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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본주의의 새로운 대안, 협동조합운동

자본주의의 새로운 대안, 협동조합운동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오후 7시,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도봉정보문화센터에서 협동조합 강의가 열렸습니다. 동북여성민우회생협과 함께 지역의 다른 협동조합 단체가 모여 이 강의를 개최했습니다. 총 4회 강의 중 3번째 강의를 진행한 이날에는 추운 날씨에도 지역 주민들과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모여 강의를 들었습니다. ‘협동조합운동과 민주경영’이라는 제목으로 안진구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협동기금위원장이 강의를 해주었습니다. 

2012년은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자본주의 경제위기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죠. UN이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협동조합의 힘이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안진구 선생님은 ‘소유와 관리에 있어서의 민주주의’야말로 협동조합운동이 갖는 본질적인 특성이고 진정한 힘의 원천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원칙은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협동조합 정의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구와 열망을 달성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치적인 조직이다. 


‘소유와 관리에 있어서의 민주주의’는 조합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동소유에 기반합니다. 안진구 선생님은 이런 민주주의 원칙은 협동조합 활동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달성해야 할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활용해야 할 구체적인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정의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ICA에서 제시한 협동조합 7대 원칙을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협동조합의 7대 원칙 
∙제1원칙, 자발적이며 개방된 조합원 제도
 조합원의 가입과 탈퇴의 자유와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겠다는 협동조합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안진구 교수는 참여에 절차적 차별을 두지 않는 것만으로는 협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여건 때문에 조합 참여가 어려운 사회적 약자나 소외 계층도 있기 때문이죠. 이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보다는 의료생협에 해당 사항이 많을 거라고 했습니다. 의료 혜택은 돈이 없어 못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겠죠. 이를 위해 협동조합에서 별도의 참여 기회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능동적인 자발성과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제2원칙,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협동조합은 참여자들의 공동소유기업입니다. 출자금에 상관없는 ‘1인1표주의’ 같은 평등한 의결권 정신이 협동조합의 민주적 관리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죠. 하지만 최근 사업규모의 확대와 함께 협동조합의 소중한 자산인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원칙이 1년에 한번 개최되는 총회의 제도적인 의결원칙으로만 머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조합원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조합의 운영과 활동 전반에 참여하며 구성원들의 의견이 수렴되고 반영되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제3원칙, 조합원의 경제적 참가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공정하게 출자한 공동자본을 기초로 운영하는 경제 조직입니다. 출자뿐만 아니라 이용을 통해서도 조합의 추가 재산을 창출합니다. 

∙제4원칙, 자치와 자립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자치적이고 자립적인 조직입니다. 협동조합이 정부를 포함해서 다른 기관과 계약을 하거나 자금을 조달할 때도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를 보장하고 협동조합 자치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일 때만 참여해야 합니다.

∙제5원칙, 교육·훈련·홍보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에 대한 민주주의 훈련의 장입니다. 개인이나 가족 관계의 틀을 뛰어넘는 협동과 자치에 기반한 협동조합 활동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입니다. 평범한 생활인들이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서 건강한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합원과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활동이 필요합니다.

∙제6원칙, 협동조합 간 협동
 협동조합 간 협동은 협동조합들이 가진 다양한 자원을 민주적으로 공유하여 협동조합의 가치를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확산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연대하는 차원이 아닌, 서로 교류하교 관계를 맺고, 이런 관계망을 통해 창조적 에너지를 서로 교류하는 협동조합이야말로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협동조합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핵심전략입니다. 

∙제7원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협동조합은 자립과 자치에 기초한 기속가능한 공동체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려는 협동조합의 원칙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활동조직입니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해관계 중심의 조직으로 변질시키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합니다. 



◇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복합체(MCC) 이야기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위기로 기업들의 도산율이 증가하고, 고용율이 20% 이상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몬드라곤은 연간 14,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을 신규 고용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KBS에서 다큐로 방송되기도 했죠.
 

Ⓒ KBS 스페셜


 
 몬드라곤협동조합복합체(MCC)는 조합원의 직접 참가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능한한 대규모 협동조합을 만들지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500명 이상은 만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에 다양한 협동조합을 만들고, 협동조합 간의 연대와 지원시스템을 통해 경영을 지원합니다.
 
 그 결과 몬드라곤협동조합복합체는 2011년 현재 120개 협동조합에 8만 5천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스페인 대기업 순위 7위(고용규모는 3위)의 거대 협동조합 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노동자협동조합인 산업협동조합(Industrial Co-op)이 중심인 MCC는 원칙적으로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경제 불황기에 협동조합의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을 때도 해고가 아니라 전환 배치 형식으로 타 협동조합으로 이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뿐만 아니라 조합 구성원들간의 임금 격차를 일정수준으로 제한합니다. 
 
 노동주권, 사회전환과 같은 사회적목적 지향이 특징적인 몬드라곤은 이익 배분에서 불분할적립금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런 불분할적립금은 몬드라곤 사업 성과의 외부 유출을 막고 내부자본 조성을 가능하게 해서 안정적인 자본투자능력을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불분할적립금은 조합원에게 출자에 대해 배당하는 잉여금을 개인에게 분배는 하지만, 양도되지 않고(현금으로 지불되지 않고) 노동인민금고에 개설된 개인의 출자금 계좌에 적립됩니다. 이 금액은 퇴직하기 전까지는 인출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손실이 발생하는 연도에는 마이너스 배당을 해서 출자금 계좌 금액이 감소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실제로 현금으로 조합 외부로 유출되는 금액은 자본 이자(정율 7.5%)뿐입니다. 이런 배당금의 축적은 자본의 대외 유출을 막는 효과 뿐만 아니라 노동자 조합원들의 조합경영 참여 의지를 높이고, 퇴직 이후 노후 대책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몬드라곤이 규모가 성장하면서도 민주경영 원칙을 유지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공동소유자본인 불분할적립금 제도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지역사회와 민주적 참여
 

 대다수의 도시주민들은 아파트, 근린지역 교외와 같은 곳에서 살고 있으며 농촌마을과 같이 삶의 공간으로서의 지역사회는 결코 아니다. 협동조합의 위대한 목표는 드넓은 도시 내에 숨낳은 지역사회를 세우고 마을을 창조하는 것이어야 한다. 많은 사회적 경제적 필요와 접목하여 지역사회 창조라는 종합적인 효과를 발휘하게 될 협동조합 조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 1980)


레이드로 박사는 “미래 협동조합 운동은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구상조차 해 보지 못한 종류를 포함하여 다종다양한 협동조합에 의해 구성될 것이다”라고 예측하면서 “협동조합 지역사회(Co-operative community)”를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대안으로 “주민들이 쉽게 다닐 수 있는 하나의 협동조합 서비스센터에 각각의 기능을 가진 조직들을 함께 수용”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주택, 저축과 신용, 의료, 식품과 기타 일용품, 노인보호, 탁아와 유치원 등의 서비스를 각종 협동조합이 제공하는 것입니다.

 협동조합을 통해서 교환되는 재화와 서비스는 단순히 상품이 아닙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담아내는 “관계재(relational goods)”입니다. 이런 관계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은 자치와 자립에 기초한 민주적 관리시스템이며, 그것을 유통하는 시장이 바로 협동조합 지역사회라고 합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생활재도 결국 관계재입니다. 생산자와 조합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가치를 담아내고 있는 관계재입니다. 이 관계재를 이용함으로 우리는 지역 내 협동조합의 한 축을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관계재 생산과 유통이라는 관점에서 민주적 관리에 기반한 협력 모델을 만들어낼 때 협동조합운동이 자본주의에 대한 수정이 아닌, 대안으로 역할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