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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협동하자, 협동하자
  2. [9월 월례포럼]협동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경제

협동하자, 협동하자

협동조합을 만들어 보려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행복중심생협은 김연순 前 회장과 이경란, 박숙희, 김자현 지역생협 前 이사장들이 협동조합 상담센터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마련해 주신 자리를 통해, 협동조합 사업체를 만들려는 15인을 만났습니다. 협동조합의 가치와 역사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처음 만난 분들이었지만, 눈동자는 호기심으로 빛나고,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조심스러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와 띠동갑인 분이 두 분이나 있어서 더욱 반가웠죠. 12년 어르신과 12년 동생! 나이에 상관없이,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협동조합은 선한 목적을 지닌 사람들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이분들은 협동조합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걸까요?


‘감좋은’. 이미 행복중심생협에 공급을 시작한 옷 공방으로, 한국판 ‘샤넬’입니다. 여성의 몸을 옥죄는 패션복에서 몸을 해방시키고자 합니다. 건강하게 숨쉬고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옷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책을 타고 날다’. 돌봄이 있는 교육공동체를 만들고, 책을 통해 성장하고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교육은 그런 거죠? 성장은 그런 것이죠? 혼자서는 안 되는 것.

‘기념품·화환 제작소’, ‘택배’. 기념품, 화환, 살면서 꼭 필요하죠. 택배협동조합과 함께 하면 금상첨화입니다.


협동조합 법인격을 갖추게 될 수많은 아이디어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번창하기를 소망합니다. 협동조합 기본법은 5명 이상이 동업하는 사업체를 권장합니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협동하는 것이 훨씬 힘이 세니까요. 여럿이 일하므로, 정관과 규약으로 운영원칙을 세워서 다툼을 없애고, 평등하고 배려하는 조직체가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들 협동조합 앞에 놓인 것은 무엇일까요. 부모 마음의 약한 고리를 이용한 교육 상품이 있고, 자신만의 매력을 잃게 하는 만들어진 유행이 세련되게 혹은 끈질기게 존재할 것입니다. 각 협동조합이 사업 이익을 내는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학벌보다는 학식이 중요하다는, 유행하는 멋보다는 개성을 찾고 보자는 가치가 선택될 수 있을까요? 협동조합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지역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지역의 필요에 답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원하는(aspiration)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재(needs)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협동조합은 필요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만드는 결사체이니까요.


그리고 당부합니다. 경쟁하지 마라, 협동하라, 협동하라. 우리끼리는 경쟁하면 안 됩니다. 협동조합은 자신도 또한 세상도, 공유하고 나누어 부족함이 없길 원합니다. 사회의 행복을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계산합니다. 누구 하나 0을 가져도 전체는 항상 부분보다 커지는 그런 행복 아닙니다. 누군가 0을 가지면, 전체가 0이 되는, 슬픔을 나누는 곱하기가 협동조합의 셈법입니다.


조합 내부에서도 협동하고, 밖으로도 협동합시다. 경쟁은 금방 독점으로 이어지고, 손쉽게 가격 경쟁으로 변합니다. 때문에 경쟁은 제 살 깎기가 가능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입니다. 주식회사에 비해 자본이 부족한 협동조합이 사용할 전략이 아니랍니다. 요즘 자주 소개되는 유럽의 협동조합 지역사회는 협동조합끼리의 협력은 물론, 선배 협동조합이 후배 협동조합의 성장을 지원하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줄 사회적 유산 그것은, 패자부활전의 가능성이 봉쇄된 피투성이 싸움터가 아닌, 협동조직으로 촘촘하게 엮여진 사회입니다.

7월 23일, 협동조합으로 창립하는 ‘감좋은’, 30명의 조합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9월 월례포럼]협동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경제


협동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경제

2011년 9월 15일 목요일 오전 10시,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서교동 교육장에서 ‘협동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경제’라는 주제로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의 강의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생활인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아래로부터 세운 연구원으로, 노동자의 창조성에 바탕을 둔 경제체제와 통일민족경제, 국민직접정치를 지향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 진행은 백지인 고양파주여성민우회생협 식생활교육위원장이 맡았습니다. 추석을 보내고 온 터라 ‘추석 혹은 가을에 관련된 생활재’와 함께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부모님과 지인에게 선물한 생활재와 그 선물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침부터 푸짐한 추석 먹거리 이야기로 월례포럼을 시작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시장은 흔히 수요와 공급으로 설명합니다. 시장에서 사과가 한 개에 3만원이라 하면, 그만큼 사 먹는 사람이 적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생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많이 팔고 싶겠죠. 소비자는 값이 비싸지면 덜 사려고 할 것이고 생산자는 더 팔려고 합니다. 물건을 찾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이익이 교차되는 지점을 우리는 ‘균형가격’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연스럽게 합리적인 시장가격이 형성된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동화에서 임금님의 옷이 보이지 않는 것은 옷이 없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 손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시장실패

시장에서 ‘균형가격’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필요합니다. 이 균형가격이 이뤄지지 않아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상태를 ‘시장실패’라고 합니다. 그 원인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공공재’ 때문입니다. 공공재란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입니다. 국방, 경찰, 소방, 공원, 도로 등과 같은 서비스가 공공재입니다. 시장에서 가격이 제 기능을 하려면 ‘경합성’과 ‘배제성’이 있어야 합니다. 경합성이란 물건 양이 제한돼 있어서 사는 사람이 경쟁해야 하는 것이고, 배제성은 돈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은 물건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공재’의 경우에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방을 떠올리면 됩니다. 휴전선을 지키는 군대가 나만 빼놓고 지킬 수 없으며(비배제성), 내가 군대를 믿고 편한 잠을 잔다고 해서 남들이 잠을 못 자는 것도 아닙니다(비경합성).

둘째, 외부성 때문입니다. 외부성이란, 내 행위가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데 그것을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지 못할 때 쓰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강을 오염시키는 볼펜 생산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지만 그것을 볼펜의 가격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과꽃 향기는 만약 향기를 사고파는 시장이 있었다면 사람들은 사과꽃 향기에 대해 값을 지불했을 것이고, 과수원 주인은 사과를 더 심었을 것입니다. 외부선(외부경제)은 과소생산되고, 외부악(외부불경제)은 과잉생산됩니다. 경제학자 피구는 과수원 주인에게 보조금을 주거나 볼펜공장에 벌금을 물리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정통적인 해법이고 많은 나라들이 애용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코즈는 이 문제를 개인과 개인의 협상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탄소배출권거래가 코즈적 해법입니다. 

셋째, 독점이 문제가 됩니다. 한 시장에서 독점 생산을 한다면 덜 생산하고 많은 가격을 받으려 할 것입니다. 완전경쟁이란 어느 누구도 수요곡선을 알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독점이 되면 가격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되고 보통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양보다 적은 양이 높은 가격에 공급됩니다. 

이런 시장 실패는 국가의 개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이런 시장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수요에 돈 없는 사람들의 필요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식량과 의약품을 가장 필요로 하는 아프리카나 북한의 사람들에겐 식량과 의약품이 절대로 공급되지 않습니다. 돈이 없기 때문이죠. 시장은 필요가 절박할수록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그 가격을 지불할 때 공급을 하게 되는 시스템인데, 돈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게 됩니다. 시장이 성공했어도, 균형 있게 돌아가도 그들에겐 식량과 의약품을 공급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시장 경제의 근본적인 한계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인가?

정태인 원장은 ‘인간은 이기적이 않다’고 말합니다.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을 통해 그 이론을 증명해 봅니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임의로 한 사람을 A, 다른 한 사람은 B를 맡도록 합니다. A에게 하늘에서 1만원이 떨어졌다고 가정합니다. 횡재를 한 A는 B에게 얼마를 줄지 제안합니다. B가 한 역할은 ‘예스’ 또는 ‘노’입니다. 만일 ‘예스’라고 한다면 A가 제시한대로 분배가 이뤄지고 게임을 끝납니다. 예컨대 A가 3000원을 주겠다고 제시했는데 B가 예스하면 A:7000원, B:3000원이 되는 것입니다. 한편 B가 어떤 이유로든 노라고 대답하면 둘 다 한 푼도 챙기지 못하게 됩니다. 
 게임 결과, 거의 모두 4000원, 혹은 5000원을 제시했습니다. 만약 경제학이 가정하는대로, 인간이 이기적이라면, 즉, A도 B도 이기적이라면 답은 A:9999원, B:1원입니다. 그러나 수천, 수만 번 행해진 이 실험에서 이 정답을 맞힌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4000원에서 5000원을 제시했고 2500원 미만인 경우에는 B가 노를 택한 경우도 꽤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습니다. 남을 생각하고, 상대방이 불공정하게 행동했을 때 (손해를 보더라도)응징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완벽하게 이기적이지도, 완벽하게 이타적이지도 않습니다. 이런 상호성이 인간 본성에 더 가깝다는 것이죠. 

미국 하버드대 Martin A. Nowak 교수는 인간이 어떤 경우에 협동하는지에 대한 5가지 규칙을 발표했습니다. ○혈연선택(혈연관계일 때 인간은 협동한다) ○직접상호성이 있을 경우 ○간접 상호성이 있을 경우(사람에 대한 평판이 잘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그 사회는 협력이 잘 이루어진다) ○네트워크 상호성 ○집단선택이 그것입니다. 협력이 잘 이루어질수록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하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협동조합의 7원칙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사회적 딜레마

사회적 딜레마는 전체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첫 번째가 ‘공공재’로 모든 사람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사회적 이익이 실현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논의에서 그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 비극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사적 소유와 국가 규제를 제시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뛰어넘어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는 공유재산을 정부 통제나 사유화에 기대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공동체의 협력적 관리’가 그 방법입니다. 정치학자이자 여성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오스트롬 교수가 ‘협동’의 힘을 강조한 것이죠. 그리고 세 번째로 우리가 사회적 딜레마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접하는 개념은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죄수의 딜레마는 나도, 상대방도 무조건 서로를 배반하는 것이 각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가장 불리한 결과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많은 경우에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교육’입니다. 빠져나올 수 없는 이 게임의 승자는 결국 돈이 많은 사람입니다. 교육에 의한 세습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죠. 

 



사회규범(Social Norm)

사회규범적으로 ‘협력’과 ‘협동’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있다. 이런 사회는 ‘신뢰(Trust)’를 기반으로 협력을 하게 되고, 그 신뢰가 쌓여 사회적 자본이 됩니다. 사회가치 조사에서 ‘당신은 얼마나 남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가 각각 상위권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다행히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지만 문제는 순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빨리 불신이 쌓이고 있는 나라죠. 게다가 한국 청소년들에게 이 조사를 했을 때 불신 수치가 가장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그것은 ‘교육’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볼로냐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라는 지역의 주도인 볼로냐는 협동과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잘 구현된 곳입니다. 인구는 약 400만 정도에 면적은 경기도의 2배 정도입니다. 1인당 GDP 4만 달러에 기업이 40만 개로, 기업당 고용인원이 5~6명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바로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곳 인구의 70%가 협동조합원이라고 합니다. 협동조합이 고용을 보장하고, 협동조합의 연합단체(Lega)에서 회계, 법률, 임금 계산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경제는 하나가 아니다

경제는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뉩니다. 사적 영역인 ‘시장경제’는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이끌어내고 공공 영역인 ‘국가 경제’는 재분배를 통해 평등을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같은 ‘사회 경제’는 상호성을 통해 연대를 이뤄냅니다. 우리 사회는 ‘사회 경제’ 영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협동조합운동입니다. 

아직은 미미한 협동조합운동, 그 시작을 우리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운동은 우리의 시장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협동’과 ‘신뢰’의 가치로 이뤄가는 새로운 사회, 먼 일 같지만 조금씩 조금씩 아래서부터 변화하는 새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10월 생협월례포럼 안내>

친환경 에너지, 어떻게 가능할까?
핵발전소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마련을 위한 대안을 모색합니다.

일시: 2011년 10월 20일 (목) 오전10시
강사: 이헌석 에너지 정의행동 대표
장소: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서교동 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