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과 생산자의 신뢰로 만들어 가는 식품안전 시스템과 지속가능한 농업”

지난 3월 5일 오후 4시 행복중심생협연합회는 친환경 유기농업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좌담에는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과 허경희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상무이사, 김은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생활재위원장, 박정아 행복중심 고양파주생협 이사장, 조원희 행복중심 생산자회 회장, 주영진 행복중심 생산자회 사무국장이 참여했습니다.

이날 좌담회는 한 방송국에서 3월 말에 ‘한국에서는 친환경 농업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어서였습니다. 이후 방송이 미뤄지고, 지면 사정 또한 허락하지 않아 좌담회 내용을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애초 우려와 달리 방송은 친환경 유기농업의 과제를 찾는 내용을 다룬다고 합니다. 좌담을 개최한 지 시간이 흘렀지만, 이번 기회에 행복중심생협이 지향하는 친환경 유기농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합원과 생산자가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고자 좌담회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은 25년째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농업, 나아가 친환경 유기 농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친환경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안전한 식품이라는 인식에 그칠 수 있다. 오늘 좌담회에서 행복중심생협과 조합원, 그리고 생산자에게 친환경 유기 농업이 어떤 의미인지 확인했으면 한다.

박정아 정부 주도 친환경 인증이라는 기준만 보면 친환경 유기 농산물은 모두 다 똑같다. 그런데 나는 생협 친환경 농산물과 생협이 아닌 곳에서 유통되는 친환경 농산물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생협 농산물에는 생산자의 철학과 조합원의 열망이 담겨 있다. 국가 기준 친환경 인증 이상의 생산 과정, 조합원 참여 관리 시스템 등 생협 농산물이 다른 점을 더 많이 알리고 차별성을 부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GAP와 친환경 유기 농업을 같은 기준에 놓고 비교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GAP는 적절한 농약과 화학비료를 투입해 생산하고, 생산 후 관리를 잘해서 출하하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잘 씻어내 출하 전에 잔류농약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김은숙 동의한다. 친환경 유기 농업은 땅의 힘과 자연의 섭리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생산자들이 관행으로 농사짓는 분들보다 더 어려운 수고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원희 김은숙 위원장의 말처럼 결과가 아닌 과정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행복중심생협이 지향해야 할 농업은 친환경 농업에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개념을 추가해야 한다. 최종 생산물에 농약이 검출되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인식에서 나아가 생산 과정도 친환경적이어야 하고 지속가능함을 담보해야 한다.

안인숙 친환경은 지속가능한 농업의 하나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한 농업에는 친환경 이외에도 다른 기준이 있을 것 같다.

조원희 생산과정에서 농업 생산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생태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그리고 생산자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소비자의 꾸준한 소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식량 생산이라는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 농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왼쪽부터 허경희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상무이사, 조원희 행복중심 생산자회 회장,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주영진 행복중심 생산자회 사무국장, 김은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생활재위원장, 박정아 행복중심 고양파주생협 이사장


생산과정과 생산자의 철학에 집중하는 자체인증기준

안인숙 우리는 생산과 소비, 폐기라는 생활재의 전 과정을 고민하고 있다. 생활재의 전체 주기를 바라보는 노력이 곧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함이라는 기준에서 농업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 논의를 하는 중에 자체인증기준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차례 되었다. ‘인증 이상’을 고민하고 조합원과 생산자에게 제안하는 것이 작년부터 준비해 온 ‘행복중심생협 생활재 자체인증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자체인증기준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자.

조원희 농사를 짓거나 농산물을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것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이 하는 일에 어떻게 결과만 있을 수 있나. 결과를 만들기까지 생산과정과 생산자의 철학에 집중하는 자체인증기준이 되었으면 한다.

김은숙 그렇다.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피해 가려고 마음먹으면 방법은 많다. 과정에 집중하자는 말에 동의한다.

조원희 생산자를 감시하고 관리 감독하는 방식은 결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부부가 같이 농사를 지어도 100% 확인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주영진 그렇다. 한 달에 1번 방문하는 정도로 생산과정 전반을 어떻게 감시할 수 있겠는가.

조원희 친환경 생산을 하면서도 불가피하게 농약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 행복중심생협에 사전에 알리고 이를 허용하는 등의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조합원에게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합원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밟는 것이 전제다.

허경희 예전에 감귤을 공급할 때 그런 사례가 있었다. 약을 치지 않으면 귤 나무 전체를 죽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합원에게 알리고, 농약을 사용했다. 농약을 사용했기 때문에 친환경 인증은 취소되었지만 농약을 사용한 이유와 인증 취소에 대한 내용을 알리고 공급했다. 조합원들의 이용이 크게 줄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알렸기 때문에 조합원들도 인정해 준 사례로 기억한다.

조합원과 생산자가 신뢰를 주고받는 과정이 필요

안인숙 생산과정에서 조합원과 생산자가 신뢰를 만들어 간 사례인 것 같다. 행복중심생협 내부에서 생활재, 특히 식품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조원희 조합원과 생산자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신뢰를 주고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산자와 소비자, 도시와 농촌, 생산과 폐기, 자연과 인간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허경희 조합원과 생산자가 함께 해야 한다. 인증 기준과 점검하는 시스템만 잘 갖추면 된다는 생각은 조합원이 생산자를 감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조합원과 생산자의 관계가 갑을관계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김은숙 회원생협에서 활동하면서 생산지 체험 등을 통해 조합원과 생산자가 서로 알게 되어 신뢰를 쌓는 모습을 자주 본다. 물론, 조합원이 모든 생산자를 만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생산자 한 명을 만나더라도 조합원은 행복중심생협이 어떤 기준으로 생산자를 선택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쌓이는 관계에서 행복중심생협과 생산자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안인숙 오늘 좌담회의 결론이 나온 것 같다. ‘조합원과 생산자의 신뢰를 굳건히 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신뢰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향할 것’,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생산과 유통, 조합원의 이용을 분리해 사고하지 않고, 전체 과정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우리의 사업과 활동이 생산-유통-소비-폐기라는 순환이라는 과정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체인증기준에 대해 조합원, 생산자와 더 많이 대화해야겠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해 갈 수 있도록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식품안전시스템을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