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이요? 자연에서 온 재료로 정직하게 만든 걸 먹어야 집밥 먹는 거지요”

집밥이요?
자연에서 온 재료로 정직하게 만든 걸 먹어야
집밥 먹는 거지요

(일오삼식품  이행철 생산자)

 

 

 

 

밖에서 아무리 맛있고 화려한 음식을 먹어도, 집에서 정성스레 차린 소박한 밥상이 떠오르곤 한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무엇이든 사먹을 수 있지만, 식구들과 함께 옹기종기 앉아 함께 먹던 집밥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가수는 ‘어머니의 된장국’을 그리워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방송에서는 연일 ‘집밥’이 주제인 방송을 앞다투어 내보낸다. 집밥을 주제로 한 잡지나 에세이 북도 이제는 흔한 주제가 되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부엌을 공유하며 함께 식사하기도 하고, 집밥 메뉴를 내세운 식당들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먹거리를 선택하기 어렵다. 좋은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에게 먹거리는 우선 순위에서 멀어진다. 돈을 주고 음식을 사 먹거나, 간편식 등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이른바 먹거리 빈곤층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한 방송은 집에서 간편하게 만드는 맛있는 요리 방법을 알려주는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집밥을 먹고 싶지만, 뜻대로 만들기 어려워하는 많은 사람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간단한 재료로, 요리를 잘 못 해도 손쉽게 먹음직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집밥’이 중심이었던 세대에게 집밥은 단지 끼니를 채워주는 요소가 아니었다. 집밥은 많은 노동이 필요하다. 내일 먹을 쌀을 오늘 밤에 불려 놓기도 하고 여름에 나는 재료를 가을까지 먹기 위해 장아찌를 담고, 몇 해 먹을 장을 담기 위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다. 또 한해 먹을 김치를 담기 위해 긴 시간 동안 준비하며 정성을 쏟는다. 집밥은 이런 시간이 쌓인 노동의 결과다.

산업화 이후 밥을 만들어 먹는 방식은 많이 달라졌다. 집밥을 위해 들이던 노동 대부분은 공장에서 이루어지고, 집에서 만들던 반찬과 요리는 상품이 되었다. 집밥을 보완하던 외식은 집밥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24일, 행복중심생협에 육가공품을 공급하는 일오삼식품의 이행철 생산자를 만났다. 이행철 생산자는 2004년,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가족 수가 적어지면서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사람이 줄고, 외식을 하거나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가공식품의 이용이 늘고 있는 상황을 주목했다. 그래서 친환경 재료로 육가공품을 만드는 일오삼식품을 시작했다.

공장에서 만드는 가공식품은 대체로 재료와 만드는 과정이 불투명하다. 또 오랜 시간 보존하기 위해 화학 첨가물을 넣고, 사람들의 눈길과 입맛을 끌기 위해 착색제나 화학 첨가물을 사용한다.

이행철 생산자는 시중 가공식품은 원재료의 품질을 알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대다수 가공식품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재료인지 알 수가 없어요. 원재료의 품질을 감추기 위해 첨가물이나 화학 첨가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화학 조미료는 유해성 문제도 있지만, 사람들의 입맛을 지나치게 단순화 하는 데 있어요. 화학 첨가물 맛에 길들게 하는 게 가장 무서운 거에요.”

 

 

일오삼식품에서 공급하는 생활재는 무항생제 돼지고기와 한우, 우리콩으로 만든 된장과, 우리밀고추장, 국내산 무농약 채소 등 친환경 식재료만 사용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육가공품에 사용하는 인산염이나 아질산염 같은 화학 첨가물은 사용하지 않는다. 화학 첨가물을 넣으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더해진다. 고기 색이 선홍색 빛을 내 먹음직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또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해 보존 기간도 길어져 훨씬 쉽게 육가공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행철 생산자는 사람들에게 공장에서 만든 가공식품 대신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게 하고 싶었다. 먼저 좋은 먹거리를 만들려면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 원재료부터 부재료, 양념까지 모두 직접 선정했다. 그리고 화학 첨가물 대신 담양 지역의 특산물인 대나무 잎 가루를 사용했다. 대나무 잎 가루를 사용하니 고기의 잡내도 사라지고 미생물 번식이 억제 돼 보존 기간도 늘어났다.

“화학 첨가물을 조금만 넣어도 생산이 훨씬 편해지고, 먹는 사람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먹는 사람을 속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렵고 힘들어도 화학 첨가물은 넣지 않을 겁니다. 대신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더 맛있는 가공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계속할 거에요.”

 

 

이행철 생산자는 집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반갑다고 한다. 먹을 것이 많아졌지만,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좋은 먹거리가 부족한 요즘, 집밥을 찾는 현상은 곧 좋은 먹거리를 찾으려는 현상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먹거리가 공장에서 만들어지기 이전의 집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화학 첨가물에 의지하기보단, 자연에서 온 재료로 만든 집밥 말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직접 요리를 하는 건 쉽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요리를 잘 하는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건강하지만 간편한 생활재를 많이 개발하려고 해요.”

행복중심생협은 매월 공동구입 행사를 통해 조합원의 생활을 바꾸는 생활재를 소개하고 있다. 이번 8월엔 일오삼식품의 한우등심불고기와 우리밀고추장불고기를 공동구입한다. 식당밥과 인스턴트 식품에 지쳤다면 8월 공동구입 생활재를 이용하자. 밖에서 먹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음식보다,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집밥을 맛볼 수 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