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28건

  1. 가끔은 가래떡을 썰고 싶다
  2. 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3. 나를 '지킨다'는 것
  4. 아시아 자매들과 ‘순환’, ‘함께’, ‘지속가능’을 고민하다.
  5. 남편과 컴퓨터
  6. 이 밥에 고깃국
  7. 수능, 그 후 1년
  8. 한 달에 세 번, 기자회견을 다녀왔습니다

가끔은 가래떡을 썰고 싶다

가끔은 가래떡을 썰고 싶다

 


고향을 떠나 일산에 살면서 만난 초등학교 동창 은희. 은희네 집은 일산이었는데, 아버지는 일산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 하루 전에 큰 집을 샀다. 신도시 지정지 바로 옆 행신동에. 며칠 동안 속상해 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아들 따라 지방에서 살고 계신다. 살면서 늘 한 곳에서 살기는 어렵다. 입신출세하여 서울로 가고, 결혼하여 친정을 떠나기도 하고, 취업하면서 전근을 가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기쁨과 기대가 있었다. 문득 예전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은희는 요새 네이버 밴드에 재미를 붙였다. 초등학교 밴드에 들어오라 초대를 한다. 나는 초등학교 친구는 너밖에 기억이 안 난다고 해도 소용없다. 몇 마디 나눠 보면 다 생각이 난다고. 학교에 직접 가서 교정, 문방구 골목을 찍어 올리는 열성파 머스마도 있다고 한다. 그 시절이 그립다고 난리들이란다. 남자애들 전성 시기가 초등학교라서 그럴까? 그 시절이 슬그머니 그립게 떠오른다. 골목에서 함께 자랐던 친구들과 젊었던 어른들의 모습이.


구정에는 만두 빚기가 큰일이다. 만두피 반죽은 남자들의 몫이다. 곰표 밀가루 한 포를 뜯어 오래도록 치대어 만든 반죽을 넓은 교자상에 쭉쭉 늘인다. 얄팍해진 반죽을 주전자 뚜껑으로 동그랗게 떼어내, 만두소를 한가득 채우면 어른주먹만 한 만두가 된다. 명절 내내 만둣국만 먹고 있어도 좋았다. 만두는 이때만 먹을 수 있었고, 이때 먹어야만 맛이 있었다.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빼는 것도 장관이다. 물에 불린 쌀을 큰 소쿠리에 담아 방앗간에 가면 길게 줄을 서야 한다. 우리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맏딸인 내 몫이다. 우리 차례가 되면 둘째 딸이 달려가 엄마에게 가서 알린다. 쌀을 빻아 백설기로 찌고, 그것을 다시 뭉쳐서 가래떡을 만드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우리 떡이 나올 때까지 내내 지켜보며 기다렸다. 방앗간에는 따뜻하고 하얀 김이 한가득하다. 구멍에서 꾸물꾸물 끝없이 흘러나오는 가래떡을 규칙적으로 뚝뚝 끊어내는 아저씨의 손놀림이 멋있게 느껴졌다. 갓 빼 온 가래떡은 부드럽고 쫀득했다. 수고한 아이들은 가래떡을 길쭉하게 한 줄씩 들고 먹어도 된다.


가래떡을 서너 일 꾸둑꾸둑 말리면 떡국 떡을 만들 수 있다. 말랑해진 가래떡을 온 가족이 둘러앉아 써는 일이 명절 며칠 전 일이다. 여자들이 선수로 나선다. 작은 엄마, 시집 안 간 고모가 ‘탁탁탁’ 칼 소리를 내며 멋지게 떡을 썬다. 길쭉 동그랗고 말간 떡국 떡이 참 예뻤다. 넉넉하게 마련한 떡국 떡으로 구정뿐만 아니라 겨우내 떡국을 끓여 먹었다. 점차 식구가 줄어들었지만, 엄마는 떡쌀을 금방 줄이지는 않았다. 그사이 나는 일손을 도울 만큼 자랐고, 엄마처럼 예쁘게 떡을 썰고 싶어 했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구정을 맞이하지 않는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수고는 줄고, 가족과 이야기 나누거나 함께 TV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생협 만두가 맛있기는 하지만 가끔은 쫄깃하고 두툼한 만두피가 먹고 싶어진다. 가끔은 가래떡을 썰고 싶다.


온 가족이 함께 만두를 빚고 떡을 썰며 명절을 준비한다면 좋겠다. 그 시간이 함께 이야기하며 정감을 나누는 시간인데. 생협만 믿고 일손을 거들지 않는 남편을 이번 구정에는 집으로 소환해 볼까?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13년이 가고, 2014년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생산자 여러분 두루 평안하셨습니까? 2014년에도 복된 일 가득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민우회생협에서 행복중심생협으로 거듭나 생협운동을 확대하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생활의 협동을 꿈꾸는 사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살림살이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 함께 하자고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덕분에 회원 조합이 늘어나 새로운 활력을 얻었습니다. 신규 회원 조합의 생활재 공동구매사업은 연합회로 집중하고, 지역마다 필요와 요구에 따라 다양한 지역사업을 벌이며 협동의 시너지를 얻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우리사회의 자립과 자조하는 시민 공동체-으로 가득찬 세상이 될 때까지, 행복중심생협은 이들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2014년은 우리 생협이 2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한국 생협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여성이 주체가 되어, 소비생활을 바꿈으로써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증거해 왔습니다. 불신에서 믿음으로, 불안에서 안심으로, 경쟁에서 협동으로 우리의 생활과 생산자의 생산 환경을 바꾸어 왔습니다. 이제 행복중심 조합원이 3만 명이 되었습니다. 더 큰 일을 합시다.

조합원-시민의 힘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미래세대에게 남겨 줍시다. 생협의 장바구니는 협동사회경제를 만듭니다. 외국으로 자본이 유출되지 않고, 수익금은 지역에서 다시 사용되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킵니다. 이익은 다음 세대와 조합원에게 남기고자 합니다.

논과 밭은 식량자급을 위한 자산입니다. 도시 소비자의 먹을거리 기본권을 있게 하는 출발점입니다. 이를 지키는 생산자와 더욱 적극적으로 연대합시다. 세대에 걸쳐 필요한 생활재를 우리의 힘으로 발굴하고 소비해내야 합니다. 조직된 소비자 조합원만이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막고 환경을 보호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생산을 견지해 나갑니다.

세상이 어두울수록 작은 불빛도 밝게 보이고, 작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협동의 힘이 크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거친 세상의 불빛이 됩시다. 그 불에 서로 손 녹이고, 그 빛으로 자신의 앞길 밝힐 수 있도록.

2014년, 행복중심생협이 분발하도록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말아주시고, 조합원 가정에 평화와 사랑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나를 '지킨다'는 것

나를 ‘지킨다’는 것

<질병의 역사> (F. 카트라이트, M. 디비스 공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역사가와 의사가 함께 쓴 책으로,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인류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재미나게 기술하고 있다. 말라리아 등의 역병이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키고, 천연두가 아메리카 원주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어 백인들의 정복 사업이 순탄하게 되었다거나, 페스트가 근대 유럽에 미친 영향 등이 실려 있다. 거대한 인류사에 영향을 준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한 이야기에 다소 겸손해지기도 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건 위생을 개선하려 노력했던 인류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질병의 사회학>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 나의 주된 느낌은 ‘시대 상황에 따라 지배적인 질병이 다르다’이기 때문이었을까? 인클로저 운동*으로 땅을 잃은 농민들이 몰려든 유럽의 도시에는 제대로 된 상하수도 시설이 없었다. 도시는 똥과 오줌으로 가득차고, 주거 공간은 비좁았으며, 부실한 영양 상태는 페스트를 부를 수밖에 없는 상태가 아닌가. 이때는 암으로 죽어갈 여유가 없었다. 살아 있는 동안 계속되는 세포분열 과정에서, 이상(異常)세포 덩어리인 암으로 죽어 갈만큼 노화를 겪을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공중 위생이 좋아지고, 영양 상태도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웬만한 균은 박멸하는 항생제가 많다. 덕분에 우리는 그들과 다른 질병, 대량 생산·대량 소비 사회가 퍼트리는 질병과 싸우고 있다. 그러나 질병의 이름만 다를 뿐,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은 없다. 환경은 나를 구성하는 외부의 나라고 할 수 있다. 코와 피부를 통해 공기를, 목을 통해 물과 음식을, 그리고 온몸으로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흡수하고 있으니 말이다. 흡수하고 발산하고, 영향을 주고 또 받는다.

나는, 환경호르몬·농약·식품첨가물·성장촉진제·GMO·방사성 물질로부터 나를 지키고자 한다. 나로 인해 또 이와 같은 것이 재생산되지 않기를 바란다.

화학계면활성제를 넣지 않은 비누와 세제를 사용하면 물을 아낄 수 있다. 물은 공공재니까 다같이 아껴 쓰자고 말하고 싶다. 면생리대는 사용하는 습관만 들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이다. 면생리대와 함께 재생 휴지는 여성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여성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형광물질이나 표백제가 없는 것을 사용하고 싶다. 또한 면생리대는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고마운 것이기도 하다. 요즘은 염색약을 사랑하게 되었다. 기존 염색약의 위험성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세 달에 한 번 정도 아들이 집에 올 때면 아들의 손을 빌어 염색을 한다.

거울을 보니 염색이 벗겨져 흰머리가 많이 보인다. 외출할 일도 많아졌는데 어쩌지. 염색은 누군가 해주는 맛으로 하는데. 아들아~ 아들아~ 불러도 대답이 없네. 여보~ 여보~ 냉큼 달려온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현합회 회장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19세기 유럽에서 개방경지나 공유지ㆍ황무지를 산울타리나 돌담으로 둘러놓고 사유지임을 명시한 운동

아시아 자매들과 ‘순환’, ‘함께’, ‘지속가능’을 고민하다.

아시아 자매들과 ‘순환’, ‘함께’, ‘지속가능’을 고민하다.

 2013 아시아 자매회의 다녀왔습니다

지난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아시아자매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는 1999년부터 시작된 일본생활클럽생협 여성위원회, 대만 주부연맹생협과의 국제 교류 사업입니다. 두 생협 모두 국내 농업 및 환경을 보호하고, 안전한 생활재를 공동구매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와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고, 운영하는 점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아서 교류가 시작되었습니다. 15년 전 생협의 선배들이 서로 만났을 때, 어쩜 서로 이렇게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회의 기간 중 오사카 생활클럽생협의 30주년 행사가 있어 참여했습니다. 행사는 동네 공원에서 열렸습니다. 몸통 굵은 나무들이 도시의 역사를 말해 주고, 까악까악 까마귀 소리가 행사장의 정취를 살려주었습니다. 행사장에는 생산자가 먹거리 부스를 풍성히 열어 주었고, 아이들은 벼룩시장을 열었습니다. 유기견 보호단체, 후쿠시마 주민 돕기 행사 등도 열려서, 마을사람들이 상호교류하고 협력하는 생생한 장이 되고 있었습니다.

소고기 석쇠구이, 일본식 팥죽, 소시지 볶음 등 먹을거리 코너가 풍성했습니다. 이 코너에는 나이 지긋한 조합원들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점심으로 야끼소바와 감주를 사먹었는데, 감주는 뜨끈한 막걸리와 식혜를 섞은 맛이 나더군요. 일본에서는 이 감주를 감기에 걸렸을 때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 식혜도 뜨듯하게 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서로 교환한 활동은 대만의 우리밀 자급 노력, 일본의 후쿠시마 주민을 위한 ‘생생투어’ 그리고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 이후 변화입니다. 대만도 한국처럼 밀 자급률이 1%도 되지 않고, 밀 소비량은 쌀과 비슷할 정도로 높습니다. 한국은 70년대에 ‘우리밀 살리기 운동 본부’를 결성하여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애를 썼지만, 대만에서는 주부연맹생협의 대응이 유일한 것처럼 보입니다. 다행히 생산자 중에서 맛있고 건강에 좋은 국산밀을 생산하자는 분이 있어, 차츰 생산량을 늘려 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글로벌한 세상이 되어도 국민이 먹을 것을 스스로 생산해 내지 못하면, 먹을거리에 있어서 빈곤하다고 할 것입니다. 심화되는 기상이변에 생산량이나 세계의 식량재고가 줄어든다면, 식량 부족의 고통은 자급률과 반비례할 것입니다. 부족한 식량을 국경 너머에서 가져오기 전에 자국의 식량 생산 기반을 확대해야 합니다.

일본생활클럽생협은 후쿠시마생협 조합원 가족이 시름을 잊고 쉴 수 있도록 휴식 여행을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생협에서 조합원 가족을 초대한 것입니다. 며칠이라도 이웃의 보살핌 속에서 위로와 안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죠. 후쿠시마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입니다. 어른에 비해 방사성 물질로 인한 타격을 심하게 받기 때문입니다. 생활클럽생협은 후쿠시마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어린이 갑상선 암 발생비율과 비교 조사를 했습니다. 다른 지역생협도 비교 조사가 가능하도록 기꺼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참여해 주었습니다. 종합적으로는, 핵발전소 붕괴 사고를 기점으로 생활클럽생협은 에너지 문제를 포함하여, 먹을거리, 복지 문제에 해법을 찾는 것을 생협의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Food·Energy·Care’라는 주제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국은 1년 동안 2,000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창립되고 있는 ‘협동조합 열풍’을 소개하고, 우리 생협의 ‘감좋은공방’ 협동조합과 반찬협동조합 준비모임 ‘맘찬’을 소개하였습니다. 일본과 대만에서는 우리나라의 변화와 시민의 역동성에 감탄하며, 협동의 경제 시스템이 확산되기를 빌어주었습니다.

특히, 이번 교류회에는 행복중심생산자회 이사 3명이 동행하였습니다. 금원산마을의 우병권 생산자, 씨에이치하모니 최성철 생산자, 팔당에서 채소를 생산하는 김경문 생산자입니다. 생산자와 함께 왔다고 대만주부생협에서 얼마나 부러워하던지요. 일본이나 대만은 생산자와의 관계가 아무래도 우리와 같지 않은 모양입니다. 계약 관계를 넘어선 파트너십, 친환경농업과 협동조합 운동의 운명적 파트너로서 함께 하는 모습은 한국에서 조금 더 강한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 24년 전에 비해 우리 삶이 무엇이 나아졌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친환경농업은 규모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농정 방향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식량자급률은 점점 떨어지고, 경작지와 농민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식품 사고의 수위도 높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또 생각했습니다. ‘단절’과 ‘고갈’, ‘붕괴’라는 말이 사라지고, ‘순환’, ‘함께’,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이 되는 사회를 위해, 아시아의 3국이 더욱 분발하고 노력하자고 말이지요.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안인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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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컴퓨터

 

“윤수 아빠~! 컴퓨터 말야,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고 자꾸 메시지가 뜨네? 왜 그러지?”

 

밖에서 더위와 싸우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남편에게 이런 전화는 전혀 반갑지 않을 게 분명하지만 급한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들려오는 목소리는 역시나 짜증 섞인 말투….

 

“그거, 공유기! 무선공유기 전원이 꺼져 있더만~!!”
“엉? 아~ 알았어, 알았어~ 미안~”

 

평소 지구와 환경에 관심이 많고 절약 정신이 나름 몸에 밴 나지만, 알면 아는 만큼 더 아낄 수 있다는 주위의 현명하신 생협 선배님들의 뜻을 받들어 전기절약 실천단에 가입하였다. ‘가정방문 에너지 컨설팅’을 받고 우리집 전기 사용량을 지금보다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남편의 눈치가 보여 빼놓지 못하고 있던 무선공유기와 컴퓨터의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일이었다.

 

투잡(two job)족인 남편은 새벽에 집에 들어와 아침에 나갈 때가 많다. 새벽에 들어와서도 가끔 컴퓨터로 일을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래서 다른 대기전력은 다 차단해도 남편이 언제 들어와 쓸지 모르는 인터넷 공유기와 컴퓨터 전원은 웬만하면 꽂아둔 채 그대로 두고 살았다. 그래도 생각날 때 한 번씩 전원을 껐었는데 남편은 그걸 감지한 모양이었다.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가슴이 뜨끔했다.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에게 집에서까지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리하여 그 일이 있은 후로는, 난 절대 공유기는 물론 컴퓨터 전원 콘센트를 건드린 적이 없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낮에 잠깐 컴퓨터를 쓰려 할 때마다 바로 켜져야 하는 모니터 화면이 깜깜~한 것이다. 그러고선 살펴보면 십중팔구 콘센트에 전원코드가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처음 한두 번은 내가 빼놓았었나 보다 하고 넘어갔었는데 세 번째 네 번째가 되니 그게 아닌 것을 알았다. 이건 분명 남편, 그 사람이 해놓은 게 틀림이 없다. 집에 오면 피곤하여 쓰러져 잠들기 바쁜… 무반응 무관심 귀차니즘 아저씨! 그 사람이 웬일이지? 그것도 번번이! 그러고 보니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보일러의 온수버튼도 종종 꺼놓는 센스까지!!
말없이 묵묵히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뜨아!

 

그럼 그렇지! 집사람이 하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매월 관리비 청구서를 보면서 같은 평수의 전기 사용량에 비해 반의 반 정도밖에 쓰지 않는 우리집 내역에 뭔가 느끼는 게 있었겠지. 자신은 밖에서 가정을 위해 피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아내는 그 피땀으로 마련한 살림을 지혜롭게 꾸려나가는 이 훈훈한 모습에 기분 좋지 않을 가장이 있을까.

 

지금 와서 솔직히 말하지만, 나는 절약을 해서 살림에 보탬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은 애초에 없었다. 그래서 수치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상을 받게 되었을 때도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난 그냥, 지구를 사랑하고 환경을 깨끗하게 보전하는 게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껏 숨 쉬고 뒹굴 수 있는 세상을 물려줘야 하기에….

 

물론 남편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바라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이런 엄마의 삶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그리 살아가는 거, 그 아이의 아이들에게도 환경을 사랑하는 올바른 마음씨를 전해줄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또 없겠다. 무관심하던 우리 남편이 묵묵히 따르는 것처럼 말이다. 이 아름다운 실천을 격려하는 이끔이 분들과 다른 조합원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족한 글을 끼적여 본다.

 

 

이영신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 조합원

 

 

‘에너지 절약 체험수기 공모전’ 자린고비상 수상작
핵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조합원과 에너지 절약 활동을 펼치고 있는 행복중심생협은 8월 22일 ‘에너지의 날’을 맞이하여 ‘에너지 절약 체험수기 공모전’을 실시했습니다. 수상작 중 일부를 연재합니다.

이 밥에 고깃국

 

 

어릴 때 아버지가 약주를 한 잔 하시는 날에는 이런 말씀을 하시곤 했다. 이밥에 고깃국을 배불리 먹고 싶어 도둑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셨다고. 한창 자랄 나이의 배고픔은 배에서 느끼는 통증 그 이상이었겠지만, 아버지는 삶의 과제를 배고픔을 없애는 것으로 표현할 만큼 배고픔에 대한 아픔이 있었다. 아버지의 청년기는 전태일이 평화시장에서 어린 여공들과 함께,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과 거의 일치한다. ‘전태일 평전’ 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발견하고 내 눈물이 두 배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청년의 아버지는 배고픔과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너무나 열심히 살았다. 외국에 광부로 간호사로 그리고 군인으로 파견되어 외화를 벌어오고, 경제 개발 계획에 발맞춰 수출의 역군이 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1인당 GDP 2만 2천 달러의 남부럽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으니 아버지들의 꿈은 달성된 듯하다. 그런 부모님 덕분에 우리는 다른 것을 갈망하게 되었다. 패권이나 부패가 없는 민주적인 사회, 개인으로서의 자아에 대한 갈증이 그것이다. 더불어, 그들이 이룩한 경제 발전을 이어가고 키워 가는 과제도 우리에게 던져졌다.

 

나는 지금 중국 산둥성에 있다. 중국의 채소와 과일의 주생산지를 둘러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농림부는 한중 FTA가 체결되는 것을 전제로 우리 농민들이 수출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길 희망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칠레, 유럽 경제 공동체, 미국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다. 앞으로도 FTA를 통해 국경 없이 자유롭게 상품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수출이 지속적인 경제 발전의 기본 동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경, 청도, 연태, 상해로 이어지는 광활한 채소밭과 과수원을 하루에 서너 시간씩 이동하며 보고 또 본다.

 

중국은 개혁 개방을 시작한 지 30여년 만에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력을 가진 대국이 되었다. 우리와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없는 상대와 맺은 협정이 어찌 우리 국민과 우리 경제에 유리할 수 있을까? 중국은 품질 낮은 저가 상품을 수출해야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언제든 한국 시장을 흔들어 버릴 수 있는 경제 대국이다. 공산국가이면서 중화사상을 가지고 있는 대륙의 상인, 중국인을 대상으로 수출길을 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중국 역시 가난과 배고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인민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시장 경제를 수용하여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우리처럼 이들도 일견 성공한 것이리라. 그러나 지독한 빈부 격차, 일당 독재, 비민주적 사회 분위기가 그들의 경제 발전의 빛을 잃게 만든다. 1자녀 갖기 정책 때문에 호적에 등재되지 못한 소녀들이 수천만 명이 된다고 한다. 그 소녀들은 교육은 물론 어떠한 사회적 혜택도 받지 못하고,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어제 식당에서 서빙하던 소녀가 바로 그 사람은 아닐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하는 중국 인민이나 우리 아버지들의 바람이 다를 리 없다. 그리고 그 바람이 기대한 것은 나만 배부르게 먹는 그런 세상은 아니었다. 이밥과 고깃국을 살 수 있는 ‘돈’만이 최고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박한 바람을 성취해 온 과정이 잘못된 것일까? 계속해서 크게 불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경제 발전’이라는 굴레를 물려 받았고, 함께 잘 사는 길을 만들지 못했다. 이밥과 고깃국을 배불리 먹어도, 이 굴레는 얼마나 무거운지 웬만한 힘으로는 굴리기 어렵다. 굴레를 내려놓고 다른 길을 찾는 것, 아직 늦은 것은 아니겠지.

 

며칠 동안 접시에 담긴 밥을 받았다. 식어 버린 길쭉 쌀밥은 내 몸을 덥혀 주지 못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갓 지은 따듯한 이밥에 김치 한 쪽을 얹어 먹고 싶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수능, 그 후 1년

수능, 그 후 1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의 일이 가물가물 기억이 난다. 거꾸로.

수능 후 330일
대학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기간. 식량이 떨어져 간다고, 맛난 거 보내 달라고 전화가 온다. 지방에서 자취하며 공부하려니 힘들겠지만! 엄마의 감시를 피해 아들이 누린 자유는 달콤했을 것이다. 소소한 것 하나하나 혼자서 결정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경험이 나쁘지 않다. 아이에게 자존감을 높여 주고, 성장하게 하는 이런 환경을 더 많이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수능 후 220일
여름방학에 집으로 귀환. 두 번의 놀람. 첫 번째, 인디언처럼 머리를 기르고 나타난 아들. 큰머리 얼굴이 작아 보이기도 하고 나쁘지 않지만, 꼭 그러고 싶냐? 고등학교 때 두발 제한에 한 맺힌 사람처럼.
두 번째, F학점을 받았다고? 어떻게 하면 F학점을 받는 거냐고 놀리기도 하고 타박도 했지만, 분명히 열심히 공부했을 거라고 믿기로 한다. 물론 놀기를 더 열심히 했겠지만, 내신 성적을 관리하기 위해 통 크게 놀아 보지 못한 시절에 대한 소박한 저항이라고나 할까. 1학년 때 누가 공부하느냐는 이웃의 말에, 이번엔 그냥 지나가기로 한다. 늦게 배운 바람이 크게 난다는데, 뒤늦은 사춘기를 불러오는 교육 환경이 있다. 어릴 때에 충분히 놀고, 커서는 학업에 뜻을 세울 수 있는 교육 제도가 절실하다.

수능 후 50일
대전 OO대학에 입학.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라며 부지런히 세뇌를 한 덕분에 3년 동안 과외비는 한 푼도 안 들었다. 과외비를 좀 썼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입학한 학교는 달라졌겠지. 하지만 자신의 적성을 개발하고 삶의 정체성을 찾는 일은 자신과의 고독한 대화를 통해 찾아야 하는 그의 몫이다. 아들, 파이팅!

수능 후 30일
수능 성적이 나왔으니 원서를 써야 한다. 와, 대학마다 뭐 이렇게 선발 기준이 다양해? 수능에 모든 걸 걸면 안 된다고, 내신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건만. 고등학교 3년 동안 일관되게 진로 관리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3,000개나 된다는 입학 전형을 분석하는 것은 일반적인 학부모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엄마의 탁월한 정보력으로 3년 동안 자식을 잘 관리해서 좋은 대학 보내라고 하는 것은 교육부가 시민에게 요구해서는 안 되는 거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왜 고 3엄마들이 데모를 안 할까? 답답한 마음에 입시 자료를 뒤적여 보는데, 아들은 성적에 맞춰 이것도 저것도 다 적성에 맞을 것 같다고 한다. 아들아 너 엄청 개성 있거든! 그렇게 다 맞지 않아. 하지만, 대학 공부가 다수의 교양과 약간의 전문 지식을 쌓는 곳이니, 뭐 맞지 않을 것도 없어 보인다.

수능 1일 전
내일이 수능인데, 음, 엄마로서 해 줄 것은 도시락 준비. 수능 날, 밥 잘못 먹어 시험 망치면 안 되지. 위장이 놀라지 않게 하려면 평소 즐겨 먹던 삼겹살을 구워 줄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들아, 왜 그렇게 도시락 반찬 뭐 싸줄 거냐고 신경을 쓰냐. 너는 요약노트 보고, 마인드 컨트롤도 해야 되는 거 아니니? 소풍 가냐? 철없는 아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언제까지 우리나라는 대학입학 선발 경쟁에 몸살을 앓을까. 그냥 공부하겠다는 아이들 다 입학시키고, 졸업은 공부한 놈만 시키면 안 될까? 그러려면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줄어야 한다. 학벌보다 능력, 스펙보다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는데, 불평등한 임금 문제가 교육 문제를 낳고, 교육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나고 보니, 아들과 엄마 아빠가 노력해서 어찌어찌 대학도 가고, 아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고 있지만, 대학 입시가 끝나면 모든 것을 잊어 버리는 나 같은 엄마 말고, 1년 내내 고3 엄마의 마음으로 교육 문제의 해법을 찾는 엄마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엄마들이 모일 공간은 생협에서 제공할 텐데.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안인숙 회장

한 달에 세 번, 기자회견을 다녀왔습니다

한 달에 세 번, 기자회견을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하늘이 높고 푸르네요. 어릴 때 보았던 그 맑은 가을 하늘을 이제는 가끔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습니다. 아마 그 어린 마음에도 하늘의 푸름과 깊음, 넓음을 보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미국 어디엔가 있는 거대한 폭포와 호주 어딘가에 있다는 넓은 초원을 보지는 못했으나, 아옹다옹 한치 앞을 보며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 속에도 경이로운 자연은 늘 함께 하고 있습니다. 훈데르트 바서(오스트리아/화가, 건축가/1928~2000)의 그림이 유독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와 유사한 경험일까요? 그는 강렬한 자연의 초록과 빨강이 살아 있는 동글동글한 그림을 그리는 생태 미술가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그는 전쟁의 폐허, 무너진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작은 풀잎파리를 보고 삶에 대한 희망을 얻었다고합니다. 우리를 위로하고 삶에 용기를 갖게 하는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왕성하게 생명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급속도로 자연을 망쳐 왔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로 땅을 망치고, 무분별한 벌목과 남획으로 산과 바다를 망치고, 이제는 바다로 핵발전의 폐수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아, 열거하자면 생활재 ㅃ안내지를 꽉 채우고도 남을 ‘인간에 의한 자연 정복사’를 어찌할까요? 많은 미래 연구소가 20~30년 후에 위협이 될 가장 큰 문제가 ‘지구온난화’ 및 ‘자연자원의 고갈’, ‘대체 에너지 개발’이라고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밝은 미래는 없다고 합니다. 20~30년 후라면 그리 먼 미래가 아니네요. 그때라면 저도 살아있을 것 같습니다.

환경파괴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경제 시스템이 우리 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왔기에, 우리 모두는 환경파괴자라는 반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었지요. 아이들이 미래에 사용할 땅을 온전히 보존해 주기 위해, 그들이 사용할 자원을 남겨 두기 위해, 서로 협동하고 도와가며 살아갈 친구들을 만들어 주기 위해.

현재 지역생협이 연합하여 활발히 벌이고 있는 사업이 두 개 있습니다. 탈핵과 反GMO 활동입니다. 전기 한번 생산하고 폐기물로 수백만 년을 살며 인간을 위협하는 원자력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 유전자조작 생물체는 기아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킨다는 광고와는 달리 생태계를 교란할 뿐만 아니라 유전자 독성이 인간을 공격하기 때문에 이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첫째, ‘탈핵대안에너지위원회’는 화력발전소를 견학하고, 착한밥솥 캠페인과 전기절약 사례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둘째, ‘토종씨앗 채종포 공동경작’사업은 GMO 씨앗을 버리고 토종씨앗을 널리 퍼트리기 위해 3년간 진행되고 있습니다. 약 1,500만원의 토종씨앗 기금이 모았고, 1,000여명 이상의 조합원이 참여하였습니다. 짝짝짝!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최근 한 달 동안,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세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핵발전소의 오염수를 계속 바다로 방류하고 있는 일본을 규탄하기 위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과, 서울시 학교급식에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식재료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자는 기자회견에 다녀왔습니다. 식품 원재료 중 GMO 사용 표시를 강화하자는 기자회견에도 다녀왔습니다. 방사성 관련 기자회견에서 깊은 인상을 준 아기 엄마가 있었습니다. 바로 제 옆에서 분한 울음 참으며 손을 꽉 쥐고, 아이들에게 오염되지 않은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 답답했습니다. 나쁜 일은 신속하고 어마어마한 규모로 일어나는데, 일을 수습하고 피해 받는 사람들은 결국 우리 시민이라는 생각 때문에요. 그리고 미안했습니다. 아기야, 미안해! 철수야, 미안해! 영희야, 미안해!

우리는 앞으로 대한민국에 탈핵대안에너지 정책이 수립될 때까지 탈핵활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GMO 원료가 100% 표시되는 식품 표기법이 제정될 때까지 反GMO 활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미래 세대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엄마, 고마워! 아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