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자매회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 아시아자매회의]우정과 환희, 감동의 시간
  2. [2012 아시아자매회의 국제 심포지엄]협동조합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3. 까부야오 여성들에게 재봉틀을!

[2012 아시아자매회의]우정과 환희, 감동의 시간




지난 1999년부터 10년을 훌쩍 넘게 인연을 이어온 아시아 자매회의. 지난 10월 24일(수)부터 27일(토)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2012 아시아자매회의가 열렸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였는지 많은 조합원과 시민들이 참석해 ‘협동조합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탈핵과 대안에너지’ 등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협동조합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올해 아시아자매회의의 메인 주제는 ‘협동조합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입니다. 아시아 3개국 생협들은 각국의 생협들이 펼치는 지역사회 기여 활동을 공유했습니다. 
안인숙 고양파주여성민우회생협 이사장은 ‘협동복지기금’을 사례로 들면서 “조합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 경제적 성과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적 차원의 성과에 기초하면서 협동조합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하였습니다.
또한 다케다 쿄코 생활클럽후쿠시마 이사는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생활클럽후쿠시마가 펼친 재해 복구활동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대만주부연맹생협의 쉬 씨우 치아오 이사는 생협 매장을 중심으로 조합원 자녀들의 탁아를 대행하는 ‘서로 돕는 탁아소’ 운영사업과 지역 장애인 복지관 자원봉사 활동 참여 등 조합원 주도의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돌보기’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아시아 3개국 여성과 시민의 연대로 탈핵 운동 펼칠 것”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핵과 대안 에너지 운동’이라는 주제로 열린 분과 1토론도 눈여겨볼만합니다. 여성민우회생협이 펼치고 있는 고리 1호기 폐쇄를 위한 연대활동과 전기절약 생활재의 공급, 일본생활클럽생협의 민간 풍력발전 사업, 한국과 마찬가지로 노후 핵발전소로 인해 탈핵 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만의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이와 함께 3개국 생협은 ‘생명과 친환경을 위한 핵 없는 사회를 향한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3개 생협은 △원자력 발전 반대 △풍력·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 추진 △저에너지 사회 추구를 통해 “아시아 3개국 여성과 시민의 연대를 통해 더 이상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탈핵 운동을 펼쳐 갈 것”을 결의했습니다.



2013년 아시아자매회의, 일본에서 만나요

이번 아시아 자매회의는 생협의 역사는 저마다 다르지만 처해 있는 현실과 고민의 지점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한편으로는 한 해 한 해 아시아자매회의가 거듭될수록 생협의 관심이 깊어지고 활동의 폭이 넓어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2013 아시아자매회의는 일본에서 개최됩니다.




[2012 아시아자매회의 국제 심포지엄]협동조합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까부야오 여성들에게 재봉틀을!


지난 연말에 필리핀에 다녀왔다. 아시아브릿지라는 단체의 필리핀 실무자가 인도 사람과 결혼을 한다고 하여 축하해주러 몇 명이 어울리게 되었다. 필리핀 방식의 결혼식도 보고 싶었지만 사실은 필리핀의 멋진 바다가 다시 나를 부른 것이었다. 지난 번 멕시코 여행에서 실패한 바닷가 휴식을 이번엔 꼭 제대로 해 보리라.

마닐라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 결혼식장에 가기 전에 아시아브릿지에서 지역 활동을 하고 있는 ‘까부야오’에 들르게 되었다. 한국의 차관을 얻어 도시철도를 건설한다고 기존 철로 주변에 형성된 빈민 거주지를 먼 곳으로 집단 이주 시킨 곳이다. 70년대 우리나라의 난지도나 상계동 같은 곳이다. 필리핀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쓰레기더미와 빨래들. 그래도 도시의 빈민지역과는 달리 여기는 좀 더 차분하고 안정되어 보인다. 

아시아브릿지의 공부방에서 지역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물을 정수해서 판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조성하는 정수공장, 여성들이 파자마나 이불 커버 등을 만들어 파는 여성일감사업 등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방문한 곳에 대한 예의로 몇 마디 물어보다가 나는 곧 가난을 딛고 일어서려는 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빠져들었다. 게다가 내가 평생 사랑해 온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할 생각까지 했으니 기특하기만 하다. 



까부야오를 떠나면서 이들과 함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공부방에게는 제3세계의 저소득층 청소년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의 장학재단을 소개해 주었다. 정수공장은 작년 10월에 문을 열었는데, 깨끗한 물을 가까운데서 사 먹을 수 있어서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은행대출을 받아 시설은 만들었지만 운영자금이 딸린다. 특히 정수한 물을 운반할 물통이 부족하단다. 플라스틱 말통 만한 것인데 아래쪽에 수도꼭지가 달려 있다. 우리 돈으로 4천 원 정도. 지난 1월 동안 나를 만난 사람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1만원을 기부당했다. 집에 오신 손님은 물론이고 동생의 명상수련 동료들, 중학교 교복을 맞추고 온 후배의 딸, 세뱃돈을 받은 조카들까지.... 물통값으로 50만원이 모아져 보내주었다. 이 돈으로 100개 좀 넘게 사면 당분간은 쓸 수 있겠지. 

그동안 파자마나 매트리스커버 등을 만들어 팔아서 수익금을 모으고 있는 여성들은 이 일이 더 활성화되려면 좀 더 고급스러운 작업을 할 수 있는 5실 재봉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지금 쓰는 것은 1실 재봉틀로 흔히 말하는 오버로크(가위질한 부분이 풀리지 않게 하는 작업)를 못하니까 파자마 어깨선이나 엉덩이 부분 등 처리가 어렵고 단춧구멍도 손바느질이라 투박하다. 이 대목에서 나는 이거야말로 민우회생협이 관심 가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재봉틀을 지원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의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가난을 극복할 힘을 주고 또 다른 일들도 함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은 필리핀이라면 멋진 바다나 풍경 같은 걸 생각할 텐데 왜 우리 눈엔 이런 게 먼저 보이는 걸까요?” 같이 갔던 경화 씨가 내게 속삭인다. 머물 시간은 짧고 비도 오고 이번 여행도 바닷가에서의 휴식은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더 뿌듯하다. 
재봉틀에서 시작되는 아시아 자매들의 연대!  멋지지 않을까?  

박영숙 민우회생협 활동 20년, 이제 농사꾼이 된 전 여성민우회생협 이사장. 시민지원농업의 하나로 '시골맛보따리(www.cafe.daum.net/sigolmat)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