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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생애주기로 보는 건강상식]30, 40대 여성에게 드리는 편지

*이 글은 여성민우회생협 소식지 <행복중심> 7,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6월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린 살벌한(?) 여름에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 여러분께서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지요. 여름엔 열이 피부 쪽으로 몰려서 속은 오히려 차가워지므로 찬 물, 찬 음식을 많이 드시면 건강에 해롭다고 당부 드리면서, 이번 회에는 지난번에 이어 여성생애주기에 따른 건강 중 ‘30, 40대 여성’의 건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30, 40대의 여성에겐 월경, 임신, 출산, 육아와 자궁, 난소, 유방의 건강이 모두 중요하지만, 가면 갈수록 30, 40대 여성들에게 자궁 근종이 건강의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어 이번 회에는 그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진료를 하면서 자궁근종으로 내원하는 많은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저희 어머니와 이모님도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자궁 적출술을 받으셨는데, 나중에 한의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제가 좀 더 빨리 한의대에 가서 수술을 막을 수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무척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만큼 자궁 적출술은 되도록 안 하는 게 좋기 때문입니다. 

 
1. 자궁근종의 대부분은 완경 후 저절로 줄어드는 ‘정상적인 혹’입니다.
여성의 30~50%는 자궁에 혹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은 완경 후에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저절로 줄어들게 됩니다. 자궁근종도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양성’ 종양인 것이지요. 될 수 있으면 완경할 때까지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궁을 다스리면서 수술을 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근종의 크기가 심각하게 크지 않고, 꼭 수술해야 하는 위치에 자리 잡은 경우가 아니라면 한방 치료도 가능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꼭 수술을 해야만 하는지 꼼꼼히 살펴보세요.
요즘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자궁적출술 비율은 높다고 합니다. 유럽보다 자궁적출술 비율이 높은 미국에 비해서도 우리나라가 더 높다고 하니 말이지요. 전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자궁근종 수술 적응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비정상적 자궁출혈 때문에 빈혈이 오고, 심각하게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지는 경우 
2) 월경과다(hypermenorrhea)를 동반한 점막하근종 
3) 유경성근종(자궁혹에 줄기가 있는 근종) 
4) 방광이나 직장이 근종에 의하여 압박증상이 나타날 때 
5) 광간막근종(골반안의 인대사이로 근종이 돌출되어 끼어 있을 때) 
6) 골반염, 자궁내막증과 같이 다른 골반질환이 동반되었을 때 
7) 근종이 급히 자랄 때
 
쉽게 얘기해 출혈이 심각하거나 대소변에 지장을 주는 경우, 골반 인대에 끼어있거나 근종의 질이 좋지 않은 경우, 다른 골반질환이 동반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어려운 얘기일 수 있으나 수술하기 전 담당의사에게 이러한 기준에서 꼭 필요한 수술인지, 자신이나 가족의 경우에도 수술을 권하겠는지, 수술로 얻을 이익과 위험성과 합병증은 어떠한지, 수술을 조금 연기하고 다른 치료를 먼저 받아 봐도 되는지 꼼꼼히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반면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가 분명 있으므로, 자궁 적출술을 받으신 분들은 자궁이 없다고 여성으로서의 자존감마저 상실된 것이 결코 아님을 기억하시고, 자궁근종이 생기기까지 그리고 수술을 겪으면서 고생한 몸을 잘 돌봐주고 아껴주시기 바랍니다.


3. 자궁근종이라는 ‘몸에서 보내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세요.
월경의 상태란 여성에게 있어 그 달의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라면, 자궁 근종 또한 그동안 외면하고 살았던 삶의 중요한 부분에 대한 몸의 메시지입니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크리스티안 노스럽 저, 한문화. 다소 두꺼운 책이지만 여성분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입니다.)라는 책에 보면 자궁과 난소는 여성이 지닌 창조력의 원천이며, 자기 존중감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또한 자궁근종은 ‘자신 속에 표현되지 못하고 눌러놓았던, 탄생되지 못한 자아의 창조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여성은 자기 자신보다는 남편과 자녀, 부모님, 주변의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창조성을 억누른 채 살게 되고, 그렇게 억눌린 창조력이 자궁근종을 통해 표현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자궁근종이라는 사건을 통해 내가 정말 원하고 나를 설레게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 떠올려보고, 그동안 자신을 보잘것없이 여기지는 않았는지, 남편이나 가족과의 관계에서 분노나 모욕을 참고만 산 것은 아닌지, 대인 관계에서 풀지 못하고 쌓아만 둔 상처와 분노는 없는지 살펴보고 풀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4. 육류와 유제품보다는 채소 위주로 드세요
유제품과 고기, 지방 식품을 많이 먹으면 에스트로겐이 과다 분비되어 출혈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난 호에 월경통이 심한 경우에도 삼가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렸지요?^^) 출혈이 있는 경우엔 채소 위주로 드시되 브로콜리, 양배추, 겨자잎, 순무 등 여성호르몬 조절 작용이 있는 채소도 챙겨 드시고, 연근, 양배추, 우엉 등 지혈작용이 있는 음식을 드시면서 한의원에서 지혈작용이 있는 처방을 받으시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또한 체중이 늘어나면 근종의 크기도 커질 가능성이 크므로, 인스턴트, 단 음식, 밀가루, 튀긴 음식 등을 줄여서 체중을 조절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콩류(콩, 두부, 청국장, 두유 등)는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이라 체중 조절에도 좋고,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이 있어 여성호르몬 조절작용을 하며, 항암 작용에도 효과적이니 평소에도 꼭 챙겨 드시기 바랍니다. 


저는 대학생 때 월경통이 심했다가 지금은 없다시피 하지만, 간혹 월경 즈음 허리나 배가 묵직하면 그 부위에 손을 얹거나 따뜻한 찜질을 하면서 ‘내가 한 달 동안 너무 정신없이 살았지? 제 때 쉬어주지 못해 미안해.’ 혹은 ‘내가 그 사건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훌훌 털어 버릴게.’라면서 몸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반응해 줍니다. 그러면 증상이 스스르 사라질 때도 많고, 무엇보다 한 달을 성찰하는 기회가 되어 좋습니다.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들께서도 자궁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몸과 마음을 돌보시는 소중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