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맛은 '손맛'이다

음식 맛은 ‘손맛’이다 - 손맛식품 박상수 생산자

손맛식품 박상수 생산자에게 ‘여성’은 특별하다. 강화에서 오랜 시간 동안 ‘여성의 전화’에서 일했다.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여성의 전화’를 통해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면서. ‘여성’ 그 존재에 대한 애틋함이 더해졌다. 그러다 2002년, 함께 활동하던 5명이 모여 500만 원을 대출받아 ‘손맛식품’을 시작했다. 여성이 생산자로 나서 자립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지역 특산물인 순무로 순무김치를 담아 팔았다. 하지만 판매량이 많지 않아 5명이 함께 운영하던 손맛식품을 박상수 생산자가 맡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음식 만드는 일이 정말 좋았다. 처음에는 부업으로 했던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음식 솜씨가 좋았던 친정어머니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장을 담고, 김치를 담아 팔았다. 그러다 2007년, 행복중심생협(여성민우회생협)을 만났다.

“행복중심생협을 처음 만나 생산자 모임에 갔을 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여성 생산자에 대한 배려와 마음 씀씀이가 섬세하고, 친근감 있더라고요. 여성 운동을 하던 제가 행복중심생협을 만났으니, 그 반가움이 얼마나 컸겠어요.”

박상수 생산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행복중심생협의 든든한 생산자로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생활재가 있다면 두말없이 생산을 도맡았다. 그렇게 정월 대보름나물과 약식을 만들어 공급하게 되었고, 고추장도 생산해 2월 10일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손맛’ 가득한 대보름 나물과 약식

박상수 생산자는 원재료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대보름 나물 생산을 위해 전국을 뒤져 좋은 원재료를 찾았다. 샘플로 몇 번을 만들어 본 뒤, 각 나물에 가장 맛있는 맛을 찾았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 짜다는 기준과 싱겁다는 기준이 다르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맛을 찾아 레시피를 만들었다. 약식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직접 ‘손’으로 만들어 ‘맛’을 냈다. 집에서 만드는 방법 그대로 모든 걸 사람 손으로 만든다. 하물며 깐마늘 꼭지 따는 일도 사람이 직접 한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조합원을 위해 미리 예약을 받아 그 수량만큼 대보름나물과 약식을 생산해 공급한다. 사실 생산지에서도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단 하루 동안 완전히 조리된 생활재를 공급하려면 재료를 다듬고, 불리고, 삶고, 조리하는 모든 과정을 최대한 빨리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박상수 생산자는 그 부담을 안고서라도 조합원에게 맛있는 생활재를 공급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엿기름을 푹 고아 만든 고추장

작년 가을, 조합원 공급을 위해 수매한 무농약 고춧가루가 남았다. 이 고춧가루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 박상수 생산자가 ‘고추장을 만들어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박상수 생산자에게는 행복중심생협의 고민이 곧 생산자 자신의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고추장 생산이 낯선 일은 아니었다.
고양파주행복중심생협 조합원들은 4년째 손맛식품을 찾아 고추장 담그기 활동을 한다. 매년 참여하는 조합원이 점점 더 많아진다고 한다. 그만큼 ‘맛있다’는 소문이 나서 그렇다. 조합원이 인정한 맛이라면 생산해 공급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손맛식품을 처음 운영하던 시절에도 고추장과 된장을 담아 팔았던 적이 있다. 박상수 생산자에게 맛있게 고추장 담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엿기름을 푹 고아 사용해서 맛있는 것 같아요.”

박상수 생산자는 어머니가 고추장 담그던 방법대로 고추장을 담는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담는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도 잘 모르겠다고. 대신 엿기름을 푹 고아서 사용한다. 찹쌀, 메줏가루, 조청 등 고추장 담을 때 사용하는 재료도 비율에 맞춰 아끼지 않고 넣는다. 작년 10월 24일, 그렇게 고추장을 담았다. 숨 쉬는 항아리에서 3개월 이상 숙성 기간을 거친 뒤, 오는 2월 10일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생산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고마워요”

“행복중심생협은 조합원들의 일상생활부터 먹을거리까지 생활재 공급을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 생협 같아요. 특히 생산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정말 고맙죠. 단순히 농산물·가공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보지 않고, 가족으로 생각하는 따뜻한 애정이 느껴져요.”

박상수 생산자는 조합원의 삶을 위해 고민하고, 생산자를 배려하는 행복중심생협이 이제는 가족 같다고 말한다. 이런 생협이 올해는 든든히 우뚝 서서 조합원에게 생활재를 공급하고 사회에도 더욱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생산에 매진할 테니, 조합원도 열심히 생활재를 이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곧, 정월대보름이 다가온다. 한 해의 복과 풍요를 비는 그 날, ‘손맛’ 가득한 정월대보름나물과 약식으로 행복한 밥상을 챙겨 보자.