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채소처럼 날씨에 따라 수확량이 크게 달라지는 농산물은 책임소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우리가 도시의 이기적인 소비자가 되지 않는 길은?

속정 깊은 생산자는 상추며 로메인을 직접 따 보고 집에 가서 맛보라고 권했다
. 톡톡 상추와 로메인을 따는 소리가 경쾌해서 잠시 동안의 단순한 노동이 즐거웠다. 겉절이를 하면 또 얼마나 맛있을까? 입맛이 절로 돈다. 매장에서 상품으로 채소를 집어들 때완 사뭇 그 느낌이 달랐다. 이렇게 푸른 생명의 끈을 끊고 그 기운을 내가 취하는 것이다. 돈을 내고 사먹기 때문에 먹을 권리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은 이 생명들에게 빚을 지고 사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자연에 기대어 산다. 그러기에 참 먹거리로 선택해 과하지 않게 먹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나의 생각의 변화가 읽혔는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직접 와서 체험하라고 생산자가 그렇게 강조하는가 보다.


돌아오는 길에 그가 이 고된 농사를 계속 지어 주길 간절하게 바라게 되었다
.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생명을 키우는 정직함이 시들지 않는 소중한 마음을 간직한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홍보편집 신미경

*)이 글은 <행복중심> 5,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