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농약대저토마토'에 해당되는 글 1건

  1. 짭짤이토마토로 유명한 대저토마토, 해오름농장 이용재 생산자를 만나다 1

짭짤이토마토로 유명한 대저토마토, 해오름농장 이용재 생산자를 만나다




"토마토야, 잘 잤나? 밤새 안 추웠나?"


해오름농장 이용재 생산자의 하루는 농장 구석구석 돌아보며 토마토에게 말을 건네는 일로 시작한다. 즐거운 음악을 트는 것도 잊지 않는다. 채소도 생명이 있기에 농부와 교감하며 자라야 더 튼튼하게 자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중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대저토마토

대저토마토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 지역에서 생산하는 토마토 이름이다. 대저 지역에서 재배한 토마토는 특별한 맛과 우수한 품질 덕에 지리적 표지 인증을 받았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생산한 토마토만 '대저토마토'라 부를 수 있다.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는 하구에 위치한 대저 지역은 바닷속 다양한 유기물과 미생물이 땅속에 스며있다. 거기에 따뜻한 날씨와 풍부한 일조량. 이런 환경 덕분에 대저토마토는 남다른 아삭한 식감과 함께 단맛, 특유의 신맛을 품고 있다. 4~5월 토마토 모종을 심는 다른 지역과 달리 대저 지역은 날씨가 따뜻해 9월경 정식을 한다. 추운 겨울을 견디며 자란 토마토는 2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그래서 대저토마토는 연중 가장 먼저 만나는 토마토이기도 하다.





젊은 귀농인의 뚝심

올해 행복중심생협에서 공급할 대저토마토는 '해오름 농장'의 토마토다. 해오름 농장 이용재 생산자는 올해 9년 차 젊은 귀농인이다. 대학 시절, 사회 문제와 농업 문제를 고민하며 부지런히 농활에 참여한 덕에 농사를 짓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리고 9년 전, 대저 지역에서 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다. 


꿈꿔온 농사일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청년 시절, 그토록 문제라고 여겼던 수입 농산물과 수입 과일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몇 해 전만 해도 대저토마토를 수확하는 2~3월엔 시장에 나오는 국내산 과일은 사과, 배 정도가 전부라 사람들이 대저토마토를 많이 먹었지만, 수입 과일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엔 이용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이용재 생산자는 농업을 살리기 위해선 친환경 농업이 답이라 여겼다. 그래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쭉 무농약 재배를 고집하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 비료를 적게 사용하며 농사를 짓는 일은 9년이 지난 지금도 참 어렵다고 한다. 


"작년 11월쯤 대저 지역 토마토 농가에 역병이 돌았어요.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서 병이 난 토마토와 주변 토마토를 줄기째 뽑아버려 더 번지진 않았지요. 조금만 늦었어도 수확량이 많이 줄었을 거예요." 


친환경제제는 가격은 비싸지만 화학 농약처럼 효과가 크지 않다. 그래서 방제를 해도 주변에 병이 퍼질 수 있다. 애써 기른 토마토가 아깝지만 줄기째 뽑아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나 농사꾼에게 자식 같은 수확물을 뽑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잘한 선택이라고 말하는 이용재 생산자 말에 아쉬움이 뚝뚝 묻어났다.


그래도 이용재 생산자는 피해가 적은 편이라고 했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농가도 여럿 있고 무농약 재배를 하던 다른 생산자는 자식 같은 토마토를 차마 뽑을 수 없어 농약을 사용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무농약 재배를 고집하다 스스로 포기한 사람보다는 마음이 편하다고.




귀하고 귀한 무농약 대저토마토

그렇게 매년 친환경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용재 생산자는 아쉬워했다. 그래도 저농약 인증이 있을 때는 저농약 재배를 발판 삼아 무농약 재배를 준비하던 농가가 더러 있었다. 그런데 저농약 인증이 폐지되면서 저농약 재배를 하던 농가가 모두 관행 농업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무농약 재배는 제초제를 쓰지 않으니 손이 많이 가고 병이라도 나면 뽑아버려야 하니 손해가 크단다. 게다가 무농약 재배한 토마토와 관행 재배한 토마토 가격이 거의 같아 노력에 비해 제값을 못받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무농약 생산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350~400여 농가 중 무농약 재배를 하는 농가는 10곳 내외로 매우 적다. 게다가 대저 지역은 개발로 농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어 농사를 포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다고. 아마도 몇년 뒤엔 대저토마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이용재 생산자는 아쉬워했다. 


이용재 생산자는 화확 비료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화학 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토마토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한입 베어물면 느껴지는 첫맛은 달지만, 뒷맛은 아리다. 이 아린 맛이 원래 대저토마토의 맛이라고 알려졌지만, 이 아린맛은 화학 비료를 과다하게 넣으면 질소 성분이 많아져 나는 맛이란다. 해오름 농장의 토마토는 화학 비료를 적게 사용해 뒷맛이 깔끔하고 자극적이지 않다. 일반 대저토마토 맛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약간 싱겁다고 느낄 수도 있다.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게 제일 힘들어

이용재 생산자가 농사를 지으면서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힘들다고 한다. 

"지금도 가락동 같은 곳에 가면 도매상들이 한마디씩 툭툭 던져요. 바보 같은 일 그만하고 농약 치고 화학 비료 먹여서 맛있게만 하라고요.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도 상하고 그러지요." 


그래서 이용재 생산자는 최근까지 친환경 농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행복중심생협을 알게 되었고 조합원에게 토마토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용재 생산자는 어려운 시기에 행복중심생협을 만나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먹거리를 고민하며 소비하는 사람들이라면 친환경 농사의 수고와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조합원과의 만남이 더 고맙고 기쁘다고 말한다. "조합원 여러분이 노력을 알아주고 많이 이용해 주시면 주변 농가에 알리려고요. 늘 주변에서 바보같이 농사짓는다고 말렸는데, 제 방식을 알아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그리고 저처럼 바보같이 농사지어 보자고 권유해야죠."


조합원에게 토마토를 선보일 생각에 설렌다는 이용재 생산자. 더 맛있고 잘 자란 녀석을 골라 담고 있다고 한다. 오늘 장바구니에 대저토마토 두 봉지를 담자. 한 봉지는 가족과, 한 봉지는 이웃과 나누면 좋겠다. 더 많은 이용을 통해 이용재 생산자의 노력을 인정하고 있음을 알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